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 바리때

전단 바리때

세존께서 마갈타국의 죽림정사(竹林精舍)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실 때의 일이다.

주다이 장자(長者)의 제자들이 보물을 가지러 바다로 들어가서, 우두전단(牛頭 檀)한 개를 가지고 돌아왔다. 제자들은 이것을 장자에게 갖다 바쳤다.

그러나, 장자의 광 안에는 전단 같은 것은 남아 돌아갈 만큼 많았으므로, 장자에게는 그다지 고마운 전단이 못 되었다.

그래서, 곡예사에게 명하여 이 전단으로 바리때 한 개를 만들게 하여 그것을 땅 위에서 열 간(間)이나 되는 어느 높은 나무 위에 올려놓고,

『중이든 바라문이든 사닥다리를 쓰지 않고 이 바리때를 가진 사람에게 이것을 주겠다.』

하고 사방에 알리게 하였다.

육사외도(六師外道)의 한 사람인 푸나라 카샤파는 주다이 장자가 자기를 위하여 전단 바리때를 만들었다는 소리를 전해듣고 곧 장자의 집으로 가서,

『전단나무로 바릿대를 만들었다고 하시는데, 그것은 나에게 주실 것이지요.』

장자는 손을 저어,

『나는 어느 한 사람을 위해서 그 바릿대를 만든 것이 아닙니다. 그 바리때는 지금 열 간이나 되는 높 은 나무 위에 놓여 있습니다. 중이든 바라문이든 사닥다리를 안 쓰고 그것을 가지는 이에게 드리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푸라나 카샤파는 이 소식를 듣고,

『나에게는 그런 신통력은 없다.』

생각하고, 머리를 저으면서 허둥지둥 돌아가 버렸다. 이어서 다른 육사와도 한 사람 한 사람 장자의 집에 가서 그 바리때를 달라고 했으나,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신통력이 없으므로 도망치듯 돌아갔다.

불제자(佛弟子)인 빈두루(賓頭盧) 성자(聖者)는 그 이야기를 듣고, 불제자 중에서 신통 제일이라는 목갈라나(目連)에게 가서, 목갈라나에게 공손히 인사를 한 뒤에,

『몰갈라나 성자여, 주다이 장자는 전단 바릿대를 만들어 그것을 열 간 높이의 나무 위에 올려놓고 중, 바라문 중에서 사닥다리를 쓰지 않고 그것을 가지는 사람에게 준다고 합니다. 이미 육사외도는 나타내지 못하여 그냥 돌아갔답니다. 석존께서는 당신을 성문(聲聞) 중의 신통 제일인자로 손꼽고 계십니다. 어서 신통을 나타내어 그 바릿대를 가져다 주십시오. 그리하여 불법(佛法)의 위력을 외도들에게 보여 주십시오.』

목갈라나는 엄숙한 태도로 빈두루에게 말하였다.

『나무 바리때 같은 것에 어찌 신통을 나타낼 수 있겠는가? 나는 당신의 청을 거절합니다.』

목갈라나에게 어이없이 거절당한 빈두루는 할 일 없이 제 방으로 돌아와, 내일 자기가 가서 그 바리때를 얻으려고 생각하였다.

이튿날 아침, 그는 옷을 걸치고, 바리때를 들고 위의를 갖추고, 한눈을 팔지도 않고 마음을 조용히 진정시키고, 정정당당하게 장자의 집으로 걸어갔다. 장자는 멀리 빈두루가 의젓이 걸어오는 것을 보고, 문 앞에까지 마중을 나와 합장하고,

『빈두루 성자여, 잘 오셨습니다. 오랫동안 뵙지 못하였는데 그동안 성체에 별 탈은 없으셨습니까. 어 서 이이로 올라오십시오.』하고, 공손하게 성자를 맞아들이었다. 성자가 자리에 앉자 장자는 빈두루의 발에 이마를 대고 절하고 한쪽에 앉았다.

성자는 천천히 입을 열어,

『당신은 전단 바리때를 만들어 큰 나무 위에 올려놓고, 사닥다리를 걸치지 않고 그것을 가지는 중이나 바라문에게 준다고 했다는데, 틀림없겠지요.』

장자는 공손히,

『예, 틀림없습니다.』

그 때, 빈두루는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고 손을 멀리 쭉 펴서 큰 나무 위에 있는 바리때를 잡았다. 장자는 이 불가사의한 신통을 목격하고 매우 기뻐하여,

『성자여, 그 바리때를 빌려 주십시오.』

하고는, 그 바리때를 받아 거기에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담아 성자에게 바쳤다. 성자는 그것을 가지고 죽림정사로 돌아와 여러 중들에게 이 일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해 주었다. 중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대답해야 될지 몰라, 석가모니께 가서 사실을 아뢰었다.

석가모니께서는 빈두루를 불러 이 사건을 물으셨다.

『빈두루야, 너는 그런 일을 정말로 했느냐.』

『예, 정말로 했습니다.』

석가모니께서는 엄숙한 얼굴로 빈두루에게 선언하였다.

『한낱 하찮은 나무 바리때를 탐이 나서, 적어도 인천(人天)의 도사가 그 거룩한 신통을 나타내는 법이 있단 말이냐. 나는 너를 이 승단(僧團)에서 배척한다. 너는 평상 열반에 들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 너는 이 염부제(閻浮提)에서는 못 산다.』

석가모니께서는 빈두루 성자가 사라진 뒤에 중들을 모아놓고, 바릿대에 관한 계율을 정하시었다.

빈두루 성자는 자기 방으로 돌아와서 명상에 들어가, 이 염부제에서 자취를 감추고 서방 구나니(西方拘那尼)로서 나타났다. 그는 그의 세계에서 조용히 명상하여 여러 가지 불사를 했다고 한다.

<鼻奈耶 第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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