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존상경(佛說尊上經)
서진(西晋)월지국삼장(月氏國三藏) 축법호(竺法護) 한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성(舍衛城)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그 때에 존자 로야강기(盧耶强耆)는 석기수(釋瘦)의 아련야(阿練若) 굴 속에 있었다. 그는 새벽에 일어나 굴에서 나와 맨땅에 노끈을 얽어매어 만든 의자[繩牀]를 펴고 니사단(尼師檀)을 깔고 가부하고 앉아 있었다.
그 때 형색이 아주 묘한 어떤 하늘[天]이 밤을 지내고 존자 로야강기에게 와서 존자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앉았다. 그 하늘의 광명으로 인해 묘한 광명이 굴을 모두 비추었다. 그 하늘은 한쪽에 물러앉아 존자 로야강기에게 말하였다.
“비구여, 비구는 현선게(賢善偈)를 지녔고 또 그 뜻을 압니까?”
이렇게 말하자, 존자 로야강기는 대답하였다.
“하늘이여, 나는 현선게를 지니지 않았고 또 그 뜻도 알지 못하오. 그대 하늘은 현선게를 지녔고 또 그 뜻을 이해하시오?”
이렇게 말하자, 그 하늘은 존자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현선게는 지녔지만 그 뜻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대 하늘이여, 어찌하여 현선게를 지녔으면서 그 뜻은 이해하지 못하시오?” “비구여, 나는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 라열기(羅閱祇)의 가란타(迦蘭) 대숲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을 위해 현선게를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소.
지나간 일을 기억하지 말고
장차 올 일은 생각하지 말라.
과거는 이미 사라져 없어졌고
장차 올 일은 아직 얻지 못했네.
이른바 지금 현재의 법들
그것들 마땅히 생각하여라.
그러나 그 생각도 견고하지 않거니
지혜로운 이 그런 줄 밝게 아네.
얻어서는 잘 나아갈 뿐이니
죽음을 무엇 걱정할 것 있는가…
내 마음 이것을 떠나지 않고
대중들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네.
이렇게 알고 든든히 머물러
밤낮으로 그것을 버리지 않나니
그러므로 이것은 현선게이니
사람들은 마땅히 이렇게 관찰하라.
비구여, 이와 같이 나는 현선게를 가졌지만 그 뜻은 알지 못하오.” “하늘이여, 그러면 누가 그 현선게를 가졌고 또 그 뜻을 아시오?” “비구여, 세존께서 사위성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에 이 현선게를 지니셨고 그 뜻도 설명하셨소. 그러므로 비구여, 세존께 가서 그 현선게를 받아 가지고 그 뜻을 들으시오. 그리고 그것을 잘 생각하고 기억하고 외워 지녀야 합니다. 왜냐 하면 비구여, 그 현선게와 그 뜻은, 법으로 범행을 행하면, 신통과 지극히 거룩한 도를 이루어 열반과 서로 합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족성자(族姓子)가 믿고 즐거워하여 도를 배우고 믿고 즐거워하여 집을 떠나며 집을 버리고 도를 배우거든 이 현선게를 가지고 그 뜻을 알아 잘생각하고 받들어 지녀야 합니다.”
그 하늘은 이렇게 말하고, 존자의 발에 예배하고 존자를 돌고는, 그 자리에서 갑자기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다.
이 때에 존자 로야강기는 그 하늘이 돌아간 지 오래지 않아, 석기수에서 여름 안거를 지냈다. 석 달 동안의 안거를 마치고 가사를 지은 뒤에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차츰 걸어, 사위성으로 가서 기수급고독원에 머물렀다.
이 때에 존자 로야강기는 부처님께 나아가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앉아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어느 때에 석기수의 고요한 굴 속에 있었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새벽에 일어나 굴에서 나가 한데에 노끈으로 얽어매어 만든 의자를 펴고 니사단을 그 위에 깔고 가부하고 앉아 있었나이다.
그 때에 형색이 아주 묘한 어떤 하늘이 밤을 지내고 저에게 와서 저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있었나이다. 그의 광명으로 인하여 묘한 광명이 온 굴 속을 비추었나이다. 그 하늘은 한쪽에 서서 저에게 말하였나이다.
‘비구여, 비구는 현선게를 지녔고 또 그 뜻을 아니까?’
이렇게 말하므로 저는 그에게 대답하였나이다.
‘하늘이여, 나는 현선게도 지니지 못하였고 또 그 뜻도 이해하지 못하오. 그대 하늘은 현선게를 지녔고 또 그 뜻을 아시오?’
이렇게 말하자 그 하늘은 저에게 대답하였나이다.
‘나는 현선게를 지녔지만 그 뜻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물었나이다.
‘그대 하늘이여, 어찌하여 현선게를 지녔으면서 그 뜻을 알지 못하는가?’
그는 대답하였나이다.
‘비구여, 나는 어느 때, 세존께서 라열기 가란타 죽원에 계시면서 비구들을 위하여 현선게를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을 뿐이지, 그 뜻은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그 게송은 이러하였다[위의 게송과 같으므로 거듭 쓰지 않는다]. 이와 같이 비구여, 나는 현선게를 지녔으나 그 뜻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저는 다시 물었나이다.
‘그러면 하늘이여, 누가 현선게를 지녔고 또 그 뜻을 아시오?’
그 하늘은 말하였나이다.
‘비구여, 지금 부처님께서는 사위성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십니다. 부처님께서는 현선게를 지니셨고 또 그 뜻도 이해하십니다. 그러므로 비구는 부처님께 가서 그 현선게를 받아 지니고, 그 뜻도 여쭈어 보십시오. 그리하여 잘 생각하고 기억하고 받들어 행하여야 합니다. 왜냐 하면 비구여, 현선게와 그 뜻은 법으로 범행을 행하면 신통과 지극히 바른 도를 이루어, 열반과 서로 상응하기 때문이다.
족성자여, 믿고 즐겨하여 도를 배우고, 믿고 즐겨하여 집을 떠나며 집을 버리고 도를 배우거든 이 현선게를 가지고 그 뜻을 알아, 잘 생각하고 기억하여 받들어 행하여야 합니다.’
그 하늘은 이렇게 말하고는, 저의 발에 절하고 저를 돈 뒤에, 거기서 이내 나타나지 않았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 강기야, 너는 그 하늘의 이름을 아는가?” “세존이시여, 저는 그 하늘의 이름을 모르나이다.” “강기야, 그는 반나말난(般那末難)이라는 천자로서 33천(天)의 대장이니라.” “세존이시여, 지금이 그 때이옵니다. 선서시여, 지금이 그 때이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이 비구들을 위하여 그 현선게와 그 뜻을 말씀하여 주소서. 세존께서 그것을 들려 주시면 비구들은 모두 받들어 지닐 것입니다.” “그러면 강기야, 잘 듣고 잘 생각하고 명심하라. 나는 설명하리라.” “그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존자 로야강기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들었다.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위의 게송과 같기 때문에 거듭 쓰지 않는다].
“강기야, 비구들은 어떻게 과거를 기억하는가. 강기야, 어떤 비구는 지나간 빛깔을 즐겨 하거나 혹은 집착하여 거기서 머무르고, 지나간 느낌ㆍ생각ㆍ지어감과 지나간 의식을 즐겨 하거나 집착하여 거기서 머무른다. 이와 같이 강기야, 어떤 비구는 과거를 기억한다.
강기야, 비구는 어떻게 과거를 기억하지 아니하는가. 강기야, 어떤 비구는지나간 빛깔을 즐겨 하거나 집착하지 않아서 거기 머무르지 아니하고 지나간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을 즐겨 하거나 집착하지 않아서 거기 머무르지 아니한다. 이와 같이 강기야, 어떤 비구는 과거를 기억하지 아니한다. 강기야, 비구는 어떻게 미래를 구하는 생각이 있는가. 강기야, 어떤 비구는 장차 올 빛깔을 즐겨 하거나 집착하여 거기서 머무르고 장차 올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을 즐겨 하거나 집착하여 거기서 머무른다. 이와 같이 강기야, 비구는 미래를 생각한다.
강기야, 비구들은 어떻게 미래를 구하는 생각이 없는가. 강기야, 어떤 비구는 장차 올 빛깔을 즐겨 하거나 집착하지 않아서 거기 머무르지 아니하고, 장차 올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을 즐겨 하거나 집착하지 않아서 거기서 머무르지 아니한다. 이와 같이 강기야, 비구는 미래를 구하는 생각이 없다.
강기야, 비구는 어떻게 현재 법을 생각하는가. 강기야, 혹 어떤 비구는 현재의 빛깔을 즐겨 하여 거기에 집착하고 머무르며 현재의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을 즐겨 하여 거기 집착하고 머무른다. 이와 같이 강기야, 비구는 현재 법을 생각한다.
강기야, 비구는 어떻게 현재를 생각하지 않는가. 강기야, 혹 어떤 비구는 현재의 빛깔을 즐겨 하지 않고 거기에 집착하거나 머무르지 아니하며, 현재의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을 즐겨 하지 않고 거기에 집착하거나 머무르지 아니한다. 비구는 이와 같이 현재 법을 생각하지 않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