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색가(好色家)묘우꼬우왕(王) 마하ㆍ캇챠나와 묘우꼬우왕
그날 밤이었다. 대왕은 대지가 진동하여 육(六), 무(無), 아(我), 비(鄙), 심(心), 약(若)의 여섯자의 소리를 내는 꿈과, 흰 백전단(白 檀)향으로 몸을 씻고, 붉은 적전단 향수를 뿌리며, 머리 위에 불이 타고, 양 겨드랑 밑에 큰 독사가 드리워져 있으며, 잉어가 두 마리 그의 발을 핥고, 흰 모기가 두 마리 하늘에서 날라왔으며 대흑산(大黑山)이 얼굴에 맞대었고, 흰 갈매기가 머리 위에 똥을 남기고 사라졌다는 여덟가지 꿈을 꾸었다.
너무나 기이한 꿈이라서 대왕은 바라문을 대량 학살한 보복으로 이와 같은 불길한 사건이 일어날 조짐이 아닌가고 크게 심려했다.
이에 점술에 능통한 바라문 대신에게 이것을 점쳐 보았다.
『대왕전하께서 국위를 상실하시고, 그 존명을 손상당할 악조입니다. 만약 이 꿈이 길조라고 점치는 사람이 있사오며, 그 사람은 증상만(增上慢-사승법 및 오달을 얻지 못한 자가 마치 그것을 터득한 양 까부는 것)인 사람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대왕은 자기 스스로 이미 이 꿈에 두려움을 품고 있었는데 게다가 바라문 대신이 이와 같이 점괘를 말하자 완전히 의기 초침하여 거의 기동을 하지 못했다. 왕은 조금 더 마음에 안정을 얻고자 불제자인 마하ㆍ캇챠나에게 한 번 길흉을 판단해 보리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성자를 방문하여 어젯밤에 자기가 꾼 여섯자와 여덟가지 꿈의 해몽을 정중히 청해 보았다.
『대왕께서는, 이 꿈을 누구에게 점쳐 보신 일이 있습니까?』
『바라문에게 알아봤소이다.』
『뭐라고 말씀드리든가요?』
『국위를 상실하고 신명을 손실한 대흉몽이라고 하였오이다.』
『바라문이란 원래 오직 천상계에 태어나는 것만을 바라고, 기타의 것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 따위 판단을 한 것입니다. 대왕, 안심하십시오. 이 꿈은 아주 좋은 대길괘입니다. 대지에서 발한 육자(六字) 의 소리는 대왕을 경고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꿈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 올리겠습니다.』
하며 성자 마하ㆍ캇챠나는 다음과 같이 대왕에게 말씀했다.
『옛날에 여섯 왕이 있었습니다. 육왕은 모두 나쁜 정치를 베풀었기 때문에 마침내 스스로 그 몸을 손 상해 사후에 전부 지옥으로 떨어졌습니다. 그 최초의 왕이 지옥에서 대극고(大極苦)를 받았을 때, 그 것을 송(頌)한 것이 있습니다. 그 첫 자가 「六」입니다.
『육만육천세(六萬六千歲), 지옥의 가마솥에 끓여지고 삶아졌고,
아직도 극고(極苦)를 받고 있건만,
마침내 헤어날 희망 전혀 없도다.』
그리고 제二의 왕은 「무(無)」자를 노래 했습니다.
『무한(無限)한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이 고통 벗어날 길 전혀 없구나.
우리들 동류(同類)의 이 고통은,
모두 전생의 악업의 과보여라.』
제三의 왕은 「아(我)」자를 노래 했습니다.
『세상 사람 제마다 하나같이,
의식(衣食)에 열락(悅樂)을 느끼건만,
내가 얻은 의식은 어찌하여,
나를 이토록 괴롭히는가.』
제四의 왕은 「비(鄙)」자를 풀이했습니다.
『누추하고 천하구나 내 모습이어,
물건을 인색하여 베풀지 않고,
음식을 남에게 나누지 않으면,
이 한 몸에 도움이란 전혀 없어라.』
제五의 왕은 「심(心)」자를 노래 했습니다.
『나를 속이는 마음 때문에,
어리석은 멍에에 몸이 매여서,
지옥의 극고(極苦)를 받게됨이어,
그 누가 이 고통 대신해 주랴.』
제六의 황은 약(若)자를 풀이 했습니다.
『만약 이 몸이 인간으로 생을 받아서,
항상 많은 선행을 수습(修習)하면,
그 복업(福業)의 힘을 입어,
천상에 태어나는 생을 얻으리.』
이와 같이 『육자』의 소리는 전혀 그 육왕들의 선업(先業을 나타냄과 동시에 대왕을 경고하여 조심 시켜 드리는 소리입니다. 하와 결코 나쁜 소리는 아닙니다.
또한 여덟가지 꿈, 즉 팔몽(八夢)에 대해 상세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의 흰 백전단 향으로 온 몸을 씻었다는 꿈은, 쇼우호우국(國) 왕이 흰 명주를 대왕에게 헌상하려 고 크게 많이 이미 발송했으며, 그 공물(貢物)이 지금 오는 도중에 있는데 반드시 칠일 뒤에는 도착한 다는 좋은 조짐입니다.
제二의, 적전단 향수를 몸에 쏟아 부은 꿈은, 켄다라국왕이 붉은 털로 짠 명주를 봉헌하기 위해서 사 신을 보냈아온데 그것도 반드시 칠일 후에는 대왕에게 닿는다는 전조입니다.
제三의, 머리위에 불이 탄다는 꿈은, 한나국왕이 킨만을 봉헌하는 전조입니다.
제四의, 양 겨드랑 밑에 독사가 드리워져 있다는 꿈은, 중국에서 대왕에게 두 자루의 보검(寶劍)을 헌 상할 조짐입니다.
제五의, 두 마리 잉어가 양발을 핥는다는 꿈은, 신슈우 국왕으로부터 칠일 뒤에 대왕에게 보리(寶履) 를 한 켤레 헌상한다는 조짐입니다.
제六의, 흰 모기가 두 마리 하늘에서 날라왔다는 꿈은, 토카라 국왕으로부터 준마(駿馬)를 두 마리 헌 상할 전조입니다.
제七의, 대흑산(大黑山)이 그 면전을 향해 다가왔다는 꿈은, 카료우가 국왕으로부터 대상(大象)을 두 마리 헌상할 징조입니다.
제八의, 흰 갈매기가 머리 위에 똥을 남겼다는 꿈은, 안라크부인에게 관한 전조입니다.
이상과 같이 팔몽은 결코 대왕에게 불길한 전조가 아니라 모두 하나같이 대길조이오니 대왕께서는 안 심 하십시오. 그러나 대왕께서는 금후 결단코 그 바라문들에게 나쁜 마음을 가져서도 안 됩니다.』
존자는 이렇게 대왕을 위해서 친절하고 자상하게 그가 꾼 꿈의 길흉을 점쳐 주며, 그의 행위를 조심시켰다. 묘우꼬우왕은 그 점괘를 듣고 그제야 겨우 안심했다. 그는 소생한 듯 새로운 환희에 넘쳤다. 그로부터 깊이 존자에게 귀의하여 마음으로부터의 감사와 예를 다했다. 그리고 밝은 마음으로 궁성으로 되돌아갔다.
마하ㆍ캇챠나 존자가 예고 한 바와 같이 아니나 다를까 칠일을 경과하자 칠개국의 국왕들로부터 각각 헌상품들이 도착했다. 이것을 본 대왕은 존자에게 더욱 더 경신(敬信)하는 마음을 바치게 되었다. 궁내에서 일어난 모든 길상사(吉祥事)는 오직 마하ㆍ캇챠나 존자의 복덕력의 힘이라고 생각한 그는 흰 명주를 사자에게 들려 존자에게 증정하도록 했다.
또한 안라크부인, 세이꼬우, 우호태자, 죠우요우 대신을 어전에 불러놓고,
『여러 나라에서 진귀한 보물이 많이 들어 왔으니, 그대들은 마음대로 선택해 갖도록 하라.』
라고 분부했다.
대왕의 허락을 얻은 사람들은 모두 기뻐하며 서로 자신들의 소용될 물건을 취했다. 안나끄부인은 킨만을, 세이꼬우는 붉은 털로 짠 명주를, 고고는 준마를, 죠우요우는 칼 두 자루, 바라문 대신은 보리(寶履)를 가졌다. 그리고 모두들 갖고 남은 대상(大象)은 대왕 자신이 가지기로 했다.
여러 나라 국왕들로부터 진상된 공물들을 모조리 나누어준 대왕은 다시 존자의 방사(房舍)를 찾아갔다.
『대자(大慈)하옵시고 세상만사를 깊이 사려하옵시는 존자님. 저는 지금 제가 지닌 왕위를 존자께 봉납 하고자 하옵니다. 아무쪼록 자비를 내리시와 저의 이 간절한 소망을 받아 주십시오.』
라고 간절하게 원했다.
『후의는 감사하오나 불계(佛誡)에 의해 수도자는 왕위에 오를 수 없습니다.』
『하오면 영토의 반분이라도 받아주소서.』
『그것도 용납될 수 없습니다.』
『오욕(五欲)의 수용(受用)하심을 모두 바치겠사오니 그것이나마 받아주소서.』
『모든 욕망은 이미 금지되어 잇는 우리 불제자들입니다. 그 호의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하오면, 적어도 일용에 쓰실 필수품이라도 꼭 받아 주소서.』
『그것도 세존께 여쭈어보지 않으면 안 됩니다. 후일에 말씀드리지요.』
이 무렵에 세존께서는 사위국(舍衛國)의 기원정사(祇園精舍)에 계셨다. 그 신통력으로 마하ㆍ캇챠나와 묘우꼬우왕과의 대화를 들으셨다. 지금 마하ㆍ캇챠나 자신에게는 대왕이 봉납하는 일용품 용구들이 필요 없었지만 장래의 승단(僧團)을 위해서는 받아도 좋으리라고 생각하셨다.
그리하여 천안(天眼)과 천이(天耳)의 신비스런 힘으로 석존과 존자는 서로 말씀을 나누었다.
『세존님, 대왕이 공양하려고 하는 자구(資具)를 받아도 좋사옵니까?』
『마하ㆍ캇챠나여, 그대 자신을 위해서는 불필요 하지만 미래의 수도자들을 보살피기 위함과 동시에 또한 시주의 복업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그 공양을 받도록 하라.』
마침내 세존의 허락을 얻은 마하ㆍ캇챠나 존자는,
『대왕이시여, 세존께서의 허락을 얻었으니 주시는 공양을 받겠소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내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승단을 보살피고 또한 시주의 복업증진을 우 한 것임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라고 대왕에게 대답했다.
대왕도 자신의 뜻이 용납된 것을 매우 기뻐했다. 이에 큰 정사(精舍)를 건립하고, 사사(四事)의 공양도 모두 충족시키며, 장전(莊田), 우축(牛畜)들을 불제자에게 보시했다.
석존께서는 사방의 제자들을 향해 말씀을 내리셨다.
『나는 이제 묘우꼬우왕으로 하여금 청신사(淸信士)임을 허하노라.』
색욕에 깊이 탐닉하던 묘우꼬우왕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석존의 대신자로서 갱생의 길을 밟게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