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월유경(佛說月喩經)
서천(西天)역경삼장(譯經三藏) 전법대사(傳法大師)
사자(賜紫) 신(臣) 시호(施護) 한역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는 왕사성(王舍城) 가란타(迦蘭陀) 죽림정사(竹林精舍)에 계시어, 필추들과 함께하셨다.
이 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서 보는 밝은 달은 원만하여, 허공을 운행하는데 깨끗하고 걸림이 없다. 이와 같이 모든 필추들이 위의를 손상하지 않고 항상 처음 출가했을 때와 같이 하는 이는 제 부끄러움[慚]과 남 부끄러움[愧]을 두루 갖추어, 몸과 마음이 언제나 산란함이 없다. 그리하여 법다운 의식대로 속인의 집에 들어가면, 깨끗하고 걸림이 없는 것이 또한 이와 같다.
여러 필추들이여, 눈이 밝은 사람이 깊고 넓은 큰 물 속에 들어가거나, 강의 험악한 곳을 건너거나, 바위나 산의 높고 낮은 곳을 밟고 다닌다고 하자. 그는 눈이 밝기 때문에 잘 볼 수가 있어서, 모든 의혹이나 두려움을 벗어날 수 있다.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필추도 또한 그와 같다.
여러 필추들이여, 나는 지금 달이 허공을 운행하는데 깨끗하고 걸림이 없으며, 눈밝은 사람이 어떤 험악한 곳을 밝고 다녀도 어떤 의혹이나 두려움이 없다고 말하였다. 이처럼 가섭(迦葉)필추는 위의를 손상하지 않고 항상 처음 출가했을 때와 같이 제 부끄러움과 남 부끄러움을 두루 갖추어, 몸과 마음이 언제나 산란함이 없다. 그리하여 그가 법다운 의식대로 속인의 집에 들어가면, 깨끗하고 번뇌에 더럽혀지지 않으며 모든 의혹과 두려움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역시 그와 같다.
그리고서 세존께서는 또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 필추들이 속인의 집에 들어갈 때에는 반드시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며, 어떤 자세[相]로 그 집에 들어가야 하느냐?”
여러 필추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만인이 귀의하는 존재시며, 부처님께서는 만법의 근본이시며, 부처님께서는 청정한 눈[淸淨眼]이십니다.
저희들은 이 말씀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부디 이러한 것을 부처님께서 잘 말씀하시어, 저희 필추들이 듣고 깨닫게 해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러 필추들이여. 그대들은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말하겠다.
필추가 속인의 집에 들어갈 때에는 반드시 집착함이 없고, 속박됨이 없으며, 따라 쏠리는 것[執取]이 없는 마음을 가지고, 악을 억제하는 자세[律儀相]로 그 집에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속인에게 이끗을 받는 경우에는 단지 그들이 복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자기가 얻을 분량만을 받아야 하며, 또 잘 생각하여 내가 높다고도 여기지 말고 남이 낮다고도 여기지 말아야 한다.
필추는 이와 같은 마음과 이와 같은 자세로 속인의 집에 들어가야 한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손을 들어 허공을 만지는 것처럼 하시면서 여러 필추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허공이 집착함이 있느냐, 속박됨이 있느냐, 따라 쏠리는 것이 있느냐?”
여러 필추들은 말하였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필추가 집착함이 없고, 속박됨이 없으며, 따라 쏠리는 것[執取]도 없는 마음으로 속인의 집에 들어가는 것도 또한 그와 같다.”
그리고서 세존께서는 또 손을 들어 허공을 만지시면서, 여러 필추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필추들이여,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허공이 집착함이 있느냐, 속박됨이 있느냐, 따라 쏠리는 것이 있느냐?”
여러 필추들은 말하였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섭 필추도 또한 그와 같아서, 집착함이 없고, 속박됨이 없으며, 따라 쏠리는 것도 없는 마음으로 속인의 집에 들어가며, 그리고 속인에게 이끗을 받는 경우에는 단지 그들이 복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자기가 얻을 분량만을 받으며, 또 잘 생각하여 자기가 높다고도 여기지 않고 남이 낮다고도 여기지 않는다.
여러 필추들이여, 이러한 까닭으로 가섭필추 같은 이는 분명히 속인의 집에 들어가서 이끗을 받을 만하다.”
그 때 여러 필추들은 부처님께 거듭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필추가 속인을 위하여 설법을 하는 가운데는 청정한 경우도 있고, 청정하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 일에 대하여 부디 부처님께서 잘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러 필추들이여, 그대들은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이제 그대들을 위하여 말할 것이다.
만일 필추가 사람들에게 믿는 마음을 내고 그러한 마음을 단단히 먹게 하는 것이 의복·음식·침구·약품을 보시하도록 하기 위하여 한다면, 이러한 이끗 때문에 남에게 설법하는 것은 청정하지 못한 것이다.
만일 필추가 부처가 말한 법에 몸과 마음을 편안히 내맡기고 생각을 바르게 하여 모든 번뇌를 떠난다면, 이는 제련된 순금에 광석찌끼가 제거되어 있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은 법을 보고 이와 같은 법을 증득하면,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그 법과 같게 되어, 이 법으로 태어남·죽음·병듦·늙음·근심·슬픔·괴로움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은 법을 남에게 연설해 주면, 듣는 이는 이 법을 듣고서 따르고 수행하여 암흑 속에서 큰 이익과 안락을 얻게 되고, 이러한 인연으로 연설하는 이는 자비심과 평등심을 내게 되며, 이로 말미암아 부처의 바른 법은 이 세상에 길이 간직될 수 있다.
여러 필추들이여, 만일 이러한 마음으로 남에게 설법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청정한 것이다.
또 여러 필추들이여, 너희들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즉 가섭 필추는 청정한 마음으로 남들에게 설법할 수 있으며, 이러한 청정함 때문에 부처의 바른 법이 이 세상에 길이 간직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대 여러 필추들도 또한 반드시 그와 같이 진리대로 닦고 배워야 한다.
또 여러 필추들이여, 만일 이와 같은 마음을 내어 남을 위하여 설법할 수 있다면, 나는 그를 ‘가장 청정하고 진실한 이’라고 할 것이니, 여래의 바른 법이 이 세상에 길이 간직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