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중허마하제경(佛說衆許摩訶帝經) 제06권

불설중허마하제경(佛說衆許摩訶帝經) 제06권

그 때 보살은 곧 아라나가라마(阿囉拏迦羅摩)의 처소로 가서 도법(道法)을 배우려 하여 닿은 뒤에 합장하여 추켜들고서 질문하였다.

“당신의 종파에서 행하는 법은 그 이치가 어떠한 것입니까?”

아라나가라마가 말하였다.

“나는 옛날 힘써 나아가며 선정과 지혜를 닦고 익히어 유상천(有想天)의 삼마지(三摩地) 문까지 이르러서 모두 통달하고 있는데, 당신은 어째서 모르십니까?”

보살은 즉시 생각하기를, ‘아라나가라마가 얻은 지혜와 유상천의 삼마지 문은 진실이요, 헛된 것은 아닐까’ 하다가, 다시 생각하기를, ‘나는 이 법을 어떻게 하여 아직 얻지 못할까’ 하자, 잠깐 만에 선정과 지혜를 모두 얻어 성취하였으므로 말하였다.

“당신의 종파에서 행하는 법을 이제 나는 이미 얻었습니다.”

때에 아라나가라마는 저 보살이 얻어진 법을 자세히 살폈더니, 사실이요 그릇됨이 없었으므로 존중하고 공경하며 자기의 옛 스승과 같이 여기고서 가장 으뜸가는 향과 꽃과 진기한 과일로써 일심으로 공양하였다.

보살은 다시 생각하기를 ‘이제 이 행하는 법은 마지막이 못되므로 바른 도는 되지 않는다’ 하고, 곧 버리고 떠나가서 오나라가라마자(烏捺囉迦囉摩子)의 처소로 나아가 법과 행을 배우고 닦으려 하여 닿은 뒤에 엎드려 예배하고 합장하고 물었다.

“당신이 얻으신 법의 이치는 어떠한 것입니까?”

이 때에 오나라가라마자는 말하였다.

“나는 옛날 힘써 나아가며 지혜를 닦고 익히어 비비상처(非非想處)의 삼마지 문까지 이르렀는데 오래 전에 이미 증득하였습니다. 당신은 어째서 모르십니까?”

보살은 듣고서 곧 그 사람이 닦았던 지혜와 비비상처의 삼마지문을 자세히 살폈더니, 헛되거나 잘못이 없었으므로 다시 생각하기를, ‘나는 이 법을 어찌하여 아직 얻지 못할까’ 하고, 이 생각을 할 때에 모두 얻어 성취하였으므로 곧 말하였다.

“당신의 법과 행을 나도 이제 얻었습니다.”

이 때에 오나라가라마자는 마음에 아직 믿지 못하겠는지라 진실한 뜻으로 자세히 살폈더니, 사실이요 그릇됨이 없었으므로 존중하고 공양하기를 본래의 스승보다도 더하였다.

그 때 보살은 또 생각하기를, ‘이 법과 행 역시 마지막이 못되며 참된 깨달음의 길이 아니니, 속히 그를 버리고 따로 밝은 도를 구하여야겠구나’라고 하였다.

이 때에 정반왕은 정전(正殿)에 나아가서 태자를 생각하며 아직도 머무르는 데를 모르겠으므로 뜻에 근심과 괴로움을 품고 있는데 측근의 신하가 아뢰었다.

“왕사성을 떠나서 오나라가라마자의 처소로 가셔서 홀몸으로 돕는 이 없이 도의 법을 부지런히 구하고 계신다 하옵니다.”

왕은 듣고서 마음에 더욱 슬퍼하면서, 즉시 친한 사람들 3백을 거기로 보내서 수종하게 하였고, 이 때에 천지성(天指城)의 소발라몰타왕 역시 2백 인을 거기로 보내서 수종하게 하였다.

이 5백 인이 닿아서는 발에 예배하고 우러러보자, 보살은 생각하기를, ‘왕궁을 버리고 산의 고요한 데 살면서 뜻을 묶고 닦아 익히며 단 이슬의 열반을 구하였더니, 이제 이 사람들이 밤낮 번잡하게 굴어서 거룩한 도를 방해하는구나’ 하고, 오직 친척 5인 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나라로 되돌려 보냈다.

보살은 즉시 이 다섯 사람을 거느리고 오로미라서나야니(鳥嚕尾螺西囊野禰)라는 아야(誐耶) 신선의 마을로 가서 근처를 거닐면서 고요함을 익힐 만한 처소를 살펴보았더니, 니련하(尼連河)에 이어서 하나의 임야가 보이는데 땅과 흙이 펀펀하고 바르며 나무가 그윽하고 고요한 것이 마치 달이 맑고 시원한 것과 같았으므로 거룩한 땅[聖地]이라 부를 만한지라 다섯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선남자들아, 만약 사람이 여기서 여러 맑은 행을 닦는다 하면, 아직 적멸(寂滅)을 증득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오래지 않아서 증득하겠다. 나는 이제 여기에 의지하고 머물러서 위없는 도를 구하리라.”

곧 나무 아래에 가부하고 앉으며 선관(禪觀)을 배우고 닦되, 입을 다물고 이를 물며 혀는 잇몸에다 대고서 마을을 거두어 잡는 것을 마치 손으로 물건을 쥔 것과 같이 하자, 한참 동안을 지나서야 털구멍에서 땀이 나는데도 힘써 나아가며 물러나지 아니하였더니, 생각과 선정이 서로 응하였으므로 오로지 한 마음을 쏟아서 번뇌 없는 것을 끌어내어 작용 않게 하였다.

다시 따로 선관을 닦으며 가부하고 앉아서 입을 다물고 눈을 감고 혀는 위 잇몸에다 대고서 숨을 중지하여 쉬지 않게 하자, 한참 있다가 기가 막히고 머리가 매우 아픈 것이 마치 송곳으로 뇌수를 쑤시는 것과 같은 이런 큰 고통을 받았으나 마음이 뒤바뀌지 않고 또한 산란하지도 아니하며 굳건하게 힘써 나아갔더니, 생각과 선정이 앞에 나타나므로 오로지 한 마음을 쏟아서 번뇌 없는 것을 끌어내어 작용하지 않게 하였다.

이렇게 하여 내고 들이 쉬는 숨기운을 점차 운동하였더니, 머리 정수리의 아래서부터 두 귀에 이르기까지 고통이 더욱 더하여 마치 지옥의 고통과 같았으나, 보살은 그때에 마음이 뒤바뀌지 않고 역시 산란함이 없어 부지런히 깨우치고 매우 날카롭게 하였더니, 생각과 선정이 앞에 나타나므로 한 마음을 오로지 쏟아서 번뇌 없는 것을 끌어내어 작용하지 않게 하였다.

또 다시 숨을 그치고 바깥에 보고 듣는 것을 잊어버리자, 숨기운이 장부에 쌓여서 온몸이 부풀어 올랐으므로 괴로움이 지극하여 견 줄 수가 없었으나, 보살은 그 때에 마음이 뒤바뀌지 않고 역시 산란하지 아니하며, 굳건하게 닦고 익혔더니 생각과 선정이 앞에 나타나므로 오로지 한 마음을 쏟아서 번뇌 없는 것을 끌어내어 작용하지 않게 하였다.

이렇게 닦기를 마치고 또 생각하기를 ‘나는 지금으로부터 먹고 마시는 것을 끊으리’라고 하자, 때에 어떤 천자가 멀리서 이미 살펴서 알고는 보살에게 말하였다.

“저는 이 육신의 털구멍 안에 천상의 미묘하고 진기한 음식이 있으므로 공양해드릴 만합니다.”

보살은 말하였다.

“내가 먹는 것은 본래 맵고 냄새 나는 것이 아니며, 음식이 그대의 몸에서 나온 것 역시 깨끗하지 못하나니 만약 나에게 먹게 하면 반드시 지옥에 떨어지리라.

천자가 다만 지방에 있는 그대로의 쌀과 콩만으로 한다면 그대에게 많거나 작거나 간에 허락하리니, 그것으로써 공양을 받들어 바치면 나는 곧 받으리라.”

그러자 천자는 분부를 받들고 곡식으로써 음식을 만들었으므로 보살은 먹었고, 몸은 파리해지고 얼굴은 야위었으나 마음만은 괴로움이 없고 또한 물러나지도 아니하면서 힘써 나아감의 뜻을 내었더니, 생각과 선정이 앞에 나타나므로 오로지 한 마음을 쏟아서 번뇌 없는 것을 끌어내어 작용하지 않게 하였다.

또 먹는 것을 절제하자 몸은 더욱 파리하고 나빠져서 두 눈은 움푹 파여 마치 우물에 별이 나타난 것과 같았으나, 보살은 그 때에 마음이 괴로움이 없고 또한 물러나지도 아니하면서 힘써 나아감의 뜻을 내었더니 생각과 선정이 앞에 나타나므로 오로지 한 마음을 쏟아서 번뇌 없는 것을 끌어내어 작용하지 않게 하였다.

또 먹는 것을 감하여 극히 적게 하여 혹은 콩 한 톨과 깨 한 낱과 쌀 한 알이며 보리 한 개로 하기도 하였으므로 이렇게 먹은 뒤에는 몸의 힘이 더욱 없어져서 다니거나 걷거나 할 적에는 일어나서는 넘어지고 일어나서는 넘어지고 하였다.

그 때에 보살은 힘써 나아가며 물러남이 없자 생각과 선정이 앞에 나타났으므로 오로지 한 마음을 쏟아서 번뇌 없는 것을 끌어내어 작용하지 않게 하면서 다시 생각하기를 ‘이 행은 참된 것이 아니므로 아직 마지막에 이르지 못 하였구나’라고 하였다.

이 생각을 할 때에 세 천자가 있다가 보살의 앞에 나와서는 그 형용이 고달프고 변하여졌음을 보고서 저마다 보살의 얼굴 모습이 같지 않게 말하되, 혹은 ‘검은 빛깔’이라 말하기도 하고 혹은 ‘자줏빛을 띤 녹색’이라고 하기도 하였으므로, 보살은 듣고서 다시 생각하기를, ‘나는 여기에서 이렇게 애써 고생하며 얼굴빛이 변하여졌지만 마침내 얻는 바가 없구나. 만약 바른 깨달음을 구하자면 어찌 적게 먹는 데에 있겠느냐. 바른 소견이 서로 응하고 가짐과 버림을 잊을 수 있어야 이것이 바른 보리요, 이것이 참된 마지막이리라. 마치 축축한 땔나무가 비록 물을 불었다 손치더라도 만약 타는 불을 만나면 반드시 왕성한 불꽃이 생기는 것과 같고, 또 바라문이 집에서 비록 욕심을 행한다 손치더라도 마음에 집착한 바가 없으면 역시 해탈할 수 있는 것처럼 나도 이제 그러하여 만약 바른 법에 의지하고 마음에 집착한 바가 없으면 반드시 보리를 증득하리라’고 하였다.

이 때에 정반왕은 저 태자가 산과 들 가운데 있으면서 애써 고행을 하며 날마다 깨와 보리를 먹고서 위없는 보리를 구하고 있음을 알고 눈물을 흘리며 슬피 울면서 마음에 괴로워하다가 소발라몰타왕과 함께 각각 250인씩을 보내면서 모시고 호위하며 심부름하게 하였다.

이 때에 야륜타라가 갑자기 아이를 뱄으므로 왕은 곧 궁인과 권속들에게 타이르기를, “지금부터는 태자가 산에서 고행을 한다는 일을 말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그가 괴로워하여 배 안의 아이에게 해가 될까 염려해서였다.

그 때 보살은 시타림[尸陀林] 속으로 가서 오른 옆구리를 대어 시체를 베고 발을 포개고 누워서 생각하기를 ‘세간은 함이 있어서[有爲] 나고 죽는 것이 마치 개미가 고리를 돈 것과 같아서 다함이 없구나’ 한 뒤에, 다시 앉아서 삼마지에 들었다.

이 때에 사내아이와 계집아이들이 숲 아래 와서 보살을 쳐다보는 데도 눈을 감고 움직이지 않는지라, 손으로 나뭇가지를 잡고 보살의 귀를 쑤셔서 양 쪽의 귀까지 꿰뚫으면서 모두가 함께 말하였다.

“이런 먼지와 흙 같은 귀신은 가까이하지도 말자.”

곧 모래와 돌이며 기와 부스러기를 보살의 몸에 던지면서 저마다 떠나가 버렸는데, 잠깐 동안 지나서 삼마지에서 나오자 바른 생각[正念]이 앞에 나타나므로 몸과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서 또 생각하기를 ‘이제 이렇게 하는 일 역시 바른 행이 아니므로 위없는 도에 서로 응하지 않는구나. 생각건대 옛날 태자이었을 적에 잠깐 왕궁을 나와 섬부수(贍部樹) 아래 가서 삼마지에 들었더니 그것이야말로 깨끗하고 죄와 때를 멀리 떠났으며 모든 더럽고 나쁜 것이 없고 선근이 생겼었다. 거기에서의 수행이 반드시 도의 결과를 원만히 하겠구나’ 하고 이런 생각을 한 뒤에 곧 몸을 일으켜 앞으로 나아가려 하였으나 기력이 모자라서 일어날 수조차 없었으므로, 곧 향기름을 그의 몸에 바르고 목욕하여 잠을 자고 몸과 마음을 편안히 알맞게 하였더니 힘이 불어났다.

이 때에 거기의 다섯 사람은 서로가 말하였다.

“옛날에 태자는 전륜왕위를 버리고 가비라성을 나와서 산과 들 가운데 들어가 오랫동안 고행을 하였기에 도의 결과가 성취되려 하였는데, 절개가 굳건하지 못했으니 무엇을 지금에 기대하겠느냐.

멋대로 마시고 먹으며 향기름을 몸에 바르고 몸을 씻고 하면서 편안히 잠이나 자는데 이렇게 타락하고서 어떻게 뛰어나가겠느냐.

우리들은 여기서 헛되이 그 공만을 손해하였구나. 듣건대 바라나국(波羅奈國)에 녹야원(鹿野園)이 있고 아라한인 성인들이 언제나 그 안에서 머무른다 하니, 그곳으로 가서 저마다 밝은 도를 구하여야겠다.”

그 때에 보살은 니련하의 물에서 목욕을 하였는데, 몸이 야위고 힘이 약해서 발을 옮기기조차 어려워지자 언덕의 나무가 가지를 드리워주므로 잡고 나와서는 곧 서나야니(西曩野你)라는 마을로 갔었다.

그 마을의 안에 두 계집아이가 있어서 첫째의 이름은 난나(難那)요, 둘째의 이름은 난나말라(難那末羅)이었는데 몸의 빛깔이 단정하고 마음과 성품이 인자하고 착하였다.

그 동안에 태자가 설산의 아래 바의라지(婆儗囉厎)의 물가 가비라 신선의 처소에 있으면서 맑은 행을 배우고 닦으며 서른두 가지 상호가 갖추었고 복과 덕으로 장엄되었음을 듣고서 깊이 마음에 기뻐하고 사모하여 배필이 될 것을 원하면서 보시로 복을 닦으며 소원이 성취되기를 구하였다.

그 때 계집아이들은 니련하의 강가에서 고행하는 신선이 있음을 듣고 드디어 정성을 내어 젖죽을 보시하려 하여 곧 천 마리의 소를 두 편으로 나누어서 5백 마리 소의 젖을 짜서 다른 5백 마리 소에게 마시게 하고, 다시 5백 마리를 두 편으로 나누어서 250마리 소의 젖을 짜서 다른 250마리 소에게 마시게 하여 이렇게 나누어서 마시게 하기를 여덟 마리에 이르기까지 반씩으로 하고서는 다시 여덟 마리 소의 젖을 짰었는데 가장 진하였으므로 파리(玻璃)의 그릇을 사용하여 젖죽을 쑤었더니, 젖죽의 위에 사야제가만(莎惹帝迦萬)의 글자와 천의 수레바퀴살 형상이 나타났는데, 이 때에 어느 한 사람이 이 수레바퀴 형상을 보고서 생각하였다.

‘만약 사람으로서 먹게 되면 빨리 위없는 보리의 과위를 증득하겠구나.’

곧 계집아이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굶주려 있으니, 젖줄을 나에게 보시하셔야 하오.”

계집아이들은 말하였다.

“우리는 이 음식을 만들어서 고행하는 신선에게 베풀 것이므로 당신이 받으실 수는 없습니다.”

이 때에 천주 제석이 즉시 몸을 변화하여 바라문이 되어서는 계집아이들의 앞에서 있자, 계집아이들은 젖죽을 보시하려 하므로 바라문은 말하였다.

“나는 감히 받지 못합니다. 세상지기[世主]이신 거룩한 분이 계시니 공양을 드려야 하리다.”

계집아이들은 다시 물었다.

“세상지기는 어느 사람이십니까?”

바라문은 말하였다.

“여기에서 멀지 않는 데에 대범왕이 계십니다.”

계집아이들은 말을 듣고 곧 그 곳으로 나아가서 죽을 받들어 드리자, 대범왕은 말하였다.

“나는 감히 받지 못하느니라. 정광 천자(淨光天子)가 계신데 맨 위이시고 아주 훌륭하시니, 그대들은 공양하여라.”

계집아이들은 다시 거기로 가서 죽을 보시하자, 정광 천자는 말하였다.

“나는 감히 받지 못하느니라. 한 보살이 계셔서 니련하의 물에서 목욕하시고 몸에 기력이 모자라서 손으로 나무를 잡고 물 언덕의 위로 나오셨는데 가사 옷을 입고 장차 부처님의 과위를 이루려 하고 계시니 만약 공양하게 되면 크고 뛰어난 이익을 얻으리라.”

계집아이들은 듣고 즉시 달려가서 발우에 담은 죽을 경건한 마음으로 바치자, 보살은 잠자코 그 공양을 받아서 잡수신 뒤에 발우를 던지매 니련하에 들어가므로 용왕이 앞에 와서 발우를 가지려 하니, 제석이 몸을 변화하여 금시조가 되자 용은 곧 놀라며 물러나는지라 제석이 발우를 얻어서 도리천에 안치하고 탑을 이룩하여 공양하였다.

그 때에 보살은 두 계집아이들에게 물었다.

“이 젖죽을 보시하고서 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계집아이들은 대답하였다.

“저희들은 듣건대 설산의 근처인 바의라의 물가 가비라 신선이 사시는 곳에 정반왕의 아드님이 계시는데 몸의 형상이 단정 엄숙하여 장차 전륜왕이 되리라 하니, 남편을 삼고 싶나이다.”

보살은 말하였다.

“그 동자는 일찍이 맑은 행을 닦아서 욕심을 여의고 깨끗하니라. 이름은 일체의성(一切義成)이며 머지않아서 보리를 얻을 터인데 어떻게 그를 남편으로 삼겠느냐.”

계집아이들은 듣고서 잠자코 서 있었다.

보살은 몸을 일으켜 한 석산으로 올랐더니 가파르고 깎아질렀는데도 나무와 숲이 매우 많았으므로, 여기에 편안히 앉자마자 잠깐 만에 산이 무너지는지라 보살은 놀라고 괴이히 여기면서 “이것 무슨 일일까?” 하는데, 이 때에 정광 천자가 보살에게 아뢰었다.

“온갖 행이 이제야 원만하셔서 네 가지 지혜[四智]를 성취하려 하시는데, 이 땅은 복이 얇아서 이겨내지 못합니다. 여기에서 멀지 않는 데에 금강좌(金剛座)가 있는데 삼세의 여래께서 바른 깨달음을 이루신 곳입니다.”

보살이 곧 나아가자 천인이 앞을 인도하는데 발 아래서 연꽃이 나고 바닷물은 넘쳐흐르며 대지가 떨치는 메아리 소리는 마치 종을 두드리듯 하므로 보살은 천천히 걸어서 하나의 큰 굴에 닿았다.

안에는 검은 용이 있어서 예부터 두 눈이 없었는데, 땅이 진동하는 것과 바닷물 소리를 듣고 즉시 굴을 나왔더니 두 눈이 단번에 밝아지며 보살의 몸 형상이 단정하고 엄숙하여 빛남이 무더기의 해보다 더함을 보게 되고서 용은 크게 기뻐하며 쳐다보고 우러러 흠모하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땅 울리고 바닷물이 함께 소리 내는지라 
저는 이제 듣고서 빨리 궁전 떠났더니 
갑자기 광명 얻어 여래를 뵙고 
일심으로 우러르며 기쁨을 내옵니다.

그 때 용왕은 보살에게 말하였다.

“기억하건대,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을 적에 저의 두 눈이 함께 광명을 얻어서 그 세존을 뵈었었더니 이제 또한 그와 같이 다시 눈을 뜨게 되어서 부처님 몸의 형상을 뵈었나이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는 옛날 부처님의 큰 위덕을 입어서 
저에게 상호 지닌 몸을 뵙게 했었기에 
반드시 모니(牟尼)이신 도 깨친 이 만났더니 
부처님 뵙자 단정하기 역시 그러하옵니다.

그 때 보살은 금강좌에 닿으려 하여 먼저 오른 발을 올려서 걷는 것이 마치 큰 소와 같았고 몸은 보배 산과 같았는데, 가사는 움직이지 않고 마음은 허공과 같으며 얼굴은 만월과 같고 금빛은 번쩍거리며 큰 법의 약이 쌓이고 신령스런 날짐승과 기이한 길짐승이 오른편으로 돌며 따라 돌았다.

이와 같은 열 가지의 상서로움이 있으므로 보살은 생각하기를, ‘길상초(吉祥草)로써 금강좌에 깔리라’ 하고 천주 제석이 즉시 몸을 변화하여 향취산(香醉山)에 가서 부드럽기가 마치 도라솜과 같은 길상초를 가져다가 그 풀을 보리수 앞에 나아가서 금강좌 위에 깔았다.

그 때 보살은 상호 지닌 몸을 일으켜 금강좌에 올라가서 가부하고 앉으면서 서원을 세웠다.

“나는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똑바로 번뇌를 끊는 데[漏盡]까지 이르리라.”

그리고는 바른 뜻으로 마음을 얽매고 삼마지에 들었다.

이 때에 악마의 궁전에는 두 가지의 기(旗)가 있어서 첫째 것의 이름은 희상(喜相)이며, 둘째 것의 이름은 의상(疑相)이었는데 움직이면 나타나는 조짐이 있었다.

이 때에 의상의 기가 갑자기 요동하므로, 악마는 보고서 놀라고 의심하며 불길함이 있으리라 염려하면서 곧 형상을 자세히 살폈더니, 정반왕의 아들 실달다가 금강좌에 앉아서 위없는 깨달음을 구하고 있음을 알았다.

이 때에 악마 파순(波旬)은 질투심을 내어 몸을 변화시켜 사람이 되어서는 거짓으로 정반왕의 글을 만들어서 보살의 앞에 다가와 공경하며 문안하였다.

“어떻게 여기에 머물러서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으십니까? 제바달다가 태자의 궁전에 들어가서 마음대로 못된 짓을 행하며 석씨 성바지를 죽이고 있습니다.”

보살은 처음 듣고는 세 가지의 착하지 못한 것, 즉 음욕을 생각하고, 친척을 죽이려하고, 성을 내는 것을 일으켰으나 악마의 하는 짓인 줄 알고는 다시 세 가지의 착한 것, 즉 첫째 욕심을 여의고, 둘째 살생하지 아니하고, 셋째 성냄이 없음을 성취하셨다.

악마는 다시 물었다.

“어째서 이 보리수 아래에 앉아 있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였다.

“나는 위없는 지혜를 구하느니라.”

악마는 말하였다.

“위없는 지혜를 그대가 어찌 얻겠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대는 바로 악마요, 죄인인데도 한번 바라문에게 공양을 베풀고서 오히려 자재로운 과보를 얻었도다.

나야말로 셋의 큰 아승기겁 동안을 지나면서 수없는 백천 나유타 구지의 머리ㆍ눈ㆍ골수ㆍ뇌ㆍ나라ㆍ성ㆍ아내ㆍ아들과 금은의 값진 보배를 버리며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 위없는 지혜를 구하였거늘 어째서 얻지 못하겠는가.”

악마는 말하였다.

“나는 한 번 바라문들의 모임을 베풀어서 부귀의 자재함을 얻었다 함은 그대는 나와 함께 증명할 수 있거니와 그대가 세 큰 아승기겁[大阿僧祇劫] 동안 지나면서 머리와 눈과 골수와 뇌 등을 버리며 중생을 이롭게 하고 위없는 지혜를 구하였다 함은 누가 그대를 증명하겠는가?”

그 때 세존께서는 금강좌 위에서 곧 오른손인 금강 사제가(莎帝迦)의 만자(萬字)와 망만(網鞔)의 상호를 펴서 두려움이 없는 도장을 만들며 지면 위에 대시면서 말씀하셨다.

“나를 위하여 증명할지니라.”

그러자 땅의 신이 땅으로부터 솟구쳐 나오면서 합장하고 부르짖었다.

“악마왕이여, 나는 부처님께서 ‘옛날 세 큰 아승기겁 동안 지나시면서 수없는 백천 나유타 구지의 머리ㆍ눈ㆍ골수ㆍ뇌ㆍ나라ㆍ성ㆍ아내와 아들과 금은의 값진 보배를 버리며 중생을 이롭게 하고 위없는 지혜를 구하였다’ 하심은 진실이요 거짓이 아니니, 그대 악마는 의심하지 마십시오.”

악마왕은 듣고서 마음에 놀람과 두려움을 품으며 잠자코 있다가 생각하기를, ‘만약 보살에게 도를 이룩하게 하면 나의 경계를 침범하고 나의 거룩한 빛을 빼앗으리니, 하늘 궁전으로 돌아가서 따로 못된 꾀를 내리라’ 하고, 곧 변화로 세 딸을 단정하게 장엄시켜서 부처님의 앞에 나가게 하자, 얌전하게 몸을 뒤틀며 거짓으로 우러러보면서 도깨비 노릇을 하려 하므로,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을 쓰셔서 늙은 할미로 변화시켜 머리가 희고 얼굴이 쭈그러져서 누추하고 파리한 것을 거울로 비추어 주매,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히며 물러갔다.

악마왕은 보고서 일이 성취되지 못했음을 한탄하며 마음에 매우 괴로워하면서 즉시 36구지의 귀신과 도깨비 병정들을 거느리되, 몸에는 투구와 갑옷을 입히고 손에는 창과 칼이며 활ㆍ쇠뇌ㆍ견삭 등 갖가지 무기를 가지게 하며, 다시 독룡과 사나운 짐승이며 코끼리ㆍ말ㆍ무소ㆍ범ㆍ이리와 야간 등을모아서는 빨리 무더기로 같이 갔으며, 또 공중에는 우레와 번개와 벼락을 치며 바람과 우박을 때리면서 사면에서 한꺼번에 들이닥쳐 침범하게 하므로 부처님께서는 눈으로 보시면서도 그 어리석고 헷갈린 것들을 가엾이 여기어 인자한 마음의 선정[慈心定]에 드셨다.

바로 그 때에 정광 천자는 공중에서 큰 일산으로 변화하여 온 공중을 덮으며 바람과 우박과 칼과 화살 등의 갖가지 무기를 막자 모두가 하늘의 꽃으로 되었나니, 이른바 우발라꽃ㆍ발납마꽃ㆍ구모나꽃 등이 금강좌를 돌면서 마치 부처님께 공양을 하듯 하였는데 곧 삼마지에서 신통력을 부리어 많은 것을 합쳐서 하나로 만들고 하나를 많은 것으로 만들며 공중에 올라가서 가고 서고 앉고 눕고 하며 몸 위에서 물을 내고 몸 아래서 불을 내며 물 밟기를 땅과 같이 하는 등, 갖가지 신통 변화를 하여 마치셨다.

다시 그들의 포나아라(布捺誐囉)와 삿된 소견ㆍ의혹ㆍ탐냄ㆍ성냄ㆍ어리석음과 그 유정들의 욕심을 여읜 것, 욕심에 집착한 것과 생각이 있는 것과 생각이 없는 것 등이며 근분정(近分定)을 이끌어서 해탈한 것과 해탈하지 못한 것을 자세히 살펴보자, 이와 같은 법들은 통달하여 분명히 알아졌다.

전생 일 아는 신통[宿命通]으로써 악마들과 중생들의 과거의 부모와 1생(生)ㆍ2생ㆍ백생ㆍ천생 내지 증겁(增劫)ㆍ감겁(減劫)과 수없는 겁 동안과, 세계 국토의 성바지와 권속과, 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으며 가난하고 천하며 오래 살고 짧게 살며 죽으면 나는 곳까지 자세히 살펴보자 증득하여 알지 않음이 없었다.

하늘 눈 신통[天眼通]으로써 악마들과 중생들의 미래에 나갈 갈래와 나고 죽음과 인과와 몸ㆍ말ㆍ뜻 등과, 선하고 선하지 못한 업과 과보를 받되 좋고 나쁨을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마지막까지 환히 알아졌다.

또 다시 생각하되, 욕계와 색계와 무색계에서 괴로움[苦]과 쌓임[集]과 사라짐[滅]과 도(道)인 4제(諦)의 행상(行相)과 더럽거나 깨끗하거나 후천적으로 일어나거나 선천적으로 갖추게 되는 것과 근본번뇌(根本煩惱)와 따름의 번뇌[隨煩惱] 등, 이와 같은 것을 생각하여 마치자, 번뇌 없는 지혜[無漏智]의 선관이 급속히 얻어져서 앞에 나타나며 견도(見道)와 수도(修道)의 두 가지 도가 단번에 버려지고 생기지 않으면서 위없는 깨달음을 이루었다.

그 때 악마들은 즉시 모두가 물러나 흩어져서 다시 정반왕에게 말하였다.

“실달다 태자가 금강좌의 위에서 죽었습니다.”

왕은 듣고서 권속들과 함께 슬피 울며 괴로워하다가 기절하며 땅에 넘어졌는데, 이 때에 어떤 천인이 정반왕에게 말하였다.

“태자께서는 이미 위없는 보리를 얻으셨습니다.”

그러자 왕은 이 말을 듣고서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였다.

왕에게 아뢰기를, “감로반왕께서 하나의 아들을 탄생하셨으며 야륜타라 역시 하나의 아들을 낳으셨습니다” 하므로, 왕과 여러 권속들은 모두가 크게 뛰놀았다.

그 때 정반왕은 여러 신하들에게 칙명하여 거리와 길을 쓸고 뿌리고 하여 깨끗이 하게 하고 뭇 미묘한 향을 사르며 당기ㆍ번기ㆍ진주ㆍ영락을 세우고서 성의 네 문에 모두 금과 은의 값진 보배와 갖가지 재물을 모아 놓고 여러 사문과 바라문과 외도며 걸인들에게 보시하며 그들을 위하여 복을 짓게 하였는데, 감로반왕은 아들을 낳을 때에 권속들이 기뻐하였으므로 이름을 아난타(阿難陀)라 하였고, 야륜타라는 아들을 낳을 때에 달에 월식이 있었으므로 이름을 라호라(羅護羅)라 하였다.

“야륜타라의 아들은 부처님의 종자가 아니니라” 하였으므로, 야륜타라는 언제나 근심과 괴로움을 품었었는데, 왕궁의 후원 못 언덕에 보살석(菩薩石)이라는 하나의 돌이 있어서 라호라가 그 돌에 앉아서 장난을 하고 있으므로, 그의 어머니는 갑자기 보고서 서원을 세우고 말하였다.

“만약 그가 부처님의 종자라면 물에 빠지지 말고, 만약 부처님의 종자가 아니라면 물 밑으로 잠기게 하소서.”

이렇게 서원을 하고서 손으로 돌을 밀어뜨리자 아이 역시 떨어졌는데, 돌이 물 위에 떠 있었고 아이도 오히려 장난을 하고 있으므로, 이 때에 정반왕은 여러 권속들과 함께 언덕 위에 와서는 아이가 이러함을 보고서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찬탄하였다.

“장하구나. 매우 있기 드문 일이로다.”

그 때에 대지는 진동하고 부처님의 광명은 어두컴컴한 곳을 비추었으므로, 거기 있던 중생들이 서로 만나고 서로가 보면서 귀명하며 엎드려 예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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