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트여서 부처님을 뵙다
수(隨)나라의 해탈(解脫)화상은 대주(代州)에 살던 형씨(荊氏)이다.
어려서 부모를 하직하고 오대산 소과사(昭果寺) 지소(志昭)선사에게 가서 출세간(出世間)의 도를 배우고 있었다.
지소선사는 해탈을 유망하게 여겨서 하루는 대중에게 말하였다.
「해탈은 참선하는 공부가 투철하여 너희들은 미칠 수 없으니, 예사 대중과 같이 일을 시키지 말라.」얼마 후에 소과사로 돌아와서 낮에는 대승경전을 읽고 밤에는 참선하였다. 한번은 동대(東臺)에 갔다가 풀 옷을 걸친 비구가 반석위에 가부좌하고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앞에 나아가 절하고 말하였다.
「문수보살을 뵈오려 하오니 그 길을 가르쳐 주소서 」
비구는 금련화 핀 곳을 가리켰다. 해탈이 머리를 돌려보는 사이에 그 비구는 사라지고 말았다. 해탈은 반석 곁에서 부르짖고 사모하면서 밤낮으로 예배하며 부지런히 정진하였다.
오랜 뒤에 그 곳에서 다시 비구를 보았는데 뚜렷한 광명 속에 반신을 나타내고 말하는 것이었다.
「해탈하는 일은 제가 하는 것인데, 어찌 다른 사람에게서 구하랴.」
이렇게 말하고는 간 곳이 없었다 해탈은 그 때부터 산란하던 마음이 없어지고 무생법인(無生法忍)을 깨달게 되어, 큰 법열(法悅)을 얻고는 이러한 서원을 세웠다.
「내가 이 법을 얻었으니 혼자만 기뻐할 것이 아니라, 일체 중생과 함께 하리라.」
이렇게 발원하고 곧 삼매에 들었더니, 여러 부처님이 몸을 나타내고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부처님의 적멸(寂滅)하고 매우 깊은 법
여러 겁을 수행하여 지금 얻었네.
.네가 능히 법안(法眼)을 이제 떴으니
우리들도 너를 따라 기뻐하노라.
해탈은 이 게송을 듣고 다시 물었다.
「적멸한 법을 어떻게 설명하여야 남을 가르칠 수 있겠나이까? 」
부처 님 들은 말씀하시었다. 방편의 지혜로 등불을 삼아 마음의 경계를 비치어 보라.
진실한 법의 성품 궁구(窮究)하려면 모든 것은 볼 바가 없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