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니리경(佛說泥犁經)
동진(東晋) 서역(西域) 사문축담무란(竺曇無蘭) 한역
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였다.
“무릇 사람에게는 세 가지 일이 있는데, 그것은 어리석고 못난 사람들의 공통된 모양이다.
그 세 가지란 무엇인가? 어리석은 사람은 생각하는 1
나쁘고, 말하는 바가 나쁘며, 행동하는 바가 나쁘다. 그리하여 현재 세상에서 그 재앙을 받아 몸으로 괴로워하고 생각으로 괴로워하며 걱정으로 괴로워하느니라.
어떤 것이 걱정의 괴로움[憂苦]인가? 어리석은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과 사귈 때 지혜로운 사람은 그에게 말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나쁜 일을 행하다가 죽어서는 지옥[泥犁]에 들어간다.’
그러면 어리석은 사람은 그 지혜로운 사람의 말을 생각하고 ‘나는 지금 나쁜 일을 행하니 죽어서는 지옥에 들어갈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걱정의 괴로움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생각의 괴로움[念苦]인가? 어리석은 사람의 장리(長吏)가 재물을 훔치는 도둑을 잡아 혹독한 차꼬에 묶고 손과 발을 끊거나 대쪽으로 치거나 호랑이에게 먹이고 혹은 짚동 속에 넣고 불로 태우고 혹은 도끼로 마디마디 자르며, 혹은 땅에 던져 코끼리를 시켜 밟게 하고 혹은 가마나 시루에 넣어 찌며, 혹은 사지를 잡아 산 채로 찢는 것을 보고는 스스로 생각한다.
‘나쁜 사람이 지은 죄가 지독하여 장리로 하여금 저렇게 다스리게 하는구나. 만일 장리가 내가 지은 악행을 안다면 나를 잡아 역시 저렇게 할 것이다.’
이것을 생각의 괴로움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몸의 괴로움[身苦]인가? 어리석은 사람은 밤과 낮으로 누웠거나 일어나거나, 일찍이 안온한 일이 없다. 그래서 마음으로는 늘 악한 생각을 하고 입으로는 악한 말을 하며 몸으로는 늘 악을 저지른다. 이렇게 악을 행하다가 병이 들면 그는 곧 스스로 지옥 속의 가마에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 사람들이 불에 타고 삶아지는 것을 볼 때 제가 지은 죄가 차차 다가와서 그를 침노하게 된다.
마치 해가 질 때 그늘이 차차 내려오는 것처럼 그 사람도 점점 지옥 속으로 들어간다.
그는 곧 스스로 생각한다.
‘나는 세상을 살면서 살생을 좋아하였고 도둑질을 좋아하였으며, 남의 아내를 범하기 좋아하였고 남 속이기를 좋아하였으며, 이간질하기ㆍ나쁜 말하기ㆍ거짓말하기ㆍ질투하기ㆍ아끼고 탐내기를 좋아하였다. 부처가 있는 것을 믿지 않았고 경전이 있는 것을 믿지 않았으며, 지은 인연에 따라 재앙이나 복의 갚음이 있는 것을 믿지 않았고 저승이 있는 것을 믿지 않았다. 그러므로 나는 죽으면 지옥에 들어갈 것이다.’
이것을 몸의 괴로움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록 악인의 눈은 내 눈과 같지만 악인들이 태어나 재앙을 받고 그 죄로 고문을 당하는 곳을 보고는 그 악인은 두려운 마음에 심장이 타고 찢어져 끓는 피를 토하고 죽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독히 괴로워 견딜 수 없는 곳을 알고자 한다면, 그곳은 오직 지옥이다. 지옥의 그 지독한 괴로움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느니라.”
비구들은 꿇어앉아 아뢰었다.
“지옥의 지독한 고통을 비유로 들려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장리가 역적을 잡아 왕의 앞으로 끌고 가서 이렇게 아뢴다.
‘이 사람은 국가를 반역하는 악을 지었습니다.’
왕은 장리에게 명령한다.
‘창으로 백 군데를 찔러라.’
다시 이튿날 묻는다.
‘그 사람은 어떤가?’
그는 왕에게 아뢴다.
‘아직 살아 있습니다.’
왕은 다시 명령한다.
‘또 백 군데를 찔러라.’
이튿날 다시 묻는다.
‘그 사람은 어떤가?’
그는 왕에게 아뢴다.
‘아직 살아 있습니다.’
왕은 다시 명령한다.
‘또 백 군데를 찔러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그 사람이 3백 군데나 창에 찔렸다면 과연 대추 잎사귀 만큼이라도 성한 곳이 있겠느냐?”
비구들이 아뢰었다.
“성한 곳이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사람이 3백 군데나 창에 찔렸다면 그 고통이 심하겠느냐?”
비구들이 아뢰었다.
“사람이 한 군데만 창에 찔려도 온몸이 다 아픈데, 하물며 3백 군데나 창에 찔렸다면 그야 어떠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조그만 돌을 손바닥에 놓고 비구들에게 보이면서 물으셨다.
“이 돌이 크냐, 태산이 크냐?”
비구들이 아뢰었다.
“부처님 손바닥의 돌이 작습니다. 어떻게 그것을 산에다 견주겠습니까? 만일 그것을 산에 견주려 하면 억억만 곱을 하여도 산보다는 크지 못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옥 속의 고통과 창에 찔린 고통을 비교하면 창에 찔린 고통을 억억만 번 곱하더라도 지옥 고통보다는 못할 것이니, 손바닥의 작은 돌은 3백 군데 창에 찔리는 고통과 같고 산은 지옥의 고통과 같다. 그런데도 어리석은 사람들은 마음으로 악을 생각하고 입으로 악을 말하며 몸으로 악을 행하다가 죽은 뒤에는 지옥 속에 떨어지느니라.
또 지옥에는 짐승 같은 귀신이 있다. 그가 사람을 앞으로 끌고가서 갈구리로 그 위턱을 당기고 또 갈고리로 그 아래턱을 당겨 입을 짝 벌린 뒤에 구리쇠 녹인 끓는 물을 그 입에 쏟으면, 입술ㆍ혀ㆍ창자ㆍ위 등이 모두 타서 문드러지고 구리쇳물은 밑으로 내려가는데 그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 없다.
그 사람이 세상에 살 때 한평생 늘 부정한 재물과 음식을 구하였기 때문에 구리쇠 녹인 물을 쏟는 것이니, 지옥의 심한 고통은 이와 같으니라.
지옥에 있는 귀신이 사람을 잡아다 놓고 갈고리로 아래 위 턱을 당겨 입을 짝 벌린 뒤에 벌겋게 타는 쇠 절구를 사람의 목구멍에 찔러 넣으면, 입술ㆍ혀ㆍ창자ㆍ위 등이 모두 타서 문드러지는데, 그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가 없다. 그러나 전생의 죄악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지옥의 심한 고통은 이와 같으니라.
또 지옥에 있는 귀신은 사람을 잡아다 쇠 산 위에 올려 놓고 불로 산을 태워 시뻘겋게 달군 뒤에 위로 달리고 밑으로 달리게 하는데, 그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가 없다. 그러나 전생의 죄악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지옥의 심한 고통은 이와 같으니라.
또 지옥에 있는 귀신은 사람을 잡아다 놓고 시뻘겋게 단 도끼로 그 손과 발을 자르고 온 뼈마디를 잘라 난도질을 하는데, 그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가 없다. 그러나 전생의 죄악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지옥의 심한 고통은 이와 같으니라.
또 지옥에 있는 귀신이 사람을 잡아다 놓고 쇠도끼로 사람 몸을 쪼개면 온 몸의 뼈와 살이 모두 없어지는데, 그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가 없다. 그러나 전생의 죄악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지옥의 심한 고통은 이와 같으니라.
또 지옥에 있는 부리가 쇠와 같은 새는 사람의 머리를 쪼아 그 골을 먹는데, 그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가 없다. 그러나 전생의 죄악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지옥의 심한 고통은 이와 같으니라.
또 지옥에 있는 낙타 떼는 사람을 잡아다 찢어서 씹어 먹는데, 그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가 없다. 그러나 전생의 죄악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지옥의 심한 고통은 이와 같으니라.
또 지옥에 있는 귀신은 사람을 잡아다 놓고 칼로 양쪽 방장(膀腸)에서 양쪽 옆구리까지의 가죽을 올려 벗기고 쇠 수레를 거기 매어 양쪽 옆구리 살로 덮고는 쇠 수레를 끌고 불 위를 달리게 하는데, 그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가 없다. 그러나 전생의 죄악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지옥의 심한 고통은 이와 같으니라.
또 지옥에 있는 귀신이 사람의 양쪽 다리를 잡고 물이 부글부글 끓는 가마솥에 거꾸로 던지면 밑에 있어도 삶아지고 위에 있어도 삶아지며, 끓는 물이 오르내리기 때문에 삶아지지 않는 곳이 없다.
비유하면 콩을 삶을 때 위ㆍ아래가 모두 삶아져 엎쳐도 삶아지고 뒤쳐도 삶아지는 것처럼 지옥 속의 그 사람도 동ㆍ서나 상ㆍ하의 차별 없이 어디에 있건 삶아진다. 그것은 그 사람이 세상에 있을 때 한평생 늘 마음을 함부로 하고 입을 함부로 하며 몸을 함부로 한 까닭이니, 지옥의 심한 고통은 이와 같으니라.
또 지옥에 있는 귀신은 사람을 잡아다 빨갛게 단 땅에 눕혀 놓고 다섯 가지 고통으로 죄를 다스리는데, 불에 단 못을 왼쪽 손바닥에 박고 또 불에 단 못을 오른쪽 손바닥에 박으며, 불에 단 못을 오른발에 박고 또 불에 단 못을 왼발에 박으며, 또 불에 단 못을 심장에 박아 땅에까지 내려가게 한다. 그러면 그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가 없다. 그러나 전생의 죄악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지옥의 심한 고통은 이와 같으니라.
또 지옥에 있는 귀신은 사람의 팔을 끌고 지옥성 안으로 들어간다. 지옥의 성은 정방형이고 4면에는 성문이 있는데 그 문은 튼튼하고 문을 지키는 귀신이 각각 있다. 성벽은 모두 쇠로 되어 있고, 또 그 성은 쇠로 덮여 있어 아무 것도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하였다.
바닥은 모두 불에 달구어져 시뻘겋고 그 둘레는 4천 리인데 동쪽 벽의 불꽃은 서쪽 벽에 이르고 서쪽 벽의 불꽃은 동쪽 벽에 이르며, 남쪽 벽의 불꽃은 북쪽 벽에 이르고 북쪽 벽의 불꽃은 남쪽 벽에 이르며, 위의 불꽃은 바닥에 이르고 바닥의 불꽃은 위에 이른다.
열 가지 죄를 범한 악인들은 모두 이곳에 떨어진다. 살생한 사람ㆍ도둑질한 사람ㆍ남의 부인을 범한 사람ㆍ사람을 속인 사람ㆍ이간질한 사람ㆍ나쁜 말한 사람ㆍ거짓말한 사람ㆍ질투한 사람ㆍ인색하고 탐냈던 사람ㆍ부처가 있음을 믿지 않았던 사람ㆍ경전이 있음을 믿지 않았던 사람ㆍ원인을 지으면 재앙이나 복의 과보가 있음을 믿지 않았던 사람, 이런 무리들이 지옥을 가득 채운다.
지옥의 지독한 고통의 결정된 연한은 천만 년이다. 그들은 멀리서 동쪽 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 모두 그 쪽으로 달려가는데, 발은 땅에 닿자마자 탔다가 발을 들면 탄 곳의 살이 다시 살아나 본래와 같이 된다. 혹 거기를 벗어나는 사람은 곧 문을 지나 나가지마는 벗어나지 못하면 문은 다시 닫힌다. 문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은 문을 벗어난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만 땅에 주저앉는다. 그 때 문지기 귀신은 그에게 말한다.
‘쯧쯧, 이 죽은 악인들아, 너희는 이 문 아래에 와서 무엇을 구하는가?’
그는 대답한다.
‘저희는 몹시 배고프고 목마릅니다.’
귀신은 곧 갈고리로 그의 위ㆍ아래 턱을 당겨 입을 짝 벌리고는 구리를 녹인 끓는 쇳물을 그 입에 쏟는다. 그러면 입술ㆍ혀ㆍ창자ㆍ위 등이 타서 문드러지고 구리 쇳물은 밑으로 내려간다. 그 사람은 세상에 살 때 한평생 늘 재물을 구하되 도리에 맞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범한 죄악으로 말미암아 그런 재앙을 받는다. 지옥의 심한 고통은 이와 같으니라.
또 지옥에는 세상의 숯불 화로와 같은 것이 있어서 시뻘겋게 타는데 세로와 너비는 수천 리다. 달려 나가 성을 벗어난 모든 사람들은 바로 탄화지옥[炭火泥犁]으로 들어가 타고 굽히고 볶이고 익혀지며 잠깐도 쉬지 못하는데, 그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가 없다. 그러나 전생의 죄악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지옥의 심한 고통은 이와 같으니라.
다음에는 한빙지옥[寒氷泥犁]에 들어가는데, 세로와 너비가 수천 리다. 사람이 그 속에 들어가면 모두 추위에 얼어 벌벌 떨다가 몸이 부서지고 찢어지는데, 그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 없다. 그러나 전생의 죄악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지옥의 심한 고통은 이와 같으니라.
다음에는 비시지옥[沸屎泥犁]에 들어가는데, 그 둘레는 수천 리요, 끓는 똥 냄새가 지독하다. 달려 나간 사람들이 그 속에 들어가면 거기서 저절로 삶기는데, 그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가 없다. 그러나 전생의 죄악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못한다. 지옥의 심한 고통은 이와 같으니라.
다음에는 농혈지옥[膿血泥犁]에 들어가는데, 그 둘레는 수천 리로서 지독한 냄새는 말할 수 없을 지경이고 고름과 피가 모두 끓는다. 그 속에 떨어지는 사람은 모두 삶기고 문드러져 형체가 허물어지면 까마귀밥이 되는데, 그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가 없다. 그러나 전생의 죄악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못한다. 지옥의 심한 고통은 이와 같으니라.
다음에는 체두도산(剃頭刀山)에 들어가는데, 둘레는 수천 리다. 사람들이 농혈지옥에서 나와 그 산으로 달려 오르면 그 산에는 칼이 있어서 모두 그 발을 베이고 그것을 잡으려 하면 그 손이 잘리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면 그 배를 째이고 누우려고 하면 그 등을 찔리며 걸터앉으려 하면 그 허벅다리를 베이고 넘어지려고 하면 그 옆구리를 베이는데, 그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가 없다. 그러나 전생의 죄악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못한다. 지옥의 심한 고통은 이와 같으니라.
다음에는 칼나무 숲[釰樹]으로 들어가는데, 그 나뭇가지는 모두 칼과 같다. 사람이 거기 들어가면 칼은 사람의 가슴을 찌르고 옆구리ㆍ등ㆍ손ㆍ발ㆍ몸뚱이를 찔러 앞뒤를 꿰뚫는데, 그 지독한 고통은 견딜 수 없다. 그러나 전생의 죄악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못한다. 지옥의 심한 고통은이와 같으니라.
다음에는 쇠갈대밭[鐵竹蘆]에 들어가는데, 세로와 너비는 수천 리요, 대나무 잎은 모두 날카로운 칼과 같다. 사람이 그 속에 들어가면 바람이 대나무를 불어 흔드는데 덜어지는 그 잎은 사람의 살을 꿰뚫고 사람의 뼈를 잘라 온몸은 성한 곳이 없게 된다. 그 고통은 견딜 수 없지만 전생의 죄악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도 못한다. 지옥의 심한 고통은 이와 같으니라.
다음에는 함수지옥[鹹水泥犁]에 들어가는데, 세로와 너비가 수천 리요, 소금과 같은 짠물이 부글부글 끓는다. 그 물에는 부리가 쇠와 같은 새가 있어 사람의 살과 뼈를 쪼아먹는다. 사람이 그 고통을 견딜 수 없어 그 물을 건너가면 지옥지기 귀신은 말한다.
‘이 죽은 악인들아, 너희들은 무엇을 구하는가?’
그들은 대답한다.
‘저희는 배고프고 목말라 고통스럽습니다.’
귀신은 곧 갈고리로 그의 위ㆍ아래 턱을 당겨 입을 쩍 벌리고는 구리쇠 녹인 끓는 물을 그 입에 쏟는다. 입술도 타고 혀도 타며 목구멍도 타고 오장이 모두 타면서 구리쇳물은 밑으로 내려간다.
그는 그것을 견딜 수 없어 도로 끓는 짠물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그 고통도 여전하므로 그것을 견딜 수 없어 도로 쇠갈대밭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그 고통도 여전하므로 그것을 견딜 수 없어 도로 칼나무 숲으로 들어가고, 거기서도 그 고통은 여전하므로 그것을 견딜 수 없어 도로 체두도산으로 들어가며, 거기도 그 고통은 여전하므로 그것을 견딜 수 없어 도로 농혈지옥으로 들어가고, 거기도 그 고통이 여전하므로 그것을 견딜 수 없어 도로 비시지옥으로 들어가며, 거기도 그 고통이 여전하므로 그것을 견딜 수 없어 도로 탄화지옥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거기도 그 고통은 여전하므로 그것을 견딜 수 없어 도로 철성지옥[鐵城泥犁]으로 들어가는데, 그 고통은 견딜 수 없다. 동문의 고통도 그와 같고 남문의 고통도 그와 같으며, 서문의 고통도 그와 같고 북문의 고통도 그와 같다. 지옥의 심한 고통은 이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옥 고통은 이루 다 셀 수 없지만 나는 너희들을 위하여 간략히 말하였을 뿐이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사람이 악을 짓고 축생으로 태어나면 꼴풀을 밥으로 삼아 혀로 집고 이로 씹는다. 혀로 집고 이로 씹는 짐승이란 소ㆍ말ㆍ노새ㆍ나귀ㆍ코끼리ㆍ낙타 등의 많은 종류들이다. 만일 사람이 세상에 살 때 한평생 늘 마음으로 악한 생각을 하고 입으로 악한 말을 하며 몸으로 악을 저지르면 죽어서는 여기저기를 전전하다가 와서 이런 축생이 되는 것이니, 그 고통은 이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짐승은 어두운 곳에서 태어나 어두운 곳에서 자라다가 어두운 곳에서 죽는다. 어두운 곳에서 태어나는 짐승이란 뱀ㆍ쥐ㆍ삵ㆍ물개ㆍ개미 등, 이런 많은 종류들이다.
만일 사람이 세상에 살 때 한평생 늘 마음으로 악한 생각을 하고 입으로 악한 말을 하며 몸으로 악을 저지르면 죽어서는 여기저기를 전전하다가 와서 이런 짐승으로 바꿔 태어나는 것이니, 그 고통은 이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비늘이 있는 짐승[鱗虫]들은 물에서 태어나 물에서 살다가 물에서 죽는다. 물에서 태어나는 것이란 교룡(蛟龍)과 물고기ㆍ자라ㆍ거북 등의 많은 종류들이다. 만일 사람이 세상에 살 때 늘 마음으로 악한 생각을 하고 입으로 악한 말을 하며 몸으로 악한 짓을 하면 죽어서는 여기저기를 전전하다가 와서 이런 비늘 있는 짐승으로 바꿔나는 것이니, 그 고통은 이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벌레는 냄새나는 곳에서 태어나 냄새나는 곳에서 자라다가 냄새나는 곳에서 죽는다. 냄새나는 곳에서 태어나는 벌레란, 진땅의 벌레ㆍ시궁창의 벌레ㆍ뒷간의 벌레 등 많은 종류들이다. 만일 사람이 세상에 살 때 늘 마음으로 악한 생각을 하고 입으로 악한 말을 하며 몸으로 악한 짓을 하면 죽어서 이런 벌레들이 되는 것이니, 그 고통은 이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또 어떤 벌레나 짐승은 주로 더러운 것을 먹는데 사람이 변을 보면 멀리서 그 냄새를 맡고 달려와 ‘나는 먹이를 얻었다’고 말한다. 주로 더러운 것을 먹는 것이란, 개ㆍ돼지ㆍ파리ㆍ왕개미 등의 많은 종류들이다. 사람이 만일 세상에 살 때 늘 마음으로 악한 생각을 하고 입으로 악한 말을 하며 몸으로 악한 짓을 하면 죽어서는 이리저리 전전하다가 이런 벌레나 짐승이 되는 것이니, 그 고통은 이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벌레나 짐승의 종류가 많지만 나는 너희들을 위하여 간략히 말하였을 뿐이니라.”
부처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사람이 악을 짓고 폐례(薜荔:아귀)로 태어나면 그는 항상 끓는 똥오줌을 먹게 된다. 무슨 이유로 그는 끓는 똥오줌을 먹게 되는가? 그 사람은 세상에 살 때 늘 마음으로 악한 생각을 하고 입으로 악한 말을 하며 몸으로 악한 짓을 하고 인색하고 탐내어 음식을 아꼈기 때문에 폐례로 태어나는 것이다.
또 폐례는 피고름을 음식으로 삼는다. 그 사람은 세상에 살 때 늘 악을 짓고 맛는 음식을 즐겼기 때문에 지금은 피고름을 먹는 것이다.
또 폐례의 세계에는 폐례의 살을 주식으로 하는 검은 개와 흰 개가 있다. 또 폐례의 세계에는 주로 그 골을 먹는 까마귀도 있다. 또 그들 중에는 10년 동안 물을 보지 못한 자도 있고 백 년 동안 물을 얻지 못한 자도 있다. 그들이 멀리서 맑게 흐르는 물을 보고 곧 달려가 마시려 하면 그 물은 이내 말라 버리거나 때로는 그 물이 구리쇠 녹인 물로 변하며 혹은 짠물이 뜨거운 물처럼 끓는다. 그래도 달려가 마시려 하면 귀신이 매로 때린다. 폐례로 사는 괴로움은 이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폐례의 종류는 많지만 나는 너희들을 위하여 간략히 말하였을 뿐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3악도에서 벗어나기는 참으로 어렵느니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둘레가 8만 4천 리나 되는 물 속에 장님 거북 한 마리가 있고 물 위에는 구멍이 하나뿐인 떠다니는 나무 하나가 있다. 거북은 물 속에서 백 년 만에 한 번씩 떠올라 머리를 내미는데 과연 그 머리가 그 나무 구멍에 맞을 수있겠는가?”
비구들이 아뢰었다.
“백천만 년을 지나더라도 아마 만나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혹 때로 나무가 동쪽에 있으면 거북은 서쪽에 있을 것이요 나무가 서쪽에 있으면 거북은 동쪽에서 나올 것이며, 때로는 나무가 남쪽에 있으면 거북은 북쪽에 있을 것이요 나무가 북쪽에 있으면 거북은 남쪽에서 나올 것이며, 때로는 거북이 마침 머리를 내밀더라도 나무는 바람에 밀려 육지에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거북이 백 년만에 한 번 머리를 내민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나무 구멍에 들어갈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3악도에 있다가 다시 사람되기 어렵기는 저 거북보다 더하느니라. 왜냐 하면 3악도에 있는 사람은 아무 아는 것도 없고 또 법도 없으며, 선악도 알지 못하고 부모도 알지 못하며, 보시도 알지 못하고 또 서로 잡아먹되 강한 것이 약한 것을 먹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몸이 일찍이 죽이고 벗기는 일과 피와 고름과 부스럼을 떠난 일이 없다. 그리하여 괴로움에서 나와 괴로움으로 들어가고 어둠에서 나와 어둠으로 들어가나니, 악인의 바뀌는 것은 이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어떤 노름꾼이 처음에는 많은 재물을 잃고 나중에는 처자와 밭과 집까지 잃어 알거지가 되어 아무것도 없는데도 다시 다른 빚을 지게 되면, 빚쟁이는 심하게 독촉하고 꾸짖으며 연기를 쏘이고 불로 지지는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나 그런 노름꾼이 망하는 것은 그래도 사소한 일이다. 왜냐 하면 처음에 많은 재물을 잃고 나아가 처자와 밭과 집까지 잃고 다시 다른 노름빚을 져 남에게 불로 지짐을 당하더라도 그것은 한 세상의 가난으로서 남은 세월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 마음으로 악한 생각을 하고 입으로 악한 말을 하며 몸으로 악한 짓을 하여 죽은 뒤에 3악도에서 사는 것은 그 가난보다 더한 것이다. 그리고3악도에 사는 연수는 한량없는 것이다.
가령 그가 3악도에서 벗어나 다시 인간 세계에 태어난다 하더라도 그는 장인이나 농부 또는 거지의 아들이 될 것이요, 혹은 제 기술로 살아가더라도 배불리 먹고 좋은 옷을 입지 못할 것이다.
또는 그들 중의 자식으로 태어나더라도, 절름발이나 귀머거리나 장님이 되어 제대로인 사람 축에 들지 못할 것이요, 또는 백정 집에 나거나 혹은 소와 양을 팔고 고기를 잡으며 닭이나 개를 잡는 집에 태어날 것이다.
그는 저 나쁜 세계에서 벗어났지만 다시 그런 집안의 자식이 되어 온갖 나쁜 짓을 행하다가 죽은 뒤에는 도로 저 나쁜 세계에 들어갈 것이다.”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훈계하셨다.
“나는 천안(天眼)으로써 천하 사람의 나고 죽음과 곱고 추함과 높고 낮은 이를 보고, 죽은 사람이 좋은 세계로 가는 것과 나쁜 세계로 가는 것을 본다. 사람이 세상에서 몸으로 나쁜 짓을 하고 입으로 나쁜 말을 하여 마음으로 나쁜 생각을 하고 항상 삶아 죽여서는 귀신에게 제사지내기를 좋아하는 이는 죽으면 반드시 지옥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몸으로 항상 선을 행하고 입으로 항상 선한 말을 하며 마음으로 항상 선한 생각을 하면 그는 죽어서 천상에 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란 마치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물에서 거품이 일어나는 것과 같다. 비가 위에서 떨어질 때에 한 거품이 부서지면 한 거품이 생기는 것처럼 세간에서 사람이 나고 죽는 것도 거품이 일어났다 꺼지는 것과 같다.
부처는 천안으로 온 천하의 천상에 태어나는 이와 지옥에 떨어지는 이, 가난한 이와 부자, 높은 이와 낮은 이를 보고 사람들이 짓는 선과 악을 다 보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그런 것들을 다 안다. 그것은 마치 어두운 밤, 성문 양쪽에 큰 횃불을 걸어 놓고 수천 명이 그 문을 드나들 때 어둠 속에 있는 사람은 불빛 속으로 드나드는 사람을 모두 보는 것과 같다.
부처가 천안을 가지고 천상에 나는 이와 지옥에 들어가는 이를 보는 것은 마치 사람이 어둠 속에서 불빛 속으로 드나드는 사람을 보는 것과 같고, 또 사람이 높은 다락 위에 오르면 다락 밑에 있는 수천만의 집을 위에서 모두 내려다볼 수 있는 것과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죽어서 하늘에 오르고 지옥에 들어가는 온 천하 사람들을 본다.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높은 다락 위에서 여러 집들을 내려다보는 것과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배를 타고 맑은 물 위를 갈 때에는 물 속에 있는 고기나 돌을 모두 볼 수 있다. 부처가 천안으로 천상에 태어나고 지옥에 들어가는 온 천하 사람들을 구별하여 보는 것은 사람이 맑은 물 속을 보는 것과 같으니라.
천하의 명월주(明月珠)를 다섯 가지 채색 실로 꿰게 되면 구슬을 보는 사람들은 모두 다섯 가지 채색의 차이를 보고 또 실이 구슬을 꿰고 있다는 것을 안다. 부처가 천하의 생긴 내력과 사람의 생과 사, 선과 악의 변화를 보는 것도 사람이 그 구슬을 보는 것과 같으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그의 부모에게 불효하고 사문이나 바라문을 받들지 않으며 장로를 공경하지 않고 일을 겁내지 않으며, 이승과 저승을 두려워하지 않고 놀라거나 무서워 않는 온 천하의 사람들을 보는데, 그런 사람들은 죽어서 지옥에 들어가 염라대왕[鹽王]을 만나보고서야 곧 악을 버리고 선으로 나아간다.
지옥을 맡은 군사를 방(旁)이라 한다. 그는 사람을 데리고 염라대왕에게 나아가 이렇게 아뢴다.
‘이 사람은 세상에 있을 때 부모에게 불효하고 사문과 바라문을 받들지 않았으며, 장로를 공경하지 않고 보시하기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이승과 저승 을 겁내지 않고 금계(禁戒)를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원컨대 왕께서는 이 사람의 죄를 다스리소서.’
왕은 그 사람을 앞에 불러다 놓고 말한다.
‘너는 부모가 너를 기를 때 진자리 마른자리를 가려 눕히고 젖을 먹여 키운 것이 기억나지 않는가? 너는 왜 부모에게 불효하였는가?’
그는 대답한다.
‘저는 실로 어리석고 교만하였습니다.’ ‘네가 죄를 지은 것은 너의 부모나 하늘이나 제왕이나 또 사문이나 바라문의 허물이 아니다. 네 몸으로 지은 것이니 네 스스로 받아야 한다.’
이것이 염라대왕의 첫째 물음이니라.
‘너는 세상 사람들이 병이 위독할 때에 몹시 쇠약해져 손발도 자유롭지 못한 것을 보았는가?’
그는 대답한다.
‘저는 정말로 보았습니다.’
왕은 말한다.
‘너는 왜 스스로 허물을 고치고 선을 행하지 않았는가?’
그는 말한다.
‘저는 참으로 어리석고 교만하였습니다.’
왕은 말한다.
‘네 몸으로 지은 것이니 스스로 받아야 한다. 이것 역시 부모나 하늘이나 제왕이나 사문이나 바라문의 허물이 아니다. 네 몸으로 지은 것이니 스스로 받아야 한다.’
이것이 염라대왕의 둘째 물음이니라.
염라대왕은 또 말한다.
‘너는 세상의 남녀들이 늙으면 눈으로는 보지 못하고 귀로는 듣지 못하며 지팡이를 짚고 다니고 검은 머리는 백발이 되어 젊을 때와 다른 것을 보지 않았는가?’
그는 대답한다.
‘저는 진실로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것을 보았습니다.’
왕은 말한다.
‘그때 너는 왜 허물을 고치고 선을 행하지 않았는가?’
그는 대답한다.
‘저는 참으로 어리석고 교만하였습니다.’
왕은 다시 말한다.
‘그것도 너의 부모나 하늘이나 제왕이나 사문이나 바라문의 허물이 아니다. 네 몸으로 지은 것이니 스스로 받아야 한다.’
이것이 염라대왕의 셋째 물음이니라.
왕은 또 말한다.
‘너는 세상에 있을 때 남자나 여자가 죽어 하루, 이틀 내지 이레가 되면, 몸이 썩어 문드러지고 형체가 허물어져 개미 따위의 벌레가 파먹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너는 그것을 보고도 왜 스스로 허물을 고치고 선을 행하지 않았는가?’
그는 대답한다.
‘저는 진실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어리석고 교만하였습니다.’
왕은 말한다.
‘너는 왜 너의 행을 단정히 하지 않고 너의 입을 단정히 하지 않으며, 너의 마음을 단정히 하지 않았는가? 그것도 너의 부모나 하늘이나 제왕이나 사문이나 바라문의 허물이 아니다. 네 몸으로 지은 것이니, 네가 스스로 받아야 한다.’
이것이 염라대왕의 넷째 물음이니라.
‘너는 사람으로 세상에 있을 때, 장리(長吏)가 겁탈한 자나 살인한 도적을 잡아 결박해서 옥에 보내어 죄를 다스려 고문하거나, 혹은 끌고 나가 길에서 때려 죽이거나, 혹은 산 채로 찢어 죽이는 것을 보았는가? 너는 혹 그것을 본 적이 있는가?’
그는 대답한다.
‘저는 진실로 보았습니다.’
왕은 말한다.
‘너는 왜 스스로 허물을 고치고 선을 행하지 않았는가? 너는 왜 사람으로있을 때, 네 몸을 바르게 하지 않고 네 입을 바르게 하지 않으며 네 마음을 바르게 하지 않았는가?’
그는 대답한다.
‘저는 진실로 어리석고 교만하였습니다.’
왕은 말한다.
‘네 몸으로 지은 것이니 스스로 받아야 한다. 그것도 네 부모나 하늘이나 제왕이나 사문이나 바라문의 허물이 아니다. 네 몸으로 지은 것이니 스스로 받아야 한다.’
이것이 염라대왕의 다섯째 물음이니라.
이렇게 문답을 마치면 지옥의 옥졸 방은 그를 데리고 한 쇠성[鐵城]으로 가는데 이곳이 첫 번째 지옥이고, 그 이름은 아비마(阿鼻摩)지옥이다. 그 성에는 네 문이 있고 둘레는 4천 리이며, 중앙에는 큰 가마솥이 있는데 그 세로와 너비는 40리요 깊이도 40리다.
옥졸 방은 창으로 그 사람을 찌르기도 하고 가마솥에 넣어 삶기도 하면서 이렇게 하기를 무수히 되풀이한다.
성안은 온통 불이라서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들은 모두 근심하고 두려워하면서 벌벌 떠는데 그런 사람이 수천만 명이니라.
옥졸 방은 사람들을 성안에 몰아 넣고 언제나 드나들지 못하게 한다. 그들은 사방으로 달리며 나갈 문을 찾지만 문은 모두 닫혀 있어 나갈 수가 없다. 그래서 그들은 그 안에서 수천만 년을 지내지만 불도 꺼지지 않고 사람도 죽지 않느니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동문이 저절로 열리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그 문으로 나가려고 모두 달려가 막 문까지 가면 문은 다시 닫힌다. 나가려는 사람들은 문 안에서 서로 싸우면서 나가려고 하느니라.
또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멀리서 남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 모두 달려가 문까지 가면 문은 다시 닫힌다. 사람들은 또 문 안에서 서로 싸우면서 나가려고 하느니라.
그러다가 또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네 문이 모두 열리면 사람들은 다 달려가서 모두 나가게 된다. 그 때 그들은 스스로 벗어났다고 생각하느니라.
그러나 그들은 다시 두 번째 구연지옥[鳩延泥犁]으로 들어가는데, 달리는 발이 땅에 닿으면 곧 타고 발을 들면 탄 자리에서 살이 도로 살아나 본래와 같이 된다. 동쪽으로 달리는 자도 있고 서쪽으로 달리는 자도 있으며 남쪽으로 달리는 자도 있고 북쪽으로 달리는 자도 있다. 온 땅이 모두 타는데 수천만 년을 지내서야 끝난다. 그러면 그들은 거기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다시 세 번째 미리마덕지옥[彌離摩德泥犁]으로 들어간다. 그 안에는 굴탁(掘)이라는 벌레가 있는데 부리는 쇠와 같고 머리는 검다. 그 벌레가 사람을 보고 모두 달려들어 사람을 쪼으면 살과 뼈가 모두 없어진다. 이렇게 수천만 년을 지내서야 끝난다. 그러면 그들은 거기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다시 네 번째 붕라다지옥[崩羅多泥犁]으로 들어간다. 그 안에 있는 돌들은 모두 날카로운 칼과 같다. 사람들은 그 꼭대기로 달려 올라 갔다가 다시 밑으로 달려 내려와 거기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어디로 가야할지를 모른다. 돌이 모두 날카로운 칼과 같기 때문에 발은 모두 베이고 벗겨진다. 이렇게 수천만 년을 지내서야 끝나는데 그러면 그들은 거기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다시 다섯 번째 아이파다원지옥[阿夷波多洹泥犁]로 들어간다. 그 안에서는 뜨거운 바람이 부는데 그것은 세상의 화로 숯불보다 더 뜨겁다. 바람이 불어와 몸에 닿으면 사람 몸을 태운다. 그들은 그것을 피하려 하지만 언제나 뜨거운 바람을 만나게 되고 아무리 피하려 해도 피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들은 죽을래야 죽을 수도 없고 살래야 살 수도 없다. 이렇게 수천만 년을 지내고 거기서 나오게 되면 그들은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다시 여섯 번째 아유참파지옥[阿喩慘波泥犁]으로 들어간다. 그 안에는 많은 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들은 모두 가시로 되어 있고 나무 사이에는 귀신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곳에 들어가면 귀신은 머리 위에서 불을 뿜고 입에서도 불을 뿜는다. 온몸에 열여섯 개의 가시가 있는 귀신은 멀리서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 잔뜩 화를 내고 불을 뿜으며 모두 달려들어 사람 살을 먹는데, 열여섯 개의 가시로 사람 몸을 꿰어 찢어 먹는다. 사람들은 모두 거기서 나오려 하나 달리면 곧 그 귀신을 만나게 된다.
이렇게 수천 년을 지내서야 끝나는데 그러면 사람들은 거기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다시 일곱 번째 숙사무지옥[熟徙務泥犁]으로 들어간다. 그 안에는 돈(敦)이라는 벌레가 있어 사람들이 거기 들어가면, 그것은 사람들 입안으로 날아들어 사람 몸을 파먹는다. 사람들은 모두 달리면서 애써 벗어나려 하지만 벌레는 쉬지 않고 파먹는다. 사람들은 사방으로 달아나 보지만 벗어나지 못한다. 이렇게 수천만 년을 지내서야 끝나는데 그러면 사람들은 거기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다시 여덟 번째 단니유지옥[檀尼愈泥犁]으로 들어간다. 그 안에는 흐르는 물이 있어 사람들은 모두 물에 떨어지는데 물가에는 가시가 있어서 사람을 찌른다. 그 물은 세상의 끓는 물보다 더 뜨거워 부글부글 끓으면 사람들은 모두 삶아져서 문드러진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두 언덕으로 달려 올라가려 하면 언덕에는 귀신이 있다가 창을 가지고 사람을 찔러 다시 물에 넣고 나오지 못하게 한다. 사람들이 물을 따라 흘러 내려가면 그 하류에도 귀신이 있다가 사람을 잡아 갈고리에 달고 이렇게 묻는다.
‘너희들은 어디서 오는가? 너희들은 여기 사람인가?’
사람들은 대답한다.
‘저희는 어디서 온 줄도 모르고 또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릅니다. 저희는 다만 배고프고 목말라 음식을 쫓아가려고 할 뿐입니다.’
귀신은 ‘내가 너희들에게 음식을 주리라’라고 말하고는 곧 구리쇠 녹인 끓는 물을 그들의 입안에 쏟아 뱃속을 모두 태운다. 이리하여 죽을래야 죽지도 못하고 살려고 해도 살 수도 없다.
그들은 세상에서 사람으로 있을 때 온갖 악을 지었기 때문에 거기서 벗어나려 하여도 벗어나지 못하느니라.
그 지옥의 사람들은 모두 그곳에서 나오게 되는데 그러면 스스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다시 일곱 번째 지옥으로 도로 들어가게 된다. 일곱 번째 지옥의 귀신은 그들을 맞이해 묻는다.
‘너희들은 가더니 왜 도로 돌아오는가?’
그들은 모두 대답한다.
‘저희는 그저 배고프고 목마를 뿐입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다시 여섯 번째 지옥으로 들어가고, 여섯 번째 지옥에서 다시 다섯 번째 지옥으로 들어가고, 다섯 번째 지옥에서 다시 네 번째 지옥으로 들어가고, 네 번째 지옥에서 다시 세 번째 지옥으로 들어가고, 세 번째 지옥에서 다시 두 번째 지옥으로 들어가고, 두 번째 지옥에서 다시 첫 번째 지옥으로 들어간다.
그들은 그 첫 번째 지옥 아비마에서 벗어나려 하다가 멀리서 쇠성[鐵城]을 바라보고는 모두 기뻐하며 크게 만세를 부른다. 염라대왕은 그 소리를 듣고 옥졸 방에게 묻는다.
‘저것이 무슨 소리인가?’
방은 아뢴다.
‘저 고함 소리는 전에 이 지옥을 지나갔던 자들의 소리입니다.’
염라대왕은 말한다.
‘저들은 다 부모에게 불효하고 하늘이나 왕을 겁내지 않았으며, 조상을 공경하지 않고 사문이나 바라문을 받들어 섬기지 않았으며, 금계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자들이다.’
염라대왕은 다시 그들을 보고 말한다.
‘너희들은 이 염라대왕을 나무라지 말라. 너희들이 여기를 벗어나 돌아가서 다시 사람의 자식이 되거든, 부디 부모에게 효순하고 어른을 잘 섬기며 하늘을 두려워하고 제왕을 겁내며 사문ㆍ바라문을 받들어 섬겨야 한다. 그리고 너희들의 마음을 단정히 하고 너희들의 입을 단정히 하며 너희들의 몸을 단정히 하라.
사람이 세상에 살 때 작고 가벼운 죄를 지어도, 지옥에서 받는 죄는 크고 무거우니라. 너희들은 사문이나 바라문을 만나거든 부디 받들어 섬겨라. 그런 뒤에라야 온갖 나쁜 세계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요, 매우 괴로운 곳은 모두 닫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대화가 끝나면 지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나오게 되고, 그날 밤에 성밖에서 모두 죽는다. 그렇게 죽는 사람들은 전생에 사람으로 있을 때 나쁜 짓을 많이 하였지만, 그래도 조그만 선이라도 지은 사람들이다. 지옥에서 돌아온 자들은 모두 바른 길을 따른다. 그리고 지옥에서 나와 마음을 바루고 행을 바루는 자들은 다시는 지옥에 들어가지 않고 지옥도 그들을 부르지 않는다. 그러나 다시 악행을 짓는 사람들은 또 지옥 속에서 혹독한 고통을 받는다. 그러므로 스스로 잘 명심하여 선을 행하여야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