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정생왕고사경(佛說頂生王故事經)

불설정생왕고사경(佛說頂生王故事經)

서진(西晉)삼장법거(法炬) 한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바가바(婆伽婆)께서는 사위성의 기수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아난은 한적한 곳에 있다가 문득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아가 탐욕에 물들고 집착해 모든 것을 간직해 쌓아 두더라도, 탐욕은 싫증냄이 없다.’

그 때 존자 아난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존자 아난은 잠깐 물러 앉았다가, 무릎을 세우고 꿇어 앉아 합장한 채로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아까 한적한 곳에서 문득 ‘나아가 탐욕에 물들고 집착해 모든 것을 간직해 쌓아 두더라도 탐욕은 싫증냄이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아난아. 나아가 탐욕에 물들고 집착해 간직해 쌓아 두더라도, 실로 싫증냄이 없느니라. 무엇 때문인가? 아난아, 먼 옛날에 정생(頂生)이라는 대왕이 있었다. 그는 진실한 법을 가진 왕으로서 백성을 다스림에 사나움이 없었고, 7보(寶)가 구족하였다. 7보란 이른바 윤보(輪寶)ㆍ상보(象寶)ㆍ감마보(紺馬寶)ㆍ주보(珠寶)ㆍ옥녀보(玉女寶)ㆍ거사보(居士寶)ㆍ전병보(典兵寶)니, 이것을 7보라 한다. 또 용맹스럽고 건장하며 얼굴빛이 빛나는 1천 명의 아들이 있어 능히 적을 물리쳤으니, 마치 이 세계의 강과 바다처럼 법으로 다스리고 흉기를 쓰지 않았다.

아난아, 그 때 정생 대왕은 문득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전에 수명이 매우 길고 총명하고 지혜로왔던 먼 옛날 사람들이 (전륜성왕이 출현하면 하늘에서 7일 동안 보배 비가 내린다고) 이렇게 말했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나는 세력과 신족(神足)이 있고, 곡식은 풍족하며, 백성이 번창하는 이 염부리(閻浮利) 땅을 가지고 있다.’

왕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내 궁중(宮中)에 7보를 비처럼 쏟아지게 하리라.’

아난아, 정생왕이 이렇게 생각하자 곧 이레 동안 7보가 비처럼 퍼부었다.

그 뒤에 정생왕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전에 수명이 매우 길고 총명하고 지혜로웠던 먼 옛날 사람들이 (불우체(弗于逮)는 신족이 자재하며, 곡식은 풍족하고, 백성은 번창한다)고 말했다고 들은 적이 있다. 나는 가서 그들을 다스리고 싶다.’

아난아, 정생왕은 이렇게 생각하자마자, 염부리에서 사라져, 4병(兵)을 거느리고 불우체에 나타났다. 그 때 불우체 중생들은 멀리서 정생왕이 오는 것을 보고는 온 대중들이 에워싼 채, 각각 금가루를 가득 담은 은 발우를 가지고, 혹은 은가루를 가득 담은 금 발우를 가지고, 정생왕에게 나아가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 여기는 신족이 자재하고, 곡식이 풍족하며 백성이 번창하는 대왕의 불우체 땅입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여기서 다스리소서. 저희들은 모두 대왕의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아난아, 그 때 정생왕은 거기서 수백천 년 동안 그들을 다스렸다.

아난아, 그 뒤에 정생왕은 문득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신족이 있으며, 곡식은 풍족하고, 백성이 번창하는 염부리를 가지고 있다. 나는 이미 7보를 이레 동안 궁전에 비처럼 쏟아지게 했다. 이제 또 신족이 자재하며, 곡식은 풍족하고, 백성이 번창하는 불우체 땅을 가지고 있다.

나는 전에 총명하고 지혜로웠던 먼 옛날 사람들이 (구야니(瞿耶尼)라는 나라는 신족이 자재하며, 곡식은 풍족하고, 백성은 번창한다)고 말했다고 들은 적이 있다. 나는 구야니 나라로 가서 그 백성들을 교화하리라.’

아난아, 그 때 정생왕은 이렇게 생각한 뒤에 갑자기 불우체에서 사라져 4병을 거느리고 구야니 나라로 갔다. 그 때 구야니 백성들은 멀리서 정생왕이 오는 것을 보고, 각각 금가루를 가득 담은 은 발우를 가지고, 혹은 은가루를 가득 담은 금 발우를 가지고, 정생왕에게 가서 바치고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 여기는 곡식이 풍족하고, 백성이 번창하는 왕의 구야니 땅입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이 구야니 나라에서 백성을 다스리소서. 저희 모두는 대왕의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아난아, 그 때 정생왕은 구야니에서 수없는 백천만 년 동안 다스렸느니라.

아난아, 그 뒤에 정생왕은 문득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곡식이 풍족하고 백성이 번창하는 염부리 땅을 가졌고, 또 이레 동안 궁전에 7보를 내리게 했다. 또 신족이 자재하고, 곡식이 풍족하며, 백성이 번창하는 불우체 땅을 가졌고, 또한 신족이 자재하고, 백성이 번창하는 구야니 땅을 가졌다.’

그 때 정생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전에, 총명하고 지혜로웠던 먼 옛날 사람들이 이런 말을 했다고 들은 적이 있다. (울단왈(鬱單曰) 나라는 신족이 자재하고 나아가 백성이 번창한데, 그 나라의 모든 백성들은 누구에게 구속되지도 않고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하며, 수명은 극히 길고, 거기서 목숨이 끝나면 천상에 태어난다. 그들은 저절로 된 멥쌀을 먹고, 겁파육옷[劫波育衣]을 입는다.)’

아난아, 그 때 정생왕은 4병을 거느리고 구야니에서 사라져 곧 울단왈로 갔다. 그 때 정생왕이 멀리서 그 나라를 보니, 땅은 모두 편편하며 검푸른 빛이었다. 그는 그 빛깔을 본 뒤에 곧 모든 신하와 백성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도 저 편편하고 빛깔이 검푸른 땅이 보이는가?’ ‘보입니다, 대왕이여.’ ‘그대들은 알고 싶은가? 이것은 겁파육옷 나무다. 저들은 다 겁파육옷을 입는다. 그대들도 겁파육옷을 입어라.’

그 때 정생왕은 다시 땅이 새하얀 것을 보고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이 새하얀 땅이 보이는가?’ ‘보입니다.’ ‘이것은 저절로 된 멥쌀로서 껍질도 없고 줄기도 없으며, 도리깨로 타작할것도 없고 키로 까부를 것도 없다. 향기는 바람을 타면 백 유순까지 퍼지고, 바람을 거스르면 50유순까지 퍼지며, 너무도 향기롭고 맛있다. 저 땅 백성들은 이 멥쌀을 먹는다. 그대들도 이 멥쌀을 먹어라.’

그 때 정생왕은 멀리서 편편하고 온통 검푸른 빛의 땅을 보고 신하와 백성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저 검푸른 빛이 보이는가?’ ‘보입니다, 대왕이여.’ ‘저것은 사지유(四指濡)풀인데, 공작털처럼 너무도 부드럽고, 각각 오른쪽으로 돈 것이 체모(體毛)와 다름이 없다. 울단왈 사람들은 다 저 풀에 앉는다. 그대들도 또한 저 풀에 앉아라.’

그 때 정생 대왕은 멀리서 성곽(城郭)ㆍ망대[樓櫓]ㆍ성가퀴를 보고 곧 신하와 백성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저 편편한 땅과 망대와 성가퀴가 보이는가?’ ‘보입니다, 대왕이여.’ ‘저것은 백성들이 사는 집이다.’

그 때 울단왈 사람들은 멀리서 정생왕이 오는 것을 보고, 각각 금 발우에는 은 곡식을 담고 은 발우에는 금 곡식을 담아 정생왕에게 나아가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 이곳은 신족이 자재하고, 곡식은 풍족하며, 백성이 번창하는 대왕의 울단왈 땅입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이 울단왈에서 백성을 다스리소서. 저희들도 왕의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아난아, 그 때 정생왕은 울단왈에서 수없는 백천 년 동안 백성들을 다스렸느니라. 아난아, 그 뒤에 정생왕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다스리는 나라로는 신족이 자재하며 나아가 백성이 번창하는 염부리 땅이 있다. 나는 거기서 이레 동안 궁전에 7보를 쏟아지게 했다. 신족이 자재하고 백성이 번창하는 불우체 나라가 있고, 내게는 또 신족이 자재하고 백성이 치성(致誠)하는 구야니 나라가 있으며, 내게는 또 신족이 자재하고 백성이 치성하는 울단왈 나라도 있다. 나는 전에, 총명하고 지혜로웠던 먼 옛날 사람들이 (33(天)이 있는데 수명은 극히 길고 얼굴은 단정하다. 거기에 는 석제환인(釋帝桓因)이라는 하늘이 있다)는 말을 했다고 들은 적이 있. 나는 이제 저 33천으로 가리라.’

그는 곧 하늘 목숨ㆍ하늘 몸ㆍ하늘 음악ㆍ하늘 신족ㆍ하늘 증상[天增上]의 다섯 가지를 받았다.

‘나는 이제 33천으로 가리라.’

아난아, 그 때 정생왕은 이렇게 생각한 뒤에 울단왈에서 사라져, 4병을 거느리고 33천에 이르러 그 선법강당(善法講堂)으로 나아갔다. 그 때에 석제환인은 멀리서 정생왕이 오는 것을 보고 곧 정생왕에게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 이 자리에 앉으소서.’

아난아, 그 때 정생왕은 곧 자리로 나아가 석제환인과 같이 앉았다.

이 두 왕이 같이 앉자 다름이 없었다. 얼굴과 모습이 꼭 같아서 다름이 없었으나 오직 눈 깜짝이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정생왕은 그 뒤에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게는 신족이 자재하며 나아가 백성이 번창하는 염부리 땅이 있고, 그 궁전에는 이레 동안 7보가 쏟아졌다. 또 신족이 자재하고 백성이 번창하는 불우체 나라가 있고, 또 신족이 자재하고 나아가 백성이 번창하는 구야니 나라가 있으며, 신족이 자재하고 나아가 백성이 번창하는 울단왈 나라가 있다. 또 이 33천에서 장수하며 오랫동안 여기서 살리라.’

그 때 33천은 선법강당에 모여 각각 차례로 앉았다. 그 때 33천은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정생왕은 염부리 땅의 왕으로서 법으로 다스리고, 7보가 구족하며, 1천 아들이 둘러싸고 있다. 네 경계에서 가장 높고 제일이며, 무기를 쓰지 않고 법으로 백성을 다스린다.’

아난아, 그 때 석제환인은 정생왕에게 자리의 반을 내어 주어 앉게 하였다. 두 사람이 같이 앉으면 광명과 빛깔이 다름이 없고 풍채와 얼굴이 모두 같았으며, 오직 눈 깜빡이는 것만 달랐다. 아난아, 그 때 정생왕은 5욕을 스스로 즐기면서 수없는 백천만 년 동안을 만족할 줄 몰랐었다.

아난아, 그 뒤 정생왕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다스리는 땅에는 신족이 자재하고 나아가 백성이 치성한 염부리 땅 이 있고, 그 궁전엔 이레 동안 7보가 쏟아졌다. 또 신족이 자재하고 나아가 백성이 치성한 불우체 나라가 있고, 또 신족이 자재하고 나아가 백성이 치성한 구야니 나라도 있으며, 또 신족이 자재하고 백성이 치성한 울단왈 나라도 있다. 다시 이 33천은 수명이 길고 얼굴빛이 빛나며, 이 선법강당에는 네 동산이 구족하다. 어떤 것이 넷인가? 난단환(難檀桓)동산ㆍ보채(寶綵)동산ㆍ추견(麤堅)동산ㆍ잡종(雜種)동산이니, 이것을 네 동산이라 한다. 그 곳엔 주도(晝度)나무와 구비다라(拘毘多羅)나무가 모두 무성하고, 그 향기는 바람을 타면 백 유순, 바람을 거스르면 50유순까지 퍼진다. 이곳은 33천이 즐기는 곳으로서 4개월 동안 5욕을 즐긴다.

이 선법강당은 다 푸른 유리로 되어 있는데 바로 제석천이 앉는 곳이다. 그곳은 백 개의 대(臺)로 둘러싸였는데 모두 7보로 되어 있고, 낱낱 대에는 7백 개의 누각이 있으며,낱낱 누각에는 49명의 옥녀(玉女)가 있고, 한 사람의 욕녀에는 49명의 시녀가 있으니, 그것은 다 석제환인이 거느린 것이다.’

아난아, 그 때 정생왕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석제환인을 몰아내고 내가 이 33천에서 모든 하늘을 다스리리라.’

아난아, 정생왕이 이렇게 생각하자마자 곧 석제환인의 자리에서 4병과 함께 염부리에 떨어졌다. 그는 신족을 잃고, 마치 사람이 죽은 때처럼 온몸이 아팠다. 윤보는 없어지고 상보는 목숨을 잃었으며, 마보도 죽고, 주보는 사라졌으며, 여보는 목숨을 마치고 거사보ㆍ전병보도 목숨이 끝났다. 아난아, 그 때 정생 대왕의 다섯 친척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정생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대왕께서 목숨을 마치신 뒤에 혹 누가 저희들에게 대왕은 임종 때에 어떤 유언(遺言)이 있었느냐고 물으면, 저희는 그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합니까?’

그러자 정생왕이 대답하였다.

‘만일 내가 목숨을 마친 뒤에 혹 누가 대왕은 임종 때에 어떤 유언이 있었느냐고 묻거든, 너희들은 이렇게 대답하라.

(여러분은 알고 싶은가? 정생 대왕은 4천하를 차지하고 33천에 가서 5욕을 즐기고도 만족할 줄 모르다가 이내 거기서 목숨을 마쳤다.)’

아난아, 만일 네가 알고 싶다면, 그 때의 정생왕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

무슨 까닭인가? 아난아, 그 때의 왕은 곧 내 몸이 그였느니라. 아난아, 마땅히 알라. 이런 방편으로써, ‘5욕에 만족할 줄 모르고, 욕심에 물들고 집착하여 모으고 쌓아 두어도 탐욕은 만족할 줄 모른다’고 한 것이다. 이른바 만족이란 현성의 도(道)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만족할 줄 아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재물이나 돈을 탐내는 업(業) 행하지 말고 
탐욕에 만족할 줄 깨달아 알라.


즐거움 적고 괴로움 많은 것 
지혜로운 사람은 하지 않나니.



설사 5욕 가운데 있더라도 
끝내 사랑하고 즐거워하지 않아 
탐애(貪愛)가 다하고 즐거움 얻나니 
이것이 삼불타[三佛]의 제자니라.



탐욕으로 이세(利歲)에 얽매이면 
마침내 곧 지옥에 들어가리 
근복 애욕은 어디로 가는가.


목숨이 절실한 괴로움 되네.



모든 법은 다 항상됨 없어 
한번 나면 반드시 무너지나니 
나고 남이 다 다함으로 돌아가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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