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부의 사랑

범부의 사랑

석존께서 사밧티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국왕이 행차할 때에는 반드시 대신들이나 시종들이 뒤따르는 것과 같이 사랑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번뇌가 뒤따르는 법이다. 물기가 있는 땅에서 초목은 눈이 잘 트는데 사랑이라는 것은 모든 번뇌의 싹을 잘 트게 하는 것이다.

보살(普薩)이 소위 세상의 사랑이라는 것을 깊이 관찰해 볼 때, 범부의 사랑은 아홉 가지로 나눌 수가 있다.

(1) 채무를 다 청산하지 못한 것과 같다.

(2) 나찰녀(羅刹女)와 같다.

(3) 묘화(妙華)줄기에 독사가 감기는 것과 같다.

(4) 악식(惡食)을 억지로 먹는 것과 같다.

(5) 음녀(淫女)와 같다.

(6) 떡갈나무와 같다.

(7) 상처 속에 생긴 혹과 같다.

(8) 폭풍과 같다.

(9) 혜성(慧星)과 같다.

이상 아홉 가지를 풀이해 보면,

(1)채무가 남은 것과 같다는 것은 가령 가난한 사람이 돈을 꾸어서 빚에 몰려 고생을 하다가 열심히 돈을 벌어서 억지로 원금만을 갚고 이자는 자꾸 밀려서 언제까지나 고통을 받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사람도 사랑을 버리라는 말을 듣고 한 번은 버려보지만 사랑의 달콤함을 끝내 못잊어 이것이 항상 붙어 다녀서 방해를 한다. 이리하여 『깨달음』의 길로 들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2)나찰녀와 같다는 것은 사람이 나찰녀를 아내로 삼으면 나찰녀는 자기가 낳은 아기를 잡아 먹는다. 자식을 모두 잡아먹은 다음에는 남편을 잡아 먹는다.

사랑의 나찰녀도 이와 마찬가지다. 사람이 선근(善根)이라는 자식을 낳으면 옆에서 그것을 잡아 먹는다. 잡아먹을 선근이 없어지면 그 사람을 잡아먹고 지옥, 아귀, 축생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3)묘화 줄기에 독사가 감기는 것과 같다는 것은 천성화(天性花)를 사랑하는 사람은 그 꽃이 피는 초목의 뿌리 근처에 독사가 있어도 그것을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그래서 꽃을 꺾으려다가 독사에게 물리어 목숨을 잃게 된다. 범부 역시 마찬가지다. 오욕(五欲)의 꽃을 함부로 탐내서 거기에 무서운 사랑의 독사가 도사리고 있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그 결과 사랑의 독사에 물려서 지옥, 아귀, 축생에 빠진다.

(4)악식을 억지로 먹는 것과 같다는 것은 사람이 썩은 음식을 무리하여 먹은 까닭에 복통을 일으키어 설사를 하고 마침내는 죽는 것과 같은 것이다. 사랑의 음식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것에 애착을 느끼면 지옥, 아귀, 축생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5)사랑은 마치 음녀 같다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음탕한 여자와 놀아나서 그녀의 수단에 말려들어 교태와 아양에 홀려서 제 정신을 못 차리고 결국은 패가 망신을 하여 무일푼이 되어 여자에게도 버림을 받는다. 범부가 사랑의 포로가 되면 모든 선법(善法)을 빼앗기는 나머지 지옥, 아귀, 축생의 나락(奈洛)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6)사랑은 떡갈나무 같다고 하는 것은 떡갈나무란 등나무(藤)의 일종으로 먹이와 함께 새의 뱃속으로 들어가 새똥에 섞여서 나무 밑에 씨앗이 떨어진다. 또는 바람에 날려서 나무 밑에 씨앗이 떨어져 거기서 생장하여 큰 나무에 엉켜 붙어서 큰 나무의 서장을 방해하여 마침내는 나무를 시들어 죽게 하는 것이다. 사랑의 떡갈나무도 역시 이와 같은 것이다. 범부의 모든 선법에 감겨 붙어서 죽음을 당하게 한다. 그 결과 지옥, 아귀, 축생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7)사랑은 상처 속에 생긴 혹과 같은 군더더기 살 같다고 하는 것은 상처가 생기면 그 속에 혹과 같은 살이 생기는데 이것을 치료하려고 많은 애를 쓰게 된다.

만약 황자가 그 촉 살의 치료를 게을리하면 그 속에 구더기가 생겨서 생명이 위태롭게 된다. 범부의 몸과 마음은 상처인 것이다. 사랑도 역기 이와 같다. 사람이 사랑이란 혹살의 치료를 그릇 치면 지옥, 아귀, 축생으로 빠져버리는 것이다.

(8)사랑은 폭풍 같다고 하는 것은 폭풍은 때로는 산을 무너뜨리고 나무의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 버린다. 애욕이란 폭풍도 역기 그러하다. 부모에게 악심을 품고 보살의 근본을 날려 보낸다.

(9)사랑이 혜성 같다고 함은 혜성이 나타나면 백성들은 반드시 기근이나 질병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사랑이란 혜성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선근의 뿌리를 끓어 버려서 사람에게 고독, 기근, 번뇌라는 병을 안겨 다 주고 생가의 바다에서 표류하는 고통을 가져 다 준다.

범부의 사랑이란 참으로 이러한 것이다.

<大般湟槃經 第十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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