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장 입멸(入滅)
1. 입멸의 땅 – 쿠시나가라
다시 세존께서는 아난다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자, 아난다여! 우리들은 이제부터 히란냐바티 강(江) 맞은편 언덕 쿠시나가라 외곽의 ‘여래가 태어난 곳’인 사라 나무 숲으로 가자.”잘 알았사옵니다, 세존이시여!’라고 아난다 존자는 대답하였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많은 수의 비구들과 함께 히란냐바티 강의 맞은편 언덕에 있는 쿠시나가라 외곽의 사라 나무 숲으로 향하셨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하시어 아난다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자, 아난다여! 이 한 쌍의 사라 나무 사이에 머리가 북쪽으로 향하도록 침상을 준비하여라.
나는 피로하므로 누워서 쉬고 싶다.”잘 알았사옵니다, 세존이시여!’라고 아난다 존자는 대답하였다.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두 그루 사라 나무 사이에 북쪽으로 머리가 향하도록 침상을 준비하였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오른쪽 허리를 아래로 하시고 발을 겹치고, 사자가 눕는 듯한 모습으로 바르게 사념 하시고 바르게 의식을 보전하시어 누우셨다.
그런데 그때 이 한 쌍의 사라 나무는 아직 꽃필 때도 아닌데 갑작스럽게 온통 꽃을 피웠다. 그리고 그 꽃잎이 여래의 전신(全身)에 한 잎 한 잎 흩날리면서 떨어져 여래께 공양드렸다.
또 허공에는 천상에서만 피는 만다라바 꽃이 한들한들 흩날리면서 여래의 전신에 떨어져 여래께 공양했다. 마찬가지로 허공에서 전단분향이 한들한들 흩날리면서 여래의 전신에 떨어져 여래께 공양하였다. 게다가 천상의 악기가 허공에서 울려 퍼지면서 여래께 공양하고, 또 천상에서 음악이 울리면서 여래께 공양하였다.
그 모습을 보시고 여래께서 아난다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난다여! 지금 이렇게 이 한 쌍의 사라 나무는 아직 제철도 아닌데 꽃이 피어 그 꽃잎이 여래의 전신에 한들한들 흩날리며 내려와 여래를 공양하고 있다. 또 허공에서는 천당에서만 피는 만다라바 꽃이 여래의 전신에 한들한들 흩날리며 내려와 여래를 공양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천상의 전단분향도 여래의 전신에 한들한들 흩날리며 내려와 여래를 공양하고 있다. 게다가 또 천상의 악기가 허공에서 울려 퍼지면서 여래를 공양하고, 천상의 음악도 들려 여래를 공양하고 있다.
그러나 아난다여! 절대 이러한 일만이 여래를 경애, 존경, 숭배하며 공양하는 일은 아니다.
아난다여! 비구와 비구니, 재가 신자, 여성 재가 신자 등이 진리와 그것에 따라 일어나는 것을 향해 올바르게 행동하며, 진리에 수순하여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보다 깊게 여래를 경애, 존경, 숭배하며 공양하는 것이 되느니라.
그러므로 아난다여! ‘우리들은 진리와 그것에 따라 일어나는 것을 향해 올바르게 행동하고, 진리에 수순하며 행동하자’라고, 아난다여! 이렇게 배워야 한다.’
바로 그때 우파바나 존자가 정면에서 세존께 부채질을 해드리고 있었다. 그것을 아신 세존께서는 우파바나 존자에게 주의를 주시며 말씀하셨다.
‘비구여! 그곳을 비켜라. 나의 바로 앞에 서 있지 말아라.’
이것을 보고 아난다 존자는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이 우파바나 존자는 오랫동안 세존을 가까이에서 시봉한 수행자이고, 가까이에서 돌보아 드린 사람인데, 세존께서는 최후의 때가 되어 우파바나 존자에게 비구여! 그곳을 비켜라. 나의 앞에서 있지 말라고 주의하셨다. 도대체 무슨 원인, 무슨 이유로 세존께서는 우파바나 존자에게 비구여! 그곳을 비켜라. 나의 앞에 서 있지 말라고 주의를 주시는 것일까?’라고.
그래서 아난다는 세존께 그 이유를 물었다.
‘세존이시여! 이 우파바나 존자는 오랫동안 세존을 시봉한 수행자이고, 세존의 가까이에서 돌보아 드린 사람인데, 지금 최후의 때가 되어 우파바나 존자를 향해, ‘비구여! 그곳을 비켜라. 나의 바로 앞에 서 있지 말라’고 주의를 주셨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도대체 무슨 원인, 무슨 이유가 있어, 우파바나 존자에 대해 ‘비구여! 그곳을 비켜라. 나의 바로 앞에 서 있지 말라’고 주의를 주시는 것이옵니까? 부디 그 이유를 들려 주시옵소서.”아난다여! 그 이유는 이러하다.
아난다여! 너에게는 보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지금 이곳에는 시방세계의 많은 신들이 여래를 친견하고자 모여들고 있다. 그래서 아난다여! 이 쿠시나가라(여래가 태어난 곳)의 사라 나무 숲 주위 10요자나에는 큰 위력을 가진 신들로 입추의 여지도 없을 정도이니라. 아난다여! 그 신들은 제각기 다음과 같이 불평하고 있다.
‘우리는 여래를 뵙고자 특별히 멀리서 왔다. 여래, 존경받을 만한 분, 바른 깨달음을 얻은 분이 이 세상에 나타나는 것은 지극히 드문 일이다. 그리고 오늘 밤이 깊어 여래께서는 완전한 열반에 드시려 하신다. 그래서 우리들은 아주 먼 곳에서 왔는데, 지금 이렇게 대단히 공덕이 높은 비구가 세존 앞에 서 있으니, 그것에 방해받아 우리들은 이 최후의 때에 여래를 배알할 수 없지 않은가?’라고.
아난다여! 그래서 나는 우파바나에게 나의 앞에서 비켜서도록 했던 것이니라.”세존이시여! 미숙한 저의 눈으로는 신들의 모습을 볼 수 없는데, 세존께서는 어떤 모습으로 보이시옵니까?”아난다여! 허공에 있는 신들은 대지를 생각하면서 머리를 산발하고 통곡하며, 팔을 뻗고 슬피 울며, 혹은 땅에 드러누워 마구 여기저기를 뒹굴면서 ‘아! 세존께서는 어이하여 이리도 급히 열반에 드시나이까? 원만한 분께서는 무슨 까닭에 이리도 급히 열반에 드시나이까? 세상의 눈은 무슨 까닭에 이리도 빠르게 모습을 감추시려 하시나이까?’라고 슬퍼하고 있느니라. 또 아난다여! 지상에 있는 신들도 대지를 생각하면서 마찬가지로 머리를 산발하고 통곡하며, 팔을 뻗고 슬피 울며, 혹은 땅에 드러누워 마구 여기저기를 뒹굴면서 ‘아! 세존께서는 어이하여 이리도 급히 열반에 드시나이까? 원만한 분께서는 무슨 까닭에 이리도 급히 열반에 드시나이까? 세상의 눈은 무슨 까닭에 이리도 빨리 모습을 감추시려 하시나이까?’라고 비탄해 하고 있느니라.
아난다여! 다만 탐욕을 떠난 신들만은 ‘세상의 모든 행위(작용)는 모두 덧없는(無常) 것이다.
변해 가는 것을 어찌 머물도록 하겠는가?’라고, 바르게 사념하고 바르게 의식을 보전하여 지그시 슬픔을 감내하고 있느니라.”세존이시여! 지금까지는 각 지방에서 하안거를 보낸 비구들이 사방팔방에서 여래를 뵙고자 왔고, 우리는 그와 같이 수승한 비구들을 만나 그들을 존경하면서 받들어 모실 수도 있었사옵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입멸하신 후에는 우리는 그런 수승한 비구들을 만나거나 또 그들을 존경하면서 받들어 모실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세존이시여! 그것이 저에게는 서글프게 생각되옵니다.”아난다여! 그다지 슬퍼할 것 없느니라. 나의 사후에도 신앙심이 두터운 양가의 자재(善男子)는 다음과 같이 여래를 기념할 만한 네 곳을 보면서, 여래를 생각하고 세상을 무상하게 여기면서 깊은 종교심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니라.
그것은 어떤 장소이겠는가?아난다여! 여래의 탄생지에서 신앙심이 두터운 양가의 아들들은 이곳을 바라보면서 ‘이곳에서 여래께서 태어나셨다’라고 생각하면서 여래를 생각하고 세상을 무상하게 여기면서 깊은 종교심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니라.
다음에 여래께서 정각을 얻은 땅에서, 아난다여! ‘이곳에서 여래는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셨다’라는 생각으로 신앙심이 돈독한 양가의 아들들은 이곳을 보면서 여래를 생각하고 세상을 무상하게 여기면서 깊은 종교심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니라.
다음에 아난다여! 여래의 최초 설법지에서, ‘이곳에서 여래는 위없는 가르침의 바퀴를 굴리셨다(初轉法輪)’라는 생각으로 신앙심이 돈독한 양가의 아들들은 이곳을 보면서 여래를 생각하고 세상을 무상하게 여기면서 깊은 종교심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니라.
그리고 여래의 입멸지에서 아난다여! ‘이곳에서 여래는 남김 없는 완전한 열반의 세계에 드셨다’라는, 생각으로 신앙심이 돈독한 양가의 아들들은 이곳을 보면서 여래를 생각하고 세상을 무상하게 여기면서 깊은 종교심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니라.
아난다여! 이렇게 여래를 기념할 만한 성스러운 네 곳을 본다면, 신앙심이 돈독한 양가의 아들들은 이곳들은 보면서 여래를 생각하고 세상을 무상하게 여기면서 깊은 종교심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니라.
그리고 아난다여! 이미 불제자가 된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들도 또한 ‘이곳에서 여래께서 태어나셨다’, ‘이곳에서 여래께서 위없이 바른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셨다’, ‘이곳에서 여래께서 위없는 가르침의 바퀴를 굴리셨다’, ‘이곳에서 여래는 남김 없는 완전한 열반의 세계에 드셨다’ 등등으로 말하면서 이들 지방을 찾아올 것이니라.
아난다여! 마음이 청정하고 신앙심이 돈독하여 영지를 순례하면서 걷는 이는, 죽어서 육체가 멸한 후 좋은 곳, 하늘 세계에 태어날 것이니라.’
‘세존이시여! 출가한 사람들은 여인에 대하여 어떠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좋겠사옵니까?”아난다여! 보지 않는 것이다.”만약 보았을 때에는 세존이시여!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사옵니까?”아난다여! 말을 걸지 않는 것이다.”그럼 세존이시여! 만약 말을 걸어올 때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사옵니까?”그때에는 아난다여! 바른 사념을 보전하여라.’
‘세존이시여! 우리들은 세존의 유해를 어떻게 모시면 좋겠사옵니까?”아난다여! 너희 출가자는 여래의 유해를 모시겠다는 따위의 생각은 하지 말라. 너희들은 단지 출가 본래의 목적을 향하여 바른 마음으로 노력하며, 게으름 피우지 말고 정진하면서 지내야 하느니라. 아난다여! 여래에 대해 각별하게 깊은 숭경의 생각을 품고 있는 현자가 왕족이나 바라문, 자산자들 가운데 있을 것이니라. 그러한 이들이 여래의 유해를 모실 것이니라.”그럼 세존이시여! 그러한 이들은 여래의 유해를 어떻게 모시는 것이 좋겠사옵니까?”아난다여! 여래의 유골은 전륜성왕의 장법(葬法)을 따라 치름이 좋으리라.”그럼 세존이시여! 전륜성왕의 유골은 어떻게 모셨사옵니까?”아난다여! 전륜성왕의 장의(葬儀)는 다음과 같이 행하느니라.
우선 유해는 새로운 옷으로 감싸고 그것을 다시 새로운 무명베로 감싼다. 그리하여 그 위를 또 새 옷으로 감싸고, 다시 새 무명베로 감싼다. 이렇게 새 옷과 새 무명베를 번갈아 5백 번씩 감싼 다음, 전륜성왕의 유해는 철로 만든 관에 봉안하느니라. 그리고 철관으로 뚜껑을 씌운 후, 온갖 종류의 향나무를 쌓아 올려 만든 화장할 나무 위에 안치하여 다비(茶毘)하느니라. 이렇게 다비가 끝난 다음, 큰 길이 교차하는 사거리 중앙에 전륜성왕을 기념하는 탑을 건립하 느니라. 아난다여! 전륜성왕의 장의(葬儀)는 이렇게 치렀느니라.
아난다여! 여래의 장의도 이렇게 치러야만 하느니라. 그리고 큰 길이 교차하는 사거리 중앙에 마찬가지로 여래를 기념하는 탑을 건립한 뒤 그 탑에 꽃다발과 훈향(薰香), 말향(抹香) 등을 공양한 다음, 합장하고 마음을 깨끗이 하는 이는 이후 오랜 동안 안락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니라.
그런데 아난다여! 다음의 네 종류의 사람들은 탑을 건립하여 공양 받을 만한 이들이니라. 그 네 종류의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 우선 여래, 존경받을 만한 이, 바른 깨달음을 얻은 이는 탑을 건립할 만하다.
또 홀로 깨달음을 얻은 이(獨覺)도 탑을 건립할 만하다. 다음으로 여래의 제자(聲聞)도 탑을 건립할 만하고, 마지막으로 전륜성왕도 탑을 건립할 만하다.
아난다여! 여래, 존경받을 만한 이, 바른 깨달음을 얻은 이에게 어떠한 이유로 탑을 건립해야만 하는가? 그것은 아난다여! 이 탑을 보고 ‘아! 이것이 세존, 여래, 존경받을 만한 이, 바른 깨달음을 얻은 이의 탑이다’라고 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감개 하면서 청정한 마음이 될 수 있느니라.
이러한 청정한 마음의 공덕으로 오체(五體)가 무너져 죽은 다음 좋은 곳, 하늘 세계에 태어날 수 있기 때문이니라. 이러한 공덕이 있기 때문에 아난다여! 여래, 존경받을 만한 이, 바른 깨달음을 얻은 이에게는 탑을 건립할 만한 것이니라.
다음으로 아난다여! 홀로 깨달음을 얻은 이(獨覺), 여래의 제자(聲聞), 그리고 전륜성왕에 대해 사람들이 어떠한 이유로 탑을 건립할 만하겠는가?그것은 아난다여! 그 탑을 보고 ‘아! 이것이 홀로 깨달음을 얻은 이, 여래의 제자 그리고 전륜성왕의 탑이다’라고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감개 하면서 청정한 마음이 될 수 있으니, 이 공덕으로 오체가 무너져 죽은 다음 좋은 곳, 하늘 세계에 태어날 수 있기 때문이니라.
이러한 공덕이 있기 때문에 아난다여! 홀로 깨달음을 얻은 이, 여래의 제자, 전륜성왕의 탑을 건립할 만한 것이니라.
아난다여! 이상의 네 종류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탑을 건립할 만한 것이니라.’
2. 아난다의 슬픔
한편 아난다 존자는 세존이 말씀하시는 동안에도 슬픔을 참지 못한 채, 슬며시 정사(精舍) 안에 몸을 숨기고, ‘아! 나는 배워야 할 것, 이루어야 할 것이 아직도 많이 있다. 그런데 저 자애로움이 깊으신 큰 스승님께서는 나를 두고 가시려 하다니’라며, 문고리를 부여잡고 소리를 죽여가면서 울었다.
세존께서는 아난다 존자가 곁에 없는 것을 아시고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비구들아! 아난다 존자가 보이지 않는데, 어디 갔느냐?’
어떤 비구가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아난다 존자는 세존께서 입멸하시는 것에 대한 괴로움을 참지 못하여 정사에 들어가, 문고리를 부여잡고 ‘아! 나는 배워야 할 것, 이루어야 할 것이 아직 많이 있는데, 저 자애로움이 깊으신 큰 스승님께서는 나를 두고 가시려 하다니’라며 울고 있사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자, 비구여! 너는 아난다가 있는 곳으로 가 ‘그대, 아난다여! 큰 스승님께서 그대를 부른다’
고 전하여라.”잘 알았사옵니다, 세존이시여!’라고 그 비구는 대답하고, 곧 아난다 존자가 있는 곳으로 가 아난다 존자에게 말하였다.
‘그대, 아난다여! 큰 스승님께서 자네를 부르시네.’
그러자 아난다 존자도 ‘알았네, 벗이여!’라고 대답하면서 눈물을 훔치고 세존의 처소로 갔다. 그리고 세존께 절을 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아난다 존자가 한쪽에 앉으니 세존께서는 아난다 존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아난다여! 너는 나의 입멸을 한탄하거나 슬퍼해서는 안 되느니라. 아난다여! 너에게 항상 말하지 않았더냐? 아무리 사랑하고 마음에 맞는 사람일지라도 마침내는 달라지는 상태, 별리(別離)의 상태, 변화의 상태가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을 어찌 피할 수 있겠느냐? 아난다여! 태어나고 만들어지고 무너져 가는 것, 그 무너져 가는 것에 대하여 아무리 ‘무너지지 말라’고 만류해도, 그것은 순리에 맞지 않는 것이니라.
아난다여! 너는 참으로 오랜 동안 사려 있는 행동으로 나에게 이익과 안락을 주고 게으름 피우지 않고 일심으로 시봉하였느니라. 너는 또한 사려 있는 말과 사려 있는 배려로써 나에게 이익과 안락을 주고, 게으름 피우지 않으면서 일심으로 시봉하였다.
아난다여! 너는 많은 복덕을 지은 것이다. 이제부터는 게으름 피우지 말고 수행에 노력하여 빨리 번뇌 없는 경지에 도달함이 좋으리라.’
다시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예전에 이 세상에 출현하셨던 수많은 존경받을 만한 이, 바른 깨달음을 얻은 이(과거의 모든 부처님)들에게도 지금 나의 아난다처럼 수승한 시자(侍者)가 있었느니라.
또 비구들이여! 지금부터 출현할 수많은 존경받을 만한 이, 바른 깨달음을 얻은 이, 여래들도 나의 아난다처럼 훌륭한 시자가 있을 것이니라.
이렇게 비구들이여! 여래에게는 항상 훌륭한 시자가 있는 것이니라.
비구들이여! 아난다 존자는 지혜가 있어 그 스스로 ‘지금은 비구들이 여래를 만나기에 좋은 때’, ‘지금은 재가신자, 여성 재가신자, 왕후, 신하, 다른 종교인들, 그 제자들이 여래를 만나기 좋은 때’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비구들이여! 아난다에게는 특별히 네 가지 훌륭하고 뛰어난 점이 있느니라. 그 네 가지 장점이란 무엇이겠느냐?비구들이여! 비구다운 이들이 아난다를 만나고자 한다. 이 사람은 단지 아난다를 만나는 것만으로 만족해한다. 아난다가 가르침을 설하면, 그것을 듣고 더욱 더 마음 흡족해 한다. 그러나 비구들이여! 아난다가 침묵하면, 그들은 만족해하지 않을 것이니라.
또 비구들이여! 비구니다운 이, 재가신자다운 이, 여성 재가신자다운 이도 아난다를 만나려 한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단지 아난다를 만나는 것만으로 만족해하는데, 아난다가 가르침을 설하면 그것을 듣고 더욱 더 마음 흡족해 한다. 그러나 비구들이여! 아난다가 침묵하면 그들은 만족해하지 않을 것이니라.
비구들이여! 전륜성왕에게도 마찬가지로 네 가지 특별히 훌륭한 장점이 있느니라. 그 네 가지 장점이란 무엇이겠는가?비구들이여! 왕족 혹은 바라문, 자산가, 사문들이 전륜성왕을 만나러 오느니라. 그때 그들은 왕을 만나는 것만으로 만족해한다. 혹 왕이 무엇을 말하면 그것을 듣고 더욱 더 마음 흡족해 하느니라. 그러나 비구들이여! 반대로 왕이 침묵하면 그들은 만족해하지 않을 것이니라.
이와 같이 비구들이여! 아난다에게 네 가지 특별히 훌륭한 점, 남달리 뛰어난 장점이 잇느니라. 즉 비구들이여! 비구와 비구니, 재가신자와 여성 재가신자들이 아난다를 만나러 온다. 그들은 동일하게 아난다를 만나는 것만으로 만족해하는데, 아난다가 가르침을 설하면 그것을 듣고 더욱 더 마음이 흡족해 한다. 그러나 비구들이여! 아난다가 침묵하면 그들은 만족해하지 않을 것이니라.
비구들이여! 아난다에게는 이상과 같은 네 가지 특별히 훌륭하고 남달리 뛰어난 장점이 있느니라.’ 세존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셨을 때, 아난다 존자는 세존께 다음과 같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부디 이렇게 쿠시나가라처럼 작은 마을, 외진 시골에서 열반에 드시려는 것은 그 만두시옵소서. 이런 작은 시골 마을이 아니더라도 찬파나, 라자가하, 사바티, 사케타, 코삼비, 바라나시 등과 같은 큰 마을이 몇 군데나 있지 않사옵니까?세존이시여! 이런 큰 마을에서 열반에 드셔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그런 큰 마을에는 왕족의 대집회장과 바라문의 대집회장, 자산가의 대집회장 등이 있으며, 뿐만 아니라 여래께 깊은 숭경(崇敬)의 생각을 품고 있는 이도 많이 있으므로 여래의 사리(遺骨) 공양도 정성을 다하지 않겠사옵니까?”아난다여! 그런 말은 하지 말라. 이 쿠시나가라를 ‘작은 마을, 외진 시골 마을’이라고 말하지 말라. 지금은 쿠시나가라가 이처럼 작은 마을이지만 옛적에는 그렇지 않았느니라.
3. 마하스다사나왕(大善見王) 이야기
아난다여! 옛날 마하스닷사나라는 이름의 왕이 있었는데, 이 왕이야말로 전륜성왕으로서 혈통이 바르고 법에 맞는 왕이며, 또 사방의 세계를 평정하여 나라를 안정시킬 수 있었고, 전륜성왕을 증명하는 칠보(七寶)도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아난다여! 이 마하스닷사나 왕의 도읍지는 쿠사바티라하여 동서의 길이가 12요자나, 남북의 넓이가 7요자나 되는 큰 마을이었다. 이 쿠시나가라야말로 쿠사바티의 후신(後身)이니라. 아난다여! 이 쿠사바티 도읍은 매우 풍요롭고 번창하였다. 많은 백성을 거느려 거리는 사람들로 붐비고, 또 그만큼 풍부하기도 했다.
예컨대 아난다여! 신들의 아라카만다라는 도읍지는 매우 풍요롭고 번성하여 많은 백성을 거느리고 있었으며, 또 거리가 야차들로 붐비니, 그만큼 풍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이 쿠사바티 도읍지도 아난다여! 아라카만다처럼 풍부하고 번성하며, 또 많은 백성을 거느리니 그만큼 풍부했느니라. 아난다여! 이 쿠사바티는 열 가지 음향과 음성, 즉 코끼리 소리, 말 소리, 수레 소리, 큰북 소리, 작은북 소리, 비나 소리, 노래 소리, 요( ) 소리, 징 소리, 그리고 열 번째로 마시고 먹는 소리 등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았으니 참으로 번화하였다.
아난다여! 이것만으로 쿠시나가라가 결코 단순히 외진 시골 마을이 아님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니라.
4. 쿠시나가라 사람들과의 고별
그리고 아난다여! 너는 이제부터 쿠시나가라 마을로 가, 쿠시나가라의 말라 족 사람들에게 이렇게 알려라. ‘바세타여! 오늘 밤이 깊어 여래께서는 이 마을의 외곽에서 열반에 드신다네. 그러니 바세타여! 나중에 여래는 실로 우리 마을에서 열반에 드셨는데, 우리들은 그 마지막 때 여래를 뵙지 못하였다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지금 모여 여래를 만나도록 하자’라고.’ ‘잘 알았사옵니다, 세존이시여!’라고 아난다 존자는 대답하였다. 그리고 가사를 입고 발우를 손에 드시고 서둘러 쿠시나가라 마을로 갔다.
아난다 존자가 마을에 도착했을 때, 쿠시나가라 말라 족은 마침 마을의 일로 집회장에 모여 있었다. 그래서 아난다 존자는 그들의 집회장으로 가, 쿠시나가라 말라 족에게 다음과 같이 알렸다.
‘바세타여! 오늘 밤이 깊어 여래께서 이 마을 외곽에서 열반에 드신다네. 그러니 바세타여! 나중에 ‘여래는 실로 우리 마을에서 열반에 드셨는데, 우리들은 그 마지막 때 여래를 뵙지 못하였다’는 등의 말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지금 모여 여래를 뵙도록 하여라.’
아난다 존자로부터 이러한 말을 들은 말라 족 사람들은 아들, 부인, 딸들과 함께 가슴이 메이는 깊은 슬픔에 젖었다. 그 갑작스러운 괴로움으로 어떤 이는 머리를 산발하여 통곡하였고, 어떤 이는 팔을 뻗어 슬피 울며, 혹은 어떤 이는 땅에 드러누워 마구 여기저기 뒹굴면서 ‘아! 세존께서는 무슨 연유로 이리도 급히 열반에 드시나이까? 원만한 이께서는 무슨 까닭에 이리도 급히 열반에 드시나이까? 세상의 눈은 무슨 까닭에 이리도 빨리 모습을 감추시나이까?’라며 여래의 입멸을 비탄해 하였다.
이렇게 가슴 메이는 깊은 슬픔으로 시름하면서 말라 족 사람들은 아들, 부인, 딸들과 함께 마을 외곽 ‘여래가 태어난 곳’인 사라 나무 숲으로 가, 한 걸음 먼저 돌아온 아난다 존자의 처소로 모였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아난다 존자는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지금 이곳에 이렇게 모여 있는 쿠시나가라 말라 족은 매우 많다. 만약 그들이 한 사람씩 세존께 고별 인사를 드리다 보면 모두가 세존께 인사를 드리지도 못한 채 날이 샐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곤란할 테니 이 쿠시나가라 말라 족 모두를 세존 앞에 늘어서게 한 뒤 세존이시여! 이런 말라 족 사람들은 아들, 부인, 딸, 일족(一族), 하인들 모두 함께 세존의 발에 머리를 대고 경례하여 인사올립니다라 하면서 내가 한 사람씩 소개하도록 하자’라고.
이렇게 해서 아난다 존자는 쿠시나가라 말라 족 사람들 모두를 세존 앞에 정렬(整列)시켜 ‘세존이시여! 말라 족 사람이 아들, 부인, 딸, 일족, 하인들 모두 다 함께 세존의 발에 머리를 대고 경례 드리옵니다’라 하고서, 한 명 한 명씩 세존께 소개 드리고 예배하게 했다.
이렇게 아난다 존자는 그 밤이 깊어질 때까지 쿠시나가라 말라 족을 총괄하여 세존께 예배드리게 했다.
5. 스밧다의 귀의
그리고 때마침 쿠시나가라 마을에는 스밧다라는 편력행자(遍歷行者)가 머물고 있었는데 편력행자 스밧다는 ‘오늘 밤이 깊어 사문 고타마가 열반에 들려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편력행자 스밧다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나이든 스승 가운데 스승이라고 할 만한 편력행자들이 여래, 존경받을 만한 이, 바른 깨달음을 얻은 이께서 예전에 이 세상에 출현하셨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사문 고타마는 바로 그 여래, 존경받을 만한 이, 바른 깨달음을 얻은 이라고 일컬어지는 인물인데, 그 사문 고타마가 오늘 밤이 깊어 열반에 드실 듯하다. 나에게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는데, 나의 믿는 바로는 저 사문 고타마라면 그 의문을 해결해 줄 것이고, 진리를 설명해 줄지도 모른다’라고.
그래서 편력행자 스밧다는 서둘러 ‘여래가 태어난 곳’ 사라 나무 숲으로 왔다. 그리고는 아난다 존자의 처소로 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대 아난다여! 나는 나이든 스승 가운데 스승이라고 할 만한 편력행자들이 ‘여래, 존경받을 만한 이, 바른 깨달음을 얻은 이께서 예전에 이 세상에 출현하셨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소, 그런데 그대 아난다여! 그대의 스승 사문 고타마는 바로 그 여래, 존경받을 만한 이, 깨달음을 얻은 이라고 하는데, 오늘 밤이 깊어 열반에 드실 듯하다고 들었소. 그래서 그대 아난다여! 나에게는 도저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나의 믿는 바, 그대의 스승 사문 고타마라면 그 문제를 풀어 주고, 진리를 설명해 주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소.
그러니 아난다여! 그대의 스승 고타마를 만나게 해주지 않겠소?’
이것에 대해 아난다 존자는 편력행자 스밧다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스밧다여! 그럴 수 없소. 세존께서는 지금 매우 지쳐 계시오. 부디 여래를 괴롭히는 일은 하지 마오.’
두 번 세 번 거듭 편력행자 스밧다는 아난다 존자에게 말하였다.
‘그대 아난다여! 나는 나이든 스승 가운데 스승이라 할 만한 편력행자들이 ‘여래, 존경받을 만한 이, 바른 깨달음을 얻은 이께서 예전에 이 세상에 출현하셨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소. 그런데 아난다여! 그대의 스승 사문 고타마께서는 바로 그 여래, 존경받을 만한 이, 바른 깨달음을 얻은 이라고 하는데, 오늘 밤이 깊어 열반에 드실 것 같다는 소리를 들었소. 그래서 그대 아난다여! 나에게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나의 믿는 바, 그대의 스승 사문 고타마라면 그 의문을 풀어 줄 수 있을 것이고, 진리를 설명해 주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소. 그러니 그대 아난다여! 그대의 스승 사문 고타마를 어떻게 만나게 해주지 않겠소?’
그러나 아난다 존자는 세 번째도 편력행자 스밧다에게 다음과 같이 거절하였다.
‘스밧다여! 그럴 수 없소. 세존께서는 지금 매우 지쳐 계시오. 제발 여래를 번거롭게 하는 일은 하지 마시오.’
편력행자와 아난다 존자가 말다툼하는 것이 세존의 귀에까지 들려 왔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아난다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아난다여! 스밧다를 가로막지 말아라. 스밧다를 안으로 들여보내라. 스밧다가 나에게 묻고자 하는 것은 깨달음을 얻으려는 것이지, 나를 번거롭게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니라. 또 그 의문에 따라 내가 설명하는 것들을 스밧다는 빨리 이해할 것이니라.’
그래서 아난다 존자는 편력행자 스밧다에게 말하였다.
‘벗, 스밧다여! 그럼 들어가오. 세존의 허락이 있었기 때문이오.’
그러자 편력행자 스밧다는 세존이 누워 계시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세존께 절을 올리고 바로 상대방에게 기쁜 마음으로 치하하는 말을 나눈 뒤 한쪽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편력행자 스밧다는 세존께 다음과 같이 사뢰었다.
‘그대 고타마여! 세상 가운데는 사문, 바라문으로서 모임이나 교단을 가지거나 혹은 교단의 스승으로 잘 알려지고 명성도 있으며, 교조(敎祖)로 불려지는 매우 존경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사옵니다. 예를 들면 푸라나 카사파, 막카리 고살라, 아지타 케사캄발린, 파쿠다 카차야나, 신자야 벨라티풋타, 니간타 나타풋타 등이 있사온데, 이런 이들은 모두 스스로 진리를 깨달았다고 말하고 있지 않사옵니까? 그러니 어느 누구도 깨닫지 못한 것이옵니까? 아니면 그들 가운데 어떤 사람은 깨달았고, 그 밖의 어떤 사람들은 깨닫지 못한 것이옵니까?’
이것에 대해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스밧다여! 그렇게 ‘모두 스스로 진리를 깨달았다고 말한다던가, 혹은 누구도 깨닫지 못했다고 한다던가, 아니면 그들 가운데 어떤 이는 깨닫고 그 밖의 어떤 이는 깨닫지 못했다’라고 말하지 말라, 스밧다여! 그와 같은 것을 알아서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 그런 것보다 훨씬 중요한 진리가 있느니라. 그 진리를 스밧다여! 지금부터 너에게 설하고자 하느니라. 그것을 잘 듣고 마음에 새겨 두어라.”알았사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게 하시옵소서’라고 편력행자 스밧다는 대답하였다.
세존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스밧다여! 법(法)과 율(律)을 설한다 해도 그 가운데 여덟 가지 성스러운 길(八聖道)이라는 실천 덕목이 보이지 않으면, 그런 가르침을 본당 사문(本當沙門)은 추구할 수 없느니라, 또 제2 사문(第二沙門)도 추구할 수 없고, 제3 사문(第三沙門), 제4 사문(第四沙門)도 역시 추구할 수 없다. 반대로 스밧다여! 설하는 법(法)과 율(律) 가운데 여덟 가지 성스러운 길이라는 실천 덕목을 볼 수 있으면, 그 가르침 가운데에 본당 사문은 추구할 수 있고, 또 제2 사문, 제3 사문, 제4 사문도 추구할 수 있느니라.
그리고 스밧다여! 내가 설한 법과 율에 따라 수행하면, 여덟 가지 성스러운 길이라는 실천 덕목을 얻을 수 있으므로, 그곳에는 본당 사문이 있고, 또 제2 사문, 제3 사문, 제4 사문도 있느니라. 스밧다여! 내용이 없는 공허한 논의 따위는 사문에게는 무관한 것이니라.
스밧다여! 비구다운 비구는 이 여덟 가지 성스러운 실천 덕목을 얻어야만 하고, 이리하여 바른 생활을 보내면, 그들에게는 공덕하지 않은 진실한 세계가 나타나고, 그들도 또한 세상에서 존경받을 만한 이가 될 수 있느니라.
나 스물 아홉 왕성한 젊음에집을 나와 출가하니 스밧다여!이유는 오로지 선(善)함을 위함이었네
출가 성취하니 그날로부터세월은 빨리 지나가네 스밧다여!50여 년의 세월이
추구하여 노니는 진리의 영역그것이야말로 진실한 출가의 길이것을 떠나서는 사문이 아니리
이것을 떠나서는 스밧다여! 제2 사문도 아니고, 제3 사문, 제4 사문도 아니다. 스밧다여! 내용 없는 공허한 논의 따위는 사문에게는 무관한 것이니라. 스밧다여! 비구다운 이는 이 여덟 가지 성스러운 길이라는 실천 덕목을 얻어야만 하고, 이리하여 바른 생활을 보낸다면, 그들에게는 공허하지 않은 진리의 세계가 나타나고, 그들 또한 세상에서 존경받을 만한 이가 될 수 있느니라.’
이와 같은 가르침을 받고 스밧다는 세존께 다음과 같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훌륭하시옵니다. 지금 말씀을 듣고 저는 눈에서 비늘이 떨어진 듯한 생각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마치 넘어진 이를 붙잡아 일으키고, 눈까풀 쓴 사람에게 눈까풀을 떼어 주듯, 또 길에서 헤매는 사람에게 바른 길을 제시해 주듯, 어둠 속에 있는 사람에게 등불을 밝혀 ‘눈 있는 자만 보라’고 말하듯, 이 우매한 저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시어 진리의 문을 열어 주셨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지금부터 저는 세존께 귀의하겠사옵니다. 또 가르침과 비구모임에 귀의하겠사옵니다. 세존이시여! 부디 세존의 앞에 출가할 것을 허락하여 주시고 구족계(具足戒)를 주시옵소서.”스밧다여! 이전에 다른 종교를 모셨던 사람으로서 나의 법(法)과 율(律)에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자 하는 이는, 4개월 동안 비구들의 관찰을 받으면서 지내야 하느니라. 그리고 4개월 후, 그 동안의 상황을 본 뒤에 뜻 있는 비구들이 그를 출가시켜 구족계를 주어 비구가 되게 하고 있다.
그 동안에 그 사람의 사람됨을 시험하는 것이니라.”그러한 일이라면 세존이시여! 저는 4개월이 아니라 4년 동안이라도 비구들의 관찰을 받으면서 지내겠사옵니다. 그러니 세존이시여! 4년이 지나면 뜻 있는 비구가 반드시 저를 위해 수고로움을 싫어하지 않고, 출가시켜 구족계를 주어 비구가 되도록 세존께서 말씀하여 주시기 바라옵니다.’
이처럼 스밧다의 뜻이 강한 것을 보고 세존께서는 아난다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난다여! 지금까지 말한 것처럼, 시기가 오면 이 스밧다를 출가시켜 구족계를 주고 비구가 되게 하여라.”잘 알았사옵니다, 세존이시여!’라고 아난다 존자는 대답하였다.
그러자 편력행자 스밧다는 아난다 존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대 아난다여! 고맙소. 덕분에 나는 다행히 큰 스승으로부터 친히 제자(弟子)로서의 관정(灌頂)을 받을 수 있었소.’
이리하여 편력행자 스밧다는 세존 앞에서 출가를 허락 받고 구족계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구족계를 받은 스밧다 존자는 곧바로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홀로 머물면서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열심히 수행하였다. 그 결과 이윽고 훌륭한 집안의 아들들이 바로 그 때문에 집을 나와 가족을 거느리지 않고 출가한 목적인 위없이 청정한 행(行)의 완성에 스스로 눈뜨고 알며 달성하여 지낼 수 있었던 것이다.
즉 스밧다 존자는 ‘나의 생존 조건을 다했다. 나의 청정한 행(梵行)은 완성되었다. 나의 해야 할 바는 모두 끝났다. 나는 이제 다시 윤회의 생존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라고 깨달았던 것이다.
이렇게 스밧다 존자는 존경받을 만한 이(阿羅漢)의 한 명이 되었다. 스밧다 존자는 세존의 마지막 직제자(直弟子)가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