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전유경(佛說箭喩經)
역자 미상김석군 번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세존[婆伽婆]께서 사위성(舍衛城)의 기수( 樹) 급고독원(給孤獨園)에 계셨다.
그 때 존자 마라구마라(滅鳩滅)는 조용한 곳에 홀로 있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세존께서는 삿된 견해를 버리고 삿된 견해를 제거하라 하시고서, (세상[世間]은 영원[常]하다, 세상은 영원하지 않다, 세상은 끝[邊]이 있다, 세상은 끝이 없다, 명(命: 정신)이 몸[身]이다, 명이 다르고 몸이 다르다, 이와 같은 명은 마침[終]이 있다, 명은 마침이 없다, 명은 마침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명은 마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에 대해 자세히 말씀하시지 아니하시니, 나는 알 수도 없고 행할 수도 없으며 즐겁지도 않다.
세존께서 만약 (세상은 영원하다)고 한결같이 말씀해 주신다면 나는 따라서 범행(梵行)을 닦겠지만, 만일 세존께서 (세상은 영원하다)고 한결같이 말씀해 주시지 않는다면 비난한 후에 떠나갈 것이다.
이와 같이 (세상은 영원하지 않다, 세상은 끝이 있다, 세상은 끝이 없다, 명이 몸이다, 명이 다르고 몸이 다르다, 이와 같은 명은 마침이 있다, 명은 마침이 없다, 명은 마침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명은 마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에 대해 만약 세존께서 (나의 말이 진리이고 나머지는 어리석은 것이다)고 한결같이 말씀해 주신다면 나는 범행을 닦겠지만, 만약 세존께서 (나의 말이 진리이고 나머지는 어리석은 것이다)고 한결같이 말씀해 주시지 않는다면 나는 묻고 난 뒤에 떠나 돌아갈 것이다.’
이에 존자 마라구마라는 해가 저물녘에 일어나 세존의 처소에 갔다. 도착하고 나서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존자 마라구마라는 물러나 한쪽에 앉고 나서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조용한 곳에 있으면서 이러한 생각을 했습니다.
‘세존께서는 삿된 견해를 버리고 삿된 견해를 제거하라 하시고서, (세상은 영원하다 …… 명은 마침이 없다)에 대해 자세히 말씀하시지 않으시니, 이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며 나는 잘 알 수도 없고 즐거울 수도 없다. 만일 세존께서 (세상은 영원하다)는 것을 잘 아신다면 세존께서는 그것을 말씀해주셔야만 하며, 세존께서 만일 (세상은 영원하다)는 것을 잘 아시지 못한다면 다만 솔직하게 (나는 알 수 없다)고 말씀하셔야 한다.
이와 같이 (세상은 영원하지 않다 …… 명은 마침이 없다)에 대해 만약 세존께서 (나의 말이 진리이고 나머지는 어리석은 것이다)고 잘 아신다면 세존께서는 그것을 말씀하셔야 한다. 만약 세존께서 (나의 말이 진리이고 나머지는 어리석다)는 것을 아시지 못한다면 솔직하게 (나는 이것을 알 수 없다)고 말씀하셔야 한다.'” “마라구마라여, 내가 예전에 그대에게 ‘내가 (세상은 영원하다)고 말해 주겠으니 그대는 곧 나를 따라 범행을 닦아라’고 말한 적이 있느냐?”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세상은 영원하다 …… 명은 마침이 없다)에 대해 ‘만약 내가 (나의 말이 진리이고 나머지는 어리석다)고 말해 주겠으니 그대는 나를 따라 범행을 닦아라’고 한 적이 있느냐?”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마라구마라여, 그대는 예전에 나에게 ‘만약 세존께서 (세상은 영원하다)고 한결같이 말씀해 주신다면, 저는 따라 범행을 닦겠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느냐?”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세상은 영원하지 않다 …… 명은 마침이 없다)에 대해 ‘만약세존께서 (나의 말이 진리이고 나머지는 어리석은 것이다)고 말씀해 주신다면 저는 따라 범행을 닦겠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느냐?”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마라구마라여, 이것을 나는 본래 그대에게 말하지 않았고, 그대도 본래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 어리석은 사람이여, 그대는 근거도 없는데 비난하는구나.”
이에 존자 마라구마라는 직접 세존께 꾸지람을 듣고 조용히 말이 없었고 몸과 얼굴에 땀이 흘렀으며 얼굴을 돌리고 말없이 있었다.
그 때 세존께서 마라구마라를 직접 꾸짖고 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나는 세존을 따라 범행을 닦지 않고 반드시 세존으로 하여금 (세상은 영원하다)고 말씀하시게 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알지도 못하고 중간에 목숨을 마칠 것이다.
이와 같이 (세상은 영원하지 않다 …… 명은 마침이 없다)에 대해 ‘나는 세존을 따라 범행을 닦지 않고 반드시 세존으로 하여금 (나의 말이 진리이고 나머지는 어리석은 것이다)고 말씀하시게 하겠다’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스스로 알지도 못하고 중간에 목숨을 마칠 것이다.
이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몸에 독화살을 맞았는데, 그의 친속들이 그를 불쌍히 여겨 편안하게 하고 이익되게 하려고 독화살을 제거해줄 사람을 찾고 있는 것과 같다. 이에 그 사람은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나는 화살을 제거하지 않고 반드시 활을 쏜 그 사람의 성은 무엇이고 이름은 무엇이지, 키는 큰지 작은지 중간인지, 피부는 검은지 흰지, 찰리 출신인지 바라문 출신인지 거사 출신인지 장인 출신인지, 동쪽에 있는지 남쪽에 있는지 서쪽에 있는지 북쪽에 있는지, 누가 화살로써 나를 맞추었는지 알아야겠다.
나는 이 독화살을 제거하지 않고 반드시 그 활은 살라(薩羅)나무로 만들었는지, 다라(多羅)나무로 만들었는지, 시라앙굴리(翅羅鴦掘梨)나무로 만들었는지 알아야겠다.
나는 이 독화살을 제거하지 아니하고 반드시 그 힘줄은 소의 힘줄 염소의 힘줄 검은 소의 힘줄 중 무엇으로 그 활을 감았는지 알아야겠다.
나는 이 독화살을 제거하?아니하고 반드시 그 활의 손잡이[]는 흰 뼈로 만들었는지, 검은 옷나무[黑漆]로 만들었는지, 붉은 옷나무[赤漆]로 만들었는지 알아야겠다.
나는 이 독화살을 제거하지 아니하고 나는 반드시 그 활줄은 소의 힘줄로 만들었는지, 염소의 힘줄로 만들었는지, 검은 소의 힘줄로 만들었는지 알아야겠다.
나는 이 독화살을 제거하지 아니하고 반드시 그 화살은 사라(舍羅)나무로 만들었는지 대[竹]나무로 만들었는지 라아리(羅蛾梨)나무로 만들었는지 알아야겠다.
나는 이 독화살을 제거하지 아니하고 반드시 화살을 감은 힘줄은 소의 힘줄인지, 염소의 힘줄인지, 검은 소의 힘줄인지 알아야겠다.
나는 이 독화살을 제거하지 아니하고 반드시 화살의 털과 깃은 공작의 것인지, 두루미의 것인지, 독수리의 것인지 아니면 그 날개를 가지고 깃을 만들었는지 알아야겠다.
나는 이 독화살을 제거하지 아니하고 그 화살촉은 바차(婆蹉)인지, 바라(婆羅)인지 나라(那羅)인지 가라비(伽羅 )인지 알아야겠다.
나는 이 독화살을 제거하지 아니하고 반드시 그 쇠장이[鐵師]는 성이 무엇이고 이름은 무엇인지, 모습은 키가 큰지 작은지 중간인지, 피부는 검은지 흰지, 그리고 그 사람은 동쪽에 있는지 남쪽에 있는지 서쪽에 있는지 북쪽에 있는지 알아야겠다’라고 하면, 그 사람 역시 알 수도 없고 중간에 곧 목숨을 마칠 것이다.
이와 같이 만약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나는 저 세존을 따라서 범행을 닦지 않고 반드시 세존으로 하여금 (세상은 영원하다)고 말씀하시게 하겠다’고 하면, 저 어리석은 사람도 스스로 알지 못하고 중간에 목숨을 마칠 것이다.
이와 같이 (세상은 영원하지 않다. 세상은 끝이 없다 …… 명은 마침이 없다)에 대해 만약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나는 저 세존을 따라서 범행을 닦지 아니하고 반드시 세존으로 하여금 (나의 말이 진리이고 나머지는 어리석은 것이다)고 말씀하시게 하겠다’라고 하면, 저 어리석은 사람은 스스로 알지도못하고 중간에 목숨을 마치게 될 것이다.
(세상은 영원하다)는 이러한 삿된 견해가 있기 때문에 마땅히 나를 따라 범행을 행할 것이고, 이와 같이 (세상은 영원하지 않다 …… 명은 마침이 없다)는 이러한 삿된 견해가 있기 때문에 마땅히 나를 따라 범행을 행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영원하다)는 이러한 삿된 견해가 있다 해서 나를 따라 범행을 행해서는 안 되며, 이와 같이 (세상은 영원하지 않다 …… 명은 마침이 없다)는 이러한 삿된 견해가 있다 해서 나를 따라 범행을 행해서는 안 된다.
(세상은 영원하다)는 이러한 삿된 견해가 없기 때문에 마땅히 나를 따라 범행을 행할 것이고, 이와 같이 (세상은 영원하지 않다 …… 명은 마침이 없다)는 이러한 삿된 견해가 없기 때문에 마땅히 나를 따라서 범행을 행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영원하다)는 이러한 삿된 견해가 없다 해서 나를 따라 범행을 행해서는 안 되며, 이와 같이 (세상은 영원하지 않다 …… 명은 마침이 없다)는 이러한 삿된 견해가 없다 해서 나를 따라 범행을 행해서는 안 된다.
(세상은 영원하다)고 하여도 남[生]이 있고 늙음[老]이 있고 병듦[病]이 있고 죽음[死]이 있고 근심과 슬픔과 울부짖음과 즐겁지 않음이 있으니, 이와 같은 이것이 큰 괴로움의 덩어리[苦陰]가 생기는 원인이다.
이와 같이 (세상은 영원하지 않다 …… 명은 마침이 없다)고 하여도 남이 있고 늙음이 있고 …… 큰 괴로움의 덩어리가 생기는 원인이다.
(세상은 영원하다)는 것은 말하지 않고, 이와 같이 (세상은 영원하지 않다 …… 명은 마침이 없다)는 것은 말하지 않는다. 어찌하여 말하지 않는가? 이것은 의(義)가 아니며 또한 법(法)이 아니며 범행이 아니며 신통(神通)을 성취하지 못하며 평등한 도[等道]에 이르지 못하며 열반(涅槃)과 상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말하지 않는다.
무엇이 내가 한결같이 말하는 것인가? 이것은 괴로움이라고 내가 한결같이 말하며, 괴로움의 쌓임[苦習]과 괴로움의 사라짐[苦盡]과 머무는 곳[住處 : 道諦]을 한결같이 말한다.
어찌하여 내가 한결같이 말하는가? 이것은 의(義)이며 법(法)이며 신통을 성취할 수 있으며 범행을 행함이며 평등한 도[等道]에 이름이며 열반과 상응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한결같이 그것을 말하는 것이다. 말하지 않는 것은 버려야만 하고, 내가 말한 것은 잘 지니어야만 한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 저 여러 비구들은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을 듣고 기뻐하며 좋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