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왕고품(往古品)

대애경(大哀經) 제8권

24. 왕고품(往古品)

부처님께서는 족성자에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과거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겁수의 불가사의한 그 머나먼 오래전에 세간에는 이구광(離垢光) 여래·지진·등정각·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도법어·천인사·불세존이란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그 세계의 이름은 선이구(善離垢)이고, 겁(劫)의 이름은 조명(照明)이었다.

그리고 그 세계는 청정하여서 온 땅은 마치 밝은 거울처럼 깨끗하고 검푸른 유리(琉璃)로 이루어졌는데 손바닥처럼 평평하며, 또 그 세계의 흙은 유리의 흙으로서 일곱 가지 보배 나무가 자라났는데 가지·잎·꽃·열매가 모두 보배로 이루어졌다. 한편으로는 저절로 피어난 뭇 보배 연꽃이 있었는데, 크기는 수레바퀴 같고 온갖 빛깔은 보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하며, 그 모양이 아름답고 향긋한 향기가 풍겨났다. 또 모든 집들과 정사(精舍)는 보배 휘장으로 둘러쳐졌으며, 모든 하늘과 인민의 옷과 음식은 마치 제6의 자재천상(自在天上) 같았으며, 그 인민들은 생김새가 깨끗하고 보기 좋았으며 걸음걸이가 조용하였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적고 거동과 언교(言敎)가 훌륭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 세계엔 해와 달이 없고 오직 이구광(離垢光)부처님의 몸에서 나오는 그 찬란한 빛이 모든 불토를 두루 비추므로 밤낮이 항상 환하며 어둠과 밝음을 분별할 수 없다. 다만 연꽃이 오므라들면 밤이 되고 연꽃이 피어나면 낮인 줄을 알 뿐이었다.

또 그 이구광여래 지진에게는 8백억 명의 보살을 비롯하여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한없는 출가 보살과 거사 보살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더 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건립(建立)하였다. 그 불토엔 이학(異學)이라는 이름도 듣지 못하고 이승(異乘)이 있을 수 없어 그들은 오직 대승(大乘)을 닦으므로 그 행이 한결같이 깨끗하고 정숙하며 물러서지 않을 지위에 서 있었다. 그 세존께서는 그들을 위해 어떠한 설법을 하시는가. 공의 지혜와 공·무상(無相)의 가르침을 설하신다. 이 부처님께서는 반 겁(劫)의 수명을 누리시며 뭇 사람들과 하늘들은 갖가지 보배로 둘러싼 집에서 살고 있다. 이 부처님께서 걸음을 옮기실 때는 언제나 시절을 따라 걸어다니셨는데 땅 위에 휘장을 드리우면 이곳이 사람들의 집이 되고 허공에 집과 울타리와 누각을 세우면 이곳이 하늘들의 처소가 되었는데 활동하는 모습이나 음식에는 하늘과 인간의 차이가 없이 똑같았다.

또 그 부처님 세계엔 군주가 없고 오직 이구광 세존을 모시어 더없는 큰 법왕(法王)을 삼았는데, 모든 하늘과 사람들이 다 함께 와서 스승으로 섬기되, 그 명칭이 각각 다르지 않았고 하는 일에 차별을 두지도 않고 다른 생각이 없이 다만 여래를 받들어 경전을 배우면서 그 이치를 생각할 뿐이었다. 그 세계에는 또 여자가 없고 어떤 죄명(罪名)도 없고 욕망으로 인해 죄를 짓는 자도 없이 모든 중생들은 오직 세 가지를 공부하였으니, 금계(禁戒)와 수심(守心)과 학지(學知)였다. 금계란 모든 밝은 지혜를 익혀 마음에 기억함으로써 온갖 행을 버림이요, 수심이란 선정에 머물러 신통을 얻음이요, 학지란 지혜바라밀에 머물러 분별하는 변재[辯]를 얻는 것이다.

족성자야, 이와 같이 그들은 법도를 배우므로 모든 보살이 금계를 받지 않고도 그 국토는 이처럼 뛰어나게 청정하였으니, 이는 다 세존의 설법이 너무나 장엄 미묘하고 수승 탁월하여 비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때 저 불토의 보살 가운데 광수(光首)란 어떤 이가 있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꿇고는 합장하여 그 부처님께 이렇게 여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다라니의 이름은 무엇이며, 보살은 어떠한 다라니에 머물러야 부처님들의 그 모든 말씀을 다 간직하여 중생들을 위해 연설해서 그들의 마음을 즐겁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그 부처님께서는 광수에게 대답하셨다.

‘족성자야, 보요(寶曜)라는 다라니가 있으니, 보살이 이 다라니에 머문다면 모든 부처님의 말씀을 다 받아 간직하여 중생들의 마음을 즐겁게 할 수 있으리라.’

광수는 다시 물었다.

‘여래께서는 보요 다라니의 이치를 널리 설해 주소서. 저희들이 듣고는 분부대로 받들어 이 다라니를 체득하겠습니다.’

그 때 이구광부처님께서 곧 광수보살을 위해 다음의 게송을 읊어 찬탄하셨느니라.

보요 다라니를 체득하려면
모든 더러움을 아주 제거하고
더러움 속에서도 더럽혀지지 않고
모든 것에 물들지 않아

마음 항상 청정하고 집착 떠나야만
이 보요 다라니를 체득할 수 있으리라.




그러기에 이 다라니 얻는 자는
그 광명 비추지 않는 곳 없고

몸과 입도 청정하여
광명의 성품 따라 더러움 여의고
고요한 마음으로 자비를 행할 것이므로
이를 보요 다라니라 하네.





32대인의 모습 갖추어
모든 상(想)을 해탈하고
뭇 희망까지 끊었으므로
이를 보요 다라니라 하네.





허공 같은 큰 공덕 갖추어
어디든지 용맹하게 들어가 노닐고
밝고도 고요한 지혜[明]를 갖추니
이를 보요 다라니라 하네.





3보를 끊지 않고
3세(世)의 더러움을 여의어
뭇 고통의 근원을 완전히 없애었기에
이를 보요 다라니라 하네.





악의·탐욕·음욕·성냄·어리석음 같은
그 모든 더러움 제거하고
보배 나무에서 원하던 것 얻을 것이니
이를 보요 다라니라 하네.





그 뛰어난 음향(音響)
세간의 상·중·하를 통하여
모든 소리에 들어갈 것이므로
이를 보요 다라니라 하네.





심오한 법에 정근하고
헤아릴 수 없이 미묘한 이치를 깨달아
나와 남에 집착하지 않으므로
이를 보요 다라니라 하네.





분별하는 변재를 얻어
4도(道)에 굳게 머물고
4선(禪)을 범천에 떨치기에
이를 보요 다라니라 하네.





제1의 법장(法藏)에 따라
4평등의 행을 배우고
5신통을 준수할 것이므로
이를 보요 다라니라 하네.





4의지(意止)에 머물러
항상 4의단(意斷)을 따르고
4신족(神足)을 받들 것이므로
이를 보요 다라니라 하네.





5근(根)을 받아 지니고
5력(力)을 세우고
7각의(覺意)를 닦을 것이므로
이를 보요 다라니라 하네.





8정도(正道)를 받들어
고요한 관찰을 얻고
밝은 해탈에 도달할 것이므로
이를 보요 다라니라 하네.





머무는 곳마다 유희하되
해탈의 도에 차례로 다가가며
모든 고뇌를 끊을 것이므로
이를 보요 다라니라 하네.





모든 세간을 밝게 비추고
고요한 광명의 도량 받들며
청정한 눈 넓게 비출 것이므로
이를 보요 다라니라 하네.





청정한 하늘 눈 이와 같이
지혜의 광명으로 어두움 없애니
눈이 깨끗하여 법의 눈이 되니
바로 청정한 부처님의 눈이네.





이 청정의 힘으로 마군을 항복 받아
5음(陰)의 해독을 소멸하고
죽음의 마왕까지 항복 받아
마침내 뭇 마군을 귀명시키니

그러므로 이 다라니에 머문다면
억 나유타 국토에 이르러
그 무수한 부처님 뵈옵고
훌륭한 경전의 법 듣게 되며

광대하고 미묘한 법 들음으로써
그 의력(意力)으로 다라니에 들어
온갖 이치의 갈래를 분별해서는
천상과 세간 사람들에게 널리 설하며

다시 그 발심으로 말미암아
보응(報應)을 분명히 깨달아 알고
그 법으로 지혜에 들어가
이 다라니를 얻게 되리라.




걸림없는 변재를 갖추려거나
3세의 눈을 청정케 하고
3해탈의 이치를 체득하려면
이 다라니에 정진해야 하나니

무수한 그 모든 다라니
말하자면 한량이 없지만
이 수승한 다라니를 얻음으로써
곧 모든 것을 성취할 수 있으리라.





그러기에 그 선정과 해탈문
모든 삼매에 머물려 하거나
스스로 신통을 즐겨 하려면
마땅히 이 다라니에 들어가야 하네.





마치 모든 시냇물이
물의 왕인 바다로 돌아가듯이
한량없는 모든 법문은
이 수승한 다라니에 들어가므로

그 다함이 없는 이치에 들어가
다함이 없는 지혜를 이룩하고
다함이 없는 복을 얻음도
이 다라니의 힘 때문이며

뭇 상호(相好)를 갖추고
청정한 갖가지 지혜를 얻고
더러움 없는 보배 구슬을 지님도
이 다라니의 힘 때문이며
깊고 미묘한 법장(法藏)에 들어가
생사 없는 지혜를 얻고
퇴전하지 않는 지위에 서게 됨도
이 다라니의 힘 때문이네.





무수한 보살들이여,
더없는 도를 구함에 있어서
이 다라니를 얻는다면
성불하기 어렵지 않으리니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중생을 가엾이 여겨 설법하심도
이 다라니를 얻었기 때문에
그 변재가 끊임없으며,

일부러 말씀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근기와 신심을 알아
억해(億)의 중생을 즐겁게 함도
이 다라니를 얻었기 때문이며

법 바퀴를 굴리시어
백천의 중생을 제도하여
그 높은 승(乘)에 그들을 세움도
이 다라니에 머물기 때문이네.





그러므로 이 다라니 얻은 자는
무수한 나유타 겁에 걸쳐
그 공덕을 찬탄하여도
끝내 다할 수는 없으리라.

족성자야, 이와 같이 이구광여래 지진께서 이 다라니를 해설하시자 그 대중 가운데 3만 2천의 보살들이 이 다라니를 체득하였고, 광수보살 또한 이 보요 다라니를 체득하였다.

족성자야,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때의 광수보살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너희들의 몸이다. 그러므로 총교왕(總敎王)보살이 모든 더럽고 나쁜 것을 도맡아 제도하기 위해 이제 여래께 다시 물어서 걸림없고 명쾌한 온갖 표현들로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질문을 던져 의심을 다 해결한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여래께서도 그가 물은 다라니에 대하여 자세히 해설하심과 동시에 세간에 널리 비추어 다 분명히 알게 하였으니, 그대들은 이 법을 닦아 스스로 관찰하고 통달하기 위해서는 거듭 이 다라니에 대해 용맹스러운 마음을 내어 널리 선포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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