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불리선니십몽경(國王不梨先泥十夢經)

국왕불리선니십몽경(國王不梨先泥十夢經)

동진(東晋) 서역(西域)사문 축담무란(竺曇無蘭) 한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이 때 국왕 불리선니(不梨先泥)는 밤에 열 가지 꿈을 꾸었다.

무엇무엇이 열 가지인가?

첫째 꾼 것은 병 세 개가 나란히 있는데 양쪽 가의 병에서는 끓는 기운이 나와 서로 왕래하되 가운데 빈 병 속으로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고, 둘째 꾼 꿈은 말이 입으로도 먹고 꽁무니로도 먹는 것이었고, 셋째 꾼 꿈은 작은 나무에 꽃이 핀 것이었고, 넷째 꾼 꿈은 작은 나무에 과일이 맺힌 것이었고, 다섯째 꾼 꿈은 한 사람이 새끼를 꼬면 사람 뒤에는 양이 있다가 양이 주인이 꼰 새끼를 먹는 것이었고, 여섯째 꾼 꿈은 여우가 금상 위에 앉아서 금 그릇으로 밥을 먹는 것이었고, 일곱째 꾼 꿈은 큰 소가 도리어 송아지의 젖을 먹는 것이었고, 여덟째 꾼 꿈은 소 네 마리가 사면에서 울부짖으며 달려와 싸우려 하다가 싸움이 붙을 듯하더니 싸우지 않고 소도 간 곳을 알 수 없는 것이었고, 아홉째 꾼 꿈은 큰 방죽 물이 한복판은 흐리고 네 변두리는 맑은 것이었고, 열째 꾼 꿈은 큰 시냇물이 새빨갛게 흐르는 것이었다.

왕은 이런 꿈을 꾸고 나서 나라가 망할 것인가, 자신이나 처자가 죽을 것인가 하고 매우 두려워하였다.

그 이튿날 왕은 공ㆍ경ㆍ대신과 해몽에 밝은 여러 도인을 불러서 물었다.

“어제 밤에 열 가지 꿈을 꾸었는데 꿈을 깨고 나서는 두렵고 불안하며 마음이 개운치 않다. 누가 해몽할 수 있겠는가?”

여러 도인 중에 한 바라문이 말했다.

“제가 왕을 위하여 해몽할 수는 있으나, 왕께서 들으시고 근심하고 불안해 하실까 염려됩니다.”

왕은 말했다.

“경이 아는 대로 숨기지 말고 말하라.”

바라문이 말했다.

“왕이 꾼 꿈은 모두 나쁜 것이요 길한 일은 아닙니다.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부인과 태자와 신변에서 친근하게 모시는 이들과 노비를 모두 죽여 하늘에 제사지내야 왕께 다른 화가 없을 것입니다. 왕께서는 가지고 계신 와구와 몸에 차고 있는 보물을 모두 태워서 하늘에 제사지내십시오. 그러면 왕의 몸에 다른 화가 없을 것입니다.”

왕은 바라문이 이렇게 해몽하는 것을 듣고는 매우 근심스럽고 즐겁지 않아 재실에 들어가서 이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왕에게는 마니(摩尼)라는 정부인이 있었는데, 그녀가 왕이 계신 곳에 이르러 물었다.

“무엇 때문에 재실에 들어서 근심하고 불안해 하십니까? 제가 왕께 무슨 과실이라도 저질렀습니까?”

왕은 말하였다.

“당신은 내게 아무 과실도 없소. 나 혼자 근심하는 것이오.”

부인이 다시 물었다.

“왕께서는 무슨 까닭으로 근심하십니까?”

왕은 말했다.

“당신은 내게 묻지 마시오. 들으면 당신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오.”

부인은 다시 말했다.

“저는 왕의 몸의 반쪽입니다. 만일 좋고 나쁜 일이 있으면 의당 제게 말씀하셔야 합니다. 어째서 말할 것이 없다 하십니까?”

왕이 곧 부인에게 말했다.

“내가 어제 밤에 열 가지 꿈을 꾸었는데, 꿈을 깨고 나서는 혹 나라나 몸이나 처자가 망하려는 것은 아닌가 조심스럽고 두려웠소. 그래서 여러 신하 와 공ㆍ경과 여러 도인을 불러 꿈꾼 열 가지 일을 이야기하였더니 한 바라문이 나를 위하여 이렇게 해몽하였소.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부인과 태자, 옆에서 친근하게 모시는 시종과 노비, 흰 코끼리와 훌륭한 말을 모두 죽여 하늘게 제사지내고, 와구와 몸에 지니고 있는 보배를 모두 태워서 하늘에 제사지내십시오. 그러면 왕의 몸에 다른 화가 없을 것입니다.’

나는 그 까닭으로 근심하고 불안해 하고 있소.”

부인이 말하였다.

“왕께서는 근심하지 마십시오. 사람이 금을 살 때 돌에 갈아 보면 좋은지 나쁜지 그 빛깔이 저절로 돌 위에 나타나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부처님께서는 우리나라에서 그리 멀지 않은 가까운 정사에 계십시다. 왜 찾아가 꿈의 뜻을 물고 부처님의 해설대로 따르지 않습니까?”

왕은 곧 좌우에게 명령하여 수레를 차리고, 성을 나서서 부처님이 계신 곳에 이르렀다. 오솔길이 나오자 왕은 수레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 부처님 앞에 이르렀고,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대고는 물러나 앉아서 아뢰었다.

“제가 어제 밤에 열 가지 꿈을 꾸었습니다.

첫째는 병 세 개가 나란히 있는데 양쪽 병에서는 끓는 기운이 서로 왕래하되 가운데 있는 빈 병 속으로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둘째는 말이 입으로도 먹고 꽁무니로도 먹는 것이었습니다.

셋째는 작은 나무에 꽃이 핀 것이었습니다.

넷째는 작은 나무에 과일이 열린 것이었습니다.

다섯째는 한 사람이 새끼를 꼬고 사람 뒤에는 양이 있는데 양이 주인이 꼰 새끼를 먹는 것이었습니다.

여섯째는 여우가 금 평상 위에 앉아서 금 그릇으로 밥을 먹는 것이었습니다.

일곱째는 큰 소가 도리어 송아지의 젖을 먹는 것이었습니다.

여덟째는 소 네 마리가 사면에서 울부짖으며 달려와 서로 싸우려 하다가 싸움이 붙을 듯하더니 싸우지 않고 소도 간 곳을 알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아홉째는 큰 방죽 물이 한가운데는 흐리고 네 귀퉁이는 맑은 것이었습니다.

열째는 시냇물이 새빨간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꿈을 꾸고 깨어나서는 혹 나라나 몸이나 처자가 망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열 가지 꿈을 해몽하여 주소서. 가르치심을 듣고자 원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왕께서는 근심하지 마십시오. 왕의 꿈은 아무 일도 없습니다. 왕께서 꾼 꿈은 모두 후세에 다가올 일이고, 지금 세상 일이 아닙니다. 후세에는 사람들이 법과 금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음탕하고 이익을 탐하고 질투하며, 만족할 줄을 모르고 의리가 적고 자비심도 없으며, 함부로 기뻐하고 노하며 부끄러움을 모를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이어서 말씀하셨다.

“첫째 꿈, 세 병이 나란히 있는데 양쪽 병에서는 끓는 기운이 나와서 서로 왕래하되 가운데 있는 빈 병 속으로는 들어가지 않는 것은, 후세 사람이 부유하고 귀한 자끼리만 서로 따르고 가난한 사람은 돌보지 않는 것입니다. 왕께서 꿈에 본 세 병이 나란히 있는 것은 바로 이것을 말합니다. 그러니 왕께서는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왕의 나라에도 태자에게도 부인에게도 아무 일이 없을 것입니다.

둘째 꿈인 말이 입으로도 먹고 꽁무니로도 먹는 것은, 후세 사람이 제왕과 대신은 창고에 쌓인 것을 먹고, 고을 관리는 봉록을 먹으면서 다시 백성의 것을 빼앗아 먹으며 만족할 줄을 모르는 것입니다. 왕께서 꿈에 본 말이 입으로도 먹고 꽁무니로도 먹는 것은 바로 이것을 말합니다. 그러니 왕께서는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왕의 나라에도 태자에게도 부인에게도 모두 아무 일이 없을 것입니다.

셋째 꿈인 작은 나무에 꽃이 핀 것은, 후세 사람이 나이 30도 못 되어 머리에 백발이 나는 것입니다. 탐하고 음란하고 욕심이 많아서 나이는 젊어도 빨리 늙습니다. 왕께서 꿈에 본 작은 나무에 꽃이 핀 것은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왕께서는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왕의 나라에도 태자에게도 부인에게도 아무 일이 없을 것입니다.

넷째 꿈인 작은 나무에 과일이 열린 것은, 후세에는 여인이 나이 15세가 채 못 되어 시집가 아이를 안고 돌아와서도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왕께서 꿈에 본 작은 나무에 열매가 열린 것은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왕께서는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왕의 나라에도 태자에게도 부인에게도 아무 일이 없을 것입니다.

다섯째 꿈인 한 사람이 새끼를 꼬면 사람 뒤에 양이 있다가 양이 주인이 꼰 새끼를 먹는 것은, 후세에는 남편이 장사하러 나가며 아내를 뒤에 남겨 두면 아내는 곧 다른 집 남자와 정을 통하고 남편의 재물을 먹는 것입니다. 왕께서 꿈에 본 한 사람이 새끼를 꼬는 것은 바로 이것을 말합니다. 그러니 왕께서는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왕의 나라에도 태자에게도 부인에게도 아무 일이 없을 것입니다.

여섯째 꿈인 여우가 금 평상 위에 앉아서 금 그릇으로 밥을 먹는 것은, 후세에는 낮고 천한 자가 도리어 존귀해지고 재산이 있어 여러 사람들이 공경하고 두려워하며, 공(公)ㆍ후(侯)의 자손은 도리어 빈천해져 아랫 자리에 앉아 뒤에서 음식을 먹는 것입니다. 왕께서 꿈에 본 여우가 금 평상 위에 앉아서 금 그릇으로 먹는 것은 바로 이것을 말합니다. 그러니 왕께서는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왕의 나라에도 태자에게도 부인에게도 아무 일이 없을 것입니다.

일곱째 꿈인 큰 소가 도리어 송아지의 젖을 먹는 것은, 후세에는 사람들이 예의가 없어 어미가 도리어 딸의 매파 노릇을 하며 다른 집 남자를 꾀어다가 딸과 정을 통하게 하고는 딸을 팔아 얻은 재물로 생활을 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입니다. 왕께서 꿈에 본 큰 소가 도리어 송아지의 젖을 먹는 것은 바로 이것을 말합니다. 그러니 왕께서는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왕의 나라에도 태자에게도 부인에게도 아무 일이 없을 것입니다.

여덟째 꿈인, 소 네 마리가 사면에서 울부짖으며 달려와 서로 싸우려다가 싸움이 붙을 듯하더니 싸우지 않고 소도 간 곳을 알 수 없는 것은 이런 뜻입니다. 후세에는 제왕과 장리와 인민이 모두 진실한 마음이 없고 속이고 거짓되며 어리석고 미련하며 성내고 노하여 천지를 공경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비가 제 때에 오지 않으면 장리와 인민들은 비를 빕니다. 그러면 하늘이사면에서 구름을 일으켜 요란스럽게 천둥과 번개를 칩니다. 그래서 장리와 인민이 모두 비가 올 것이라 하였는데 잠깐 사이에 구름이 흩어지고 비가 내리지 않습니다. 왜냐 하면 제왕과 장리와 인민에게 충성스럽고 정직하며 사랑하고 어진 마음이 없는 까닭입니다. 왕께서 꿈에 본 네 마리 소가 사면에서 울부짖으며 달려와 서로 싸우려다가 싸움이 붙을 듯하더니 싸우지 않고 소도 간 곳을 알 수 없는 것은 바로 이것을 말합니다. 그러니 왕께서는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아홉째 꿈인 큰 방죽 물이 중앙은 흐리고 네 귀퉁이는 맑은 것은, 후세에는 중앙의 나라는 어지럽고 순탄치 않은 정치로 인민들이 부모에게 불효하고 어른과 늙은 이를 공경하지 않으나, 변방 나라는 맑고 화평하여 인민이 화목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순종하는 것입니다. 왕께서 꿈에 본 큰 방죽 물이 중앙은 흐리고 네 귀퉁이는 맑은 것은 바로 이것을 말합니다. 그러니 왕께서는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왕의 나라에도 태자에게도 부인에게도 아무 일이 없을 것입니다.

열째 꿈인 큰 시냇물이 새빨간 것은, 후세에는 여러 나라가 서로 다투어 군사를 일으키고 무리를 모아 서로 공격하며 거병ㆍ보병ㆍ기병을 만들어 서로 싸워 살상하는 것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죽은 자가 길에서 흘린 피가 새빨간 시내를 이룰 것입니다. 왕께서 꿈에 본 큰 시냇물이 새빨간 것은 바로 이것을 말합니다. 그러니 왕께서는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왕의 나라에도 태자에게도 부인에게도 아무 일이 없을 것입니다.

왕께서 꿈에 본 것은 모두 후세에 다가올 일이지 지금 세상 일은 아닙니다. 그러니 왕께서는 두려워하거나 근심하지 마십시오.”

왕이 곧 무릎을 세우고 꿇어앉아 말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으니, 마음이 곧 기뻐집니다. 마치 사람이 작은 그릇으로 기름을 담다가 기름은 많고 그릇은 작으므로 다시 큰 그릇을 구하여 담으면 안온하여 다시는 두렵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지금 저는 부처님의 은혜를 받아서 안온을 얻었습니다.”

왕은 곧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궁중에 돌아와 정부인에게 중하게 상을 내리고, 여러 대신의 봉록은 모두 빼앗았다. 그리고 왕은 말했다.

“나는 지금부터 여러 이교도들과 바라문의 말을 믿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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