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대집회정법경(佛說大集會正法經)
서천(西天) 역경삼장(譯經三藏) 조봉대부(朝奉大夫)
시홍려경(試鴻臚卿) 전법대사(傳法大師) 시호(施護) 한역 김달진 번역
불설대집회정법경(佛說大集會正法經) 제1권
불설대집회정법경(佛說大集會正法經) 제2권
불설대집회정법경(佛說大集會正法經) 제3권
불설대집회정법경(佛說大集會正法經) 제4권
불설대집회정법경(佛說大集會正法經) 제5권
불설대집회정법경(佛說大集會正法經) 제1권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王舍城) 취봉산(鷲峯山)에서 큰 필추(苾芻 : 比丘) 대중 1만 2천 명과 함께 계셨다.
그들은 존자(尊者) 아야교진여(阿惹憍陳如)·존자 마하목건련(摩訶目乾連)·존자 사리자(舍利子)·존자 마하가섭(摩訶迦葉)·존자 사승(思勝)·존자 라후라(羅睺羅)·존자 선용(善容)·존자 현호(賢護)·존자 현길상(賢吉祥)·존자 월길상(月吉祥)·존자 대세지(大勢至)·존자 만자자(滿慈子)·존자 선길(善吉)·존자 리박제(哩嚩諦)·존자 전단군(栴檀軍) 등 큰 아라한들이었다.
이때 보살마하살(菩薩摩訶薩)들도 있었으니, 그 이름은 자씨(慈氏)보살마하살·보용(普勇)보살마하살·동자길상(童子吉祥)보살마하살·동자주(童子住)보살마하살·동자현(童子賢)보살마하살·무소감(無所減)보살마하살·묘길상(妙吉祥)보살마하살·보현(普賢)보살마하살·선현(善現)보살마하살·금강군(金剛軍)보살마하살·약왕군(藥王軍)보살마하살 등 6만 2천 보살마하살 대중이었다.
또 최승수왕천자(最勝樹王天子)·현(賢)천자·선현(善賢)천자·법애(法愛)천자·전단장(栴檀藏)천자·향주(香住)천자·전단향(栴檀香)천자 등 1만 2천 천자 대중이 있었고, 또 묘신천녀(妙身天女)·극신(極信)천녀·자재주(自在主)천녀·길상목(吉祥目)천녀·세길상(世吉祥)천녀·대세주(大世主)천녀·대력(大力)천녀·묘비(妙臂)천녀 등 8천 천녀 대중이 있었다.
또 우발라용왕(優癖龍王)·이라발달라(伊羅鉢怛囉)용왕·저민아예(底民(IMG SRC=”http://ebti.dongguk.ac.kr/images/k15158.gif”/>隸)용왕·승기(勝器)용왕·최상기(最上器)용왕·묘희(妙喜)용왕·묘지(妙枝)용왕·상두(象頭)용왕 등 8천 용왕 대중이 함께 와서 모였다.
그들은 부처님 처소에 이르자 각각 머리 조아려 세존의 발에 절하고 오른쪽으로 세 바퀴를 돌고는 물러나 한 쪽에 앉았는데, 이때 세존께서는 묵묵히 계셨다.
이때 모임 가운데 있던 보용(普勇)이라는 보살마하살이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꿇고, 합장 공경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모임에 모여든 보살과 모든 성문, 천자, 인간 대중들은 부처님께서 펼치실 묘한 법을 즐겨 듣고자 합니다. 이 모든 대중은 다 한 진리로 여래·응공·정등정각의 수승하고 훌륭한 모습[色相]을 관찰하고 부처님 법에 즐거이 들어가고자 합니다. 법을 즐기는 마음으로 부처님의 모습을 관찰하기 때문에 오래도록 닦고 익힌 자는 바로 일체 장애와 물들음을 멀리할 수 있으며, 처음 닦고 익히는 자는 바로 선법(善法)을 닦겠다는 최상의 마음을 내서 다시는 착하지 않은 생각을 잠시도 일으키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나자 부처님께서 보용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나에게 ‘대집회(大集會)’라는 바른 법이 있는데 염부제(閻浮提)에 널리 유포하겠으니, 잠시라도 이 법을 듣는 자가 있다면 설사 무거운 5역죄(逆罪)를 지었더라도 다 녹아 없어지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다시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보용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사람이 법을 듣고 얻는 복의 무더기가 부처님 한 분의 복과 같다고 생각하느냐?”
보용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용아,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라. 그런 생각은 진실한 생각이 아니다.”
보용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봐야 이 사람의 진실한 복을 알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용아, 저 법을 들은 자가 얻는 복의 무더기는 긍가사(殑伽沙)만큼의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소유한 복의 무더기와 똑같다. 그리고 보용아, 이 바른 법을 듣는 자는 모두 불퇴전지(不退轉地)에 머물 것이다. 모든 여래가 항상 그를 관찰해주시고, 모든 여래가 항상 그의 앞에 나타나 계시며, 마군의 무리를 항복시키고 착한 법을 완성할 것이다. 이런 사람은 나고 죽는 이치 속에서 법을 통달하며,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할 것이다.”
이때 모임에 있던 모든 보살 대중이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한 부처님의 복 무더기는 얼마나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선남자(善男子)야, 너희들은 자세히 듣거라. 한 부처님께서 소유한 복의 무더기를 비유를 들어 말하겠다. 어떤 사람이 큰 바닷물을 퍼내 모조리 염부제에 뿌린다고 할 때, 그 바닷물에서 찍어낸 한 방울 물을 1긍가사(殑伽沙)의 수(數)라고 하자. 이렇게 한 방울 또 한 방울 찍어내 온 바닷물을 모조리 퍼낼 때, 낱낱의 물방울을 하나의 긍가하(殑伽河 : 恒河)라 하고 그 하나 하나의 강에 가득 찬 모래알 수가 다 10지(地)에 안주하는 보살이라고 한다면, 그 모든 보살이 소유한 복의 무더기를 많다고 하겠느냐?”
모든 보살 대중이 함께 부처님께 아뢰었다.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선남자야, 한 부처님께서 소유한 복의 무더기는 그 보다 많으며, 이 법을 듣는 자의 복은 그 배가 된다. 모든 선남자야, 게다가 뒷 말세에 이 바른 법을 듣고서 믿고 이해하는 마음을 내는 중생이 있다면, 그가 얻을 복의 무더기는 저 보다 더 많아서 한량없고 가없어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다.”
이때 보용보살이 다시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법을 즐겨 구할 모든 중생은 어떻게 법을 구해야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용아, 법을 구하는 자들은 대략 두 종류가 있다. 첫째는 모든 중생에게 평등한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고, 둘째는 법문을 들은 대로 중생을 위해 설해주는 것이다.”
보용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법을 들은 대로 어떻게 중생을 위해 설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용아, 여기에도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들은 법문을 가지고 보리에 회향하는 것이고, 둘째는 대승법을 사랑하여 즐겨 나아가 구하며 긴 시간동안 나태하거나 물러설 마음이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중생을 위해 설한다면 참으로 법을 구하는 자라고 할 만하다.”
이때 모임 가운데 모든 천자와 천녀 대중이 각각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 서서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깊은 마음으로 바른 법을 즐겨 구하나이다. 만일 부처님 세존께서 대자대비하사 일체 중생들이 가진 마음 속 소원을 만족시켜 주신다면, 부디 저희들을 위해 자세히 분별해주소서.”
이때 세존께서 대중 가운데서 크고 희유하며 청정하고 묘한 광명을 놓아 대중을 널리 비추셨다. 그러자 보용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일로 이런 광명을 놓으십니까?”
부처님께서 보용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알아야한다. 지금 이 모임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다는마음을 낸 자가 있어 부처님 세존을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내고 존중하고 공경하며 설법해주기를 청하고 권하였다. 이 인연 때문에 이 광명을 놓았다.”
보용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다는 마음을 낸 모든 중생은 어떻게 닦고 익혀야 그것을 성취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네가 매우 용맹하게 대중 가운데서 이 뜻을 부처님 세존께 질문하여 모든 중생에게 이익을 주어 그들이 빨리 불도를 이루게 하는구나. 너도 이제 이 선근(善根) 때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할 것이다. 네가 물은 대로 이제 너를 위해 말해주리니 자세히 들어라.
내가 생각해 보니, 지난 옛날 아승기겁(阿僧祇劫) 전에 보길상(寶吉祥)여래(如來)·응공(應供)·정등정각(正等正覺)·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세존(佛世尊)이라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나는 그때 마나박가(摩拏嚩迦)로서 되어 여러 중생들을 부처의 지혜에 편히 머물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때 홀연히 한 사슴왕이 갖가지로 고통 받는 것을 보고 가만히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떻게 하면 이 사슴왕을 대신해서 모든 괴로움을 받을까?’
다시 스스로 ‘삼계(三界)를 떠돌며 고통을 여의지 못하는 모든 중생을 다 또한 이와 같이 하리라’고 생각하고는 즉시 발원하였다.
‘원컨대 제가 장차 성불하면 일체 중생이 모든 고뇌를 여의고 저의 불국토에 태어나 부처님 지혜에 안주하게 하소서.’
보용아, 나는 이와 같은 선근과 큰 원력 때문에 바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
보용보살이 이 말씀을 듣고 나서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부처님 세상에서 중생은 그 수명이 얼마나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중생의 수명은 80겁을 채웠었다.”
보용보살이 또 다시 질문하였다.
“겁의 수량이 얼마나 되었기에 저 수명에 올랐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용아, 그 겁의 수량을 비유로 말해보겠다. 어떤 사람이 너비가 12유순(由旬)이고 높이가 3유순이나 되는 큰 성을 하나 만들어 그 성을 참깨로 가득 채워두었고, 홀연히 한 사람이 백년에 한번씩 와서 참깨 한 알을 집어 밖으로 던진다 치자. 이와 같이 백년에 한번씩 와서 참깨를 한 알씩 성밖으로 던져 참깨가 다하고, 그 성까지 무너지는 세월에도 이 겁은 다하지 않는다.
또 다른 비유를 들겠다. 너비가 25유순이고 높이가 12유순이나 되는 큰산이 하나 있는데, 장수천(長壽天)이 백년에 한번씩 와서 그 위에 한번 앉아, 교시가의(憍尸迦衣)로 그 산의 돌을 스친다 치자. 이와 같이 한번 올 때마다 한번씩 스쳐 저 산이 다할 때까지 스쳐도 그 겁의 수량은 다하지 않는다. 보용아, 이런 것을 겁의 수량이라 한다.”
이때 보용보살이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사람이 하나의 선근을 보리에 회향하고도 얻은 큰 복의 무더기와 수명이 80겁이나 되는데, 더구나 어떤 사람이 부처님의 깊고 묘한 법을 널리 닦고 익힌다면 그 사람이 얻는 복은 헤아리지 못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용아, 이 『대집회정법』을 듣는 중생이 있다면 그가 얻을 수명은 8만 4천 겁이나 된다. 하물며 이 바른 법을 베껴 쓰고 독송한다면 어떻겠느냐? 그가 얻는 복의 무더기는 앞보다 배나 되어 비교가 되지 않는다.
또한 보용아, 어떤 사람이 이 바른 법을 듣고 청정한 믿음을 일으켜 공경히 존중한다면 이 사람은 95겁 동안 숙명지(宿命智)를 얻고, 6만겁 동안 전륜왕이 되어 모든 이에게 존중을 받고, 모두가 그를 사랑하고 공경하며, 칼이나 몽둥이나 독약이 그를 침해하지 못한다. 생명을 마칠 때가 되면 95구지(俱胝) 부처님께서 그의 앞에 대면해 나타나 편안히 위로하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두려워하지 말라. 너는 이미 『대집회정법』을 들었기 때문에 큰 복의 무더기가 있느니라.’
이때 저 95구지 부처님께서는 한 분 한 분마다 ‘내 불국토에 와서 태어나리라’고 다 수기(授記)를 하실 것이다. 더구나 이 바른 법으로 유정(有情)의 세계를 다하게 하고, 널리 유포하여 다 듣게 한다면 어떻겠느냐?”
보용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지금 싫증을 내지 않고 이 『대집회정법』을 즐겨 듣고 마음에 새기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너만 이 법을 싫증내지 않고 좋아할 뿐만 아니라 나도 이 법을 기꺼이 크게 펼치면서 싫증을 내지 않는다. 하물며 모든 범부 종류가 이 바른 법에 어찌 싫증을 일으키겠느냐?
또한 보용아, 이 바른 법 가운데 깊은 믿음과 즐거움을 낸 선남자, 선여인이 있다면 이 사람은 천 겁 동안 바른 믿음이 파괴되지 않으며, 5천 겁 동안 악취에 떨어지지 않으며, 1만 2천 겁 동안 어리석음을 멀리 여읜다. 8천 겁 동안 변방에 태어나지 않으며, 2만 겁 동안 용맹스럽게 보시하며, 2만 5천 겁 동안 항상 하늘 세계에 태어나며, 2만 5천 겁 동안 항상 범행(梵行)을 닦으며, 4만 겁 동안 권속의 어리석은 속박을 멀리 떠나 번뇌에 어두워지거나 가려지지 않으며, 5만 겁 동안 바른 법을 수지하며, 6만 5천 겁 동안 바른 생각에 안주한다.
보용아. 저 선남자, 선여인은 다시는 죄업 지을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며, 어떤 마구니나 원수도 그를 침해하지 못하며, 태어나는 곳마다 태장(胎藏)에처하지 않는다.
또한 이 바른 법을 듣고 받아 지니고 독송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은 8만 겁 동안 이 법을 완전하게 듣고 마음에 새기며, 천 겁 동안 살생하는 업을 여의며, 9만 9천 겁 동안 함부로 말하는 업을 여의며, 1만 3천 겁 동안 이간질하는 업을 떠난다.
보용아, 이렇기 때문에 이 큰 정법은 만나기 힘들며, 이름조차 들어보기 힘들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때 보용보살마하살이 공경을 더하여 오른쪽 무릎을 땅에 꿇고 세존의 발 앞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사람이 이 바른 법을 경솔히 여기거나 비난한다면 그 사람은 얼마나 죄를 얻게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매우 많다.”
보용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가 얻는 죄의 양은 얼마나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용아, 어떤 사람이 12긍가사(殑伽沙)만큼의 부처님 처소에서 크게 악한 마음을 일으킨다해도, 이 바른 법을 가볍게 여기고 비방하는 마음을 일으킨 자가 짓는 죄 보다는 오히려 가볍다. 왜냐하면 보용아, 저 바른 법을 가벼이 여기고 비방을 일으킨다면 이는 대승을 파괴하는 마음을 내고 번뇌의 불로 자신을 태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용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중생은 익혀온 업에 얽매여 나고 죽음에 윤회하면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용아, 그렇다, 그렇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스스로 머리를 끊었다고 하자. 그때 한 사람이 마비가양약(摩叱迦良藥), 우니나박(虞尼那嚩)양약, 갈리다박(竭哩多嚩)양약, 대리나박(帶梨那嚩)양약 등 좋은 약을 가지고 있다가 그 약을 끊어진 머리에 발라준다면 보용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너는 그 사람의 생명이 다시 살아난다고 말하겠느냐?”
보용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비록 좋은 약을 바른다지만 그가 어찌 살아나겠습니까?” “보용아, 저 윤회하는 자도 마찬가지다.” “보용아, 또 하나의 비유를 들겠다. 한 때 두 장부가 있었는데 각각 날카로운 칼을 가지고 서로 생명을 해치고자 하였다. 그런데 힘이 비슷했기 때문에 죽이지는 못하고 그저 상처만 입혔으나 고통이 매우 심하였다. 그때 마침 어떤 사람이 좋은 약을 지니고 있어서 그 위에 발라주었더니 저들의 상처가 즉시 나았다. 그 두 장부는 완쾌되고 나서 지난 고통을 기억해내고 서로에게 ‘이제부터 우리 다시는 서로 죽이거나 해치려는 마음을 일으키지 말자’고 하였다.
보용아, 지혜로운 자는 모두 이럴 것이다. 업을 짓기는 해도 바로 돌이켜 후회하므로 바른 법을 버리거나 배반할 마음을 내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생사를 여의는 모든 법을 향해 점차적으로 나아간다.
또 보용아, 저 세간 사람들은 과보로 받은 수명이 다하고 나면 비록 부모가 걱정하면서 슬피 운다해도 다시는 의지가 되거나 믿음이 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저 범부들도 자신을 이롭게 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이익을 주지도 못하며, 착한 업을 짓지 못하면 이와 같이 생명을 마칠 때 의지하거나 믿을 곳이 없게 된다.
여기에는 대략 두 종류가 있는데 첫째는 스스로 착하지 않은 업을 짓고 다른 사람에게도 권해서 짓게 하는 것이며, 둘째는 부처님의 바른 법을 가벼이 여기거나 비방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다.”
보용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부처님의 바른 법을 가벼이 여기거나 비방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자가 있다면 이 사람은 생명이 끝날 때 어디에 떨어지게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용아, 법을 비방하는 저 사람은 생명이 끝난 뒤 지옥에 떨어져 큰 고뇌를 받게 된다. 이른바 대가포(大可怖)지옥·중합(衆合)지옥·염열(炎熱) 지옥·극염열(極炎熱)지옥·흑승(黑繩)지옥·아비(阿鼻)지옥·노마하리사(嚕摩訶哩沙)지옥·호호미(呼呼尾)지옥이 그것이다. 이 같은 여덟 가지 큰 지옥 중 하나 하나의 지옥에서 1겁 동안 괴로움을 받는다.”
보용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매우 괴롭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이것을 차마 듣지 못하겠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보용보살을 위해 게송[伽陀]으로 말씀하셨다.
내가 말한 지옥을
너는 두려워 차마 듣지 못하는구나.
저 지옥의 고뇌는
중생의 업이 스스로 지은 것.
만일 모든 착한 업을 지으면
반드시 안락한 과보를 받고
모든 착하지 못한 업을 지으면
반드시 고통스런 과보를 받으리.
태어나는 고통과 죽는 고통
근심의 고통 등에 얽매여
어떤 즐거움의 씨도 뿌리지 않고
어리석은 자 항상 고통받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 안락을 얻어
부처님 생각함이 가장 높은 지혜라
영원히 나쁜 길에 떨어지지 않으리.
보용아, 너는 반드시 알라
전전 세상 지은 업에 감응 있으니
작은 착함의 씨 하나만 심어도
반드시 광대한 결실을 얻느니라.
마치 세간에 종자가 자라나서
백곡이 빠짐없이 무르익듯이
착한 씨를 심은 이도 마찬가지로
불국토에 태어나 좋은 과보 얻는다.
지혜로운 자 착한 법 닦아
모든 괴로움의 씨 멀리 여의면
그는 뭇 덕의 근본 이루어
최상의 안락을 얻게 되리라.
평등한 마음으로 보시하면
터럭 하나만큼의 착한 법으로
8만 겁 동안
풍부한 재물을 얻게 되리라.
태어나는 처소마다
항상 보시할 것 생각하고
3보(寶)에 보시했기 때문에
더 더욱 과보도 다함 없으리.
이때 보용보살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게송을 듣고 나서 즉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해야 이 『대집회정법』을 완전히 알아듣고 마음에 새길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용아, 12긍가사(殑伽沙)만큼의 여래·응공·정등정각의 처소에서 선근(善根)을 원만히 닦은 사람이라면 즉시 『대집회정법』을 들을 수 있다.”
보용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해야 이와 같은 선근을 원만히 닦을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용아, 일체 여래와 지견(知見)이 평등해진다면 이것이 선근을 원만히 하는 것이다.”
보용이 다시 말하였다.
“어찌해야 일체 여래와 지견이 평등해지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법을 설하는 스승을 존중하고 공경한다면 이것이 일체 여래와 지견이 평등한 것이다.”
보용이 또 말하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법사를 존중하고 공경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세간을 벗어나는 도에 마음을 내고 그리로 향해 나아가는 자가 있다면 그가 바로 법사를 존중하고 공경하는 것이다. 보용아, 이런 일들이 다 선근을 원만히 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용아, 이 『대집회정법』에는 큰 공덕이 있어서 모든 중생에게 이익을 준다. 이 법을 듣고 마음에 새기며 베껴 쓰고 독송하는 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큰 복을 무더기로 얻는다.
보용아, 사방마다 각각 12긍가사만큼의 여래·응공·정등정각을 계시게 해놓고 다 12겁을 머무시며 이 『대집회정법』을 듣고 마음에 새긴 공덕을설하게 해도 다 설하지 못한다. 또 다시 사방에 각각 위와 같은 긍가사만큼의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다 위와 같은 겁 동안 머무시며 이 법을 베껴 쓴 공덕을 설해도 역시 다하지 못한다. 또 다시 사방에 각각 위와 같은 긍가사 수의 여래·응공·정등정각께서 다 위와 같은 겁을 머무시며 이 법을 독송한 공덕을 설해도 역시 다하지 못한다.”
보용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독송한 복의 수량이 얼마나 되는지 간략히 설해 주십시오.”
그러자 세존께서 즉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4구게 하나라도 독송한다면
그가 얻는 복의 무더기는
저 84긍가사
그 만큼 많은 부처님들의
복의 무더기와 다를 바 없으리.
더구나 한 마음으로
바른 법에 안주한다면 어떻겠는가?
그의 복 무더기는 다함이 없으리라.
모든 부처님 세상에 출현하시어
가없는 법 펼쳐 설하시나
만나 뵙기는 참으로 어려워라.
이때 80구지(俱胝)의 니건타(尼乾陀) 무리가 부처님 처소로 찾아와 모두들 모임 속에 들어가 각각 한 쪽에 앉더니 이렇게 말하였다.
“구담(瞿曇)이여, 우리들은 그대를 이길 수 있다.”
이와 같이 세 번을 반복해서 말하였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모든 니건타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오직 부처님 여래만이 참으로 이긴다[勝]는 이름을 얻을 수 있으니, 그 어떤 곳에도 나를 이길 자는 없다.”
니건타가 말하였다.
“그대 구담 혼자서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너희 니건타가 기어코 이긴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전도된 견해요, 진실한 견해가 아니다.
너희들은 무엇을 이긴다[勝]고 하는지, 생각하는 대로 말해보라.”
이때 니건타 무리들은 모두 하나같이 묵묵히 서로 눈치만 보며 쳐다보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오직 부처님 세존만이 부처님의 지혜에 이미 들어간 중생이나 부처님의 지혜에 들어가지 못한 중생이나 날카로운 근기나 둔한 근기나 일체 중생을 모두 제도하여 차별 없이 평등하게 이익을 주신다. 이것을 두고 ‘이길 자가 없다’고 한다.
너희들은 잘 생각해 보도록 하라. 자신의 몸과 마음이 모든 고통으로 핍박을 받는 줄도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이긴다고 할 수 있겠느냐? 내가 지금 너희들에게 모든 부처님의 미묘하고 광대한 바른 법을 보여주겠다.”
모든 니건타 무리는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나서 갑자기 크게 성을 내며 믿지 못하겠다는 마음을 냈다.
이때 제석천왕이 선법당(善法堂)에 머물며 천안(天眼)으로 보고는 즉시 금강저(金剛杵)를 지니고 찾아와 모임 속에 들어가 그들을 쳐부수고자 하였다. 니건타 무리는 모두 놀랍고 두려워 큰 근심과 번뇌를 일으키며 울부짖었다.
얼마쯤 있다가 세존께서는 대중 속에서 몸을 숨기더니 사라지셨다. 모든 니건타 대중은 부처님 세존께 그제야 우러러볼 생각을 내려하는데 홀연히 부처님께서 보이지 않자 더욱 근심하고 괴로워하며 게송으로 말하였다.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도 없이
쓸쓸한 빈 들판에 홀로 처하여
구해줄 이 없을까봐
두려워하는 이와도 같습니다.
메마른 강에
노는 고기 의지할 바 없듯이
다 꺾여진 수풀에
나는 새 쉴 곳 없듯이
저희들이 지금 겪는 두려움과
괴로움과 번뇌도 그렇습니다.
부처님 세존이 보이지 않으시니
그 누가 구제하고 보호하겠습니까?
모든 니건타 대중이 이 게송을 설하고 나서 앉은자리에서 일어나고자 저 두 무릎을 굴려 땅을 눌렀을 때, 그 눌린 땅에서 홀연히 큰 소리가 나면서 모든 인간 천상의 대중을 두루 진동시켰다.
모든 니건타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래께서는 두 발 가진 존재 중에 가장 수승하신 분이시니, 부디 자비로 저희들을 구제하소서.’
이때 세존께서 즉시 몸을 나타내어 다시 본 좌석으로 돌아와 보용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모든 니건타 대중을 위해서 법을 설해 교화하고 제도하도록 하라.”
보용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안됩니다, 세존이시여. 묘하고 빼어난 수미산이 높이 드러났을 때 조그만 검은 산이 그 곁에 위치한 것과 같은데, 어떻게 같이 놓고 비교한단 말입니까? 지금 세존께서 대중 가운데 계시면서 저를 보내 법을 설하게 하시는 일도 이와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만 두어라, 그만 두어라. 선남자야, 훌륭하고 묘한 여래의 방편으로 시방 세계 어디서나 설하는 법은 다 여래의 자비로우신 원력으로 건립한 것이다. 이 모든 니건타들이 나를 좋아하고 기뻐하니 나는 그들에게 위없는 법의 요체를 설할 것이다. 보용아, 너는 지금 시방 세계에 가서 모든 부처님을 가까이 하고 법을 펼쳐 교화하도록 하라.”
보용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의 신통력이 매우 보잘것없으니 부처님의 크신 자비로 저에게 신통한 힘을 빌려주시지 않는다면 끝내 가지 못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용아, 너는 이제 너의 신통력과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이렇게 가거라.”
보용보살은 부처님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받들고 즉시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바퀴 돌고는 홀연히 모임 속에서 몸을 숨기더니 사라졌다.
이때 세존께서 모든 니건타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이른바 태어남은 큰 고통이니, 태어나는 일이 있기 때문에 모든 공포와 두려움이 일어난다. 태어나면 병드는 공포가 있고, 병드는 공포가 있기 때문에 늙는 공포가 있으며, 늙는 공포가 있기 때문에 죽음의 공포가 있다.
태어나는 일이 무엇 때문에 두려운가? 뭇 괴로움이 핍박하기 때문이다. 태어나는 일이 원인이 되면 곧 모든 공포가 있게 된다. 태어날 일이 없다면 공포가 무엇을 따라 일어나겠는가?
이로 말미암아 라야(囉惹)의 난리를 겪는 공포가 있으며, 취라((IMG SRC=”http://ebti.dongguk.ac.kr/images/k11205.gif”/>囉)의난리를 겪는 공포가 있으며, 매우 심한 독에 중독되는 두려움이 있으며, 불난리를 겪는 두려움이 있으며, 물난리를 겪는 두려움이 있으며, 바람의 난리를 겪는 두려움이 있고 나아가 우레 우박 등의 난리를 겪는 두려움이 있으며, 자신이 지은 착하지 않은 업 때문에 오는 두려움이 있다.
이런 두려움들은 태어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만일 태어나는 법을 요달하면 바로 모든 두려움을 여의게 된다.”
세존께서 모든 니건타 대중을 위하여 간략히 이 두려운 법을 설하시고 나자, 그때 모든 니건타 대중은 마음이 활짝 열려 잘못을 후회하고 자신을 책망하며 모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어리석어 바르지 않은 견해를 일으켜 진실한 도를 배반하고 부처님의 바른 법을 어겨 깊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부디 부처님께서는 자비로 저희들을 거두어 주십시오.”
이 말을 하고 나서 18구지의 니건타 대중은 함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다는 마음을 내고, 즉시 18구지의 큰 보살 대중이 되었다. 그들 하나 하나가 다 10지(地)를 완전히 얻어 신통한 힘으로 각각 갖가지 신통변화를 나타냈으며, 부처님의 몸, 보살의 몸, 연각의 몸, 성문의 몸, 내지는 하늘·사람·용·신·일체 세계 유정류 등의 몸을 나타내었다. 그리고 나서는 다시 각각 보배로 된 연꽃 좌석을 변화로 만들어내어 정확히 반으로 나눠 부처님 좌우에 두고,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나서 각각 자기 자리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