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의 화신 선계대사

문수의 화신 선계대사

선계대사(善戒大師)는 태주(台州) 임해현(臨海縣) 삼강(三江) 사람이다. 성은 누씨(婁訖)요, 조부의 이름은 세가(世家)이며 벼슬이 소경(少卿)에 이르고, 아버지는 원우(原祐)이며 어질고 두터운 덕이 있고 거짓이 없었다.

어머니 장(張)씨가 달빛이 품에 들어오는 꿈을 꾸고 잉태하였는데 나면서부터 이렇게 말하였다.

「아버지, 어머님! 저를 낳기 위해 얼마나 수고 하셨나이까! 자라면 중생들을 제도하여 이 세상에 타는 불을 끄오리다. 」

부모는 이러한 일을 보고 놀라 비밀에 붙이고 말하지 아니하였고, 이름을 돈길(頓吉)이라 하였으며 의논하기를

「이 아이가 자라면 스님이 되어 중생을 제도하리라.」

하였다.

하루는 어머니에게 일곱 사람에게 공양할 음식을 마련해 달라 하였다 어머니가 그 까닭을 물으니. 제 친구가 만나러 온다는 것이었다. 부모는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음식을 마련하고 기다렸다. 저녁나절이 지나서 스님 일곱 분이 집으로 왔다. 아버지는 스님들을 모셔 들이고 물었다.

「어디로부터 오시나이까?」

「남인도에서 오는데 댁에 훌륭한 아기가 인다는 말을 듣고 하례하러 왔습니다.」

「이렇게 강림하시니 황공합니다.」

저녁밥을 대접하였더니, 스님들은 식사가 끝나자 아기를 만나겠다고 하였다. 어머니가 아기를 안고 나오니, 스님들은 아기에게 이 같이 부탁하는 것이었다.

「중생의 세계에서 속지 말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 」

아기는 손을 만지면서 웃었다. 그 스님들이 간 뒤에 아기는 부모님에게 말하였다.

「저 일곱 분은 모두가 불보살의 화현입니다.」

돈길은 다섯 살이 되는 때부터 육화대사(六和大肺)라고 자칭하면서 고요한 것을 좋아하고 세속에 있기를 즐기지 아니하더니, 15세에 이르러 부모를 하직하고 출가하였다.

항주(抗州)를 가는 길에서 혜광(蕙光)화상을 만났는데 그가 말하기를

「지금 하늘의원(天醫)인 「파리다」가 비래봉(飛來峯)에 있으니 가서 만나라.」

는 것이었다. 돈길은 비래봉으로 갔다. 파리다가 물었다.

「어디에서 오는가?」

「인연을 따라 옵니다.」

「성은 무엇인가 ?」

「불성(佛性) 입니다.」

「네 몸이 속인인데 어떻게 불성을 아는가?」

「나의 몸은 속인이지만 세속으로 인하여 진리를 증득하면 진리와 세속이 원융하여 둘이 없으며, 둘이 아닌 성품이 곧 불성이아니 오니까. 」

파리다는 기이하게 생각하여 머리를 깎아주고 구족계를 일러주었으며 선계(善戒)라고 이름 지었다. 선계대사는 금릉에 가서 청원(淸源) 화상을 보고 물었다.

「콧구멍이 하늘에 닿았을 때, 어떠합니까?」

「아침에는 동에서 뜨고 저녁에는 서로 지느니라.」

「어떤 것이 저의 도안(道眼)입니까?」

「그것은 부처님도 모르실걸.」

선계대사는 한번 할(喝)하였다. 청원화상은 그만 두었다.

선계대사는 또 인용(仁勇) 화상을 찾아갔다. 인용은 선계대사가 온 줄을 알고 법상에 올라가 불자(拂子)를 들었다.

선계 대사가 물었다.

「몸을 솟구쳐 해와 달을 붙잡고 입을 벌려 조수(潮水)가 밀리는 것을 바라봅니다. 」

인용은 불자를 던졌다.

선계대사는 손뼉을 치고 춤추며 가버렸다. 한번은 살다파나 화상을 찾아갔다. 살다파나는 언제나 황소를 타고 다니므로 황소화상이라 불렸다. 화상은 길에서 손을 도닥거리고 있었다. 선계대사가 물었다.

「뿔 나고 털 난 사람 !」

「어허, 늙은 고호타마가 조계의 조사관(視師關)을 쳐부수네. 」

선계대사가 한번 할(喝)을 하고

「 털 나고 뿔 난 사람은 큰 보섭이나 끌고 다니지!」

살다파나는 한번 웃었다. 선계대사는 또 사명사(四明寺)의 대장(大璋)화상을 방문하고 말하였다.

「밝은 빛이 가는 곳마다 비치니 더위는 물러가고 서늘해지네.」

「앞일은 바라지 말고 지난 일을 생각하지 말라.」

「눈 먼 것이 무어라 하는 고!」

「어제 저녁, 상앗대를 주었으니 급한 여울에 잘 저어 가게 .」

「뱃머리 꼭 붙들고 돛을 높이 달았으니, 한꺼번에 저어가지 무엇이 어려우랴!」

두 사람이 다 같이 할(喝)하자, 곁에 있던 보명(普明)은 담박 깨달았다.

순희(淳熙) 2년(1775) 봄에 선계대사는 제자 보명과 도전(道全)을 데리고 오대산에 갔다가 돌아오던 길에 동천(潼川)의 화생(化生) 나루에 이르렀다. 저쪽 언덕에 오랑사(五郎祠)가 있는데 그 신이 영험이 있다고 동리 사람들이 정성으로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

그 오랑신(五郎神)이 선계대사 가지나가는 줄을 알고 호랑이로 변화하여 언덕 위에 서 있었다.

선계대사는 벌써 알고서 주먹으로 갈겨 붙들고 오랑사에 끌고 가서 호령하였다.

네가 1랑인지 5랑인지

복 주고 화(禍) 주고 하면서

소와 양을 모두 잡아먹는구나!

내 이제 무생법(無生法)을 말하여

원수의 묵은 빚을 벗게 하리라.

그랬더니 신상(神像)이 무너지고 사당은 저절로 불타 마을 사람들이 놀랐다.

순희 4년(117해에 선계대사는 항주(杭州)의 천축사(天竺寺)로 돌아왔다. 습(拾)행인이 지관(止觀)법을 닦고 있었는데 선계대사와는 동향이었으므로 두 사이가 매우 좋았다.

습행인이 선계매사에게 말하였다.

「저는 도솔사(兜率寺)로 갈터인데 스님께서 함께 가시면 어떻겠습니까?」

선계대사는 좋다고 승낙하고 동행하여 소흥(紹興)에 이르러 객주 집에 들었다. 이때, 객주집 주인 왕백공(王伯恭)이 소상(小祥)이라고 하였다. 선계 대사가 말하였다.

「그대는 아버지의 태어난 곳을 아는가?」

「모릅니다. 바라건대 화상의 자비로 아버지의 태어난 곳을 가르쳐 주십시오.」

선계대사는 습행인을 보면서 물었다.

「어떻게 할까? 」

「중생을 구제함이 좋겠나이다. 」

선계대사는 그 집 개를 앞에 불러놓고 말하였다.

「너의 몸은 사람과 다르지마는, 본래의성품은 분명하지 않느냐? 」

개는 눈물을 흘리면서 백공에게 말했다.

「나는 네 아비다. 죄업이 두터워서 이런 몸을 받았다.」

「참말 우리 아버지라면 무슨 죄를 지었나이까?」

개가 말했다.

「나는 평생에 불법을 믿지 않고, 착한 사람을 모함하고 보시를 행하지 않았으며, 남이 보시하는 것을 보면 못하도록 방해하였다.

그런 인연으로 지금 이런 과보를 받았으니 너는 부자의 정리를 생각해서 두 스님께 간청하여 나에게 법을 말하여 이 개의 몸을 벗도록 해 달라.」

백공은 이 말을 듣고 발을 구르고 부르짖으며 스님께 구원해 주기를 빌었다. 선계대사는 개에게 법을 말하였다.

마음이 움직이면 경계가 따라와서

업의 꽃이 무성하고

마음이 공하면 경계도 고요하여

업의 꽃은 저절로 지느니라.

죄와 업이란 정해진 바가 없나니

업도 참된 업이 아니거니

마음이 삿되면 업의 바람이 저절로 생겨나고

마음이 바르면 업의 바람이 저절로 그치느니라.

모든 것이 네 마음으로 되는 것

남이 주는 것 아니니라.

개는 법문을 듣고 고맙게 여기는 듯하더니 밤이 되어 먹지 않고 죽었다.

백공이 출가하기를 원하매, 선계대사는 머리를 깎아 주고 승명(僧名)을 도주(道稠)라 하였다.

선계대사는 임시응변(臨時應變)으로 중생을 구제하였고, 습행인은 정토 행업을 닦아서 극락세계에 함께 왕생하기를 서원하였다.

순희 6년에 선계대사가 어떤 작은 거리에 갔을 적이었다. 김병(金炳)이라는 백정이 양 한 마리를 묶어놓고 칼을 갈고 있었는데 양은 처량하게 울고 있었다.

선계대사가 가엾이 여겨 말하였다.

「나는 복과 지혜를 닦지 않았으므로 이제껍데기를 벗기게 되었구나!」

김 병은 합장하고 섰고 양은 울음을 그치었다. 선계대사는

『사람이 양이 되고 양이 사람 되는 일이 눈 깜짝할 사이이니라.」

능가경에 말하기를

「일체 중생이 끝없는 옛적부터 나고 죽기를 바퀴 돌듯 하면서, 혹은 부모도 되고 형제도 되고 아들도 되고 딸도 되고 권속도 되고 친구도 되고 시종도 되었다가 다시 몸을 바꾸어 새와 짐승이 되는 것이거늘, 어찌하여 잡아먹겠는가? 」

하였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자비하신 마음으로 살생하는 일을 차마 볼 수 없어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이 어두운 곳으로부터 어두운 곳으로 들어갔으니, 이 몸의 껍질로 갚되 남의 것 여덟냥을 빌었으면 반드시 반근으로 갚아야 하느니라.」

하였다. 만일 허망함을 돌이켜 참된 곳으로 나아가고, 어두운 곳으로부터 밝은 곳으로 들어가려거든 마땅히 삼보에 귀의해야 하느니라.』

김 병이 이 말을 듣고 너무 기뻐 합장하고 예배하면서 처자를 버리고 출가하기를 원하였다. 선계대사는 김 병의 머리를 깎고 계를 설하여 주고 이름을 가화(可化)라고 지었다.

그 후에 가화가 석교(石橋)를 참배하려고천태산으로 가던 길에 도둑을 만났다. 도둑이 물었다.

「어디 가는 놈이냐?」

「석교에 참배하러 가노라.」

도둑들은 가화의 행리를 수색하여 돈을 빼앗고 뺨을 때렸다. 가화가 말했다.

「이 원수야, 어찌하잔 말이냐?」

「이것이야말로 원수로다 ! 」

하면서 나무에다 가화를 비끄러매고 살가죽을 벗기려 하였으나 늙은 도둑이 말하였다.

「저 사람은 출가한 스님이니 죽이지 말라 .」

그러고 놓아 주었다. 가화가 절에 돌아가서 선계대사에게 말하니 선계대사가 말하였다

「노승(老僧)이 너를 구원하지 않았더라면 도리어 여덟 량을 갚을 뻔하였구나. 」

가화는 그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크게 깨달았다.

순회 8년에 선계대사는 습행인과 함께 강심사(江心寺)에 갔다가, 용왕묘(龍王廟)의 신이 매우 영험하여 신이 형상을 나타내면 풍랑이 일어나 배가 전복되고 파선되므로 사공들이 항상 걱정한다는 말을 들었다.

습행인은 강심사 주지 요공(了公)에게 말하였다.

「부처님이 계실 적에 문수보살이 복성(福城)의 동쪽에 가서 경전을 말씀하였다.

그때 바다에 있던 한량없는 용왕들이 와서 법문을 듣고서 용의 세상을 싫어하게 되어 불도를 구하여 용의 몸을 버리고 인간과 천상에 태어났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횡포한 짓을 하는 용을 항복받을 이가 없겠는가?」

요공이 말했다.

「선계대사가 계시니 그대는 한번 상의하여 보라. 」

선계대사는 습행인의 청을 듣고 용왕묘에 가서 꾸짖었다.

「내가 일찍 너에게 미묘한 법을 말하여 용의 몸을 버리고 인간과 친상에 나라고 하여였는데 너희들이 성내는 마음이 많아서 또 나쁜 세상에 빠졌구나. 네가 옛날의 원력을 잊지 않았거든 삼보에 귀의하여 가람을 옹호하라. 그러면 이 나쁜 세상에서 벗어나리라.」

이 말을 마치매 용왕의 등상이 저절로 부서졌다.

순희 10년(1183) 가을에 이웃에 사는 허맹현(許孟賢)이 모친의 상을 만나 선계대사를 청하여 천도해 달라 하였다. 선계 대사가 말했다

「나는 요새 와서 암탉 고기를 좋아하는데, 댁에 암탉이 있단 말을 들었노라.」

「불사를 마치고 받들어 공양 하리이다. 」

선계대사는 가부좌하고 앉아서 자제(怒濟) 삼매에 들어 육도(六道)를 살펴보았다.

그 때 그 집 암탉이 담을 넘어 이웃집으로 날아갔는데 이웃집에서 삶아 먹었다. 맹현의 꿈에 모친이 현몽하여 말하였다.

「나는 전생의 업장이 두터워 축생이 되었다가 이제 보살의 제도를 받아 정토에 하노니, 너는 잊지 말고 선계대사에게 하여라. 」

맹현이 선계대사에게 꿈 이야기를 하였다.

「그대는 이제 신심이 생기는가? 착한을 지으면 좋은 과보를 받고 악한 짓을 하면 나쁜 과보를 받느니라.」

맹현은 그 말을 듣고 깨달은 바 있어 일심으로 정토의 업을 닦더니, 죽을 때 향기가 방안에 가득하였고, 가족들은 번개(幡蓋)가 서쪽에서 와서 영접하여 가는 것을 보았다.

순희 11년 8월에 선계대사가 창국(昌國)여인을 만났다.

「왜 그렇게 슬피 우는가?」

「제가 여러 번 자식을 낳았으나 한번도 기르지 못했습니다. 무슨 까닭입니까?」

과거의 업보로 얽힌 원수를 그대가 알고자 한다면 내가 그 원수를 불러서 그대와 만나게 하리라.

「저는 여자의 몸이라 그런 원수를 알지 못 하오니 스님의 지시를 바라나이다.」

대나가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키니, 큰 구행이가 땅을 뚫고 나와서 눈을 번쩍거렸다. 여인은 깜짝 놀랐다.

「너는 무서워하지 말라. 저것이 너의 딸이니라. 」

구렁이가 사람의 말을 했다.

「당신이 나를 죽이지 않았소! 」

「내가 언제 너를 죽였느냐?」

「당신은 딸을 물에 빠뜨리던 일을 잊었군! 내가 그때 물에 빠져 죽은 딸이오.

언제고 당신에게 원수를 갚으려 하였으나 명부(冥府)에서는 당신이 돈을 내어 길을 닦은 공이 있다고 하여서 지금까지 당신을 죽이지 못하게 했소. 그러나 지금은 문수보살의 계를 받았으매 다시는 원수를 갚으려 아니하겠소. 」

말을 마치고 구렁이는 어디론지 가버리고 그 여인은 대사에게 예배하고 물러갔다.

소희(紹熙) 3년(1192) 12월에 선계대사는 성남(城南)으로 가는 도중에 나귀를 타고 가는 진천여(陣天與)를 만났다.

대사가 탄식하되

「아들은 아비의 등에 타고 아비는 아들의 채찍을 맞는구나.」

하니, 나귀가 듣고는 껑충 뛰어서 천여를 땅에 떨어뜨리고 끓어 앉는 것이었다.

선계대사는 노래를 읊었다.

진무영(陣茂榮), 진무영 !

사람을 해치고 부자가 되었으나

불 · 법 · 승 삼보를 믿지 않으니

축생의 과보를 언제나 벗으랴.

나귀는 엎드려 듣더니 사람의 말을 하였다.

「나는 살아서 인과를 믿지 않고 불경을 비방하고 노래나 이야기만 좋아 하였습니다.

또 동리에서 호구(戶H)를 조사정리하면서 백 원을 쓰고는 천 원을 썼다고 속이어 추렴을 거두었으며, 또 자식을 속이고 돈 1백관을 주고 젊은 기생을 첩으로 삼아 흥청거렸더니, 죽은 뒤에 두 번이나 소가 되어 동리 사람에게 빚을 갚느라고 일곱 번 주인을 바꾸었고, 또 죽어서는 다시 나귀가 되어 자식의 빚을 갚느라고 자식의 채찍을 받으면서도 말을 못하고 꾸욱 참았습니다.

이제스님께서 일러주신 단 이슬 같은 법문을 들고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라건대 스님께서 자비를 베푸시어 저의 죄업을 씻어주시고, 해탈을 얻어 축생에 태어나지 않도록 해 주소서 .」

천여는 이 말을 듣고 통곡하면서 대사에게 애걸하였다.

「바라옵건대 고통을 구원하시는 법문을 열고, 이 나귀의 몸을 벗게 하소서 .」

선계대사는 법을 말하였다.

「모든 법은 이름을 빌리었을 뿐, 진실한 것이 아니다. 허망한 마음이 생기므로 이상한 모양이 나타나느니라.」

나귀는 이 법문을 듣고 크게 소리 지르고 곤두박질하여 죽었다. 천여는 염습하고 관에 넣어 장사 지냈다. 천여의 꿈에 아버지가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전세의 죄업으로 짐승의 몸을 받았으나, 문수보살의 법문을 듣고 벗어났노라.」

천여는 양무제의 「자비참」을 행하고 법화경을 읽으면서 선계대사에게 설법을 청하였다. 선계대사는 법상에 올라앉아 법을 말하였다.

「불보 ·법보 ·승보를 삼보라 하나니, 삼보의 이름은 다르나 그 실상은 한 모양이며, 모양을 떠난 것이어서 오직 청정하고묘한 마음이니라.

묘한 마음이 아니면 참된 중이 될 수 없고, 참된 중이 아니고는 바른 법을 말할 수 없으며, 바른 법이 아니면 부처의 지위를 증득할 수 없나니, 다만 자기의 마음이요. 다른 곳에서 구할 것 아니거늘, 너의 아비는 삼보를 믿지 않았으므로 축생이 되었느니라.

법화경에 말하기를 『만일 약대가 되거나 나귀로 태어나면, 몸에 항상 무거운 짐을 지고 채찍을 맞으며, 풀이나 물 탓으로 그런 죄보를 받는다.』하였느니라. 그대가 이미삼보에 귀의하고 경을 읽고 참회하므로 해서, 그대의 아버지가 축생에서 벗어났으니 아득하던 마음이 다시 밝아질 것이 의심 없느니라. 」

이렇게 말할 적에 허공에서 외치는 소리가 있었다.

「문수보살이 좋은 법문을 말하도다.」

하였고, 천여의 꿈에 아버지는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두 가지 업보를 이미 해탈하였노라. 세상 사람들에게 말하노니, 삼보를 공경하고 경전을 읽어서 희유한 생각을 가지고 게으르지 말라. 어찌하다 세상 사람들, 그 묘한 이치를 아는 이 없으므로 나쁜 세상에 빠지는 이는 많고 해탈을 구하는 이는 적구나!」

이듬해에 천태군이 가물어 다섯 달 동안비가 내리지 아니하자, 절름발이를 불에 태우고, 무당이 볕을 쪼이며 산천에 기도하였으나 영험이 없고, 뙤약볕에 돌이 녹는 듯 하였다. 군수 조방언(趙邦彦)이 성황신(域隍神) 등상을 뜰에 내어놓고 책망하였다.

제때에 비를 내리지 않으니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백성의 생명을 생각지 않음은

직책을 감당치 못함이니라.

이날 저녁에 성황신이 이렇게 현몽하였다.

「용이 비를 내린다 하거니와, 상제의 명령이 아니면 마음대로 비를 내리지 못하는 줄을 당신이 모르는구려. 이 성 동쪽에 도솔사(兜率寺)가 있고, 그 절에 선계사리(善戒奢梨)가 있는데 그가 문수보살의 후신이오. 비를 내리게 할 수가 있으니 그에게 가서 청하시오.」

조군수가 이 꿈을 꾸고는 목욕재계하고관속을 거느리고 도솔사에 가서 시자 도주(道稠)에게 청하여 군수가 뵈오려 왔다는 뜻을 알렸다.

그때 선계사리는 술이 대취하여 먹은 것을 토하였다.

관속들이 그런 사실을 말하였으나 군수는 들은 체도 않고 선계사리가 있는 방에 갔더니, 이상한 향기가 자욱하였고 승속이 들어가 보고 제각기 놀랐다. 선계사리가 물었다.

「군수 영감이 어떻게 오셨소? 」

「제가 전세에 조그만 선근을 심은 연고이온지 국록을 먹게 되옵고, 칙명을 받자와이 고을에 왔더니 가뭄이 심하여 백성이 견딜 수 없삽고, 임금이 박덕하고 정사가 잘못된 탓이 온지 하늘이 재앙을 내려 신하들마저 들끓고 있나이다.

그리하오려 하오니, 바라건대 자비하신 마음으로 굽어 살피옵소서. 듣자온즉 하늘이 비를 내려 시절이 풍년드는 일을 스님이 맡으신다하오니, 바라옵건대 단비를 내리어 만민의 걱정을 쉬게 하소서 .

천만번 비옵나이다.」

말을 마치고 두 번 절하였다.

「영감은 걱정 마시오. 보람이 있으리다!」

군수는 물러갔다.

스님은 붓을 들고 무슨 글을 써서 불사르니 곧 비가 내려 사방이 흡족하고, 7월에 파종하여 오곡이 대풍 하였다.

<문수성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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