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색가(好色家) 묘우꼬우왕(王) 죠우요우 간언 대왕의 회개

호색가(好色家) 묘우꼬우왕(王) 죠우요우의 간언가 대왕의 회개

그렇게 되고 난 어느날 밤이었다.

묘우꼬우왕은 안라크부인과 만찬을 함께 하기로 되어 있었다. 대왕은 본래 술을 대단히 애호했던 까닭에 부인은 술잔을 들고 대왕에게 권하려 그 앞으로 가서 섰다. 이때 세이꼬우가 타국에서 헌상된 붉은 명주천을 쓰고 차양 앞을 지나갔다. 그러자 그 명주 빛깔이 햇빛을 받아 반짝 전광(電光)과 같은 아름다운 빛을 발했다.

이 돌연한 빛을 받은 부인은 크게 놀라고 또 의심스럽게 생각했다.

『대왕전하, 지금 저 빛은 무엇입니까? 번갯빛 이었습니까? 등불빛 이었습니까?』

라고 대왕에게 물었다.

『아니오, 그것은 번갯빛도 등불빛도 아니오. 그것은 세이꼬우가 머리에 쓴 붉은 명주 빛이오. 그대는 어찌하여 저 진귀한 명주를 취하지 않았었소?』

『그럽니까? 저는 그것이 그처럼 진귀한 것인줄은 몰랐었어요. 대왕께서는 세이꼬우를 너무나 총애 하 시니까 은밀히 그녀에게만 알려주신 모양이지요?』

정숙하던 안라크부인이 뜻밖에 질투하기 시작했다.

『아니오. 결코 그런 비열한 짓을 할 내가 아니오. 세이꼬우가 스스로 선택했을 뿐이오.』

『그럴 리가 없사와요. 대왕마마께서 틀림없이 가르쳐 주신거예요!』

부인은 날카롭게 소리치면서 분격한 나머지 손에 들었던 술잔을 그만 대왕의 머리에 동댕이쳤다. 대왕은 갑작스런 기습에 『아이쿠』하고 비명을 지르더니 피가 흐르는 상처에 손을 대고,

『머리가 터졌구나! 피가 흐르고 있군. 앙, 나는 이대로 죽는구나.』

라고 고함을 쳤다. 그리고 곧 죠우요우를 불러,

『나에게 이런 무엄한 짓을 한 안라크를 당장 끌고가 목을 베라.』

라고 추상같은 엄명을 내렸다.

이런 대왕의 갑작스런 명령을 받은 죠우요우는 생각했다.

『대왕은 안라크부인을 어느 여성보다 깊이 사랑하고 계시다. 지금은 자신이 분노한 나머지 죽이라고 경솔하게 엄명했지만 결코 죽여서는 안 된다.

이제 조금만 지나면 노여움이 가셔지고 마음이 안정되었을 때 다시 여쭈어보고 결행해도 늦지 않으리 라.』

그는 표면상 태연히 대답했다.

『분부대로 거행 하겠습니다.』

죠우요우는 곧 안라크부인을 어느 곳에 감추어 버렸다. 그가 예상한 대로 그 다음 날이었다. 노여움이 진정된 대왕은,

『죠우요우 안라크는 어디 있는가?』

라고 물었다.

『대왕전하의 분부 모시와 어제 살해했습니다. 하오니 지금 이 세상에는 안 계십니다.』

대왕은 이 말을 듣자 얼굴이 창백해지고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입속에서 말이 잘 흘러나오지 않았다. 대왕은 더듬거리며,

『뭣이? 아, 안라끄부인을 주… 죽였다구? 부인이 죽었다면 나도 사, 살맛이 없어. 죠우요우, 나, 나도 죽이라. 세이꼬우도, 우호태자도, 바라문대신도 모두 죽여라. 그리고 네가 왕위에 올라라 고약한……. 나는 안라크가 너무나 무엄하기에 그것을 주의 시키려고 죽이라고 했는데……. 그걸 정말로 사형, 아 아 죽여 버리다니……. 항상 만사에 신중한 그대답지도 않은 처사군, 아아, 아아…….』

하고 통고가며 소리쳤다.

그러나 죠우요우는 조용히 서서 태연하게 말했다.

『대왕전하, 잠시 지만하시고 제 말씀을 들어주십시오.

옛날, 어떤 곳에 어느 명산(名山)이 있었습니다. 맑은 샘물이 잔잔히 흐르고, 울창한 과일나무에는 탐스러운 열매가 익고 있었습니다. 청풍과 명월이며 장엄하고 화려한 조망이며 마치 이 세상의 선경(仙 境)과 같았습니다. 그러하온데, 이 명산에 있는 큰 나무에 비둘기가 한쌍 살고 있었습니다. 항상 저희 들이 좋아하는 과실을 쪼아와서는 그 둥지 속에 감추어 두었습니다.

어느 날 숫비둘기가 암비둘기에게,

『이 둥지 속 과일은 먹어치워서는 안되, 비바람이 센 날을 위해서 미리 저장해 두는 것이니까. 알았 지?』

하고 주의 시켰습니다. 그 뒤에 그 둥지 속에 따서 갈무리해 두었던 과실은, 바람에 불리고 햇볓에 쬐여서 건조하기도 하고 말라 비틀어져서 쪼그러 들었습니다.

과실이 적어진 것을 본 숫비둘기가 화가 나서 무조건 암비둘기를 힐난 했습니다.

『이봐, 내가 그만큼 먹지 말랬는데 이 둥지 속 과일을 왜 먹었지?』

『아녜요, 저는 조금도 먹지 않았어요.』

『거짓말 말아! 둥지 속 과실이 적어졌지 않는가 말야!』

『그래두 전 모르는 이예요.』

두 마리 비둘기가 서로 아웅다웅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이때 그만 화가 난 숫비들기는 암비둘기를 부 리로 마구 쪼아서 죽여버렸습니다. 그리고 숫비둘기가 죽은 암비둘기 옆에서 과실을 바라보고 있는데 마침 비가 좍좍 쏟아졌습니다. 빗물에 잠긴 과실이 차츰 물에 불어나서 둥지에 그득히 되었습니다.

이것을 본 숫비둘기가 두 눈에 눈물을 흘리면서,

『용서하오. 사랑하는 나의 아내여, 어서 일어나 주오, 나의 아내여, 그대의 소행이 아닌 것을.

내가 잘못해서 당신을 죽였구려, 아아, 나의 죄, 아내여 용서하오.』

라고 울부짖으며 뉘우쳤습니다.

그때, 제천(諸天)은 허공에서 이 광경을 바라보고,

『사랑하고 정답던 비둘기 한 쌍, 즐거운 보금자리 이루던 것을, 못난 주둥이로 쪼아 죽이고,

이제 와서 슬퍼하니 어리석어라.』

하고 노래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대왕전하께서 하신 소행은 황공한 말씀이오나 바로 이 숫비둘기와 같았다고 생각됩니다. 죄 없는데도 진노하시어 죽임으로 처형케 하신 다음, 이제 와서 헛되이 슬퍼하시고 괴로워하시나 이미 미치지 못 하는 일이옵니다.

대왕전하, 또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옛날, 한 장자(長者)가 있었습니다. 가을에 황두(黃豆)를 심으려고 그것을 밭에 가지고 갔습니다. 그 콩씨를 나무 밑에 두고 잠시 어디를 간 사이에 나무위에 있던 원숭 이가 쪼르르 내려와서 그 콩씨를 한움큼 훔쳐쥐고 나무위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원숭이가 그만 자칫 잘못해서 손에 쥐었던 콩씨를 한 알 흘려버렸습니다. 그러자 원숭이는 손에 남은 콩씨를 모두 버리고 잃어버린 콩씨 한 알을 구하려고 다시 내려왔습니다. 때마침 장자가 돌아와서 이것을 보고 화가 난 나머지 지팡이로 원숭이를 때려 죽여버렸습니다.

이것을 본 수신(樹神)은,

『그 나무위의 원숭이여, 어리석구나, 손에 쥐었던 콩을 모두 버리고, 한 알을 줍기 위해 매를 맞으며,

고통 속에 신음하며 몸을 망치니.』

라고 노래했습니다.

『대왕전하, 어저께는 부인을 살해하라고 엄명을 내리셨습니다. 적은 노여움 때문에 큰 이익을 망치셨는데, 이제 와서 다시 이를 얻으려 한들, 어찌 얻을 수 있사오리까?』

하고 대답했다.

『그러면 왜 그대는 내 한 말 때문에 죽였는가?』

『대사(大師)에게는 이언(二言)이 있을 수 없습니다. 군주의 분부는 마치 몸에서 발산하는 땀과 같아서 한 번 발하면 이것을 취소할 수 없는 것입니다.』

『아아, 나는 내 마음의 어리석음 때문에 부인을 죽게했다. 그대가 내 말을 따른 것은 당연한 일이었 다.』

『대왕전하, 세상에는 두 가지 어둠이 있습니다.』

라고 죠우요우는 말한 다음,

『대왕께서는 바로 통찰하소서, 이 세상에 두가지 어둠이 있음을. 一은, 말하여 생맹(生盲)이오,

二는, 법을 모름이라. 또 두 가지 어둠이 있으니, 一은, 말하여 죄악을 봄이오, 二는, 계율(戒律)을 깨뜨림이라.』

라고 노래했다.

『오오, 죠우요우, 나는 안라크부인을 잃고 이제 나는 빈 몸이오, 벌거숭이가 되었소.』

『대왕전하, 세상에는 세 가지 벌거숭이가 있습니다. 강에 물이 없는 것도 벌거숭이오. 국가에 왕이 없는 것도 마찬가지이오며, 또한 부인이 남편을 잃고 의지할 곳 없는 것도 빈 몸이오. 벌거숭이가 된 것 입니다.』

『부인을 잃고 나서 내 궁중은 온통 공허하구나.』

『대왕전하, 세상에는 세 가지 공허가 있습니다. 둔마(鈍馬)가 길을 느리게 가는 것과, 음식에 맛이 없 는것, 그리고 집안에 음녀(淫女)가 있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대는 왜 얻기 어려운 소중한 부인을 죽였는가?』

『대왕전하, 세상에는 얻기 어려운 것이 네 가지 있습니다. 토끼머리엔 뿔을 얻기 어렵사오며 거북이 등엔 털이 얻기 어렵사옵고 음녀에겐 일부(一夫)가 얻기 어렵사오며 거짓말쟁이에겐 진실한 말을 얻 기 어렵습니다.』

『그대가 안라크부인을 살해한 것은 마땅히 불선(不善)한 일이니라.』

『대왕전하, 세상에는 네 가지 불선한 일이 있습니다. 재가자(在家者)가 그 생업에 부지런 하지 않은 것과 출가자(出家者)가 탐욕이 강한 것, 그리고 국왕으로서 국가통치에 소홀한 것, 대덕(大德)이면서 진에(嗔喪)하는 마음을 일으켜 성내고 분노하는 등은 보다 더 불선한 일들이올시다.』

『이제 그 따위 말은 집어치우라. 나는 어쩐지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괴로워진다. 그보다도 내가 거듭 묻노니 실지 이야기를 직고하라. 그대는 도대체 무슨 세력과 권리로 내 부인을 살해했는가?』

『대왕전하, 신에게 무슨 세력이나 권력이 있어서 그러했겠습니까? 또한 비록 세력이 있다손 치더라 도 그 세력으로 부인을 살해한 것이 아니옵니다. 세상에서 오직 진실한 세력을 지니신 분은 세존 한 어른 뿐입니다. 세존께서는 열 가지 위대한 세력이 있아옵니다.』

죠우요우는 그렇게 말하고 이에 부처님의 열 가지 세력에 대해 상세하게 대왕에게 설명해 드렸다.

대왕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죠우요우가 말을 마친 후에도 왕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묵묵히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죠우요우는 다시 여러 도리를 설파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몰래 어느 곳에 숨겨 두었던 안라끄부인을 안내하여 대왕 앞으로 나아갔다. 부인은 눈물이 가득히 고인 눈을 들어 대왕을 바라보고 곧 엎드려 사죄했다.

『대왕마마, 신첩의 무엄하고 당돌함을 용서하옵소서.』

부인의 모습을 본 대왕은 일어나 꿇어 엎드린 부인을 부축해 일으키며 조용히 말했다.

『부인, 나의 경솔함을 용서하시오.』

대왕은 비로소 죠우요우의 사려 깊은 조치에 감격했다. 그리고 오늘까지 걸어온 길이 전혀 세상의 온당한 상궤(常軌)를 벗어났으며, 왕도의 떳떳함에서 이탈하였던 것을 분연히 깨달았다. 이로부터 대왕은 자신의 비행들을 뉘우쳐 개과 천선함과 동시에 안라끄부인의 사과를 기쁘게 받아들여 더한층 그녀를 총애하게 되었다. 의연히 왕도의 본연의 자세를 되찾은 대왕은 국가 통치에 전념하여 명군의 칭송을 받게 되었다.

따라서 이 나라는 전보다 한결 더 창성해졌다. 국가는 번영하여 풍유하고, 백성들은 평화롭고 안락하게 즐거운 생활을 누리게 되었다.

<根本說一切有部毘奈耶雜事第二十二, 二十三, 二十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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