불퇴전법륜경(不退轉法輪經) 제3권-1
4. 중석이승상품(重釋二乘相品)
“아난이여, 이와 같이 보살마하살은 현전에 명(明)과 무명(無明)을 알며, 행(行)과 무행(無行)을 알며, 식(識)을 알고 식의 상[識相]을 알며, 명색(名色)을 알고 명색의 상을 알며, 6입(入)을 알고 6입의 상을 알며, 촉(觸)을 알고 촉의 상을 알며, 수(受)를 알고 수의 상을 알며, 애(愛)를 알고 애의 상을 알며, 취(取)를 알고 취의 상을 알며, 유(有)를 알고 유의 상을 알며, 생(生)을 알고 생의 상을 알며, 노사(老死)를 알고 노사의 상을 아나니, 닦고 익혀서 현전에 보는 것을 벽지불(辟支佛)이라 하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현전에 보이는 무명은
아는 바가 없으며
또한 성취함이 없으니
마치 물속의 그림자 같네.
명(明)도 또한 부동(不動)이니
법에 집착하지 말지니
만일 법에 집착하지 않으면
이를 명상(明相)이라 하리.
무명은 허공과 같으니
일체의 법상을
현전에 보는 데 이르면
이를 연각(緣覺)이라 하네.
만일 모든 행을 말하되
안도 아니며 바깥도 아니며
또한 부처님을 따라
행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며
이 행은 거짓 이름이어서
결정코 있는 것이 아니며
생도 없고 멸도 없어
마치 허공과 같다고 하여
이러한 현견(現見)에 이르면
보살은 두려움이 없나니
이를 바르게 깨달음이라 부르며
연각의 부사의라 하리.
일체 법을 알되
모두가 허깨비[幻化] 같으니
허깨비인 줄 알아 밝히면
이를 현견이라 하리라.
이 식이 행동하는 곳을
여실히 알지 못함은
이는 망상의 분별이니
식법(識法)이 공함을 알지니라.
식지(識智)는 지혜 아니니
일체에 집착하지 말지니
만일에 법을 안다면
식은 환상(幻想)과 같으리.
명색(名色)의 인연은
모두가 유위의 모습이니
결정된 체가 없으며
또한 성취함도 없다.
6입을 여의고
6입상을 말하나
언어와 음성은
체성이 모두 공한 것.
촉(觸)은 인연이 없나니
6입에서 생기느니라.
이 촉을 분별하면
허깨비 같아 모두 공하리.
이 촉은 체가 없어
망상에서 생기니
촉은 진실됨이 없으며
또한 머무르는 곳도 없네.
현전에 촉을 보면서
촉상이 없는 줄 알아
염리(厭離)를 성취하면
벽지불이라 이름하리.
만일에 수(受)를 증득하되
굳지 못함이 거품과 같고
성품과 모습이 모두 공하여
마침내 실답지 않다고 하면
애욕의 결박을 끊고
애욕 없는 법을 얻어
모든 욕망을 다하게 되니
이를 연각이라 하리.
취(取)를 분별하되
공하여 있는 바 없다 하고
더운 때의 아지랑이와 같아서
성취함이 없다고 하며
짓는 생각[作想]이 없으며
나는 생각[生想] 또한 그러해
생의 체성(體性)을 알되
공적하여 없는 것이라 하면
노(老)를 여읠 수 있을 것이며
사(死)도 두려워하지 않고
성취한 것이 없어져서
뒷몸[後有]을 받지 않으리.
현전에 이 법을 보면
의지할 바가 없나니
연각의 소리로써
진실로 보살법을 닦으리.
“아난이여, 그대는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여래ㆍ등정각께서는 모든 보살마하살들을 위하여 방편으로 벽지불을 말하였노라.”
그 때에 아난이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바르게 하고 합장한 채 부처님을 향해 게송으로 여쭈었다.
열반은 열반이 아니건만
세간을 구제하사되
허공의 매듭과 같이
공으로써 스스로 풀게 하시네.
만일에 이렇게 말할지라도
또한 말이 있다 하려니와
세존께서는 좋은 방편으로써
집착 없는 법 말씀하시네.
아난은 이 게송을 말하고 나서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세간은 어리석음에 가려져서 스스로 속으므로 여래라는 가명으로 말씀하시는 신행ㆍ법행ㆍ8배(輩) 등의 법ㆍ수다원ㆍ사다함ㆍ아나함ㆍ아라한ㆍ성문ㆍ연각을 알지 못하나이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과거 부처님에게 가명을 잊지 않고 모든 선근을 심어서 가명을 잘 아는 까닭에 어리석음에 겁탈되지 않았느니라. 왜냐하면 가명의 모든 법은 허깨비 같고, 물속의 그림자 같고, 더운 날의 아지랑이 같고, 부르는 소리의 메아리 같기 때문이니라. 이러한 것이 가명이니, 아난이여, 그대는 이제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모든 악에 침해 받지 말고 장엄을 구족하며, 스스로를 장엄하고 능히 모든 법의 가명 인연을 알며, 망실하는 바 없이 정진을 성취하되 정진하는 상을 취하지 않으며, 망실하는 바 없이 가장 뛰어난 지혜를 얻되 또한 지혜의 상을 취하지도 않느니라.”
그리고 세존께서는 게송을 말씀하셨다.
우치한 모든 중생과
게으르고 지혜가 없는 이들
거짓 이름을 알지 못하나니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하여라.
능히 거짓 이름을 알고
여실히 모든 가림을 알면
세간을 구제하되
진실한 지혜 얻게 하리라.
거짓 이름이 공한 줄 알면
곧 보리의 깨달음이거니
또한 보리도 얻지 못해야
보리를 말한다 하리라.
거짓 이름은 공한 상이니
공은 능히 공을 모르리.
공에는 말만 있어서
일체의 다툼을 여의었네.
이러한 뜻을 나타내되
공에는 취하거나 증득할 것 없거니
어떻게 얻을 것이 있으리.
이것을 일러 공공(空空)이라 하노라.
“아난이여,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하느니라. 공법은 심히 깊고 한량없어서 방일을 내지 않으며, 또한 잃는 바가 없느니라. 이를 벽지불의 구족한 행지(行地)를 말한다고 하느니라.”
그 때에 무리 가운데 5백억 비구가 있었으니, 모두가 신행(信行)을 얻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서 함께 게송으로 말씀드렸다.
의심을 여의고 바른 지혜 얻으사
세간을 구제하는 위없는 임이시여
세존께서 거짓 이름 말씀하시니
신행으로 보리에 머물렀어라.
그 때에 대중 가운데 또 5백억의 법행 비구가 있었으니, 게송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바르게 하고 함께 게송으로 말씀드렸다.
우리들은 의혹을 제거하니
보리가 밝게 비치네.
여래께서 가법(假法)을 말씀하시니
법행으로 보리에 머무네.
그 때에 모임 가운데 또 10억의 8배(輩) 비구가 있다가 게송을 듣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말씀드렸다.
내가 먼저부터 의심 여의고
오래도록 8배를 수행했더니
여래께서 거짓 이름 말씀하시니
8배로써 보리에 머물렀네.
그 때에 대중 가운데 또 10억의 수다원이 있다가 게송을 듣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말씀드렸다.
나는 이제 밝혀 주심 입었네.
세간을 구제하는 성주(聖主)시여
부처님 말씀하시는 법을 알았으니
거짓 이름 분명히 보여 주시네.
그 때에 모임 가운데 다시 205만의 사다함 비구가 있다가 게송을 듣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서 함께 게송으로 말씀드렸다.
내가 먼저부터 취착(取著)이 있더니
그러나 사다함을 얻어
이제 모든 망상 여의어 버리니
적정하여 희론이 없어졌네.
그 때에 모임 가운데 또 10억의 아나함이 있었으니, 게송을 듣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말씀드렸다.
세간을 구제하는 위없는 임께서
우리들로 하여금 희론 여의게 하시니
과위의 생각[果想]을 없애 버리고
보리의 한 길을 밝혀 주시네.
그 때에 모임 가운데 또 35억의 비구가 있었으니, 모두가 네 단계 선의 경지[四禪]에 머물러 아라한을 얻었다. 그들은 게송을 듣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말씀드렸다.
나는 이제 더러움을 여의고
스스로 무여(無餘)를 증득하였네.
모든 승(乘)을 모아 1승에 드니
허깨비[幻] 같아 결정된 것 없다네.
그 때에 무리 가운데 또 2만의 비구가 있었으니, 게송을 듣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말씀드렸다.
나는 본래 망설(妄說)에 집착했더니
세존께서 거짓 이름 말씀하셨네.
스스로가 말하기를 성문이 되어
가명의 법에 머문다 하나이다.
그 때에 무리 가운데 또 5천 비구들이 있었으니 벽지불승에 머물게 되었다. 그들은 게송을 듣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말씀드렸다.
나는 이제 현견(現見)을 얻어
연각의 보리도를 이루었네.
여래께서 가명을 설하시니
연각의 부사의로다.
그 때에 대중 가운데 또 백만의 비구니가 있었으니, 수다원과ㆍ사다함과ㆍ아나함과ㆍ아라한과의 생각을 취하게 되었다. 그들은 이 게송을 듣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말씀드렸다.
여자의 몸매로서 누구나 없이
평등에 들기를 소원했더니
세존께선 다른 말씀[異說] 아니하시어
밝히는 것 가장 높다 하시나이다.
그 때에 모임 가운데 또 8백억만의 우바새와 우바이가 있었으니, 모두가 수다원과ㆍ사다함과ㆍ아나함과ㆍ아라한과의 생각을 지었다. 그들은 게송을 듣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말씀드렸다.
저희들 마음에 때가 없어져
맑기가 비류리(毘琉璃) 같아졌으니
이제사 비로소 출가라 불리며
불법에 머문다 하겠나이다.
그 때에 허공 가운데 60억 나유타의 신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하늘의 만다라바꽃[曼陀羅華]으로써 부처님의 위에 뿌리고 여래의 앞으로 나아가 게송으로 말씀드렸다.
제가 먼저 승상(乘想)을 집착하여서
여러 과위(果位)에 탐착했더니
저는 이제 모두 다 여의어 버리고
비로소 보리도를 깨쳤나이다.
5. 제상품(除想品)
그 때에 모임 가운데에는 다시 무량백천의 아라한이 있었으니, 사리불ㆍ 대목건련(目犍連)ㆍ수보리(須菩提)ㆍ아나율(阿那律)ㆍ아누루다(阿㝹樓陀)ㆍ겁빈나(劫賓那)ㆍ교범바제(憍梵婆提)가 있었다. 그들은 상수가 되어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르게 하고 세존 앞에 서서 공손히 몸을 구부리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지금 진실한 소원을 일으켜 망상을 여의고 뭇 마군을 무찔렀사오니, 5역(逆)을 구족한 이와 5욕(欲)을 구족한 이와 사견(邪見)을 구족하여 정견을 여읜 이와 한량없는 중생의 생명을 끊은 이들을 제가 모두 보리를 이루고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들게 하겠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묵묵히 계셨다. 하지만 모임 가운데 있던 무량백천의 대중들은 모두 의혹을 내었다.
“무슨 까닭일까? 지금의 우리들은 모두 깜깜하여 깨달을 바가 없거늘 모든 아라한도 오히려 저렇게 말씀하시니, 하물며 범부일까 보냐.”
모두가 한 곳에 앉아 요동하지 않으니, 모든 앉은 이는 일어나지 못하고 섰던 사람은 앉지를 못하면서 ‘무슨 까닭으로 그러한 말씀을 하실까?’라며 떠들었다.
그 때에 아난은 백천만억의 중생 대중을 위하는 까닭에 부처님의 신력으로써 스스로의 마음을 알고, 또한 다른 이의 마음도 알아 문수사리로 하여금 묻게 하고자 말했다.
“이와 같은 백천만억의 대중들은 아라한들의 말을 듣고는 모두가 의혹을 내고 있습니다. 바라옵건대 문수여, 저희들을 위하여 분별해서 그 인연을 말씀해 주십시오.”
그 때에 여래께서는 묵묵히 계시었고, 문수사리가 아난에게 말했다.
“이들은 불퇴전의 경지[不退轉地]에 든 보살이니, 모든 대덕들을 보는 인연인 까닭에 그렇게 말한 것이오.”
아난이 물었다.
“문수사리여, 불퇴전의 경지란 이 보살들이옵니까?” “그러합니다. 불퇴전의 경지란 이 모든 대덕 보살을 말합니다.”
아난이 물었다.
“존자들은 무슨 까닭으로 그러한 말을 하나이까?”
그러자 문수사리가 아난에게 말했다.
“무명으로 어머니를 삼고 행(行)에서 애(愛)를 내었으나 끝내 소멸하여서 모든 원수를 다 제거하였으며, 뒤바뀐 망상으로 아버지를 삼았으나 전도를 여의고 애욕을 제거하여 아라한이 된 것입니다. 견고하여 망가지지 않으며, 범부라는 생각[凡夫想]과 승이라는 생각[僧想]을 다했으니, 이러한 생각을 부순 까닭에 능히 모든 망가지지 않는 법의 생각을 닦으며, 나아가 여래라는 생각도 취하지 않고 무생(無生)을 익히고 배워서 끝내 영원히 여의는 것입니다.
존자 아난이여, 모든 대덕이 말하되, ‘나는 지금 어찌하여 5역을 구족하였으며, 무슨 까닭으로 오고 가는 생각이 없는가? 그러므로 일컬어 5역을 구족하였다 이른다’라고 말한 것입니다.”
다시 아난이 말했다.
“어떤 것이 5욕이겠습니까? 이 모든 비구는 5욕을 알되 꿈 같고 환술 같고 수면 위의 거품 같고 부르는 소리의 메아리같이 하나니, 이와 같음을 지혜가 구족되었다 합니다. 무엇이 지혜를 구족하여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는 것이며, 무엇이 5욕 역시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는 것이겠습니까? 그것은 왜냐하면, 이와 같이 5욕은 끝내 실체가 없고 모습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실히 알고는 5욕의 모습에서 지혜를 증득하게 되니, 그러므로 5욕을 구족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뜻이기에 모든 대덕들이 말하되, ‘나는 지금 5욕을 구족하였다’ 하는 것입니다.” “아난이여, 어떤 것이 사견을 구족하고 정견을 여의는 것이겠습니까? 일체 법에 대하여 모든 취착하는 것은 사견이니, 사견이란 허망한 생각일 뿐입니다. 일체 법은 의지할 곳이 없으며, 의지할 곳이 없지도 않아서 마치 허공과 같아 돌아갈 곳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습니다. 그것은 왜냐하면, ‘일체 법은 실다움이 없다’고 이처럼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체 법은 모두가 평등하니, 그 평등하다는 생각을 제거하면 이것을 정견이라 합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생각은 곧 잘못된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뜻인 까닭에 모든 대덕 비구들은 평등한 생각도 보지 않으며, 잘못된 생각도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일체의 생각이 다하면 곧 부처를 본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보리를 얻고 나서는 조그마한 법도 얻을 것이 있다고 보지 않나니, 아난이여, 이러한 까닭에 모든 대덕 비구가 말하되, ‘정견을 여의고 사견을 구족했다’고 하는 것입니다.
아난이여, 무슨 까닭으로 이 비구들이 말하되, ‘나는 이제 백천 중생의 목숨을 끊었다’ 하겠습니까?
대덕들이 이러한 말을 할 때에 백천만억의 신들이 이 말씀을 듣고는 모두가 일체 법은 꿈과 같고 환술과 같고 수면 위의 그림자와 같고 부르는 소리의 메아리와 같은 줄 알았던 것입니다. 이와 같이 이해하고는 곧 중생(衆生)ㆍ장부(丈夫)ㆍ수명(壽命) 그리고 인(人) 등의 생각을 끊고 또한 해탈을 얻었으며, 더 이상 보리의 선근을 심을 일이 없고 일체 법에 대해 모두 일으킴이 없고 조작함이 없고 수습할 바가 없었으며, 가명(假名)을 설함을 듣고는 깊이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바새와 우바이들도 모두가 중생ㆍ장부ㆍ수명 그리고 인의 망상을 끊었으니, 이러한 생각을 끊고는 곧 누누이 생을 받는 일이 없어진 것입니다. 그것은 왜냐하면, 중생ㆍ장부ㆍ수명ㆍ인 그리고 아귀의 생각을 끊은 때문입니다. 이러한 생각이 있는 까닭에 누누이 생을 받았거니와, 이러한 생각을 여의는 까닭에 곧 구경을 얻어서 스스로 무생을 증득한 것이니, 이러한 인연으로써 모든 대덕들이 이처럼 방편을 부려 가명을 잘 말씀하시되, ‘한량없는 중생의 수명을 끊었다’ 하시며, 이러한 까닭에 ‘부처님의 보리를 구족하게 되었다’ 하는 것입니다.
나는 이제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들어 부처님의 상호를 얻고, 이것으로써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중생을 교화하여 모든 결박을 소멸하여 부처님께서 증득하신 바와 같이 하리니, 그것은 왜냐하면,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얻게 하려는 때문입니다. 무생인(無生忍)을 얻고는 보리를 얻게 하되 또한 번뇌를 버리지 않고 불법을 가까이하지 않으며, 뜻대로 번뇌를 내는 일은 남김없이 다 소멸했으니, 그러므로 모든 대덕들이 말하되, ‘내가 이제 보리에 이르렀다’ 하는 것입니다.
아난이여, 그러므로 지금의 것을 무생(無生)이라 하나니, 그것은 왜냐하면, 이와 같이 선남자ㆍ선여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 모든 법을 밝히고 보리심을 발하나 또한 얻을 바가 없으며, 보리의 상과 일체 법상을 여의고 무여열반 가운데에서 완전한 열반에 드는 때문입니다.
아난이여, 이러한 족성(族姓)의 남녀는 보살승(菩薩乘)에 올랐으되 해[日]를 보았다고 낮[晝]이라는 생각을 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범부나 어리석은 사람은 해를 보면 곧 해라는 생각을 내나니, 지혜로운 자는 아닌 것입니다.
그것은 왜냐하면, 아난이여, 만일 해가 실체가 있어서 허망하지 않다면, 쌓고 모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허망한 까닭에 과거와 미래까지도 없으니, 밤도 그러합니다. 만일 해를 보고 해라는 생각을 짓고, 밤에 밤이라는 생각을 지으면 곧 이는 범부의 어리석은 망견일 뿐입니다.
아난이여, 이것이 곧 보살승이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수행하면서 선지식이라면 낮에 대해 낮이란 생각을 내지 말고 밤에 대해 밤이란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일체의 생각을 여의면 능히 보리인 여래의 도에 머물기 때문입니다.”
그 때에 문수사리가 게송으로 말했다.
무명으로써 어미를 삼고
행을 따라 생긴 바이니
그 근본을 끊기만 하면
해로움을 제했다 한다.
기쁘고 사랑하는 뒤바뀐 생각들
이것을 일러 아비라 하나니
만일 여실히 알기만 한다면
마침내 있다 할 것 없네.
그들의 허망함을 알아
곧 모든 근본을 끊으면
반연 없고 머무름 없으리니
이것이 해로움을 제했다 하네.
만일에 모든 나한을 설명하면
범부는 부사의하다 하리니
여실히 상을 부수지 않으면
이 적멸을 구경이라 한다.
나도 본래 승상(僧想)에 집착했더니
이것을 여실히 안 뒤에는
모든 법은 망가지지 않으며
일체로 하여금 듣게도 하였네.
먼저 여래를 취한다면
이를 허망이라 하노니
저 이상(異想) 없음을 알아야
평등하고 동일한 공이리.
그의 근본을 끊어 버리면
이것을 무생지(無生智)라 하나니
만일에 이렇게 말하는 이
선정의 힘 버젓이 나타내네.
만일에 모든 애욕 구족함을 말하면
이와 같은 다섯 가지 명자(名字)는
능히 이러한 망상을 여의나니
마치 허깨비 같고 꿈 같네.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는 것
이것이 5욕을 갖춘 것이니
세간을 구제하는 임 앞에서
그들은 이와 같이 말하네.
애욕의 본성이 공한 줄 알되
꿈속에서 만들어진 모습 같아서
필경에 나는 것이 없다고 하면
여실한 지혜를 구족하리라.
모든 사견의 허물과 같이
허망하게 분별을 내건만
이 구경된 지혜로써
일체는 모두 구족되리라.
허망한 취착도 없고
화합된 상을 여의니
이와 같이 잘 알면
상 없고 있는 바 없네.
함께 모든 허물을 알되
사견이라 정견이라 이르거니와
진실한 법을 얻는 데 이르려면
삿됨과 바름의 형상 모두 멸하네.
중생의 나고 죽는 생각은
우치하고 허망한 분별이니
만일에 중생을 얻지 못하면
생사도 있지 않으리라.
중생들은 여러 가지 방편으로
목숨이란 생각[命想] 버릴지니
이 생각을 멀리한 뒤엔
목숨 생각이 최악인 줄 알리라.
만일 중생상(衆生想)을 여의고
수명상(壽命想) 등을 분별하며
많은 중생의 생명을 끊는다면
이는 저들이 말하는 바라네.
죽음의 망상을 버릴지니
어리석은 이의 분별이니라.
마침내 무생을 얻으면
이를 진실한 법이라 하리.
모든 번뇌를 멸하면
무상을 증득하리니
보리는 색이 없는 것
멸 없고 과(果) 없다네.
마원(魔怨)이 장애하지 못함은
스스로가 보리를 깨달음이니
모든 법은 다툼이 없고
무생법은 성품이 적멸하다네.
그 때에 문수사리가 이 게송을 말하니, 이들 무량백천의 중생들이 모든 의심과 후회를 끊었다. 의심과 후회를 여의고는 기쁜 마음을 내어 법의 밝힘을 얻고, 제각기 윗옷을 벗어 문수사리에게 공양하면서 말했다.
“능히 우리들로 하여금 모두가 이 법을 얻고 모두가 이 말을 하게 하시며, 또한 중생의 마음으로 하여금 모든 법을 증득하게 하시되 문수사리가 아시는 바 실상과 같게 하시네.”
그 때에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들 백천만억의 중생들이 모두 의심하고 후회하거늘, 여래께서는 무슨 까닭으로 스스로 말씀하시어 의심을 끊게 하지 않나이까?”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같은 백천만억의 중생들은 모두 문수사리를 좇아 보리심을 내었으며, 문수사리에 대해 조복되었느니라.”
아난이 다시 여쭈었다.
“모두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것인지요?” “그러하니라, 아난이여. 일체 중생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되었으니, 그것은 모두가 문수사리 선지식에 의하기 때문이니라.”
아난이 다시 여쭈었다.
“이들 모든 비구는 신행ㆍ법행ㆍ수다원ㆍ사다함ㆍ아라한ㆍ성문ㆍ벽지불의 생각을 다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는지요?”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믿기 어려운 이가 있으니, 지혜가 적고 하열한 이와 게으르고 나태해서 정진하지 않는 이와 음식을 탐내고 5욕을 가까이하는 이와 떠드는 곳을 좋아하여 마음으로 멀리하려 하지 않는 이와 바른 생각을 망실한 채 지혜가 없는 이와 마음이 바르게 집중되지 않아 항상 어지러운 이와 증상만(增上慢) 인 이와 증상만을 집착하는 이와 자기의 몸을 탐착하는 이와 수명을 즐기는 이는 무상한 줄로 관찰하지 않고 탐내고 질투함이 많아서 우치하고 무지하며, 금계(禁戒)를 파괴하여 해치려는 마음을 내거나, 불법에 대하여 의혹의 견해를 일으키느니라. 또한 지혜 없는 자는 삿된 지식을 가까이하여 선지식을 멀리하거나, 또한 선지식을 공경치 않고 반야바라밀을 배우지 않거나, 다라니(陀羅尼)라는 모든 경전의 왕을 닦지 않고 항상 망견을 일으키고 망견에 집착하며, 삿된 스승을 얻어 의발(衣鉢)을 탐내거나 화상(和上)과 아사리(阿闍梨)에 대해 공경하는 마음이 없고 가까이하기를 좋아하지도 않거나, 초저녁에서 날이 샐 때까지 마음은 게으르며, 앞 뒷말 다르고 믿지 못하고 망령된 말 하기를 좋아하며, 거친 말과 탐심ㆍ질투로 사견을 가까이하거나, 사견을 익히고는 항상 삿된 관법을 닦아 계율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거나,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어 두려워함이 없거나, 우치한 이를 가까이하고 외도(外道)를 행하기를 좋아하거나,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ㆍ무생(無生)ㆍ무멸(無滅)을 믿지 않고 일체 법에 대해 신심을 내지 않는다면, 아난이여, 이와 같은 자들은 이해하여 깨닫기 어려우니라.”
그리고 세존께서 묵묵히 계시니, 아난이 부처님의 신력을 입어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여래께서는 무슨 까닭에 묵묵히 계시옵니까?” “말법(末法)인 오는 세상에 있을 많은 중생들이 이러한 마음을 성취하여 법을 믿지 않으며 능히 이해하지 못하리니, 그러므로 여래께서 묵묵히 계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중생이 능히 이 법을 믿을 수 있는지요?” “중생으로서 능히 믿는 이는 적을 것입니다. 아난이여, 중생으로서 능히 보배를 아는 자는 적을 것이며, 중생으로서 이 보배를 알지 못하는 자는 많을 것입니다. 아난이여, 중생으로서 능히 신해(信解)를 일으키는 이는 적으리니, 이처럼 법을 설하지만 성읍(城邑)이나 취락의 중생으로서 버리고 믿지 않는 자가 많을 것입니다. 그것은 왜냐하면, 저 중생들은 숙세의 인연에 의해 본래 법을 비방하는 죄의 업장을 지은 까닭입니다.” “원컨대 문수이시여, 이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말씀하신 바를 믿고 이해하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대는 마땅히 부처님께 여쭤보셔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그대를 위해 분별하고 해설하여 주실 것입니다.”
그러자 아난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위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족성(族姓) 남녀로서 믿음이 적은 이들도 들으면 크게 기뻐할 것이옵니다.”
그 때에 세존께서 사방을 두루 관찰하시고 입[面門]으로 혀를 내시어 널리 삼천대천세계를 덮으시더니, 그 혀뿌리로부터 큰 광명을 내어 동방의 항하사 등의 여러 부처님 세계를 비추셨다. 이와 마찬가지로 남방ㆍ서방ㆍ북방과 네 간방[四維]ㆍ위아래의 각각의 시방세계에 대해서도 또한 그와 같았다.
그 때에 4부중(部衆)이 부처님의 신력으로써 동방의 항하와 같이 많은 세계를 보니, 모든 부처님께서도 마찬가지로 이 법을 설하고 계셨으며, 또한 모두가 멀리에서 듣되 더함도 없고 덜함도 없었다. 이와 같이 차례차례 시방 세계도 또한 이와 같았다. 이 세계에서 모든 부처님께서 법을 설하심도 이와 같았으니, 대중이 모두 보고 들었으며, 보고 듣기를 마치고는 또한 일심으로 간청하는 것이었다.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불쌍히 여기시어 저희들을 위하여 거듭 분별하고 연설하옵소서. 그리하여 한량없고 가없어서 가히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부증불감의 불가사의한 제불의 정법을 보게 하옵소서.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그것을 말씀해 주실 때이옵니다.”
부처님께서는 설근을 거두고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자못 망어를 짓는 어떤 사람이 능히 이러한 설상(舌相)을 얻을 수 있겠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가령 실다운 말이나 부드러운 말을 하는 지혜로운 이거나, 잘 조순(調順)하여 능히 이익한 말을 하거나, 자(慈)ㆍ비(悲)ㆍ희(喜)ㆍ사(捨)를 행하는 이들이나 나아가 일체의 지혜로운 사람이 이러한 혀의 모습을 얻습니다.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족성 남녀로서 믿음과 견해가 적은 이를 위하여 분별하고 해설하시며, 또한 알지 못하는 이를 위하여말씀해 주시어 이러한 무리로 하여금 뉘우치는 마음을 내게 하옵소서.”
그 때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4중(衆)이 이미 모여 몸을 단정히 바르게 앉았으며,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 인비인(人非人)들이 자리에 와서 앉아 능히 법을 들을 수 있는 자는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에서 물러나지 않으며, 각각 이 경지에서 바른 법을 말하되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음이 이제 말한 바와 같으리라.”
그 때에 4중과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 인비인(人非人)들이 환희의 마음을 내어 모두 윗옷을 벗어 부처님께 바치었다. 향기로운 꽃을 뿌리거나 화만(華鬘)을 뿌리기도 했으며, 혹은 금만(金鬘)ㆍ은만(銀鬘)ㆍ유리만(琉璃鬘)ㆍ파려만(玻瓈鬘)ㆍ마노만(瑪瑙鬘)ㆍ비로전만(毘盧旃鬘)을 가지고, 혹은 만다라꽃[曼陀羅華]ㆍ마하만다라꽃[摩訶曼陀羅華]ㆍ만수사꽃[曼殊沙華]ㆍ마하만수사꽃[摩訶曼殊沙華]을 가지고, 혹은 만든 꽃을 가지고 부처님 위에 뿌렸으며, 혹은 하늘의 우발라꽃[優鉢羅華]ㆍ구물두꽃[拘物頭華]ㆍ분다리꽃[芬陀利華]을 가지고 부처님 위에 뿌렸다.
허공에서는 하늘의 음악이 저절로 울렸으며, 용은 진주를 비처럼 내렸다. 부녀(婦女)들은 몸의 영락과 제각기 좋은 옷을 벗어 부처님께 공양했으며, 의복을 단정히 하고는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여 같은 소리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둘이 없으시나이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느니라. 저들이 말하듯이 여래는 둘이 없으니, 영원히 우치를 다하셨느니라. 여래ㆍ세존께서는 아끼는 마음이 있지 않으시며, 일체의 허물이 없느니라. 이미 허물을 여읜 까닭에 모든 애욕을 여의고 일체 티끌이 청정하여져서 물듦이 없느니라. 교만과 탐심ㆍ질투가 모두 끊어져 남음이 없으며, 지혜가 구족하여 바른 법을 깨달았으니, 저 언덕에 이르러서는 마치 대범(大梵)이 큰 자재를 얻은 것 같으며, 위의가 구족하여 모든 행을 구경되게 하여 네 가지 구족을 얻느니라.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 인비인(人非人)들이 유위와 무위에 집착하지 않고 생사에 물들지 않아서 불ㆍ세존을 좇아 바른 해탈을 얻어 구족한 견해를 얻으며, 잘못된 소견이 없고 가까이함을 구족히 하리라.”
아난이 여쭈었다.
“어떤 것이, 여래께서 구족한 소견을 얻고 잘못된 소견이 없으며, 구족히 부처를 듣고 구족히 부처를 보고 구족히 가까이하는 것이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알지 못하는가?” “저는 실로 모르겠사옵니다.” “그대는 자세히 들으라. 내 그대를 위해 설명해 주리라.” “잘 알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옵소서.” “아난이여, 너는 지금 나 석가모니불에게 듣거니와 이미 들었으며 장차 들을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나니, 왜냐하면 일체 법신이 말한 바가 있으면 그를 보거나 들은 이는 모두가 이익되기 때문이니라.
아난이여, 만일 하나의 꽃으로써 여래에게 공양하거나 열반하신 뒤에 부처님의 사리(舍利)를 위해 탑을 세워 공양한다면 또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되리라.” “축생에 이르기까지라도 부처님의 명호를 들으면 또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나이다.” “아난이여, 만약에 어떤 사람이 석가모니불의 음성을 듣고 그 명호를 외우는 것은 모두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종자가 되느니라. 만약에 선남자ㆍ선여인이 석가모니불의 명호를 듣고 그 말한 바와 같이 한다면 모두가 실다워서 허망하지 않으리라.
아난이여, 비유컨대 니구다(尼拘陀)나무가 하나이거나 둘ㆍ셋ㆍ넷, 내지 50ㆍ백ㆍ천ㆍ무량이 있으면, 그 아래에서 쉬는 이는 모두가 그늘의 혜택을 입는 것과 같으니라. 아난이여, 네 뜻에는 어떠한가? 니구다의 종자는 크다고 하겠느냐, 아니면 작다고 하겠느냐?” “니구다의 종자는 아주 작다고 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느니라. 니구다나무는 물과 거름과 흙과 사람의 노력을 인연으로 세월을 쌓아 점차 자라나느니라.”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니구다나무의 종자도 심히 작으나 물과 흙과 해와 달의 인연으로서 점점 장대해지듯이, 이와 마찬가지로 아난이여, 석가모니불의 명호를 듣는 선근의 종자는 끝내 부서지는 일 없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되는 것이니라. 그것은 왜냐 하면, 모양 없는 종자는 일체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무너지지 않으며, 무너지지 않는 까닭에 이러한 종자는 가히 훼손할 수 없으며, 또한 상을 취하지도 않느니라. 그러므로 일체 법에 무너지는 일이 없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는 여래의 본원력이옵니까? 또한 모든 부처님의 법은 으레 그러한 것이옵니까?”
부처님께서 곧 대답하셨다.
“본래의 원력인 까닭이니, 만일 어떤 중생이 나의 이름을 들으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되리라. 일체 불법도 또한 그러하니, 왜냐하면 일체 불법은 모두가 평등한 때문이니라.” “일체 불법이 평등할진댄 어떠한 이익이 있나이까?” “능히 중생들로 하여금 비록 불법을 듣지 못하였을지라도 발원한 힘에 의하여 법을 듣는 이익과 같게 하느니라.”
그 때에 아난이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미증유(未曾有)의 법을 성취하신 까닭에 능히 모든 보살마하살을 크게 이롭게 하시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실로 그러하니라. 아난이여, 나는 지금 중생을 위하여 큰 이익을 지으나, 만일 법을 듣는 이는 이익의 복전에 머물지 않는 이가 없으리라. 나는 과거에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되,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일체의 탐욕과 질투를버리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모든 근(根)을 청정히 하였으며, 일체 법에 취착하지 않고 의지하는 바도 없었느니라. 그러므로 아난이여, 나는 보리를 성취해 능히 일체 중생을 크게 이롭게 하는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