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계비구와 사명비구

초계비구와 사명비구

『어느 때 여러 비구들이 넓은 황야를 지나가다가 도적떼를 만나 입은 옷을 다 빼앗겼다. 한 도적이 말했다.

「놓아두면 관가에 알릴테니 그대로 죽여 버리자.」

「아니다. 사람을 죽이면 지옥에 떨어진다. 비구는 풀 한 포기도 죽이지 않는다 했으니 풀로 그들의 몸을 묶어 두고 도망가자.」

그리하여 그들은 비구들을 제각기 얼마만한 간격을 두고 풀로 묶어놓고 도망쳤다.

비구들은 낮에는 뜨거운 햇빛에 찌들어 견딜 수 없고 또 목이 탓으며 밤이 되면 모기, 파리, 여우, 들새, 올빼미들의 성화에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몸을 빼치면 풀이 죽겠고 풀이 죽으면 계를 파하는지라 차라리 신명을 버릴지라도 불계를 지키기로 하고 마침내 움직이지 않았다. 마침 그 때 국왕이 시종들을 데리고 사냥하러 나왔다가 그것을 보고 물었다.

「그대들은 모두 건장한 체격을 가지고 병도 없고 힘이 센 듯한데 이게 무슨 인연 때문에 풀에 얽매어 움직이지 않는가?」

「예, 매우 연하고 약한 풀을 아주 끊어 버리는건 어렵지 않지만, 다만 부처님의 금강계(金剛戒)를 지키기 위하여 감히 연약한풀을 아주 끊지 못합니다.」

「장하다, 비구여. 신명을 아끼지 않고 법을 수호하여 계를 범하지 않는 성자들이여, 이제 나는 그대들에게 至心歸命하며 스님들의 큰 스승 석가모니부처님께 명을 버려 귀의 하겠노라.」

하고 곧 그들을 풀어 궁중으로 모시고가 불계(佛戒)를 받았다.』

<大莊嚴論券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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