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 중의 대장부

수도자 중의 대장부

석존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면서 여러 제자를 강당에 모아놓고 설법을 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석존께서는,

『이제부터 다섯 사람의 대장부에 대하여 이야기할 터이니 모두들 들어보아라.』

하고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시었다.

『전쟁터에 나가서 능히 전투에 견디는 용감한 힘을 갖는 자는 다음 다섯 종류의 대장부가 있는 것인데 그대들은 알고 있는가? 』

이 용감 무쌍한 다섯 사람의 대장부란,

제 一은 갑옷을 입고 큰 칼을 휘두르며 십만 대군의 적진을 향하여 용감하게 돌격한다.

그러나 저 멀리 풍진(風塵)이 이는 것을 보고,

『대군이 습격해 온다.』

하고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선다. 이것을 제 一의 전투인, 장부라고 한다.

다음은 갑옷을 입고, 적진에 돌격해 들어가는데 풍진을 보고도 용감히 쳐들어 가지만 적의 깃발이 바람에 펄펄 날리는 것을 보고는 곧 무서워져서 전진을 못한다. 이것을 제二의 전투인, 장부라고 한다.

또 풍진과 적기가 휘날리는 것을 보고도 두려움 없이 전진하지만 적의 화살이 날아오면 겁이 나서 후퇴를 한다. 이것을 제三의 전투인, 장부라고 부른다.

또 다음으로는 풍진 깃발, 화살 쯤은 아무 것도 아니고 용감하게도 적진 깊숙이 돌격하여 적장(敵將)과 막상막하(莫上莫下) 수십합(數十合)을 겨누어 적장에게 목이 잘릴 때까지 분투한다.

이것을 제四의 전투인, 장부하고 일컫는다.

제五는 갑옷에 몸을 굳히고 칼을 번득이며 적진에 파고들어 풍진, 깃발, 화살을 보아도 두려움 없이 맹렬히 돌격해서 힘껏 싸우다 죽을 때까지 죽음을 무릅쓰고 분전하다가 죽어가면서도 다시 적군을 격파하려고 한다. 이것이 제五의 전투인, 장부인 것이다.

수도자 중의 다섯 가지 장부라는 것은,

제一은 수도자가 어떤 촌락에 수도를 하려고 갔을 때 그 곳에서 대단히 어여쁜 여인를 보자마자 금방 정욕에 불타서 모처럼 출가하여 수도에 힘써 온 보람도 없이 몸에 걸친 삼의(三衣-대의, 오조, 철조의 세 가지 가사)를 벗어버리고 부처님의 계명을 헌 신짝 버리듯 파계(破戒)하여 다시 현실의 향락적 속세의 생활로 돌아간다. 이것은 마치 용사가 풍진을 일견하자 공포를 느껴서 뒤로 물러남과 같은 것이다.

제二는 수도자가 삼의일발(三衣一鉢), 그럴듯한 모양으로 촌락에 당도하여 동냥을 하다가 꽃과 같은 미인을 본 것 만으로는 색욕의 정을 품지 않지만 일단 이 미인과 여러 말을 주고 받게 되면 어려운 수도생활이 싫어져서 도중에 속세로 돌아간다. 이 수도자는 풍진을 보아서는 놀라지 않으나 적의 깃발을 보고는 겁이 나서 후퇴하는 용사와 같은 것이다.

제三은 수도자가 마을에서 마침 요염(妖艶)한 미인을 만나서 보거나 말을 할 때에는 욕정이 없다가 그 미인의 손을 잡게 되면 갑자기 색정(色情)이 솟구쳐 가사를 벗고 속세의 생활을 한다. 이 사람은 마치 풍진과 깃발을 보고서는 아무렇지 않다가 화살을 보고는 두려움을 못이겨 후회하는 용사와 같은 것이다.

제四는 나의 제자 중에서 누가 삼의일발, 수도하러 나갔다가 미인을 만나서 말을 주고받고 손도 잡아서 연정을 품게되어 수도심이 흔들리지만, 그렇다고 삼의일발을 벗어버릴 수도 없어서 속세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이 사람은 적과 목이 떨어질 때까지 싸우며, 후퇴할 줄 모르는 용사와 같은 것이다.

제五는 나의 제자 중에서 수도하는 도중에 미인을 만나서 말을 하고 손이 닿는 일이 있어도 여인의 육체는 수도에 방해가 되는 더럽고 부정과 고깃덩어리라고 생각하여 정을 일으키는 일 없이 여인을 멀리한다. 이 제자는 마치 백만대군 속에 뛰어들어 죽어가면서도 적을 격파하겠다고 분전하는 대장부와도 같은 수도자이다.

나의 제자 중에는 이러한 여러 종류의 수도자가 있는데 그 중에서 다섯 번째의 수도자만이 인간의 육체적 충동에서 일어나는 색욕에서 이탈하여 불도의 대진리를 터득하여 마침내는 초지를 관철하여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할 수가 있는 것이다.

정욕은 그대들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고약한 개(犬)인 것이다. 탐욕은 『깨달음』의 길에 가로 놓인 큰 장애물이다. 그러므로 그대들은 설사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한 번 마음먹은 『깨달음』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용감무쌍한 굳은 결심으로 이 욕정을 물리치지 않으면 안 된다.

석존의 말씀을 들은 제자들은 이러한 가르치심을 명심하여 일심 전력으로 수도하기를 서로 맹세하였다고 한다.

<增一阿含經第二十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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