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십지경(佛說十地經) 제9권
10. 보살법운지(菩薩法雲地) ②
그 때 회중(會中)에 한 부류의 보살과 천·용·약차·건달박·아소락·갈로다·긴날락·모호락가(牟呼洛伽)·석(釋)·범(梵)·호세(護世)·마혜수라(摩醯首羅)·정거천(淨居天) 대중들은 다 이런 생각을 내었다.
‘만일 이 보살의 신통과 행상과 지혜력의 경계가 이와 같이 무량하다면 부처님은 어떠할까?’
그 때 해탈월보살은 대중들의 생각을 알고 금강장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여, 지금 이 대중들은 보살의 신통과 지혜력(智慧力)에 대해 듣고 모두 의심이 생겼습니다. 장합니다 인자(仁者)여, 저들의 의심을 끊기 위한 보살 신통 변화의 장엄한 일을 조금 나타내 보이십시오.”
그러자 금강장보살은 그때 바로 일체 불찰의 체성(體性)을 나타내 보이는 보살의 삼마지에 들었다. 마침 금강장보살마하살이 이 일체 불찰의 체성을 나타내는 보살의 삼마지에 들자마자 저 일체의 하늘·용·약차·건달박·아소락·석·범·호세·마혜수라·정거천 대중들은 그 자신들이 모두 금강장보살 몸 안에 있음을 보았고, 그 안에서 다시 불찰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았는데 그 불찰의 갖가지 행상의 장엄은 구지의 대겁(大劫)을 지나도록 말하여도 다할 수 없는 것이었다. 또 그 안에서 보리 나무가 나타나는데, 그 나무 둥지의 둘레는 백만의 3천 세계와 같고 가지는 아름드리 얽히어 높고 넓었으며 무량한 그늘은 구지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하였다. 그 나무의 형상과 크기에 걸맞는 사자좌가 있어 일체신통혜왕여래(一切神通慧王如來)라는 부처님 이 나무 밑 보리도량에 앉아 계심을 나타내 보였다. 이렇듯 그 안에서 나타난 갖가지 묘한 장엄은 설사 구지의 대겁을 채우더라도 다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때에 금강장보살이 이런 큰 신변을 나타내고는, 다시 일체 보살 대중과 일체의 하늘·용·약차·건달박·아소락·갈로다·긴날락·모호락가·석·범·호세·마혜수라·정거천 대중을 각기 본래 장소에 있게 하였다. 그러자 대중들은 일찍이 없었던 희귀한 일이라 생각하면서 잠자코 서서, 금강장보살을 한마음으로 우러러보았다.
그 때 해탈월보살이 금강장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여, 매우 기이하고 희유합니다. 이 삼마지는 이처럼 위력과 장엄을 구족하였습니다. 불자여, 이 삼마지의 이름을 무엇이라 합니까?”
금강장보살이 말하였다.
“이 삼마지의 이름은 일체 불찰의 체성을 나타냄이라 합니다.”
해탈월보살이 물었다.
“불자여, 이 삼마지가 행하는 경계는 어떠합니까?”
금강장보살이 답하였다.
“불자여, 보살은 이 삼마지를 닦았기 때문에 그 몸에서 위에서 본 항하의 모래 같이 많은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불찰의 수보다 더 많은 불찰을 보일 수 있으며, 또 그 몸에서 위에서 본 것보다 더 많은 무량한 국토를 나타내 보입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 법운지에 머무르면 이런 무량 백천의 삼마지를 얻습니다. 그 때문에 다른 보살이나 내지 이미 법 태자의 자리를 얻어서 보살 선혜지에 안주하는 이들도 이 지(地)의 보살의 몸과 혹은 몸의 업, 말과 혹은 말의 업, 뜻과 혹은 뜻의 업, 그리고 신통이 자재하여 삼세를 관찰하는 모든 삼마지가 행하는 바를 따라 들어간 지혜 경계와 모든 해탈문에서의 유희를 헤아리지 못합니다. 또한 변화의 업과 가지(加持)의 업과 혹은 위력의 업을 추측하지도 못합니다. 요약해 말하면 심지어 이미 법 태자 자리를 얻어서 보살의 선혜지에 머무르는 뭇 보살 대중도 이 지(地)의 보살이 발을 들고 내리는 일조차 헤아려 알지 못합니다.
불자여, 이 보살의 법운지는 이와 같이 무량한데, 이것은 다만 대충 설명한 것 뿐이요, 만일 자세히 설명하려면 설사 백천 아승기야 겁 동안 설명하여도 다 하지 못할 것입니다.”
해탈월보살이 말하였다.
“불자여, 만약 이 가운데 보살의 바른 행의 경계의 가지(加持)가 이와 같이 무량하다 한다면 여래께서 행하시는 경계를 증득해 들어가심은 어떠한 것입니까?”
금강장보살이 말하였다.
“불자여,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4주계(洲界)에서 대추씨 만한 자갈돌을 하나 혹은 둘, 셋을 가지고서 말하기를 ‘끝없는 이 모든 세계 가운데 지계(地界)의 흙이 많은가? 여기의 흙이 많은가? 하는 것처럼 내가 보기에는 당신의 질문도 그러합니다. 여래·응공·정변등각같이 무량한 지혜를 가지신 자의 비할 데 없는 법성(法性)을 당신은 지금 어떻게 저 보살들의 법성과 비교하십니까? 그러하니 선남자여, 4주(州) 세계의 땅에서 취한 자갈은 지극히 적고 나머지는 실로 무량하다 하는 것처럼, 불자여, 이 보살 법운지(法雲智)의 땅도 이와 같아서, 비록 무량한 겁 동안 설명하더라도 다만 일부분만을 설명할 수 있거늘 하물며 여래의 땅이겠습니까?
불자여, 내 지금 당신이 이해하도록 설명하겠습니다. 여래 세존께서 내 앞에 앉으시어 나를 위해 증명하실 것입니다.
불자여, 가령 시방의 낱낱 방위에 각각 무변한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모든 불찰이 있고 그 낱낱 불찰에 이와 같은 지(地)를 얻은 보살이 저 사탕수수나 대나 벼나 삼이나 우거진 숲처럼 가득하다 합시다. 설사 그 모든 보살이 무량한 겁 동안에 일으킨 보살 바른 행의 지혜라도 이 여래의 경계에 비하면, 백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고 천 분·백천 분·구지 분과 백구지 분·천구지 분·백천구지 분·백천구지 나유타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산수와 비유, 나아가 오파니살담(波尼殺曇) 분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와 같은 지혜의 행을 수순하면 여래의 몸과 말과 뜻의 업과 다르지 않아서 보살 삼마지 힘을 버리지 않고 모든 부처님을 뵙고 섬기며 공양하되, 낱낱의 겁 동안 모든 종류의 아주 묘한 공양거리로 무량한 모든부처님께 응대해 공양하면서 모든 부처 여래의 가지를 다 받아 더욱 훌륭하게 발휘합니다. 그리하여 법계 안의 모든 어려운 질문을 잘 해석하여서 무량 백 겁·무량 천 겁·무량 백천 겁·무량 백천나유타 겁과 무량 구지 겁·무량 백구지 겁·무량 천구지 겁·무량 백천구지 겁·무량 백천구지 나유타 겁에도 그를 꺾을 수 있는 자가 없습니다.
불자여, 비유하면 훌륭한 연금사가 진금으로 큰 장식품을 만들고 마니보배를 그 사이사이에 박고서 자재천왕이 그것으로 그 머리를 장식하거나 목에 걸면 다른 하늘이나 사람들의 장식품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불자여, 보살이 이 법운지에 머무르는 것도 이와 같아서 이 지혜의 행을 가릴 수 없고, 일체 유정들과 일체 성문 및 독각과 초지에서 9지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보살의 지혜행 역시 미치지 못합니다.
이 법운지 보살의 지혜 광명은 모든 유정과 나아가 일체지지에 든 자의 모든 나머지 지혜 광명으로는 가리지 못합니다. 불자여, 비유하면 대자재천왕의 광명이 일체 생을 받는 곳을 초월해 유정들의 몸과 마음을 기쁘게 하듯이 불자여, 이 제10 법운지에 머무르는 보살의 지혜 광명도 이와 같아서 일체 성문과 독각 그리고 초지부터 9지에 안주하는 일체 보살의 지혜 광명이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써 유정들로 하여금 나아가 일체지지(一切智智)의 법성에 머무르게 합니다.
불자여, 보살이 이와 같은 지혜를 잘 수순하여 행하였다면, 모든 부처 세존께서 이들을 위해 다시금 삼세를 통하는 지혜, 법계의 차별에 대한 지혜, 일체 세계에 가득 차는 지혜, 일체 세계를 비추어 가지(加持)하는 지혜, 일체 유정들과 국토의 법을 두루 아는 지혜 등을 설명하시는데, 요약하자면 심지어 일체지지를 다 설명하십니다.
그는 10바라밀다 중에서 지혜바라밀다를 가장 증장시키되 다른 바라밀다를 수행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분수를 따르고 힘을 따를 뿐입니다.
불자여, 이상이 대충 설명한 보살의 제10 법운지입니다. 만일 자세히 설명하려면 무량 아승기야 겁에도 다할 수 없습니다.
보살이 이 지(地)에 머무르다가 생을 받으면 많이는 대자재천왕이 되어 법에 자재하여 유정과 성문과 독각 그리고 일체 보살에게 바라밀다의 행을 가르쳐 주고 법계의 차별에 대한 문답에 있어서도 그를 굴복시킬 자가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가 짓는 바로서 보시(布施)거나 애어(愛語)거나 이행(利行)이거나 혹은 동사(同事)거나 이런 일체는 다 부처님의 작의(作意)와 법의 작의와 승가의 작의와 보살의 작의와 보살행의 작의와 바라밀다의 작의와 모든 지(地)의 작의와 불력(佛力)의 작의와 무외(無畏)의 작의와 불공법(不共法)의 작의를 떠나지 않고, 나아가 일체의 승묘가 상응하는 일체지지(一切智智)의 작의를 떠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항상 이렇게 발원합니다.
‘나는 일체 유정들 중에서 으뜸이 되고 훌륭함이 되며 수승함이 되며 묘함이 되고 미묘함이 되며 위가 되고 최상이 되며 길잡이가 되고 장군이 되며 장수가 되리라. 나아가 일체지지를 얻어 그 의지하는 곳이 되기를 원합니다.’
만일 즐겨 이와 같은 정진을 일으키면 이 정진으로 말미암아 한 찰나 사이에 백만구지 나유타의 말할 수 없는 불찰의 티끌 수 같은 삼마지를 얻고, 백만아승기야 나유타 말할 수 없는 불찰의 티끌 수 같은 부처님을 뵈오며, 그 부처님의 가지를 알고 백만아승기야 나유타 말할 수 없는 불찰의 티끌 수 같은 세계를 진동시키고 백만아승기야 나유타 말할 수 없는 불찰의 티끌 수 같은 국토에 가며 백만아승기야 나유타 말할 수 없는 불찰의 티끌 수 같은 세계를 비추고 백만아승기야 나유타 말할 수 없는 불찰의 티끌 수 같은 유정들을 성숙시키며 백만아승기야 나유타 말할 수 없는 불찰의 티끌 수 같은 겁을 살고 과거와 현재 백만아승기야 나유타 말할 수 없는 불찰의 티끌 수 같은 겁에 각각 들어가며 백만아승기야 나유타 말할 수 없는 불찰의 티끌 수 같은 법문을 사유하고 간택하며 백만아승기야 나유타 말할 수 없는 불찰의 티끌 수 같은 몸을 나타내 보이는데 그 몸마다에 백만아승기야 나유타 말할 수 없는 불찰의 티끌 수 같은 보살 권속이 있어 그들에게 둘러싸여 있음을 나타내 보일 것입니다.
이 이상은 원력이 있는 보살의 그 훌륭한 원력으로 말미암는 모든 유희로서 몸이거나 광명이거나 신통이거나 눈이거나 경계거나 음성이거나 행동이거나 장엄이거나 승해거나 혹은 지음 등인데 이런 것들은 이상의 백천구지 나유타 겁에도 다 셀 수 없는 것들입니다.
불자여, 이 모든 보살의 10가지 지지(智地)는 모두 일체 종과 일체지지에 수순하여 점차 앞에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불자여, 비유하면 무열지(無熱池)에서 흘러 나오는 물이 4하(河) 어구로 흘러 나와 섬부주의 땅을 다 적시고도 다함이 없을 뿐 아니라 더욱 불어나서, 바다로 들어가 그것을 다 채우는 것처럼, 불자여, 보리심에서 흘러 나오는 선근도 이와 같아서 큰 서원이 4가지 섭사(攝事)를 흘려 보내 모든 유정 세계를 채우고 이롭게 할 뿐 아니라 더욱 늘어나서, 일체지지의 바다에 들어가 그것을 다 채우는 것과 같습니다.
불자여, 이 보살의 10지(地)는 부처의 지혜를 인(因)으로 하여 그것에 의해 드러나게 됩니다. 불자여, 비유하면 대지(大地)를 인(因)으로 하여 그것에 의지해 10대산왕(大山王)이 나타나게 되는데, 10대산왕이란, 이른바 설산왕·향취산왕·열궁산왕·신선산왕·지쌍산왕·마이산왕·지어산왕·윤위산왕·당상산왕·묘고산왕 등입니다.
불자여, 저 설산왕(雪山王)이 모든 갖가지 종류의 약초들이 나는 곳이 되어 이 약초를 캐어도 다하지 않는 것처럼, 보살이 극희지에 머무르는 것도 그와 같아서 일체 세간의 서론(書論)·문송(文頌)·명주(明呪) 등이 의지하는 출저(出處)가 되어 그 모든 세간의 서론과 기예와 문송과 명주 등을 말해도 다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불자여, 비유하면 향취(香醉)대산왕이 모든 종류의 향이 나는 곳이 되어 거기서 나는 향을 취하여도 다하지 않는 것처럼 보살이 희구지에 머무르는 것도 그와 같아서 일체 보살의 청정한 계행의 향이 의지하는 곳이 되므로 모든 보살의 계행의 향이 다함이 없습니다.
불자여, 비유하면 열궁(裂窮)대산왕이 순수한 보배로 이루어진 온갖 종류의 보배가 나는 곳이 되어 거기서 나는 온갖 종류의 보배를 취해도 다함이 없는 것처럼 보살이 발광지에 머무르는 것도 그와 같아서 일체 세간의 선정과 해탈과 신통과 등지(等持)와 등지(等至)가 의지하는 출처가 되니 일체 세간의 선정과 신통과 해탈과 등지와 등지의 문답이 다함이 없습니다.
불자여, 비유하면 신선(神仙)대산왕이 온갖 보배로 이루어졌고 5통(通) 신선이 의지하는 곳이 되어, 거기서 5통 신선의 대중 모임이 다하지 않는 것처럼, 보살이 염혜지에 머무르는 것도 그와 같아서 일체의 도와 도 아님과, 수승한 지혜가 의지하는 출처가 되니, 일체의 도와 도 아님과 수승한 지혜의 문답이 다함이 없습니다.
불자여, 비유하면 지쌍(持雙)대산왕이 순수한 보배로 이루어졌고 일체의 야차 대신(大神)의 출처가 되니 거기서 일체 야차 대신 대중이 다하지 않는 것처럼, 보살이 난승지에 머무르는 것도 그와 같아서 일체 신통의 위력과 자재한 변화가 의지하는 출처가 되니, 일체 신통의 위력과 자재한 변화의 문답이 다함이 없습니다.
불자여, 비유하면 마이(馬耳)대산왕이 순수한 보배로 이루어졌고 일체 과일이 나는 곳이 되어, 거기서 나는 온갖 과일을 취해도 다함이 없는 것처럼, 보살이 현전지에 머무르는 것도 그와 같아서, 취입(趣入)과 연설과 연기(緣起)가 의지하는 출처가 되니 성문과증(聲聞果證)의 문답이 다함이 없습니다.
불자여, 비유하면 지어(持魚)대산왕이 순수한 보배로 이루어졌고 힘이 센 모든 용왕이 나오는 곳이 되어, 거기서 나오는 힘이 센 모든 용왕들이 다함이 없는 것처럼 보살이 원행지에 머무르는 것도 그와 같아서 방편을 연설하는 묘한 지혜가 의지하는 곳이 되니 독각과증(獨覺果證)의 문답이 다함이 없습니다.
불자여, 비유하면 철륜위(鐵輪圍)대산왕이 순수한 보배로 이루어졌고 모든 자재한 대중들이 의지하는 곳이 되어, 자재한 대중들이 다함이 없는 것처럼, 보살이 부동지에 머무르는 것도 그와 같아서 일체 보살의 자재한 문답을 일으키는 의지처가 되니 세간의 모든 분석하는 문답이 다함이 없습니다.
불자여, 비유하면 당상(幢相)대산왕이 순수한 보배로 이루어졌고 모든 위덕이 있는 아수라들이 의지하는 곳이 되어 큰 위덕이 있는 아수라 대중이 다함 없는 것처럼 보살이 선혜지에 머무르는 것도 그와 같아서 일체 세간의 유전(流轉)이 그치는 지혜로운 행의 의지처가 되니 일체 세간의 생(生)의 문답이 다함이 없습니다.
불자여, 비유하면 묘고(妙高)대산왕이 순수한 보배로 이루어졌고 큰 위덕이 있는 하늘 대중이 의지하는 출처가 되어 그중에 큰 위덕이 있는 하늘 대중이 다함이 없는 것처럼, 보살이 법운지에 머무르는 것도 그와 같아서, 여래의힘과 무외와 불공법의 의지처가 되니, 모든 불사를 나타내는 문답이 다함이 없습니다.
불자여, 이와 같은 10가지 대보산왕들이 모두 큰 바다에서 현현(現顯)하는 것처럼, 보살의 10지도 그와 같아서, 모두 일체지지에서 함께하고 또 그 일체지지에서 현현(現顯)하는 것입니다.
불자여, 비유하면 큰 바다는 10가지 행상(行相)으로 인하여 가리워지지 않는 까닭에 바다의 수에 들어갑니다. 어떤 것이 그 10가지인가? 이른바 차츰 깊어지기 때문이요 시체와 함께 머물지 않기 때문이며 다른 물이 거기 들어가면 이름을 버리기 때문이요 맛이 동일하기 때문이요 보배가 많기 때문이며 깊어서 내려가기 어렵기 때문이요 광대 무량하기 때문이며 몸이 큰 무리들이 사는 곳이기 때문이요 조수가 세운 한계를 넘지 않기 때문이며 일체의 큰 비를 받아도 만족해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자여, 모든 보살행도 그와 같아서 10가지 행상으로 인하여 그 빛이 가리워지지 않는 까닭에 큰 행의 수에 들어갑니다. 어떤 것이 그 10가지인가? 이른바 극희지에서는 일으킨 큰 서원이 차츰 깊어지기 때문이요, 이구지에서는 계를 깨뜨리는 시체와 함께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며, 발광지에서는 세간에서 임시로 세운 이름들을 버리기 때문이요, 염혜지에서는 모든 부처님에 대한 깨끗한 믿음이라는 동일한 맛을 파괴하지 않기 때문이며, 난승지에서는 무량한 방편과 신통을 인탈하여 세간사에 쓰이는 대단히 진귀한 보물이 되기 때문이요, 현전지에서는 연기라는 매우 깊은 이치를 관찰하기 때문이며, 원행지에서도 광대 무량한 묘한 지혜로 모든 방편을 가려 결정하기 때문이요, 부동지에서는 큰 장엄을 일으키어 드러내 보이기 때문이며, 선혜지에서는 매우 깊은 해탈과 세간의 행을 이치답게 통달하여 마침내 세운 한계를 넘지 않기 때문이요, 법운지에서는 모든 부처님 법의 광명이라는 큰 비를 받으면서도 만족해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자여, 비유하면 큰 마니보배가 때로는 10가지 보배의 성질을 초월해 훌륭한 장인(匠人)이 그것을 캐내어 불로 담금질하면 원만하여서 결함이 없고 깨끗하여 더러움이 없으며, 환히 빛나는 것을 보배실에 꿰어 높은 유리 당기 위에 달아 놓으면 오만 가지 광명을 널리 놓아 왕의 인정을 받습니다. 이 때에는 모든 보배를 내려 원하는 대로 일체 유정을 이롭게 하여 그들의 소원을 모두 충족시켜 주는 것처럼, 불자여, 살바야(薩婆若)의 마음도 그와 같아서, 때로는 보살의 보리심이 10가지 성자(聖者)의 종성(種性)을 초월해 바로 두타의 공덕을 일으키어 계율에서 금지된 것을 멀리 여의어 정려와 등지(等持)와 등지(等至)로 담금질하여 원만히 하고 도지(道支)의 행상을 깨끗이 하여 더러움이 없으며 방편과 신통이 밝게 빛나고 연기관(緣起觀)으로 오묘하게 잘 뚫어 갖가지 방편과 지혜라는 실로 꿰어 자재라는 높은 당기 위에 두고 중생들 행을 관찰하여 문혜(聞慧)의 광명을 놓아서 정등각지의 관정(灌頂)을 받았다면 이때부터는 일체지지라 이름하고 모든 유정들을 위하여 널리 불사(佛事)를 지을 수 있게 됩니다.
불자여, 아셔야 합니다. 그는 모든 보살행을 잘 쌓아 일체종(一切種), 일체지지 공덕의 성품으로 묘한 법문을 설하지마는, 선근을 심지 못한 유정들은 끝내 그것을 듣지 못합니다.”
해탈월보살이 말하였다.
“불자여, 만일 어떤 유정이 귀로 이 일체 종, 일체지지 공덕의 성품으로 설한 묘한 법문을 듣는다면 그들은 얼마만한 복덕을 성취할 수 있습니까?”
금강장보살이 말하였다.
“불자여, 모든 일체지지의 몇몇 위력의 자재함은 일체지(一切智)의 마음을 내어 반연을 거두기 때문에 이 또한 복덕이 쌓입니다. 일체지의 마음을 내어 반연을 거두기 때문에 거기 있는 몇몇 복덕이 눈앞에 드러나게 되는데 이 묘한 법문을 들으면 당연히 그러한 복덕을 얻게 됩니다. 왜냐 하면 불자여, 이 일체지지 공덕 성품의 쌓임인 이 묘한 법문은 만약 보살이 아니라면 듣지도 못할 뿐 아니라 믿고 이해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니 하물며 다시 거기서 행상(行相)을 닦아 부지런히 가행(加行)함이겠습니까?
불자여,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만일 어떤 유정이 일심으로 이 법문을 듣고 듣고는 믿고 이해하며 믿고 이해해서는 행상을 닦아 거기서 가행하면 이 유정들은 모두 일체지(一切智) 법문에 수순케 되니 그 때가 되면 부처님의 신력 때문에 또 법이 그러하기 때문에 세간의 10구지 불찰의 티끌 수 같은 세계가 다 6변(變) 18상(相)으로 진동할 것입니다.
이른바 동(動)·변동(徧動)·등변동(等遍動)과 기(起)·변기(徧起)·등변기(等徧起)와 용(踊)·변용(徧踊)·등변용(等徧踊)과 진(震)·변진(徧震)·등변진(等徧震)과 후(吼)·변후(徧吼)·등변후(等徧吼)와 격(擊)·변격(徧擊)·등변격(等徧擊) 등입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신력 때문에 법이 으레 그렇기 때문에 하늘 꽃 구름이 내리고 하늘 화환의 구름·하늘의 묘한 옷의 구름·하늘 보배의 구름·하늘 장엄의 구름·하늘 보배 일산의 구름·하늘 보배 당기의 구름·하늘 보배 번기의 구름이 내립니다. 또 하늘 음악의 구름이 내려 동시에 조화롭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모든 하늘을 뛰어난 일체지지의 구름도 내립니다. 이 세계에서처럼, 4대주(大州)와 타화자재천 왕궁에서도 이 법을 연설하는데, 시방의 모든 세계에서 이 법을 연설하는 소리가 두루 퍼지는 것도 다 이와 같습니다.”
그 때 다시 부처님의 신력으로 인하여 시방으로 10구지 불찰의 티끌 수 같은 세계 밖을 지나는데 거기에 다시 10구지 불찰의 티끌 수 같은 보살들이 시방을 두루하여 이 모임에 모여 들고 모여서는 모두 이렇게 말하였다.
“장하고 장합니다, 불자여. 당신은 지금 보살의 법성을 잘 나타내었습니다. 불자여, 우리들 이름도 다 같이 금강장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계 이름도 각기 다 금강승이며, 거기 계시는 모든 부처 정등각 명호는 다 금강당(金剛幢)이라 합니다. 우리는 모두 거기서 왔습니다. 그곳의 모든 세계에서도 부처님 신력으로 말미암아 이 법을 설하고 그 대중의 모임도 여기와 같으며 문자와 글귀 그리고 뜻도 여기서 말하는 것과 조금도 더하고 덜하지도 않습니다.
불자여, 우리는 지금 부처님의 신력(神力)을 입고 이 모임에 와서 당신을 위해 증명합니다. 우리가 지금 이 세계에 든 것과 같이, 시방 모든 세계 가운데 낱낱 세계의 4대주와 각각의 타화자재천과 자재천왕궁의 마니보장전에서도 모두 이와 같이 머물면서 증명합니다.”
이때에 금강장보살은 시방 일체의 대중 모임을 관찰하고 법계를 두루 비추니 이는 보리심을 낸 것을 찬탄하고자 함이요, 보살의 경계를 나타내 보이고자 함이며, 일체 세간의 더러움을 제거하고자 함이요, 일제종지(一切種智)를베풀고자 함이며, 불가사의한 지혜의 장엄한 일을 나타내 보이고자 함이요, 일체 보살의 훌륭한 공덕을 나타내고자 함이다. 그리고 일체 보살의 모든 수승한 공덕을 드러내기 위함이고, 이로 하여금 앞서 자리의 뜻을 더욱 밝혀 드러내기 위하여 부처님의 신력(神力)을 입어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 마음이 적멸(寂滅)하여 항상 조화로이 유순하고
평등하고 걸림이 없어 허공과 같으며
모든 더러움과 혼탁함을 떠나 도에 머무르나니
당신들은 이 훌륭한 행을 들어야 하네.
백천억겁 동안 모든 선(善)을 닦으면서
한량이 없고 끝이 없는 부처님께 공양하고
성문과 독각들 역시 그러하나니
중생들을 이롭게 하기 위해 큰 마음을 내었네.
깨끗한 계율을 지켜 항상 기쁘게 인고하며
부끄러워함과 복과 지혜를 두루 다 갖추고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고자 넓은 지혜를 닦고
10가지 힘을 얻기 위해 큰 마음을 내었네.
삼세의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모든 국토를 다 깨끗이 장엄하고
모든 법이 다 평등함을 알아서
유정들을 이롭게 하고자 큰 마음을 내었네.
초지(初地)에서 보리심을 내어
온갖 악이 멀리 여읨을 항상 기뻐하면서
서원의 힘으로 모든 선한 법을 널리 닦고
유정을 가엾이 여겨서 때문에 2지에 들어가네.
계율과 선정을 구족하여서 유정을 생각하고
온갖 더러움을 씻어버리니 마음이 깨끗하다.
세간의 3독(毒) 불꽃이 활활 타는 것을 관(觀)하여
넓고 크게 깨달은 이는 제3지로 들어가네.
삼유의 일체는 모두 다 무상(無常)하여
화살이 몸에 든 것과 같이 구제할 방법이 없으니
유위(有爲)를 싫어하고 불법을 구하기 위해
넓고 큰 지혜로 염혜지에 나아가네.
염정(念定)과 지혜를 구족하여 도의 지혜를 얻어서
백천의 한량없는 부처님께 공양하며
가장 훌륭한 온갖 공덕을 항상 관찰하고는
그는 곧 난승지를 향해 들어가네.
지혜와 방편으로 잘 관찰하고
갖가지 모습으로 나투어 유정을 구제하고
다시 10력을 가지신 무상존(無上尊)께 공양하니
이로써 현전지로 들어갈 수 있네.
세상이 알기 어려운 것을 잘 알며
나에 의한 느낌이 없고 유무(有無)를 떠나며
법의 성품은 본래 고요하여 인연 따라 변하나니
이 묘한 지혜로 말미암아 제7지로 향하네.
지혜와 방편과 마음이 넓고 커서
행하기도 어렵고 조복키도 어려우며 알기도 어려워라.
비록 적멸을 증득했으나 부지런히 닦고 익혀야만
저 허공과 같은 부동지를 취할 수 있네.
부처님의 권유를 받들어 적멸에서 깨어나
갖가지 모든 지혜의 업을 널리 닦아서
10가지 자재함을 갖추고 세간을 관찰하나니
이로 말미암아 선혜지에 오르네.
미묘한 지혜로 유정들의
마음과 의혹과 업 등의 모든 조림(稠林)을 관찰하고서
그들을 교화시켜 도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
모든 부처님의 훌륭한 이치의 창고를 연설한다.
차례로 행을 닦아 온갖 선을 다 갖추고
나아가 9지에 이르러서는 복과 지혜가 쌓여서
항상 모든 부처님의 가장 훌륭한 법을 구하여
부처님 지혜의 물로 관정(灌頂)을 받네.
셀 수 없는 모든 삼마지를 얻어
그것이 짓는 바를 다 잘 아나니
그 후에 결정코 관정(灌頂)을 받는다 하여
넓고 큰 경계에 머물러 항상 동요함이 없네.
보살이 이후의 정(定)을 얻을 때
큰 보배 연꽃이 갑자기 나타나
몸의 크기가 그것과 걸맞아 그 가운데 앉으니
보살 대중에게 둘러싸임을 다 같이 보네.
백천억의 큰 광명을 놓아서
일체 유정의 괴로움을 모두 다 없애고
다시 또 정수리 위에서 광명을 놓아
시방의 모든 부처님의 모임에 두루 들어가네.
그것은 공중에 머물러 광명의 그물이 되어
부처님께 공양하고 그 발 밑으로 들어갈 때
그 즉시 모든 부처님께서 그러한 것을 아시어
불자가 지금 관정위(灌頂位)에 올랐다 하시네.
시방의 보살들이 다 모여 와서
이 대사(大士)가 얻은 모든 선정을 우러러보고
모든 부처님께서는 눈썹 사이로 광명을 놓아
두루 비추고 돌아와 정수리로 들어가네.
시방세계가 다 진동하고
일체 나쁜 갈래의 괴로움이 모두 소멸하였다.
이 때에 모든 부처님은 그의 정수리에 관정하시니
마치 전륜성왕이 태자의 정수리에 관정함과 같네.
만약 모든 부처님께서 그의 정수리에 관정하시면
곧 법운지에 올랐다 하나니
그 지혜가 증장되어 끝이 없어서
모든 세간의 유정들을 다 깨우치네.
욕계(欲界)·색계(色界)·무색계(無色界)
법계(法界)·세계(世界)·유정계(有情界)
유위(有爲)·무위(無爲)·공(空)·열반(涅槃)
이와 같은 모든 것을 다 통달한다네.
일체의 변화와 큰 위력 그리고
모든 부처님의 가지(加持)와 미세한 지혜와
비밀과 겁(劫)의 수와 털끝 등
모두 여실하게 관찰할 수 있네.
생(生)을 받음과 세속 버림과 정각 이룸과
묘한 법륜을 굴림과 열반에 드심과
나아가서는 적멸(寂滅)과 해탈하신 법
그리고 드러내 보이고 설하신 것을 다 잘 아네.
보살이 법운지에 머무르면
생각과 힘을 구족하고 부처님 법을 지니나니
비유하면 큰 바다는 용이 내리는 비를 다 받아들이는 것처럼
이 법운지가 법을 다 받는 것도 또한 그러하다네.
설사 시방의 한량이 없는 흙
그 티끌의 수와 같은 모든 유정들이
모두 다라니를 들어 지니고
각각 따로따로의 한량없는 법을 지닌다 해도,
보살이 이 법운지에 머무르면서
한 부처님에게서 받는 바의 그 법
이름하여 삼세 법계의 창고라 하는 것
이는 앞서의 그 수를 초월하여 한량이 없다네.
옛날의 지혜와 서원과 위신의 힘으로 말미암아
한 찰나 사이에 시방에 두루하여
감로(甘露)의 법을 내리어 번뇌를 멸하나니
그러므로 이 자리를 법운지라 하네.
신통을 드러내 보임이 시방에 두루하여
인간과 천상 그리고 세간의 경계를 초월하고
다시 이 수보다 무량한 억이 더 많나니
만일 세상의 지혜로 헤아리면 반드시 미혹하네.
10지 보살의 몸의 업과 말의 업과 뜻의 업 등
나아가 발을 드는 정도의 공덕까지도
곧 법 태자의 자리에 오른 것이니
9지의 모든 성인(聖人)들도 헤아리지 못하네.
그러하거늘 하물며 저 일체의 유정과
또 성문이나 독각 따위겠는가.
이 10지의 보살이 부처님께 공양함은
시방의 모든 국토에 다 두루한다네.
또한 앞에 있는 모든 성인들에게도 공양하고
장엄한 모든 부처님의 공덕을 구족하나니
그러므로 부처님은 이 자리에 머무르는 이를 위해
삼세 법계의 걸림없는 지혜를 설하시네.
세계의 유정들을 두루 비추고
나아가 그들을 위하여 일체지를 설명하나니
이 법운지 보살의 지혜 광명은
유정들에게 바른 법의 길을 내 보이네.
마치 대자재천왕의 광명이
어둠을 제거하고 유정들의 몸을 기쁘게 하는 것처럼
이 법운지의 지혜의 광명이 어둠을 제거하고
이 세간을 기쁘고 즐겁게 하는 것도 또한 그러하네.
여기에 머물면 대체로 삼계(三界)의 왕이 되어
3승(乘) 법을 잘 설할 수 있고
한 찰나 사이에 백만억의
나유타 수 말할 수 없는
불찰의 티끌 수 같은 삼마지를 증득할 수 있으며
부처님을 뵈옵는 등 다른 일 또한 그러하네.
이 법운지를 이제 나는 대충 설명하였거니와
자세히 설명하려면 이루 말할 수 없다네.
이 모든 지(地)가 부처님 지혜 가운데서
우뚝 솟아 있는 것이 마치 저 10가지 산왕(山王) 같나니
초지(初地)의 기예 업이 다함이 없는 것이
마치 저 설산(雪山)의 온갖 약초의 성질과 같다.
제2지의 계율의 향은 마치 향취산과 같고
제3지는 마치 묘한 보배가 풍부한 열궁산 같으며
제4 염혜지의 도의 보배가 다함 없음은
마치 저 신선산왕의 신선 대중과 같다네.
제5지의 신통은 마치 저 지쌍산왕과 같고
제6지는 온갖 과일을 갖춘 마이산왕 같으며
제7지의 큰 슬기는 마치 저 지어산왕과 같고
제8지의 자재함은 마치 저 철륜위산왕과 같으며
제9지의 걸림이 없는 앎은 당상산왕과 같고
제10지는 온갖 덕을 구비한 묘고산왕과 같네.
초지는 서원이 제일이요 2지는 깨끗한 계율이며
3지는 정려(靜慮) 등 갖가지 공덕이요
4지는 전일(專一)한 행과 각지(覺支)의 도요
5지는 미묘한 방편과 지혜이네.
6지는 매우 깊은 연기(緣起)의 관찰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