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함을 구하여 세상일을 잊은 혜현스님
혜현(惠現)스님은 백제(百濟) 사람이다. 어려서 출가하여 애써 뜻을 오로지 하여 법화경 독송을 업으로 삼았는데, 신불에게 복을 빌면 영검한 일이 실로 많았으며, 게다가 삼론(三論)을 전공하여 그 깊은 뜻을 깨달아서 신명에 통하였다.
스님은 처음에 북부 수덕사(修德寺)에 머물러 있었는데, 듣고자 하는 이가 있으면 법화경을 강설하고 없으면 법화경을 독송하여, 사방 원근에서 그의 풍도(風度)를 사모하여 문밖에는 항상 신발이 즐비하니 찾아오는 이가 많았다. 스님은 찾아오는 사람이 차차 많아지자, 번요한 것이 싫어서, 마침내 강남(江南) 달나산(達拏山)으로 들어갔다.
이 곳은 산이 높고 바위가 험하여 왕래가 힘들어서 찾아오는 사람이 드물었다. 스님은 조용히 앉아세상 일을 잊고 산중에서 일생을 마쳤다. 동료들이 그의 시체를 운반하여 석실(石室) 안에 안치하였더니, 범이 나타나 그 유해를 다 먹어버리고 오직 머리와 혀만 남겨놓았다. 추위와 더위가 세 번 돌아와도 그 혀는 여전히 붉고 부드럽더니, 뒤에 단단하기가 돌과 같아지고 빛은 여전히 붉었다.
도인과 속인들이 이를 공경하여 석탑을 세우고 그 안에 안치하였다. 스님은 58살에 입적하였으니, 곧 정관(貞觀) 원년 이었다.
혜현스님은 중국에 유학하지 않고 조용히 물러나 일생을 마쳤는데 그 이름은 오히려 중국에까지 들려서, 당나라에서 그의 전기를 꾸며 그 명성이 더욱 떨쳤다.
또 고구려 스님 파야(波若)가 중국 천태산에 들어가 지자대사(智者大師, 天台大師)의 교관(敎觀)을 받아, 영험이 많아서 신이함으로써 산중에 알려지고, 역시 당승전(唐憎傳)에 수록되었다.
<三國遺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