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신세경(佛說新歲經)
서천 역경(譯經)삼장 조봉대부(朝奉大夫) 시광록경(試光祿卿)
명교대사(明敎大師) 신 법현(法賢) 지음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에 부처님께서 대중들과 함께 아나가성(阿拏迦城) 암라(菴羅) 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 존자 사리불(舍利弗)이 밥 먹을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아나가성에 들어가서 차례로 밥을 얻어 가지고 자기 처소에 돌아와서 옷을 벗고 발을 씻고 자리를 펴서 밥을 먹은 뒤에 부처님께 가서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절을 하고는 한쪽에 물러서서 합장하고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제가 지금 부처님께 깊이 믿는 마음을 냅니다. 왜냐 하면 부처님의 신통이 매우 훌륭하여 비할 데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현재 미래의 사문이나 바라문 중에서도 부처님의 신통을 아는 이가 없는데 하물며 더 뛰어날 이가 어떻게 있으며, 또 능히 가장 높은 깨달음을 증득한 이가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이 말을 들으시고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사리불아, 네가 매우 깊고 넓은 뜻을 잘 말하니 네가 아는 대로 이 대중 앞에서 사자후를 지어 말해 보아라.”
사리불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제가 지금 부처님을 믿는 마음은 과거·미래·현재에 능히 따라올 이 없으며, 또한 사문이나 바라문이 부처님의 신통을 알거나 부처님 보다 뛰어날 이가 없는데, 어찌 능히 가장 높은 보리를 증득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3세(世)의 여러 부처님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깨끗한 계행과 지혜와 해탈·신통·묘행(妙行)을 갖추심을 내가 신통력으로 다 아느니라. 저 여러 여래·응공·정등정각 또한 다시 이와 같으니라. 여러 부처님들께서도 또 나의 깨끗한 계행과 지혜·해탈·신통·묘행 등을 다 아시느니라. 사리불아, 네가 지금 석가모니불 혼자만이 이런 신통을 갖추었다고 말하지 말라.”
사리불은 곧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오직 부처님만이 이 신통을 갖추셨다’고 말하지 아니합니다. 제가 3세의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깨끗한 계법과 지혜·해탈·신통·묘행이 다 똑같은 줄로 압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아, 그러하니라. 3세의 여러 부처님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다 이 신통 등의 법을 갖추셨느니라. 네가 중생들을 위하여 이와 같이 매우 깊은 법을 말하여 일심으로 받아 지니도록 대중 가운데서 사자후를 지어 널리 설하여라.”
사리불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매우 깊고 가장 거룩한 묘한 법과 착한 업과 좋지 못한 업과 인연으로 나는 법을 다 여실히 깨달아 아옵니다. 한 법을 깨닫고 나서 다시 한 법을 닦고 또 한 법을 멸하고는 다시 한 법을 멸하여 다시 한 법을 증득합니다. 이러므로 제가 이제 부처님께 믿는 마음을 내어 진실로 정등정각이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다른 사람에게 묻기를 ‘과거세에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밝게 깨달아 알며 진실한 신통력 같은 것이 부처님보다 나은 이가 있으며, 내지 부처님의 깨달음을 성취하였느냐?’고 하여라. 그들이 무어라 대답하는지 보자꾸나. 사리불아, 너는 또 다른 사람들에게 묻기를 ‘미래세에 사문이나 바라문 중에서 부처와 같은 이가 있으며, 내지 부처님의 깨달음을 성취하겠느냐?’고 하여라. 그들이 무어라 대답하는가. 사리불아, 너는 다시 다른 사람들에게 묻기를 ‘현재세에 사문이나 바라문 중에서 부처와 같은 이가 있으며, 내지 부처님의 깨달음을 성취하였느냐?’고 하여라. 또 사리불아, 너는 다른 사람에게 묻기를 ‘과거·미래·현재를 통해서 사문이나 바라문 등이 어떤 사람에게 귀의하느냐?’고 하여라. 그들이 무엇이라 대답하는가?”
사리불이 부처님께 또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그러한 이치가 없습니다. 제가 전에 부처님께 들은 말씀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부처님 두 분이 동시에 세상에 나오시는 일이 없으며, 오직 부처님만이 진실로 정등정각이시며, 정변지(正徧知)며 최상의 신통력을 갖추신 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나이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아직까지 사문이나 바라문이 능히 신통력을 아는 이도 보지 못하였거늘 하물며 부처님보다 뛰어난 이가 있으며, 내지 부처님의 깨달음을 성취한 이가 있겠습니까?”
이때 사리불이 부처님께 또 아뢰었다.
“저는 부처님의 갖가지 거룩한 법[最勝法]을 보았습니다. 그 거룩한 법이란 부처님께서 법을 말씀하실 적에 듣는 이가 얻을 이익을 능히 다 아시나니, 만일 사문이나 바라문 등이 산이나 들의 나무 밑 그리고 무덤 사이에 있거나 또는 빈집에 있어서 삼마지(三摩地)에 들어서 번뇌를 끊고 닦아 익히기를 원만히 하여 좋은 법을 기르며 바른 마음으로 깊이 생각하는 것을 다 아시며, 또는 사문이나 바라문 등이 온갖 나쁜 짓을 끊고 좋은 법을 닦아서 과위(果位)를 증득하는 이런 여러 가지 법을 부처님께서 다 아시니, 이것이 바로 거룩하신 법입니다.
그러므로 사문이나 바라문이 이러한 신통한 힘을 알거나 부처님보다 뛰어나거나 내지 부처님의 깨달음을 성취한 이가 있을 수 없습니다.
또 우리 부처님께서 거룩한 법이 있으시니, 12처(處)의 법을 잘 분별하시어 다른 사람을 위하여 널리 설하셨습니다. 사문이나 바라문은 12처의 법을 깨닫거나 또는 분별하는 이가 없습니다. 말하자면 눈과 빛, 귀와 소리, 코와 냄새, 혀와 맛, 몸과 부딪침, 뜻과 법 등 이와 같은 법을 오로지 부처님만이 깨달으셨으니, 이것이 가장 거룩한 법이고, 사문이나 바라문은 부처님보다 뛰어나거나 내지 부처님의 깨달음을 성취한 이가 없습니다.
또 우리 부처님께서 거룩한 법이 있으시니, 보특가라(補特伽羅)1)의 법리(法理)를 잘 깨달으시어 다른 이를 위하여 말씀하시니, 사문이나 바라문들은 이러한 법을 알거나 또는 다른 이를 위하여 보특가라법을 말하는 이가 없나이다.
그리고 몸에 일곱 가지 현상이 있으시니, 믿음에 따르는 행[隨信行]·법에 따르는 행[隨法行]·믿어 앎[信解]·깨달음에 이름[見至]·몸으로 증득함[身證]·혜의 해탈[慧解脫]·구해탈[俱解脫]입니다. 이러한 일곱 가지의 보특가라 최상법은 오직 부처님만이 깨달으셨으니,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거룩한 법입니다.
또 우리 부처님께서 거룩한 법이 있으시니, 부처님께서는 진실한 말씀을 하시어 허망됨이 없으시며, 실없는 말씀이나 두 가지로 하는 말씀이 없으시고, 하시는 말씀마다 참으로 큰 이익이 되시나니, 이것이 가장 거룩한 법입니다. 인연이 있으시면 대중 가운데서 미묘한 음성으로 매우 깊은 뜻을 말씀하셨으며, 이러한 최상의 진실한 법은 오직 부처님만이 깨달으셨으니,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거룩한 법입니다.
또 우리 부처님께서 거룩한 법이 있으시니, 부처님께서는 삼마발저(三摩鉢底)2)로써 유루(有漏)의 몸이 부정(不淨)하고 미워할 만한 것이라고 관하시니, 이 몸의 위와 아래에 터럭·손톱·이빨·가죽·살·힘줄·뼈 따위의 부정한 것들이 몸에 가득 찼으니, 부처님께서는 다 아시고 이것이 오래 가지 못하는 것이며 이것을 싫어하여 여읠 것이라 하시니, 이것을 제1 삼마발저라 하셨습니다.
또 부처님이시여, 만일 사문이나 바라문 등이 몸에 있는 가죽·살갗·골수 등의 온갖 냄새나고 더러운 유루부정(有漏不淨)한 것을 지혜로 여실히 관하면 이것을 제2 삼마발저라 하셨습니다. 또 부처님이시여, 만일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지혜로써 유루신(有漏身)을 관할 적에 한 세상이 다하도록 끝내지 못한다면, 이렇게 관하는 이는 이것을 제3 삼마발저라 하셨습니다.
또 부처님이시여, 만일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지혜로써 유루신을 관하되, 금세에 끝내지 못하고 후세에도 끝내지 못한다 하면, 이렇게 관하는 이는 제4 삼마발저라 하셨나이다.
또 부처님이시여, 만일 어떤 사문이 지혜로써 앞에서와 같이 유루신을 관하되, 금세와 후세에 다 끝내지 못하고 다음 그 다음 세상에도 끝내지 못한다면, 이렇게 관하는 이는 제5 삼마발저라 하셨습니다.
또 부처님이시여, 이와 같이 유루부정하고 구경법(究竟法)이 아닌 것을 오직 부처님의 깨끗하신 천안(天眼)이 육안(肉眼)보다 뛰어나시므로 다 보시며, 중생들이 나고 죽으며, 좋아하고 미워하며, 착하고 악하며 내지 하늘 세계에 나는 것을 모두 여실히 아시니,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거룩하신 법입니다.
또 부처님께서는 거룩한 법이 있으시니, 부처님께서 법을 말씀하실 적에 만일 사문이나 바라문이 귀의하여 듣고 받아서 고요함을 구하는 이면 다 일곱 가지 깨달음의 분[七覺分]에 의지하나니, 일곱 가지 깨달음의 분이라 함은 다음과 같다. 택법각분(擇法覺分)·정진(精進)각분·희(喜)각분·경안(輕安)각분·사(捨)각분·염(念)각분·정(定)각분 등 이러한 일곱 가지 법을 오직 부처님께서 모두 깨달으셨으니,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거룩한 법이옵니다.
또 우리 부처님께서는 거룩한 법이 있으시니, 네 가지 정근법[四正勤法]을 잘 분별하시는 것입니다. 네 가지의 정근이라 함은, 이미 지은 나쁜 짓은 끊어 버리고, 짓지 않은 나쁜 짓은 생기지 않게 하며, 이미 생긴 좋은 짓은 더욱 자라게 하고, 아직 생기지 않은 좋은 짓은 빨리 생기도록 하나니, 이러한 법을 천상이나 인간에서 널리 말씀하시어 이익되게 하시니,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거룩하신 법입니다.
또 우리 부처님께서는 거룩한 법이 있으시니, 부처님께서 바른 지혜로써 큰 신통을 나타내시는 것입니다. 그 신통이란 하나에서 많은 것을 나타내시고 많은 것을 하나로 만들기도 하시며, 혹 있던 것이 없어지게도 하시고, 혹 성벽이나 산과 석벽이 걸림없이 몸 안에 드나들게도 하시며, 혹 땅에 서서 손으로 허공과 범천 세계를 만지기도 하시고, 물을 딛고 다니시기를 땅과 같이 하시며, 혹 허공에서 가부좌하고 계시거나 다니시는 것이 해와 달이 허공에 뜨고 지듯이 하시니, 이러한 신통을 나타내시거늘, 만일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 등이 이와 같은 신통력을 보고 믿지 않는 이가 있으면, 저는 그들이 다 어리석고 얼이 빠진 범부요 성자가 아니며 신통을 갖추지 못하고 깨달음을 구하지 않으며 고요한 열반을 즐겨 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이러한 신통력이 바로 부처님의 거룩한 법입니다.
또 부처님이시여, 세간에서 욕심내는 바 즐거워하는 색[喜色]·좋은 색[善色] 등을 구하는 이가 있으면, 여래께서는 그 중생을 위하시어 근기를 따라 행하게 하시니, 이것이 바로 여래의 신통입니다.
또 부처님이시여, 세간에 있는 바 즐거워하는 색·즐거워하지 않는 색과 좋은 색·좋지 않은 색의 두 가지를 함께 여의어 머물지 아니하고 잘 숙명(宿命)을 아시니, 이것이 바로 여래의 신통입니다.
또 부처님이시여, 색 가운데서 색을 보시나니, 이것이 여래의 신통입니다.
또 부처님이시여, 안에는 색상(色想)이 없지만 밖으로 색을 보시니, 이것이 바로 여래의 신통입니다.
또 부처님이시여, 몸이 잘 해탈하시어 행주(行住)를 증득하셨나니, 이것이 바로 여래의 신통입니다.
또 부처님이시여, 공이 끝없는 경계의 정[空無邊處決定]을 증득하셨나니, 이것이 여래의 신통입니다.
또 부처님이시여, 식이 끝없는 경계의 정[識無邊處決定]을 증득하셨나니, 이것이 여래의 신통입니다.
또 부처님이시여, 아무것도 없는 경계의 정[無所有處決定]을 증득하셨나니, 이것이 여래의 신통입니다.
또 부처님이시여, 생각이 아니요 생각이 아닌 것도 아닌 경계의 정[非想非非想處決定]을 증득하셨나니, 이것이 여래의 신통입니다.
또 부처님이시여, 수(受)와 상(想)과 수와 상이 없어진 경계를 깨달으셨나니, 이것이 여래의 신통입니다.
이와 같은 가장 거룩한 신통 경계를 오직 부처님만이 모두 깨달아 아시니, 이것이 부처님의 신통력이 되나이다.
또 우리 부처님께서는 가장 거룩하신 법이 있으시니, 우리는, 사문이나 바라문들의 과거 일생 동안 또 여러 생 동안 지은 인연·과보·생각하는 등의 일과 목숨을 여러 구지(俱貾)의 해를 두고 헤아려도 알지 못하거늘, 오직 부처님께서는 사문이나 바라문들이 지나간 세상에 태어난 곳이 혹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거나 혹 생각이 있는 세계[有想處], 생각이 없는 세계[無想處]거나, 혹은 생각 있는 것도 아니요 생각 없는 것도 아닌 세계[非有想非無想處]의 이러한 세계에서 지은 여러 가지 인연·과보 따위의 일을 다 아시니, 이것이 부처님의 거룩하신 법입니다.
또 우리 부처님께서는 거룩하신 법이 있으시니, 부처님께서 법을 말씀하실 적에 다 여실히 말씀하시건만 혹 사문이나 바라문들이 어리석으므로 저다 나다 하는 생각을 내어 의혹하는 마음을 일으켜 말하기를 ‘부처님께서 법을 말씀하심에 모두 사상(事相)으로써 하신다. 그런 설법은 3세(世 : 과거·현재·미래)에서 같이 말할 수 있다. 가까운 일이나 먼일이나 또는 심(心)·의(意)에 대한 법도 그렇게 말하니 그가 말하는 법은 다 여실함이 아니다’고 한다면 이렇게 의심하는 이를 부처님께서는 다 아시니, 이것이 부처님의 거룩하신 법입니다.
또 우리 부처님께서는 법을 말씀하실 적에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의심을 내지 않다가 뒤에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부처님께서 설하신 법이 다 여실하지 못하다’고 하면, 이 말을 듣고 의심을 일으켜 말하기를 ‘부처님께서 사상(事相)으로써 말씀하신다’고 하나니, 이러한 비방을 일으키는 것도 부처님께서는 다 아시니, 이것이 부처님의 거룩하신 법입니다.
또 부처님께서 법을 설하실 적에 만약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들이 본디 의심을 내지 않고 사상(事相)1)만을 말한다고 하지 않다가 뒤에 어떤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따라서 의심을 내어 다시 다른 사람에게 말하여 그이도 또 의혹을 내게 하며, 의혹으로 말미암아 너다 나다 하는 생각을 내어 말하기를 ‘이 일이 앞에서와 같이 다 진실하지 아니하다’고 하나니, 이것이 중생의 여러 가지 다른 마음인지라 부처님께서는 이런 것을 다 아시니, 이것이 부처님의 거룩하신 법입니다.
또 우리 부처님께서 어떤 사문이 삼마지(三摩地)에 있어서 의심함도 없고 말함도 없는데 부처님께서는 다 그의 행원을 아시며, 또 어떤 사문이 정(定)에서 나오매 부처님께서 능히 아시고 ‘저 사람이 무슨 일과 의혹함이 있으므로 정에서 나왔도다’라고 하시며, 이와 같은 의혹을 부처님께서 다 결단해 주시니, 이것이 부처님의 거룩하신 법입니다.
또 우리 부처님께서 거룩한 법이 있으시니, 부처님께서 온갖 불구경법(不究竟法)을 아시니, 만일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산 속에 있으면서 선정에 들어 자기의 통한 힘으로 20증겁(增劫)·감겁(減劫)의 일을 알고 생각하기를 ‘지나간 세상의 증겁·감겁의 일을 내가 다 안다’고 하니, 부처님이시여, 저 사문이나 바라문은 미래와 현재의 증겁·감겁의 일도 알지 못합니다. 오로지 부처님만이 3세의 증겁·감겁의 일을 모두 아십니다. 이것이 제1 불구경법을 분명히 아는 것이옵니다.
또 부처님이시여, 만일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깊은 산에 있으면서 선정에 들어 자기가 통한 힘으로 40증겁·감겁의 일을 알고 생각하기를 ‘미래세의 증겁·감겁의 일을 내가 다 안다’고 하니, 부처님이시여, 그 사문이나 바라문은 과거·현재의 증겁·감겁의 일도 알지 못합니다. 오로지 부처님만이 3세의 일을 다 아시나니, 이것이 제2 불구경법을 분명히 아시는 것입니다.
또 부처님이시여, 만일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깊은 산에서 선정에 들어 자기가 통한 힘으로 80증겁·감겁의 일을 알고 생각하기를 ‘과거 미래의 증겁·감겁의 일을 내가 다 안다’고 하니, 부처님이시여, 저 사문이나 바라문은 현재세의 변제(邊際)도 알지 못합니다. 오로지 부처님만이 낱낱이 3세의 변제를 분명히 아시니, 이것이 제3 불구경법을 분명히 아시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부처님께서는 청정하신 천안이 육안보다 뛰어나서 중생의 나고 죽는 법과 하늘 세계에 태어나는 것까지를 다 아시니, 이것이 부처님의 거룩하신 법입니다.
또 우리 부처님께서는 거룩하신 법이 있으시니, 부처님께서 중생을 조복 받는 법으로 모든 보특가라가 마음으로 즐거워하는 것을 아시고 설법하시면 보특가라가 법을 들어 알고는 이치와 같이 수행하여 세 가지 번뇌를 끊고 오래지 않아서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증득하여 나고 죽음의 물결을 거슬러서 일곱 번 천상에 갔다가 일곱 번 인간에 와서 고통의 변제(邊際)를 다 없애나니, 이런 것을 부처님께서는 다 분명히 아십니다.
또 부처님께서는 보특가라의 뜻으로 즐거워하는 법을 아시어 이치와 같이 수행하여 세 가지 번뇌와 탐내는 마음·성내는 마음·어리석은 마음을 끊고 오래지 않아 사다함과(斯陀含果)를 증득하여 한 번 인간에 와서 고통의 변제를 다 없애나니, 이런 것을 부처님께서는 분명히 다 아십니다.
또 부처님께서는 보특가라의 마음으로 즐거워하는 법을 잘 아셔서 이치와 같이 수행하여 다섯 가지의 번뇌와 따라다니는 번뇌를 끊고 오래지 않아 아나함과(阿那含果)를 증득하나니, 이런 것을 부처님께서는 다 분명히 아십니다.
또 부처님께서는 보특가라를 잘 아시어 이치와 같이 수행하여 오래지 않아 번뇌가 다하고 해탈법을 증득하여 나의 태어나는 일이 이미 다하고 범행이 성취되어 할 일을 다 마치어서 다시 뒤에 몸을 받지 않나니, 이러한 것을 부처님께서는 낱낱이 분명하게 아시니, 이것이 부처님의 거룩하신 법입니다.
또 부처님께서는 거룩한 법이 있으시니 부처님께서는 네 가지 태장[四種胎藏]을 잘 아십니다. 첫째는 태에 들어가는 것도 알지 못하고 태에 머무르고 태에서 나오는 것도 알지 못하는 것이요, 둘째는 태에 들어가는 것을 알지만 머물러 있고 나오는 것은 알지 못하는 것이요, 셋째는 태에 들어가고 머무르는 것은 알지만 태에서 나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요, 넷째는 태에 들어가고 머무르고 나오는 것을 다 분명히 아는 것이니, 이러한 네 가지의 아는 것이 차별이 있는 것을 오로지 부처님만이 낱낱이 아시니, 이것이 부처님의 거룩하신 법입니다.
또 우리 부처님께서는 거룩한 법이 있으시니, 부처님께서는 보특가라의 근성에 따라 장애를 잘 끊고 성과(聖果)를 증득할 것을 분명히 아시니, 이것이 부처님의 거룩하신 법입니다.
또 우리 부처님께서는 거룩한 법이 있으시니, 부처님께서는 사람이 이미 신근(信根)을 갖추고 계행이 청정하며 지혜가 구족하고 진실하여 거짓이 없으며, 나라는 생각이 없고 게으름이 없으며, 온갖 환혹(幻惑)을 끊고 또 마음이 산란하지 않고 탐욕을 내지 않으며, 중생을 그릇된 길로 인도하지 않으며, 언제나 올바른 생각을 따라가는 줄을 아시니, 이러한 법은 오직 부처님이라야 다 분명히 아시니, 이것이 부처님의 거룩하신 법입니다.”
그 때 사리불은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세간에 미련한 어리석은 범부들이 온갖 욕락을 탐내어 제 몸을 괴롭게 하며 의리에 닿지 않는 이욕을 구하옵니다. 부처님네는 그렇지 아니하여 남을 즐겁게 하기를 좋아하시며 자기의 즐거움을 구하지 않으시며 마음 법을 잘 깨달으시어 법의 고요함을 보시고 안락한 자리에 계시어 욕심이 없고 괴로움이 없이 4선정(禪定)을 얻으셨으니, 이러므로 만일 영특한 선남자가 있다면 마땅히 이렇게 보고 이와 같이 듣고 이렇게 깨닫고 이와 같이 알리니, 이것이 참으로 영특한 사람이옵니다.”
그 때에 회중(會中)에 용호(龍護)라는 한 존자가 있었다. 그는 손에 보배 불자(拂子)를 들고 부처님 곁에 서 있다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제가 보오니 모든 삿된 무리와 외도 니건자 등이 부처님께 신심을 내지 않고, 다만 사도에 제 잘하는 것만 다투어 말하옵니다. 그러므로 제가 이제 표찰(表刹)을 세워 세상에 드러내 보이어 다 부처님의 뛰어난 공덕을 듣고 알게 하여 부처님을 칭찬하기를 ‘참으로 대장부이시다. 가장 높으시고 제일 위라 비교할 데 없는 분이로다’고 하게 하려 합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이 말을 들으시고 존자 용호에게 이르셨다.
“너는 그런 말을 하지 말아라. 다른 사람에게 부처의 뛰어난 공덕을 말하지 말 것이니라. 나는 그렇게 찬양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느니라.”
이에 존자 용호는 부처님을 찬양하였다.
“거룩하시고 거룩하십니다. 참으로 다 올바로 깨달으신 분이십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존자 사리불에게 이르셨다.
“너는 이와 같은 바른 법으로 벌써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와 여러 사문들과 바라문들을 위하여 널리 선포하여라. 나아가 모든 마와 외도 니건자 등 삿된 소견으로 부처를 믿지 않는 이들도 이 바른 법을 들으면 깊은 믿음을 일으켜 부처에 귀향하여 바른 견해를 내고 바른 법을 알게 되리라.”
그리고 나서 이어 말씀하셨다.
“사리불아, 너는 마땅히 이와 같이 널리 설하여라.”
그 때 부처님께서는 존자 사리불에게 이와 같이 말씀을 하시고 나서 잠자코 계시었다. 존자 사리불은 부처님의 위력을 받아서 이와 같이 법을 말하고 나서 부처님께 절을 하고 물러갔다.
이 때에 모임에 있던 모든 대중들도 이러한 바른 법을 듣고 기뻐하여 절하고 그대로 믿고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