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두 태자가 수도한 일
자장스님이 당나라로부터 신라에 돌아온 후, 신라 정신(淨神)대왕의 태자 보천(寶川) · 효명(孝明) 형제가 하서부(河西府)에사는 세헌각간(世獻角干)의 집에 이르러 하룻밤을 쉬고, 이튿날 천여 명의 신하들을 데리고 성오평(省烏坪)에 가서 여러 날 유람하였다. 하루는 두 형제가 가만히 언약하고 아무도 모르게 오대산에 들어가 숨어버렸고, 신하들은 태자의 간 곳을 모른 채 서울로 돌아갔다. 두 태자가 산중에 들어가니 땅 위에 청련화가 핀 곳이 있었다.
형 태자가 암자를 그곳에 짓고 사니 보천암이요, 거기서 동북으로 6백보를 가서 북대의 남쪽에 또 청련화가 피었으므로 동생 태자가 암자를 짓고 살면서 부지런히 도를 닦았다.
하루는 두 태자가 봉우리에 올라가 예경하는데 동대의 만윌산(滿月山)에는 1만 관세음보살의 진신이 계시고, 남대의 기린산(麒纖山)에는 8대보살을 우두머리로 1만지장보살이 계시고, 서대의 장령산(長嶺山)에는 무량수여래를 우두머리로 1만 대세지보살이 계시고, 북대의 상왕산(象王山)에는 석가여래를 우두머리로 5백 아라한이 계시고, 중대의 풍로산(風盧山)에는 비로자나불을 우두머리로 1만 문수보살이 계시었다. 두 태자는 낱낱이 예경하였다.
날마다 인시(寅時)에는 문수보살이 진여원(眞如院)에 오시어서 여섯 형상으로 변화하니, 혹은 부처님의 얼굴로 변하고, 혹은 보배 구슬 모양이 되고, 부처님의 눈 모양, 부처님의 손 모양, 1만 부처님의 머리 모양. 1만의 등 모양, 금다리(金橋) 모양,금북 보양, 금종 모양, 신통한 모양, 금누각 모양, 금바퀴 모양, 금강저 모양, 금독 모양, 금비녀 모양, 5색의 광명 모양, 5색의 원광(圖光)모양, 길상초(吉祥草) 모양, 청련화 모양, 금밭 모양, 은밭 모양, 부처님 발 모양, 번개 모양, 여래가 솟아오르는 모양, 지신(地神)이 솟아오르는 모양, 금봉황 모양, 금까마귀 모양, 말이 사자 남는 모양, 닭이 봉 낳는 모양, 푸른 용 모양, 횐 코끼리 모양, 까치 모양. 소가 사자 남는 모양. 뛰는 멧돼지 모양, 푸른 뱀 모양으로 변화했다.
두 태자는 이런 신통을 보고 우통수(于筒水) 물을 길어다가 차를 달여서 문수보살게 공양하고 밤에는 각각 암자로 가서 도를 닦았다.
정신왕의 동생이 왕의 자리를 다투므로 백성들이 폐위하고 장군 네 사람을 오대산으로 보내어 태자를 맞게 하였다.
네 사람이 오대산에 들어서니 5색 구름이 7일 동안 산에 덮이었으므로 두 태자가 있는 곳을 곧 알게 되었다. 네 장군은 암자로 찾아가서 노부(蓾簿)를 벌려 세우고 두 태자에게 환웅하기를 청하였다. 보천태자는 울면서 사양하므로 그들은 효명태자를 받들고 돌아가 임금으로 모셨다.
신룡 원년(神龍元年) 을사(705) 3월에 효명대왕은 오대산에 진여원을 중건하면서 백관을 거느리고 와서 전당과 요사채를 짓고 문수보살을 조성하여 봉안하였다.
<三國遺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