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와 농자의 비유

승자와 농자의 비유

『보리수 아래서 대정각(大正覺)을 이루신 부처님은 3·7일(또는 7·7일이라고도 함) 간 그 주위를 내왕하시며 스스로 법락을 수용하시다가 범천왕의 권청을 듣고 베나레스(녹야원)에서 아직도 고행 수도하는 옛 도반들(교진여 등 5비구)을 위하여 길을 떠났다.

얼마쯤 가다가 길 가에서 사명외도(邪命外澾) 우바카를 만났다.

우바카는 너무나도 고요하고 적적 묘묘한 불타를 보고,

「적정한 얼굴은 깨끗한 신앙으로부터 나온다. 모든 중생들이 물들어 한결같이 마음이 흔들리는데 그대는 어찌하여 집착을 떠나고 홀로 근(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의 육근(六根))이 고요하여 빛나는 얼굴은 보름달 같고 단 이슬 젖국을 맛본 듯 하는가?』

「그대 스승은 누구며, 그대는 누구를 스승으로 하여 깨달음을 얻었는가?」

「행자여 나는 승자다. 나는 지자다. 자연히 스승도 없고 증득함도 없다. 나 혼자 위없는 병을 깨달았고 나 혼자 위없는 스승(無上)이 되었다」

「벗이여, 당신은 자칭해서 각자라 하고 승자라 하는가?」

「진리를 깨달은 자 각자가 아니고 무엇이며, 번뇌에 이긴 자 승자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러나 우바카는 바쁜 걸음을 재촉하며 떠나가 버렸다. 』

< 불본행집경 권삼삼. 전묘법륜품><佛本行集經 卷三三. 傳妙法輪品>

너무나도 짧은 인연이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집착의 색맹 때문에 바른 세계를 보고도 바르게 인식하려 하지 않는다. 또 부처님이 왕사성 부근 달나산(達拏山) 절에 계실 때 이런 일이 있었다.

『어면 브라만(迦尸婆羅隨門)이 큰 농제를 지낸다 하여 그리로 걸식을 나갔는데 부처님이 막 언덕에 이르자 제에 참석차 왔던 많은 사람들이 그리로 몰리며 부처님께 경의를 표했다.

이 광경을 보고 화가 난 브라만은 부처님을 한번 곯려줄 양으로,

「사문이여, 나는 밭갈이 하고 또 씨를 뿌리고 먹습니다. 당신도 밭갈이 하고 씨를 뿌리고 잡수시오.」 「브라만이여, 나도 또한 밭갈이 하고 씨를 뿌리고 먹습니다.」

「우리는 당신 고타마의 보습도 쇠스랑도 소도 보지 못합니다. 어떻게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먹는다 합니까?」

「브라만이여, 나는 법의 밭, 마음의 밭에서 번뇌의 풀을 뽑는 농부다. 지혜의 쟁기를 가지고 마음 밭을 갈아 깨끗한 종자를 뿌리고 계(戒)를 지켜 열반의 결실을 수확한다. 그대도 또한 이들 같이 열반의 결실을 거두지 않겠는가?」

브라만은 깊이 감명하여 고개를 떨구고 더할 말을 잊었다.

「믿음은 써요, 마음을 가다듬은 것이요, 지혜는 보습이며, 부끄러움은 멍에요, 의사는 밧줄이고 깊은 생각은 뿔(犁頭)이고 지침이다.

몸을 막고 음식의 종류를 제한하고 먹는 것은, 잡초를 예방하여 진실로 풀 베는 것이 되고 유화는 멍에를 떠나는 것이 되며, 부지런한 정진은 속박을 떠나 안온에 드는 첩경이다. 이렇게 하여 내일 소(默牛)는 근심 없는 곳에 이르러 다시 돌아옴이 없다.

만일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밭갈이를 하고 나면 모든 고통으로부터 길이 떠남이 될 것이다.」

「참으로 당신은 거룩한 농부입니다. 열반을 위해 씨를 뿌리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당신은 땅의 농부가 아니라 하늘의 농부입니다.」

하고 그도 곧 도를 얻어 무학(無學)의 성자가 되었다 한다.』

<불설장아태경.佛說長阿台經 卷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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