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개화품(開化品)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다시 총교왕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로서 착한 업을 닦아 불순한 가르침과 죄악의 업을 제거해야 할 서른두 가지 일이 있으니, 서른두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중생이 스스로를 훌륭하게 여기며 그 수면(睡眠)에 빠져 자기의 소견을 세울 때에 보살은 그것을 보고 지혜로써 교화하고 인도하여 바른 길의 이치에 들어가게 함이니, 이것이 보살의 첫째 업이다. 둘째는 중생이 낮고 천한 소승을 좋아하여 나와 남을 따지면 보살은 그것을 보고 그를 일깨워서 끝없이 미묘한 대승에 들어가게 함이요, 셋째는 중생이 법에 어긋나는 그릇된 소견에 머물러 이 몸이 영원하다고 헤아리면 보살은 그들을 일깨워서 바른 법의 이치를 좋아하도록 권하고 이끌고 도와줌이요, 넷째는 중생의 계율이 청정하지 못한 것을 보면 보살은 깨끗한 몸의 업과 조화로운 본 성품으로서 그 중생을 이끌어 주는 것이요, 다섯째는 중생이 예순두 가지의 그릇된 의혹에 떨어지면 보살은 그것을 보고 바른 소견과 성현의 업으로 그들을 교화하고 이끌어 우뚝 세움이다.
여섯째는 중생이 무명에 빠져 뒤바뀐 생각을 가진 것을 보고 보살은 그들을 이끌어 밝은 도를 나타내 보이고 유순(柔順)을 생각하는 한편 다시 맑고 조화로운 이치에 스스로 서게 함이요, 일곱째는 중생이 법다운 행을 멀리 여의는 것을 보면 보살은 스스로 법을 닦고 또한 그들을 이끌고 가르쳐서 바른 법에 머물게 하는 한편 다시 수시로 경전의 이치를 설해 줌이요, 여덟째는 중생이 간탐과 인색에 덮여 있는 것을 보면 보살은 몸소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여 모든 것을 다 기꺼이 베풀고 또 그들을 일깨워서 모든 것을 베풀게 하는 것이요, 아홉째는 중생들이 모든 나쁜 일을 저지르며 삼가거나 조심하지 않는 것을 보면 보살은 몸소 깨끗한 계율을 받드는 동시에 또 그 중생을 일깨워서 깨끗한 업을 짓게 함이요, 열째는 중생이 걸핏하면 다투고 소송하며 그 마음에 분노와 미움이 가득 찬 것을 보면 보살은 몸소 인욕의 행과 인자한 마음의 힘을 닦으며 다시 그 사람들을 일깨워서 자비를 받들어 행하게 함이다.
열한째는 중생이 게으름에 빠져 어떤 일이든 그만두고 물러서는 것을 보면 보살은 몸소 부지런히 정진하여 싫어하거나 지치지 않고 나아가서는 그 사람들을 일깨워서 밤낮 부지런히 힘쓰게 함이요, 열두째는 중생들의 마음이 어지럽고 뜻이 게을러지는 것을 보면 보살은 몸소 뜻을 거두고 한마음으로 정신 통일하여 그 뜻을 방일로 치달리지 않게 하는 한편 또 그들을 이끌어서 질서를 갖게 함이요, 열셋째는 중생들이 그릇된 생각에 머물러 스스로를 높이고 교만하게 구는 것을 보면 보살은 몸소 지혜를 닦아 칠흑 같은 어리석음을 여의는 한편 곧 큰 지혜로써 그들을 일깨워 깜깜한 어리석음을 제거하게 하는 것이요, 열넷째는 중생들이 시기에 맞지 않는 행을 하여 스스로를 파괴하면 보살은 훌륭한 방편으로 평등한 행을 닦고 나아가 그들을 일깨워서 권모(權謀)로써 시기를 잘 따라서 평등한 업을 받들게 함이요, 열다섯째는 중생들이 애욕의 번뇌에 머물러 위태로운 생각을 갖고 청정하지 못한 행이 많아 자기에게 걸맞지 않는 일을 함부로 저지르면 보살은 몸소 은애(恩愛)의 근원을 아주 없애는 동시에 다시 그들을 일깨워서 모든 결함과 더러움을 제거하게 한다.
열여섯째는 중생이 몸을 탐하여 감옥에 갇히거나 구속되는 재앙을 스스로 불러들이는 것을 보면 보살은 제 몸을 탐하는 온갖 재앙을 제거하는 한편 또 사람들을 일깨워서 몸을 탐내는 일체의 뒤바뀐 생각을 버리게 함이요, 열일곱째는 중생이 스스로를 다스리지 않아 고요한 경지를 모르고 계율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으며 이해하지조차 못한 것을 보면 보살은 몸소 스스로를 다스려 고요히 선정에 들고 계율의 가르침을 따르고 이해하는 한편 또 그 사람들을 일깨워서 스스로를 잘 다스리고 계율을 따르게 하는 것이요, 열여덟째는 중생이 부모를 받들거나 봉양하지도 않고 효도하지 않으면서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그 공덕의 근본을 파괴하는 것을 보면 보살은 몸소 효도를 다하여 은혜의 도리를 닦고 착한 근본을 기르는 한편 사람들을 권유하여 부모를 받들고 효도하게 하며 언제나 거듭 되새겨서 덕의 근본을 잃지 않게 함이요, 열아홉째는 중생이 온갖 거리낌과 가림에 처하여 나쁜 가르침을 따르면 보살은 스스로도 그 가림과 거리낌을 건너는 한편 뭇 사람을 교화하여 그 가리고 거리낌을 벗어나게 함이요, 스무째는 중생이 나쁘고 그릇된 가르침을 받아 성인께 귀의하지 않고 중우(衆祐)를 따르지 않으면 보살은 몸소 착한 명령을 받들고 밝은 지혜의 가르침에 따르는 한편 사람들을 일깨워서 덕망 있는 이에게 순종하고 선각들의 지도를 받게 함이다.
스물한째는 중생이 실없고 헛된 행을 짓기에 급급하여 항상 바쁘게 날뛰면 보살은 몸소 의리(義理)에 순종하여 뭇 공덕의 근본을 닦기에 힘쓰는 한편 사람들을 교화하여 모든 선의 근원을 부지런히 수행하게 함이요, 스물두째는 중생이 성스러운 재물은 멀리 떠나고 더러운 재물을 집착하면 보살은 몸소 믿음·지계·남부끄러움·제 부끄러움·많이 듣기·보시·지혜의 무궁한 7재(財)를 따르고 나아가 사람들에게 성현의 일곱 가지 업을 권유하는 것이요, 스물셋째는 중생이 항상 질병에 걸려 네 가지 원소[四蛇]에 휩쓸리는 것을 보면 보살은 몸소 질병 없고 평온하며 탐욕을 없애는 수행에 힘쓰는 한편 사람들을 일깨워서 모든 질병을 제거하고 길이 환난을 없게 함이요, 스물넷째는 중생이 온갖 어두움에 빠져 지혜로운 광명을 여의면 보살은 몸소 지혜의 밝은 광명을 닦고 사람들을 이끌어서 끝없는 큰 광명을 입게 함이요, 스물다섯째는 중생이 3계(界)에 머물러 생사에 얽매이고 다섯 갈래[五趣]를 끝없이 빙빙 도는 모습을 보면 보살은 몸소 3계의 집착을 제거하는 한편 사람들을 일깨워서 때맞추어 3계의 번뇌를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스물 여섯째는 중생이 그릇된 길에 머물러 올바른 길을 여의면 보살은 몸소 바른 길을 닦는 한편 사람들을 일깨워서 바른 길에 머물게 함이요, 스물일곱째는 중생이 몸과 수명을 탐하여 재앙을 생각하지 않으면 보살은 몸소 그 재앙의 원인을 생각하며 목숨을 아끼지 않는 한편 사람들을 일깨워서 목숨에 치우치지 않고 재앙들을 살펴 알게 하는 것이요, 스물여덟째는 중생이 불·법·승의 3보(寶)를 떠나 있으면 보살은 몸소 덕을 닦아 3보를 끊지 않는 한편 사람들을 일깨워서 3보의 가르침에 따르게 함이요, 스물아홉째는 중생들의 바른 법 버리는 것을 보면 보살은 몸소 경전을 보호하는 한편 사람들을 일깨워 경전을 보호하게 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전하여 바른 법에 우뚝 서게 함이요, 서른째는 중생이 부처님을 떠나서 지내면 보살은 몸소 6념(念)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6념을 따르는 한편 사람들을 일깨워서 6념을 받들게 함이다.
서른한째는 중생이 때가 끼고 수고로우며 죄복(罪福)이 있는 업을 따르는 것을 보면 보살은 몸소 때와 수고와 죄복을 여의는 한편 사람들을 일깨워서 모든 더러운 재앙을 벗어나게 함이요, 서른두째는 중생이 일체의 착하지 못한 법을 따라 뭇 착한 법을 여의는 것을 보면 보살은 몸소 착한 법을 닦고 법 아닌 것을 버리는 한편 사람들을 일깨워서 바르고 참되며 유순(柔順)한 법에 머물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보살이 행하는 평등한 업이다. 족성자야, 보살이 이와 같이 수순한다면 곧 바르고 참된 더없는 큰 업을 받들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