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색가 묘우꼬우왕 나무로 만든 큰 코끼리

호색가 묘우꼬우왕 나무로 만든 큰 코끼리

그때 난방 사람으로서 기계 제작기술에 뛰어난 기사가 마침 이 성내에 머물고 있었다. 죠우요우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돌연히 이 기사를 자택으로 초청했다.

『그대는 기계제작에 뛰어난 기술을 지니고 있다는데 정말인가?』

『대감께선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그저 변변찮은 솜씨로 이것저것 흉내나 내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대가 이런 것을 만들 수 있는가?』

『별로 만들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한 번 정성껏 연구해서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 주문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없으나 아무튼 기사는 죠우요우가 게시한 주문을 맡아 그 제작을 약속했다.그리고 나서 죠우요우는 대왕의 애상(愛象)인 이잔이란 코끼리를 어디론가 숨겨 버렸다.

그리고 온 나라안에는,

『이잔 대상(大象)이 도망가 버려서 소재 불명이다.』

라는 헛된 소문을 널리 퍼뜨렸다. 온 나라안 사람들은 그것을 곧이 듣고 코끼리를 찾고자 수근거렸다. 죠우요우는 역시 그 기사를 불러들여서 나무로 이잔 대상(大象)의 형태를 본뜬 로봇 코끼리를 빨리 제작하도록 긴급 지시했다. 기사는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며 주야를 가리지 않고 그 제작에 전력 누구 했다. 그 결과 누가 보아도 이잔 대상으로 잘못 볼 듯한 큰 코끼리를 만들었다. 이 대상에는 내부에 기계장치를 해서 자동적으로 움직이게 하였기 때문에 살아있는 코끼리와 똑 같았다.

죠우요우는 이 목재의 거대한 코끼리를 보자 뛸 듯이 기뻐했다. 기사에게 거액의 상금을 내리고 이것을 입수했다.

그리고 이 거대한 목재 코끼리 배 속에 오십명의 군사를 잠입시켜 두고 코끼리 똥, 물 등을 가득 저장했다.

『너희들은 기계를 움직여서 이 코끼리를 그대로 교우센비국(國)의 성내 가까이 가라. 만약 슛꼬우왕이 병사를 이끌고 보러 오거든 코끼리를 그대로 되돌려 오고, 만약 왕이 혼자서 오는 경우에는 왕을 사로잡아 코끼리 배 속에 넣고 그대로 급히 귀국하라.』

하고 명령했다. 기계의 조종자로서 목상의 제작자인 기사도 코끼리 배 속에 들어갔다. 코끼리는 차츰 교우센비성(城)을 향해 진입하고 있었다.

이것을 본 나라안 사람들은 제각끔 떠들었다.

『어휴, 저것 좀 봐요. 사악 같은 코끼리가 나왔다.』

『아니야, 저것은 묘우꼬우왕이 잃어버렸다는 이잔 코끼리다.』

왕의 신하가 이런 말을 듣고 슛꼬우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묘우꼬우왕의 애상 이잔 대상이 묘우꼬우왕으로부터 도망쳐서 대왕 폐하의 복력을 기려 성내에 들어 왔습니다. 장안 사람들은 모두 구경을 나와서 마치 거리가 인산인해입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매우 기뻤다. 곧 유켄나를 불렀다.

『그대도 소문을 들었으려니와 그 대상을 사로잡을 수 없겠는가?』

『어떻게든 사로잡아 보겠습니다.』

유켄나는 왕명을 받아 무장한 군사를 많이 이끌고 대상이 어슬렁거리며 오는 곳으로 갔다. 이것을 본 코끼리 안에 있던 사람들은 기계에 마력을 걸고 최대 속력을 내어 도망쳐 버렸다.

유켄나는 실패한 것을 왕에게 고했다.

『군사를 많이 끌고 갔으니까 코끼리가 놀라서 도망친 거지. 이번엔 내가 단신으로 가 보리라.』

슛꼬우왕은 단신 그 큰 코끼리가 있는 곳으로 비파를 타면서 조심조심 다가갔다. 이 현묘한 비파 소리를 들은 코끼리 배속의 사람들은 잠시 코끼리 발걸음을 멈추고 동정을 살폈다. 그러자 왕이 단신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코끼리는 그대로 멈춰 섰다.

왕이 마침내 코끼리 곁에 다가선 것을 보자 배 속에 숨어있던 사람들이 뚜껑을 열고 나와 왕을 포박해서 안에 가두고 성밖으로 속력을 다해 쏜살같이 되돌아갔다. 이것을 본 왕의 병사들은 발을 굴렀다.

『대왕전하가 도둑놈들에게 납치 당했다.』

라고 아우성을 치며 코끼리 뒤를 쫓아 물밀 듯 달려왔다. 정신없이 국경까지 코끼리 뒤를 쫓아온 유켄나는,

『아아, 분하구나. 대왕은 이미 타국의 포로가 되셨다. 지금 진입해 보았자 중과부족이니 쉽게 탈환할 수 없으리라. 딴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분하지만 오늘은 이대로 철수하리라.』

그들은 이를 갈며 성으로 되돌아갔다.

슛꼬우왕을 포박해 간 죠우요우는, 그 목적을 달성해서 마음이 흡족했다. 곧 왕을 묘우꼬우왕 앞으로 끌어냈다.

『대왕전하 이제야 겨우 슛꼬우왕을 사로잡아 어전에 대령하였습니다.』

『오오. 그대는 수고가 많았구려.』

왕은 종을 치고 북을 울려 백성들을 궁성 앞에 모두 모이게 했다. 성내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하고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죠우요우, 국법이 명하는 바에 따라 백성들 앞에서 슛꼬우왕을 효수하라.』

『국법에 따라 왕을 효수하기는 어렵지 않사오나, 이 적국의 왕은 코끼리 길들이는데 조예가 깊사오 니 누구인가에게 그 비법을 배우게 한 뒤에 효수하더라도 늦지 않으리라 삼가 아룁니다.』

『그렇다면, 그대가 친히 그에게 조상술(調象術)을 배우도록 하오.』

『황송한 말씀이오나, 신이 저에게 배우게되면 저는 신의 스승이 됩니다. 그 스승인 자를 어찌 제자인 신이 죽일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인도에 어긋나는 일이오라 신 자신이 저에게서 조상술(調象術)을 배우는 것은 불가하나이다.』

『그러면 그대 이외에 또 누가 조상술을 배우면 좋을까?』

『신이 생각하옵기엔 텐쥬왕녀께서 성품도 명랑 활달 하시오며 또한 총명, 영리하시옵고 만사에 열심하시오니 텐쥬공주님이 적임이 아니신가 삼가 여쭈옵니다.』

『텐쥬공주라……. 흠, 그것도 좋으리라.』

왕은 텐쥬공주를 불렀다.

『공주, 십팔종의 악상(惡相)을 모두 갖춘 추남이긴 하지만, 그 사나이는 코끼리를 조련하는 법에 정통 할 뿐 아니라 그 기술이 천하에 으뜸이라. 하여 그대가 그 사나이의 인상을 볼진대 놀라고 무서워 할 지니 장막을 깊이 내리고 그 면상은 보이지 않게 하고서 그 사나이로부터 조상술(調象術)을 배우도록 하라. 다만 그대에게 엄명하노니 그 사나이의 얼굴은 절대로 보아서는 안되느니라. 만약 한 번이라도 보게 되면 놀라서 기절해 버릴지도 모르니까.』

텐쥬공주는 부왕의 엄명에 따라 장막을 깊이 드리우고 서로 멀찌감치 갈라 앉아서 슛꼬우왕을 따라 조상학(調象學)의 수업을 쌓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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