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긴나라왕소문경(大樹緊那羅王所問經) 제4권
그 때에 모든 대중은 처음 보는 일이라 생각하고는 합장하고 부처님께 예배한 뒤에 이렇게 아뢰었다.
“희귀한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보살들을 잘 보호하며 깊이 생각하여 버리지 않으시되 신통의 힘으로 보살피십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너희들의 말과 같다. 여래는 보살들을 잘 보호하신다. 왜냐 하면 보살을 보호하는 것은 일체 중생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너희 정사(正士)들이여, 여래가 보살을 보호하는 것은 일체 중생을 보호하는 것이니, 왜냐 하면 이 보살은 일체 중생을 보호하기 위해 크게 장엄하고, 크게 장엄하고는 한량없는 중생을 생사와 굶주림에서 떠나 바른 도(道)에 편안히 머물게 하기 때문이다.
정사들이여, 그러므로 너희들은 내가 열반한 뒤에는 보살들을 수호해야 한다. 만일 보살을 보호하면 그것은 중생들을 보호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만일 보살에게 의복이나 음식·침구·약품 등을 보시하면 그것은 일체 중생에게 보시하는 것이요, 또 좋아하는 도구를 보살에게 보시하는 것이 곧 중생들에게 보시하는 것이다. 왜냐 하면 보살들은 숨을 쉬는 동안은 언제나 중생들을 위하기 때문이니라.”
그 때에 욕계(欲界)와 색계(色界)의 천자들과 건달바·마후라가 및 대중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마음속 깊이 기뻐하면서 온갖 묘한 꽃과 보배 영락과 갖가지 가루향을 부처님 위에 흩뿌렸다.
그 때에 대수긴나라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부처님과 보살·성문들이 돌아가려고 한다. 내가 여기서 신통의 힘으로 가되 큰 보배 수레를 만들고 부처님과 보살·성문 대중을 거기 타게 하고, 나와 권속들은 그 수레를 끌면서 갖가지로 부처님을 공양하리라.’
긴나라왕은 이렇게 생각하고 곧 천상의 보배로 보배 수레를 만들었으니 높이는 다섯 유순이요, 세로와 너비도 다섯 유순이었다. 갖가지 보배를 사이사이에 섞고 한량없는 보배 나무로 장엄하여, 그 위에는 부처님을 위해 사자좌를 만들어 여러 가지로 장엄하니 높이는 일곱 인(仞)이었다.
한량없는 천상의 온갖 보배 옷을 그 위에 깔고 또 일체 보살과 성문들을 위해 좌석을 각각 만들고 제석천·범천·사천왕의 천자들과 건달바 등 법을 들을 이를 위해 모두 좌석을 만들었다.
그 때에 긴나라왕은 큰 보배 수레를 만들고 자리를 펴고는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과 대중들께서는 저를 가엾이 여겨 함께 보배 수레에 앉으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부처님과 보살·성문 대중들과 그 밖의 대중은 다 보배 수레에 마련한 좌석에 앉았다.
그 때에 긴나라왕은 부처님의 신력과 자기 신력으로 그 보배 수레를 오른쪽 손바닥에 두고 일곱 다라수(多羅樹) 높이의 허공에 올라갔다. 긴나라왕의 8천 명 아들과 한량없는 건달바·마후라가 등은 각각 금사슬로 보배 수레를 끌고 허공을 노닐며, 각 8만 4천의 긴나라는 8만 4천의 풍악을 울리며 여래 앞에서 인도하면서 다음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8만 4천의
긴나라 등이
맑고 묘한 노랫소리와 갖가지 음악으로
여래의 진실한 공덕을 찬탄합니다.
가장 뛰어난 상호(相好)와 위덕이 있고
가장 뛰어나고 묘한 몸은 대중의 사랑 받으며
청정하고 진실한 공덕에 언제나 머무시나니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큰 공덕 있네.
허공에 올라가 그 곁에서 모시건마는
여래의 그 정수리는 볼 수 없구나.
마치 큰 산처럼 견고해 움직이지 않아
이런 몸 가져야 그 덕을 즐길 수 있네.
허공에 노닐면서 어디고 마음대로 가나니
도사(導師)께선 이러한 큰 신통의 힘이 있네.
마치 허공처럼 깨끗해 아무 더러움 없나니
세존께선 온갖 번뇌 잘 끊고 벗어났네.
아수라 등 나찰과
제석천왕·범천왕 또 정거천왕과
해와 달·별과 모든 불빛 등의 광명을
백호상(白毫相)의 광명으로 다 덮어 버리네.
지혜의 힘이 큰 바다와 같아서
중생의 모든 마음의 작용을 일으켜 주시며
3명(明)으로 이 삼계를 두루 비추시나니
세상의 존경받으시는 이께 머리 조아리고 공경하여 예배합니다.
네 가지 마군과 온갖 번뇌를 무찔러 항복 받고
네 가지 진리와 열반의 도를 말씀하시어
네 가지 신족(神足)과 열 가지 힘과 네 가지 두려움 없음으로
부처님의 걸음은 가장 뛰어나시고 훌륭하시네.
조용히 나아가면서 기울거나 흔들림 없고
언제나 마음 다루기 익혀 삼매에 머무시며
미묘한 그 말씀은 세상을 모두 기쁘게 하건만
그래도 부처님께서는 그 말에 의지하지 않으시네
부드럽고 묘한 말씀의 그 음성은
한량없는 모든 세계에 두루 멀리 들리나니
누구나 이 소리 듣는 중생 있으면
그들은 모두 안락하고 기쁜 마음을 내네.
삼천세계의 모든 바닷물을
한 털구멍 속에 다 받아들여도
마침내 물에 사는 축생들을 괴롭히지 않건만
그 신통의 힘은 조금도 손실됨이 없네.
삼천세계의 모든 산을
한 털구멍 안에 넣고
한량없는 천억의 세계로 가건만
그 몸은 조금도 손실됨이 없네.
또 한량없는 백천 겁 동안
부지런히 힘쓰면서 한량없이 조복하고 보시하며
계율 배우고 모든 감관 단속하고
인욕과 정진·선정·지혜의 힘을 잘 수행하시네.
한량없는 억 부처님을 공양하고
그 부처님의 말씀을 보호해 지니면서도
그 마음은 마침내 지치거나 염증을 내지 않으시고
큰 자비로 이 세상을 이롭게 하시네.
무위(無爲) 가운데서도 비하시키지 않고
유위(有爲) 가운데서도 스스로를 높이지 않나니
마치 이 대지가 기울거나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세상 법 안에서 살면서도 저 연꽃과 같네.
모든 법은 공(空)하여 전연 모양 없는 것
물 속의 달과 같고 꼭두각시 같으며
허깨비나 물거품·꿈·번개·아지랑이 모양 같음을
자세히 관찰하여 환히 아시네.
실성(實性)에는 나도 없고 사람도 없으며
극히 깨끗하여 번잡하지도 않고 주인도 없으며
허공처럼 깨끗하여 더러움이 없나니
이 모든 존재는 다 실성과 같네.
일체 인연으로 유전하며
그것이 지은 법에는 주인이 없다
이러한 보리의 도를 잘 깨달았으므로
이름을 부처라 하네.
이 도사님을 보거나 듣는
그 중생은 큰 이익 얻나니
마침내 나쁜 길에 떨어지지 않고
언제나 좋은 길에 이르게 되리.
우리는 지금 상인(上人)을 공양하되
모두가 공양하고 나도 또한 공양하나니
이 공덕을 보리의 마음에 회향하나니
일체 중생들 부처님과 같이 되게 하소서.
가령 저 허공을 헤아릴 수 있고
털로 바닷물을 다 찍어 없애며
해와 달과 별이 허공에서 떨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부처님의 공덕은 다 헤아릴 수 없네.
그 때 부처님께서 보배 수레를 타고 허공으로 가시면서 금빛 광명을 놓으시니 그 광명은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어 왕사성 기사굴산의 광명보다 갑절이나 밝았다.
그 때 왕사성의 아사세왕과 그 부인과 권속, 군사들과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바라문·거사 등이 이 상서로운 광명을 보고 향·꽃·가루향과 바르는 향, 번기·당기·보배 일산 및 갖가지 악기를 가지고 부처님을 맞이하러 왕사성을 나왔다.
성을 나와 기사굴산으로 가다가 긴나라들이 울리는 풍악 소리와 미묘한 노랫소리가 기사굴산에 두루 퍼지는 것을 멀리서 들었다.
그 때에 대수긴나라왕은 부처님의 신력으로 허공에서 내려와 큰 보배 수레를 기사굴산에 내려 놓았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보배 수레에서 내려와 자신의 방으로 가서 자리를 펴고 앉으시고 보살·성문들도 수레에서 내려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차례로 앉았다.
그 때에 아사세왕과 그의 부인·궁녀·안팎의 권속들과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바라문·거사 등은 각각 갖가지 공양 거리로 부처님을 공양하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문안을 드렸다.
“세존이시여, 피로하지는 않으시며 편히 잘 다녀오셨습니까?”
그들은 문안을 마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 때에 천관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대수긴나라왕과 그 무리들은 부처님의 수레를 끌며 허공을 타고 여기까지 왔사온데 얼마만한 복을 얻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이 대수긴나라왕과 그 권속들로서 도의 마음을 낸 사람은 지금부터 다섯 가지 신통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부처님이 되어 이 부처님 세계에서 저 부처님 세계로 다니면서 언제나 부처님을 뵙고 법을 들으며 스님들에게 공양할 것이다. 그리고 태어나는 세상마다 항상 전생 일을 알고 훌륭한 변재와 미묘한 음성을 얻어 중생들을 교화하고 태어나는 세상마다 부지런히 바른 법을 보호하여 중생들을 교화할 것이다.”
그 때에 아사세왕이 긴나라왕에게 말하였다.
“대수긴나라왕은 좋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부처님께선 지금 당신의 공덕을 찬탄하셨습니다. 긴나라왕이시여, 나도 당신의 공덕을 조금만이라도 가지고 싶습니다.”
긴나라왕이 아사세왕에게 말했다.
“대왕님, 내가 가진 공덕을 모두 당신과 중생들에게 보시합니다. 왜냐 하면 대왕님, 보살은 그가 가진 공덕을 모두 일체 중생에게 주어 그것을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왜냐 하면 대왕님, 보살의 법은 그 가진 공덕을 아낌없이 중생들에게 줌으로써 그 마음이 기쁘고 즐거우며 집착도 없고 후회도 없기 때문입니다.
대왕님, 보살은 이 공덕을 일체지(一切智)에 회향하는데 그것은 또 일체 중생을 기르기 위해서입니다. 왜냐 하면 대왕님, 보살은 중생을 보호하고 깊이 생각하여 버리지 않기 때문에 보리를 수행하여 중생들의 의지할 곳이 되기 때문입니다. 대왕님, 당신은 지금 부처님을 뵙게 되어 큰 이익을 얻었습니다.
문수사리는 선지식이 되어 부처님을 가까이 하여 법을 들음으로써 진실이 아닌 무명과 어둠·장애·역죄(逆罪)·의심·심한 고뇌 등을 모두 없애고 큰 법의 광명을 얻고, 그 광명을 얻었기 때문에 심한 고뇌가 없이 안온하게 머무릅니다.
그러므로 대왕님도 스스로 노력해 법의 그릇이 되어, 혹 법을 들으면 한 글귀도 잊거나 잃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이 곧 바른 법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 때에 천관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보살은 몇 가지 법을 성취하여 법의 그릇이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보살의 법 그릇에는 서른두 가지가 있다. 무엇이 서른두 가지인가 하면, 부처님의 보호를 받는 것은 보리 마음의 그릇이요, 오로지 한 경계에만 마음을 쏟아 질박하고 곧은 것은 거짓이 없는 그릇이다.
의지를 더욱 자라게 하는 것은 선근의 그릇이요, 도를 수행하는 것은 보리 기둥의 그릇이다. 바른 뜻으로 생각하는 것은 다문(多聞)의 그릇이요, 지혜로움은 도를 내는 그릇이다.
정진은 이치를 모으는 그릇이며, 보시함은 큰 부(富)의 그릇이다. 계율은 소원을 성취하는 그릇이며, 인욕은 서른두 가지 장부의 그릇이요, 정진은 모든 불법의 그릇이며, 선정은 마음을 단련하는 그릇이요, 지혜는 장애를 건너는 그릇이다.
큰 사랑은 중생을 평등하게 하는 그릇이요, 대비(大悲)는 빈궁을 구제하는 그릇이며, 큰 기쁨은 불법을 기뻐하고 좋아하는 그릇이요, 큰 버림은 애욕과 분노를 버리는 그릇이다.
선지식(善知識)은 모든 선근의 그릇이며, 다문(多聞)을 닦아 익히는 것은 지혜바라밀의 그릇이며, 출가는 결박과 장애를 떠나는 그릇이다.
아란야에 있는 것은 일이 적고 어지러움이 없는 그릇이며, 적정(寂靜)을 즐기는 것은 선정과 신통의 그릇이다. 4섭법(攝法)은 중생을 교화하는 그릇이며, 모든 법을 보호해 지니는 것은 밝게 비추는 그릇이요, 다라니는 듣지 못했던 법을 다 듣는 그릇이다.
변재는 모든 의심을 끊는 그릇이요, 염불(念佛)은 모든 부처님을 볼 수 있는 그릇이요, 괴롭히거나 해치려는 마음이 없는 것은 모든 선근을 보호하는 그릇이다.
공법(空法)은 내가 있다라는 견해를 끊는 그릇이며, 인연(因緣)은 모든 진기한 것을 버리는 그릇이며, 무생법인(無生法忍)은 온갖 장애를 버리고 수기를 받는 그릇이며, 불퇴지(不退地)에 의지하는 것은 두려움이 없는 그릇이다.
남자여, 이런 것이 보살의 서른두 가지 법의 그릇이니라.”
이 법을 말씀하셨을 때 10천(千) 중생들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 이렇게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중생들이 다 그러한 법그릇을 얻고, 우리도 그 법그릇을 이루게 해 주십시오.”
그 때에 부처님께서 대수긴나라왕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는 돌아가라. 그대 권속들이 혹시 걱정할지도 모르겠구나.”
긴나라왕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보살로서 근심하는 것이 있으면 그는 보살이라 할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세존이시여, 근심을 참는 이가 보살이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보살은 어째서 근심이 있고, 어째서 근심이 없습니까?”
부처님께서 긴나라왕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로서 네 가지 법이 있으면 그에게는 근심이 있을 것이다. 그 네 가지란 무엇인가. 무량무변한 중생이 있다는 말을 듣고 놀라며 두려워하거나, 무량무변한 생사를 받는다는 말을 듣고 놀라며 두려워하거나, 부처님의 지혜는 무량하다는 말을 듣고 놀라며 두려워하거나, 무량한 복덕의 장엄을 모으고 상호(相好)를 다 갖춘다는 말을 듣고 놀라며 두려워하는 것이니라. 긴나라왕이여, 보살로서 이런 네 가지 법을 성취하면 그에게는 근심이 생긴다.
긴나라왕이여, 보살로서 네 가지 법을 성취하면 그에게는 근심이 없다. 그 네 가지란 무엇인가. 무량무변한 중생이 있다는 말을 듣고 ‘내가 그들을 열반의 도에 편안히 있게 하리라’ 하면 그에게는 근심이 없고, 한량없는 생사가 있다는 말을 듣고도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모든 선근을 닦으면 그에게는 근심이 없으며, 부처님의 지혜는 한량없다는 말을 듣고 ‘나도 그런 큰 지혜를 성취하리라’ 하면 그에게는 근심이 없고, 무량한 복덕의 장엄을 모으고 상호를 다 갖춘다는 말을 듣고도 근심이 없는 것이니, 이런 것이 그 네 가지이니라.
긴나라왕이여, 또 보살로서 네 가지 법이 있으면 그에게는 근심이 있다. 그 네 가지란 무엇인가. 때때로 성문법을 깨달으려 하고, 때때로 연각법을 깨달으려 하며, 법이 멸하려 하여도 그것을 보호하지 않고, 보리에 머물도록 남에게 권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그 네 가지이다.
긴나라왕이여, 또 보살로서 네 가지 법을 성취하면 그에게는 근심이 없다. 그 네 가지란 무엇인가. 아무리 심한 고통을 당해도 보리의 마음을 버리지 않고, 성문이나 연각의 마음을 내지 않으며, 목숨을 버릴지언정 바른 법을 버리지 않고, 100유순 밖에 있는 사람이라도 그에게 권해 보리의 마음을 내게 하는 것이니, 이것이 그 네 가지이니라.
긴나라왕이여, 또 보살로서 네 가지 법이 있으면 그에게 근심이 있다. 그 네 가지란 무엇인가. 구걸하러 오는 이를 보고는 성을 내어 꾸짖고 즐겁게 편안히 눕고 많이 배우려 하지 않으며 자기가 들은 법을 대중에 말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그 네 가지이니라.
긴나라왕이여, 또 보살로서 네 가지 법을 성취하면 그에게는 근심이 없다. 그 네 가지란 무엇인가. 구걸하러 오는 사람을 보면 선지식이라 생각하여 침해하려는 마음이 없고, 자신의 즐거움만 즐기지 않고 항상 남을 즐겁게 하려하며, 많은 지식을 모으되 만족함이 없고, 들어 지닌 법을 대중에게 말하되 이로움을 바라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그 네 가지이니라.
긴나라왕이여, 또 보살로서 네 가지 법이 있으면 그에게 근심이 있다. 그 네 가지란 무엇인가. 바라밀의 도를 모으지 않고, 4섭법을 닦지 않으며, 부지런히 정진해 중생을 교화하지 않고, 조그만 공덕에 만족하여 보살의 무량한 공덕을 닦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그 네 가지이니라.
긴나라왕이여, 또 보살로서 네 가지 법을 성취하면 그에게는 근심이 없다. 그 네 가지란 무엇인가. 항상 부지런히 정진하여 갖가지 바라밀을 닦되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하고, 항상 부지런히 정진하여 4섭법을 모으며, 항상 부지런히 정진하여 중생을 교화하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온갖 공덕을 쌓되 보살의 무량한 공덕을 닦아 가는 것이니, 이것이 그 네 가지이니라.”
부처님께선 이 네 가지 법을 말씀하신 뒤에 긴나라왕을 시켜 아사세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당신은 지금 보살의 근심이 없는 이 네 가지 법을 들었는가?”
아사세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들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이러한 까닭으로 대왕이여, 만약 보살이 보리를 행한다면 마땅히 근심이 없을 것이다.”
아사세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보살은 어떻게 보리의 행을 닦습니까?”
그 때에 부처님께서 긴나라·건달바·마후라가 등의 음악에서 나오는 법의 소리를 보충하고, 또 보살의 보리의 행을 닦는 데 대한 아사세왕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 다음 게송으로 그 뜻을 드러내었다.
만일 이로운 행을 닦아 행하려 하거든
법을 듣고는 그 말대로 행하라.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것을 닦아 행할 때에는 근심 없으리.
중생들을 위해 안락행(安樂行)을 닦으며
모든 중생들에게 평등하게 자비를 행하며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에게는 여러 가지 잡된 행이 없으리.
중생들을 위해 견고한 행을 닦고
청정한 뜻으로 수행하는 사람은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리니
그의 수행은 마침내 나쁜 길에 떨어지지 않으리.
보시(布施)로써 버리는 행을 닦되
모든 것을 다 버리는 행을 행하며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에게는 인색한 행이 있을 수 없으리.
깨끗한 계율(戒律)의 고요한 행을 닦아 행하고
몸과 입이 깨끗하여 더러운 행이 없으며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는 마침내 깨끗한 행을 훼손하지 않으리.
인욕(忍辱)의 이로운 행을 닦아 행하고
성내는 잘못된 행을 떠나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에게는 성내는 무서운 허물의 행이 없으리.
정진(精進)하여 10력(力) 10주(住)의 행을 닦아 행하고
나고 죽는 속에 싫어함 없는 행으로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에게는 마침내 게으른 행이 있을 수 없으리.
선정(禪定) 삼매의 행을 닦고
몸과 마음이 고요해 소란함이 없는 행으로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에게는 마침내 소란한 행이 있을 수 없으리.
지혜(智慧)의 보리 행을 닦아 행하고
모든 존재에 대한 행도 그와 같아서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에게는 마침내 무지의 행이 있을 수 없으리.
인자한 마음으로 중생을 이롭게 하는 행과
중생의 아픔을 슬퍼하는 행을 닦아 행하여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에게는 마침내 남을 해치는 행이 있을 수 없으리.
공행(空行)의 적정행과
무상(無相)·무원(無願)의 청정한 행을 닦아 행하여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에게는 마침내 원하는 행이 있을 수 없으리.
참된 행과 진실한 진리의 행과
일체의 지혜를 원만히 갖춘 행을 닦아 행하여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에게는 마침내 장애 되는 행이 있을 수 없으리.
믿음의 행과 기쁨의 행과
잘 생각해 어지러움이 없는 행을 닦아 행하여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에게는 마침내 믿지 않는 행이 있을 수 없으리.
선정 해탈행을 닦아 행하고
다섯 가지 신통의 묘한 행을 얻어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에게는 마침내 걸림이 되는 행이 없으리.
부처님의 행과 법의 행과
스님에게 이바지하는 청정한 행을 닦아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에게는 최상의 훌륭하고 진실한 행이 있으리.
법의 행과 공의 행과
모든 중생들을 교화하는 행을 닦아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에게는 마침내 중지하는 행이 있을 수 없으리.
원인의 행과 과보의 행을 닦아
일체의 치우침이 있는 행을 끊어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에게는 마침내 집착하는 행이 있을 수 없으리.
깨끗한 행과 번뇌가 없는 행과
일체 번뇌를 벗어나는 행을 닦아 행하여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에게는 마침내 심한 고뇌의 행이 없으리.
안온한 해탈의 행과
중생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는 보시행을 닦아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에게는 모든 소원을 만족시키는 행이 있으리.
해의 행과 달의 행과
연꽃처럼 더러움이 없는 행을 닦아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는 사람과 하늘에게 공경 받으리.
제석천왕의 행과 범왕의 행과
깨끗한 법을 원만히 이루는 묘한 행을 닦아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는 악마의 군사들이 두려워해 가게 하리라.
최상의 행과 훌륭한 행과
탐욕과 분노를 끊는 행을 닦아 행하여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에게는 마침내 성내고 어리석은 행이 있을 수 없으리.
외도들 계율의 행을 떠나서
지혜눈의 청정하고 묘한 행을 닦아 행하여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에게는 마침내 망상의 행이 있을 수 없으리.
마음을 조복시킨 고요한 행과
명색(名色)에 미쳐 날뜀이 없는 행을 닦아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는 사람과 하늘에게 공경 받으리.
쉬운 행과 이로운 행과
그릇된 도를 꺾는 훌륭하고 묘한 행 닦아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에게는 언제나 지혜로운 행이 있으리.
굳건한 행과 부지런히 정진하는 행과
악마의 군사를 두렵게 하는 용감한 행을 닦아 행하여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는 도량(道場)에서 모를 것이 없으리.
드러내는 행과 숨김이 없는 행과
다라니를 얻는 묘한 행을 닦아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는 과보의 행을 잃지 않으리.
바른 행과 고요한 행과
언제고 출가행을 닦아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에게는 그 말대로 수행하는 행이 있으리.
장자(長者)의 훌륭한 행을 닦고
세상에 이길 것 없는 행을 행하여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에게는 마침내 지혜롭지 않은 행이 없으리
방편에 맞는 행과
선정의 즐거움을 버리는 미묘한 행을 닦아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에게는 마침내 깊은 고뇌의 행이 없으리.
세상의 행이면서 세상을 떠난 행과
욕계·색계·무색계의 행을 닦아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에게는 마침내 두려워하는 행이 없으리.
보편의 행과 일체의 행과
모든 근기를 만족시키는 묘한 행을 닦아
가장 뛰어난 보리의 행을 닦아 행하면
그의 지혜는 마치 저 허공 같으리.
이 보살의 모든 행법을 말씀하셨을 때 500보살은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고 아사세왕 및 그 권속들과 왕사성의 바라문·거사와 긴나라 권속 중의 8천 중생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위에서 말씀하신 보살이 행해야 할 여러 가지 보리의 행을 말씀대로 행하겠습니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 대수긴나라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라.”
긴나라왕과 그 부인과 아들들과 일체 권속들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돈 뒤에 부처님께 허물을 참회하고, 풍악을 울리며 하늘에서 온갖 꽃을 내리고 큰 광명을 놓을 때 대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향산(香山)으로 돌아갔다.
그 때에 석제환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대수긴나라왕은 그처럼 진실하게 부처님과 법을 공양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교시가(憍尸迦)여, 그는 그대보다 진실할 뿐만 아니라 온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제석천·범천·사천왕·성문·연각 등보다 뛰어나게 진실하다. 왜냐 하면 보살이 발심하면 일체 성문·연각보다 훌륭하기 때문이다. 교시가여, 여래를 제외하고는 보살보다 훌륭한 이는 없다. 왜냐 하면 보살에서 여래가 나왔고, 여래에서 일체 성문·연각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 때에 석제환인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눈물을 흘리고 울면서 이렇게 아뢰었다.
“저는 지금 대승의 법을 영원히 떠났습니까?”
그 때에 구이 천자가 석제환인에게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부왕천주(父王天主)님, 모든 행과 모든 법에는 번뇌가 없지마는 망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위없는 바른 마음을 내지 못하고 일체 중생들을 가엾이 생각하지 못하며, 크게 인자한 마음을 닦지 못합니다. 부왕천주님, 지금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이미 정위(正位)에 들어가 종자를 불살라 버렸으니 천주님은 영원히 대승의 그릇이 아닙니다.”
구이 천자가 이렇게 말할 때 삼십삼천의 500천자는 다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마음을 내었다.
그 때에 구이 천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우리는 보살행으로서 백천만억의 행하기 어려운 고행(苦行)과 내지 연등불 처소에서 얻은 바 무생법인을 직접 보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들이 그 말씀대로 수행하면 그 법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때 세존께서 구이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선근을 심지 않고 무생법인을 얻는 보살은 없느니라. 보살은 한량없는 선근을 심은 뒤에라야 무생법인을 얻는 것이다.
구이 천자여, 보살로서 이 네 가지 법을 성취하면 무생법인을 얻는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모든 부처가 평등하고, 모든 법이 평등하며, 세계가 평등하고, 중생이 평등한 것이니, 구이여, 이것이 곧 보살이 네 가지 법을 성취하여 무생법인을 얻는 것이니라.
또 네 가지 법이 있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네 가지 공(空)을 즐거워하고, 큰 자비와 세 가지 해탈문을 즐거워하며, 방편과 여섯 가지 바라밀을 즐거워하고, 선정과 다섯 가지 신통을 즐거워하는 것이니, 이것이 그 네 가지이다.
또 네 가지가 있다. 그 네 가지란 무엇인가. 5음(陰)의 성질이 곧 보리임을 알아 18계(界)의 성질이 보리를 모으는 것임을 알고, 보리의 성질이 곧 18계의 성질임을 믿어서 12입(入)의 성질이 보리를 모으는 것임을 알며, 보리의 성질로 12입을 관찰하여 모든 법이 보리를 모으는 것임을 알고, 보리의 성질은 곧 모든 법의 성질임을 알아 의심이 없는 것이니, 이것이 그 네 가지다.
또 네 가지가 있다. 그 네 가지란 모든 법이 실제(實際)에 머묾을 아는 것이니 그 법이 동요하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요, 모든 법은 진여에 머묾을 아는 것이니 3세의 법은 평등하여 무너지지 않는 성질임을 믿기 때문이며, 모든 법은 평등함을 관하는 것이니 허공의 성질과 같기 때문이다. 구이여, 이것이 곧 보살이 네 가지 법을 성취하여 무생법인을 얻는다는 것이니라.”
이렇게 말씀하셨을 때 500보살은 무생법인을 얻었고, 구이 천자는 순인(順忍)을 얻었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 이 경을 봉인(封印)하시려고 대덕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이 경을 받아 지녀라. 이 이름은 대수긴나라왕입작일체법문행경(大樹緊那羅王入作一切法門行經)이라 한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과거에 없었던 것을 받아 지녔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경의 법은 매우 깊고 미묘하며 그 뜻은 명확하며 문장은 장엄합니다. 세존이시여, 다른 경으로서 이보다 더 훌륭한 경은 없습니다. 이 경 가운데에는 부처님의 뜻을 열어 보이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제 눈 앞에 법의 광명을 얻게 하는 것으로 이 경만한 것은 없습니다. 저는 지금 이 경에서 백천만억의 공덕을 얻었음을 스스로 깨달았습니다.
세존이시여, 한량이 있는 지혜로 성문의 지위에 들어간 저 같은 사람도 이 경을 듣고 이런 큰 법의 광명을 얻었거늘, 하물며 한량없는 큰 바다 같은 법의 그릇을 성취한 보살마하살이겠습니까?
그들은 두려움이 없는 큰 지혜로 갖가지 법을 닦고 모아 중생들을 위해 청하지 않은 벗이 됩니다. 만일 한량없는 그 큰 지혜로 이런 법을 들으면 얼마만한 법문을 얻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해와 달의 광명 같은 것은 이 보살들이 얻은 법의 광명 중에서 한 털구멍의 광명으로 다 덮어 버릴 것이다. 아난아, 만일 여래가 일체 털구멍에서 광명을 내면 그것에는 모두 지혜가 있다. 왜냐 하면 모든 부처님의 광명은 다 지혜이기 때문이다.
아난아, 여래에게는 이런 지혜의 광명이 있다. 여래는 이 지혜의 광명으로 일체 중생들의 마음의 활동을 다 아느니라. 만일 이 경을 듣는 중생은 다 이 큰 지혜의 광명이 비출 것이요, 또 이것을 써서 지니거나 읽고 외워 환히 알아 대중 앞에서 연설하거나 바로 생각하고 말대로 수행하면 그는 마침내 보리의 마음을 떠나지 않고 중생을 교화하며, 큰 슬픔으로 장엄하고 큰 사랑의 갑옷을 입고는 온갖 악마를 없애버릴 것이니, 아난아, 그런 사람은 반드시 도량(道場)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 때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의 힘으로 말미암아 저는 이제 이 경법을 받들어 지녔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으로서 이 경을 받아 지녀 읽고 외우거나 또는 쓰며 대중 가운데서 연설하면 그는 얼마만한 공덕을 얻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만일 어떤 보살이나 선남자 선여인이 아침에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7보를 수다원·사다함·아나함·아라한과 모든 연각과 모든 부처님께 보시하고 그와 같이 정오·하오·초저녁·밤중·새벽에도 보시하여 천 년을 채우면, 아난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선남자 선여인이 얻는 공덕이 과연 많다 하겠느냐?” “매우 많겠습니다. 세존이시여, 하루에 얻는 공덕도 무량 무변하겠거늘 하물며 천 년이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나는 지금 외치노니 이 선남자 선여인이 보리를 얻기 위해서나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서나 법륜을 굴리기 위해 이 경을 받들어 지녀 읽고 외우거나 쓰며 대중 가운데서 그 법을 나타내 보이더라도 그 복이 훌륭하겠거늘 하물며 말한 바대로 수행함이겠는가.
아난아, 만일 이 경을 받들어 지녀 한 4구게(句偈)나마 대중 가운데서 설명하면 그 복이 훌륭하다. 왜냐 하면 이 보시를 법시(法施)라 하여 모든 보시 중에서 최상이기 때문이다. 이 보시는 곧 법시로서 이것을 훌륭한 버림이라 하는 것은 법을 버리기 때문이요, 이것을 최상의 받음이라 하는 것은 법을 받기 때문이며, 이것을 최상의 가짐이라 하는 것은 법을 가지기 때문이다.
왜냐 하면 아난아, 법을 보시하면 번뇌를 없애지만 재물을 보시하면 법을 늘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살은 번뇌를 없애기 위해 법시를 행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인가하신 이러한 법시는 일체의 공덕을 다 거두어 가지는 것이다.
아난아, 보살의 법시에는 서른두 가지 공덕의 이름이 있다. 그 서른두 가지란 무엇인가. 바른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으며, 진취가 있고, 인색함을 떠나며, 음욕이 적고, 분노가 적으며, 어리석음이 적고, 자타가 가진 번뇌를 항복 받으며, 사람들이 사랑하고 공경하며 하늘들이 찬탄하고, 용·야차·건달바 등이 항상 수호하며, 남의 공양을 헛되이 받지 않고, 의복·음식·침구·약품 등을 구하지 않아도 얻어지며, 그 명예가 시방세계에 멀리 들리고, 악귀들이 틈을 타지 못하는 것 등이다.
또 부처님의 칭찬을 받고 바른 법을 보호하며 부처님의 법장(法藏)을 지니고, 온갖 나쁜 길에 떨어지지 않으며, 인간이나 천상에 나기가 어렵지 않고, 언제나 부처를 보며, 항상 법을 듣고, 언제나 스님들을 공양하며, 전생 일을 알고, 깨끗한 부처의 세계에 나며, 나는 곳마다 감관이 원만하고, 32상으로 장엄한 몸을 얻어 최상의 주인이 되고, 다라니의 근본 종자를 심고, 끊임없는 변재와 지혜의 인(因)을 지으며, 지혜로운 사람과 권속을 얻고, 큰 지혜의 종자를 얻어 법을 빨리 얻으며, 바르지 않은 것을 생각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세간의 일체 재시(財施)를 버리며, 큰 법장을 얻어 변재가 무진한 것이니, 아난아, 보살의 보시에는 이런 서른두 가지 공덕의 이름이 있느니라.”
그 때에 석제환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이 경을 받들어 지니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에 법의 그릇이 되는 중생이 있으면 우리는 그가 이 경을 듣고는 믿고 이해하게 하여 수호하겠습니다. 왜냐 하면 세존이시여, 우리도 위와 같은 공덕을 얻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 석제환인을 칭찬하셨다.
“착하다. 천주여, 너는 지금 법을 수호하려고 사자처럼 외쳤도다. 천주여, 너는 지금 이로써 법의 선근을 보호하려거든 내 법을 따라 살아가라. 그렇게 하면 아수라들은 항복하고 하늘들은 승리할 것이다. 왜냐 하면 교시가여, 이런 두려움이 없는 법을 보았기 때문이니 그것은 어떤 법에도 집착함이 없다는 것이다.
천주여, 모든 두려움은 다 내가 있다라는 견해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천주여, 만일 이 집착이 없으면 그는 바른 법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 사바세계의 주인 대범천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도 한량없는 선정의 즐거움을 버리고 저 도시·촌락·고을 등으로 가서 이 법을 유통시키겠습니다. 저도 거기 가서 법을 듣고 그 설법하는 이가 굳센 생각의 힘을 얻게 하겠습니다. 왜냐 하면 이 법 안에서는 한량없는 성문·연각과 제석·범천·호세(護世) 등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 때에 사천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우리 네 왕은 바로 부처님의 성문으로서 이 법을 견고히 수호하여 이 세상에 오랫동안 머물게 하겠습니다. 우리 권속으로서 부처님이나 이 법을 믿지 않는 이가 있으면, 그에게 항복 받아 믿게 한 뒤에 더욱 부지런히 정진하여 이 불법을 가까이하고 좋아하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하늘이나 용·야차·건달바·아수라·긴나라·가루라·마후가라 등이 나쁜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 그들에게 항복 받으려 하면 다음 주문을 외워야 할 것입니다.
다라비 사비 사나비 바라비 호루 마하호루 호루호루 사바지 비파지
多羅卑一使卑二使耶卑三婆羅卑四呼婁五摩呵呼婁六呼婁呼婁七使婆蜘八毗婆蜘九
파리차타니기나니 파가사니 희지희지 비지 아차 다차 마라사극니가
波車陁尼期那呢十波迦奢呢十一 希持希持十二 毗持十三 阿車十四多車十五 滅使亟呢伽
후 살바파파제 살바미리차파지다나 아나우다라살바부다나불타발
睺十六 薩婆提十七 薩婆彌利車多那十八 阿那憂多羅薩婆復多那佛陁
니다 사천대왕소견주구 시주신력제욕구단실능항복1)尼多十九 四天大王所見呪句二十是呪神力諸欲求短悉能亢伏二十一
尼多十九 四天大王所見呪句二十是呪神力諸欲求短悉能亢伏二十一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미륵보살·천관보살과 여러 선남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이 한량없는 천만 아승기겁 동안에 모은 얻기 어려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을 그대들에게 부촉하여, 이것이 중단되지 않고 오랫동안 이 세상에 머물게 하노라.”
미륵보살과 천관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에 저희들은 이 법을 널리 유포하겠습니다. 만일 선근을 두터이 심은 보살이 있으면 저 중생들을 그 손에 보내어, 자재하게 그들의 교만을 항복 받아 이 경을 지녀 믿고 이해하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에 이 법을 듣고는 받들어 지녀 읽고 외우거나 쓰거나 해설하는 이가 있으면 그것은 다 미륵보살과 천관보살의 신력이 그렇게 한 것임을 아셔야 할 것입니다.”
그 때에 악마의 왕 파순(波旬)이 그 모임에 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성문들을 위해 말하는 법을 들을 때에는 나는 털끝 하나도 일어서지 않았습니다. 지금 세존께서는 이와 같은 보살도의 법을 말씀하여 보살의 인(印)을 인가하고 일체 중생을 보호하여 그 돌아갈 곳으로 가게 하셨습니다. 그런 법을 말씀하실 때 나는 지금 근심의 화살에 맞았습니다. 그리하여 나고 늙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내 손을 잡아 주시고 다시는 그런 극히 큰 공덕의 힘을 가진 법을 말씀하심으로써 우리들이 근심의 화살에 맞지 않게 하십시오.”
부처님께서 파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괴로워하지 말라. 네 경계에 있으면서 이 경을 믿지 않는 중생은 많고 이것을 믿어 받드는 중생은 적다. 파순아, 마치 이 대지에서 손톱에 긁히는 흙이 적은 것처럼 매우 깊은 이 법을 믿는 중생은 적고 그 밖의 대지의 흙처럼 믿지 않는 이는 많다. 파순아, 그 믿지 않는 이는 다 네 권속이다. 그러므로 파순은 기뻐해야 한다. 파순아, 중생세계는 무량무변이니라.”
이렇게 설법하셨을 때, 한량없는 중생은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마음에 머물렀고 9만 2천 보살은 무생법인을 얻었으며, 8만 4천 중생은 번뇌를 멀리 떠나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고 8천 비구는 번뇌를 없애고 해탈을 얻었다.
이 때에 이 삼천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큰 광명은 두루 비추며 하늘에서는 온갖 꽃이 내리고 백천의 악기는 울리지 않아도 스스로 울었다. 백천만억 나유타의 하늘은 기뻐 뛰며 공경하고 찬탄하였다.
“저희들은 지금 염부제 안에서 법륜이 다시 구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세존께서는 옛날 바라나시국에서 바른 법륜을 굴려 중생들을 이롭게 하셨지마는 지금 이 경을 말씀하시어 중생을 이롭게 하심은 더욱 뛰어나고 훌륭합니다. 이 경을 지니는 중생이 있으면 그는 오래지 않아 법륜을 굴릴 것입니다.”
그 때에 미륵보살·천관보살·대덕 아난 등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경의 이름을 무엇이라 해야 하며 어떻게 받들어 지녀야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 경 이름은『대수긴나라왕소문경』이라 하고 또「선설부사의법품(宣說不思議法品)」이라고도 한다. 그대들은 이와 같이 받들어 지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