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고민하는 수도자
석존께서 기원정사에서 설교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나이가 젊은 수도자가 사밧티국에 가서 동냥을 하고 있던 중 아름다운 한 처녀를 보고 사랑이 싹터 짝 사랑을 하게된 결과 상사병(相思病)이 나서 그리움과 고민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가 드디어 식사도 못하고 안색도 말이 아니고 뼈만 남아서 자리에 눕고 말았다.
함께 수도를 하던 동료들은 앓아 눕게 된 이 젊은 수도자가 걱정이 되어 문병을 갔다.
젊은 수도자는 마음의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서 동료들에게 사실을 털어 놓았다. 동료들은 그에게서 연면한 사랑의 고백을 들었지만 달리 방도도 없었으므로 그저 위로의 말을 건네면서 단념하도록 권할 뿐이었다. 그러나 사랑의 포로(捕虜)가 되어버린 젊은이의 귀에는 그들의 위로의 말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동료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서로 의논한 결과 석존께 말씀을 드리기로 하고 젊은 두 도사를 데리고 석존께 뵙고 자세한 사정 말씀을 아뢰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계시던 석존은 그들의 이야기가 끝나자 뜻밖에,
『너의 소원은 쉽게 이루워질 수가 있다. 결코 걱정할 건 없다. 내가 반드시 너의 소원이 풀어지도록 해 줄터이니 우선 충분한 식사라도 해두어라.』
하고 말씀하시므로 모두들 놀란 것은 물론이지만 기뻐한 것은 그 젊은 수도자였다. 그는 금시로 기운을 차리고 맛있게 식사를 하고 들뜬 마음으로 여러 사람과 함께 석존을 따라서 사밧티국을 향하여 기원정사를 출발하였다.
석존은 젊은 수도자와 그들의 동료들을 거느리시고 성중의 아름다운 처녀의 집으로 가셨다. 일행이 그 집에 들어서보니 온집안 식구들이 슬픔과 눈물 때문에 눈이 퉁퉁 부어서 큰 난리를 치르고 있는 참이었다.
보니까 그 아름다운 처녀는 사흘전에 죽어서 차가운 시체가 되어 있었다. 부모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아직도 장사를 치르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시체 썩는 냄새는 코를 찌르고 눈뜨고는 차마 볼 수 없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석존은 젊은 수도자들 돌아보시며 말씀하셨다.
『네가 사랑한 처녀는 지금은 저 모양이 되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생멸변화(生滅變化)하여 항상 변천해서 일호흡지간(一呼吸之間)도 기다리지 않는 것이다. 어리석은 자는 그 겉모양만을 보는 까닭에 진실을 모르므로 번뇌에 얽매어서 그것을 스스로 쾌락(快樂)으로 삼고 있다.』
석존은 이와 같이 설법하시고 다시 위엄스런 어조로 이렇게 읊으셨다.
『미색(美色)을 보고 마음을 흐트리며 그 무상(無常)함을 깨닫지 못하도다.
어리석은 자는 그것을 선미(善美)라 생각하니,
그는 참된 착함이 아니로다.
음락(淫樂)으로 자기의 몸을 덮는 것은,
누에가 고치안에 갇힘과 같도다.
지혜로운 자는 능히 이것을 끊고,
무릇 고뇌에서 벗어남에 주저함이 없도다.
마음에 방탕(放蕩)함을 바라는 자는,
음란(淫亂)함을 오히려 아름답게 여기니,
육욕(肉慾)의 정을 함부로 쏟아,
이로서 스스로의 감옥을 만들다.
마음을 깨끗이 하고 음욕(淫慾)을 멀리 하는 자는,
언제나 정사(情事)를 부정(不淨)으로 알며,
이로서 나쁜 욕망의 우리를 벗어나면,
능히 생사의 괴로움을 탈피(脫皮)함이라.』
젊은 수도자는 처녀의 썩은 시체를 보고 또 석존의 연이은 간곡한 말씀을 듣고 깊게 뉘우치는 마음이 생겨서 석존에게 배례하며 그 죄의 용서함을 빌었다. 그리고 석존을 따라 기원정사로 돌아가서 수도에 전념한 결과 나한(羅漢)의 자리에 올랐다고 한다.
<法句譬喩經第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