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라대장의 청강에 음한 혜인스님
당나라 오군(吳那) 포산사의 혜인(慧因)스님은 항상 법화경과 금강경을 강설하고 독송하였는데, 지덕(至德) 때 어느 날 해가 뉘엇 뉘엇 서산으로 넘어갈 무렵 어떤 사람이 찾아와서,
「염라대왕께서 스님을 청하십니다. 」
하였다. 스님이 그 사람을 따라 어떤 성에 이르렀다. 성 안으로 들어가니 왕을 비롯하여 수백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려와 공손히 절을 하고,
「제자는 불행히도 세상의 명록(冥錄)을 가지고 최인을 다스리는데 심히 괴로운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스님의 법화경 강설을 듣고자 청했습니다. 」
하고, 설법하는 자리를 차려 놓았다. 스님이 그 자리에 나아가 법화경을 강설하여 마치니, 염라대왕이 비단 300필을 선사하였다.
비단을 가지고 나오다가 옆을. 보니 쇠로 된 손 통을 가진 사람 백여 명이 서로 아우성치며 어지럽게 싸우는데 피가 땅에 재를 이루어, 크게 겁이 나서 놀라 깨어 보니, 둘러 앉았던 사람들이 죽은 지 이미 이레가 되었다고 하였다.
「금방 어떤 사람이 비단 300필을 가지고와서, 스님의 것이니 받아 놓으라고 하여 여기 받아 놓았습니다. 」
하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명부에서 받은 비단과 똑같은 것이었다.
제자들은 게송을 지어.
「희한하다 옛날 강학사(姜學士)는
염불 독경을 서약하고 죽음에서 살아났고,
당나라 고표인(高表仁)은
철환보(鐵丸報)를 받고도 되살아났지만,
오늘 우리 스님은
경을 강설하고 비단 3백필을 얻으셨네.
이생과 저생이 나라는 달라도
대법(大法)은 국경이 없어라.」
하고 찬탄하였다
<홍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