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신이 강설을 만나다
연광(緣光)스님은 신라 사람이다.
양나라(梁) 공직도(貢職圖)를 보면 신라를 위나라(魏)에서는 사로(斯慮)라 하였고, 송나라(宋)에서는 신라(新羅)라 하였는데, 본래동이(東夷)의 진한국(震韓國, 辰韓)이다.
연광은 명문대가에 태어나 어려서 스님이 되었는데, 견식(見識)과 도량(度量)이 남보다 뛰어났으나, 변두리 외진 나카에 태어나 자랐으므로 정교(政敎, 불교)에 통하지 못했다.
그래서 수나라(隨) 인수(仁壽)년간에 수나라에 가 오회(吳會)에 이르렀는데 마침 지자대사(智者大師)를 만났다.
대사는 연광스님에게 불전(佛典)을 잘 해설해 주어 그는 명심하고 배워서 몇 해 안되어 홀연 크게 깨달으니, 대사가 스님더러 묘법연화경을 강설하라 하였다.
스님이 경을 강설하면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도 모두 진심으로 탄복하였다.
뒤에 스님은 다시 천태별원(天台別院)에서 묘관찰지(妙觀察智)를 더 닦았는데, 홀연 두 사람이 나타나서,
「천제께서 스님의 강설을 청하십니다. 」
하였다. 스님이 묵묵히 허락하자 문득 숨이 끊어졌는데, 열흘이 되도록 얼굴빛이 평시와 같더니 도로 깨어났다.
불도 수행을 마친 연광스님은 고국으로 돌아오려고 수십 명과 함께 큰 배를 타고 떠났다. 바다 가운데 이르렀을 때 배가 갑자기 꼼짝을 않더니, 어떤 사람이 말을 타고 물결을 헤치며 뱃머리로 다가와서,
「해신(海神)께서 스님을 청하십니다. 잠시 수궁(水富)에 가셔서 경을 강설해 주십시오.」
하였다. 스님이 말했다.
「빈도(貧道)의 이 몸은 희생되어도 좋지만, 이 배와 배에 타고 있는 이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
「이 사람들은 같이 가고 배도 염려하지 마십시오. 」
그래서 모두 배에서 내려 한참을 가노라니까, 큰 거리가 똑바르게 나오고, 길가에는 향기 좋은 꽃이 만발했다. 해신이 수천 시종을 거느리고 나와서 스님을 맞아 대궐 안으로 들어갔다 구슬 벽이 휘황찬란하게 빛나 정신이 황홀했다.
스님이 청하는 대로 자리에 올라 법화경을 설하고 나니, 해신은 진귀한 보배를 수없이 보시하고. 도로 배에까지 데려다 주어 배에 올랐다. 본국으로 돌아온 연광스님은 날마다 어릴 때 부터 해온 법화경 독송을 목숨이 다 할 때까지 어기지 아니하였다.
나이 80에 입적하였는데, 화장을 하였더니 두골과 혀만은 타지 않아, 온 나라 사람들이 와서 보고 듣고 모두 희유한 일이라 감탄하였다.
연광스님에게는 누이동생이 둘이 있어 일찍부터 불교를 독실히 믿었다.
스님의 두골과 혀를 가져다 모셔 놓고 공양 하였는데, 가끔 두골과 혀에서 법화경 외우는 소리가 들렸고, 누이동생이 모르는 글자가 있어서 물으면 번번이 자세히 가르쳐 주었다.
<법화영험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