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선지중예동자를 찾다

53. 선지중예동자를 찾다

선재동자는 선지중예(善知衆藝)동자에게 이르러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앞에 서서 합장하고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는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문을 얻었으니 이름이 구족원만선지중예(具足圓滿善知衆藝)이다. 나는 언제나 이 자모(字母)를 부르노라.

아(A, ?)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보살의 훌륭한 위덕의 힘으로 모든 법의 본래 나지 않는 뜻을 나타냄이요, 라(Ra, ?)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가이없는 데까지 널리 나타내는 미세한 알음알이요, 파(Pa, 跛)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법계의 평등한 짬을 널리 비추는 미세한 지혜요, 차(Ca, 者)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넓은 바퀴로 차별한 빛을 끊음이요, 나(Na, ?鼻音)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의지할 데 없고 머물 데 없는 짬을 증득함이요, 라(La, )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명색(名色)의 의지할 곳을 여의어 더러움이 없음이요, 다(Da, 娜)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물러가지 않는 방편이요, 바(Va, 婆摹我反)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금강 바퀴 도량이요, 다(a, 拏)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두루 원만한 바퀴요, 샤(a, 灑史我反)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바다 광이요, 바(Ba, 無可反)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두루 구하여 내고 편안히 머무름이요, 타(Ta, ?)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별과 달 원만한 빛이요, 야(Ya, 也利我反)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차별을 모아 쌓음이요, 슈타(ha, 瑟叱二合)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광명을 비치어 번뇌를 쉬게 함이요, 카(Ka, 迦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많은 구름 끊이지 않음이요, 사(Sa, 娑蘇我反)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큰 비가 쏟아짐이요, 마(Ma, 莽)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빠르게 가지가지 빛을 나타냄이 여러 높은 봉우리 같음이다.

또 가(Ga, 言迦反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넓은 바퀴를 쌓음이요, 타(Tha, 他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진여가 평등하여 분별 없는 광이요, 자(Ja, 惹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세간 바다에 두루 들어가 깨끗하게 다님이요, 스바(Sva, 娑二合)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부처님들의 모든 장엄을 생각함이요, 다(Dha, ?)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온갖 법더미를 세밀하게 관찰함이요, 샤(a, 捨上尸我反)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부처님들의 교법 바퀴 광명을 따름이요, 카(Kha, ?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인행(因行)하던 일이 앞에 나타나는 지혜 광이요, 크샤(Ka, 乞叉二合)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모든 업의 바다를 쉬고 지혜를 내는 광이요, 스타(Sta, 娑蘇紇反?二合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깨끗한 광명을 열고 번뇌장을 더는 것이요, 즈냐(Jna, 孃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세간을 벗어나는 지혜 문이요, 하(Ha, 曷?他三合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중생을 이익하나 나도 없고 남도 없는 지혜 등불이요, 바(Bha, 娑蒲我反)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모든 궁전을 원만하게 장엄함이요, 차(Cha, 車車者反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수행을 늘게 하는 방편 광 덮는 바퀴이다.

또 스마(Sma, 娑?音二合)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시방을 따라 부처님들을 보고 도는 광이요, 흐바(Hva, 訶二合)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온갖 미세한 중생을 관찰하는 방편의 힘을 내는 바다 광이요, 트사(Tsa, ?娑二合)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모든 공덕 바다에 자재하게 들어감이요, 가(Gha, 伽)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모든 법구름을 두루 가지는 견고한 바다 광이요, 타(a, 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원력으로 시방 부처님들 보기를 허공같이 함이요, 나(a, ?上)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글자 바퀴 짬까지 다하지 않는 경계에 들어감이요, 파(Pha, 頗)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중생을 교화하여 끝까지 원만한 곳이요, 스카(Ska, 娑迦)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넓은 광 걸림없는 변재로 두루 비치는 광명 바퀴요, 이사(Ysa, 夷娑二合)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허공의 모든 중생계에 들어가 법 우레 큰소리로 두루 외침이요, 타(Tha, 侘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내가 없는 법을 말하여 부처의 경계를 열고 중생들을 깨닫게 함이요, 라(La, 去)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온갖 법 수레에 차별한 광이니라.

선남자여, 내가 이런 자모를 부를 적에, 이 42반야바라밀 문이 으뜸이 되어, 온갖 문장이 걸림없이 따라 옮기어 한량없고 수없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노라.”

선재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어떻게 행을 닦으면 이 해탈문을 얻나이까?” “선남자여, 만일 보살이 열 가지 법을 닦아서 구족히 원만하면 능히 이 선지중예(善知衆藝)보살의 해탈문을 얻느니라. 무엇을 열 가지 법이라 하는가 하면, 지혜를 구족하고, 선지식을 부지런히 구하고, 용맹하게 정진하고, 모든 번뇌를 여의고, 바른 행이 깨끗하고, 바른 교법을 존중하고, 법의 성품이 공한 줄을 관찰하고, 나쁜 소견을 없애고, 바른 도를 닦고, 진실한 지혜를 보는 것이니라.

보살이 이 열 가지 법을 구족히 원만하면 이 해탈을 빨리 얻게 되리라. 그 까닭을 말하면, 보살이 지혜를 구족하므로 선지식을 구하며, 보고는 가까이 모시고, 즐거이 공경하기를 부처님같이 하고, 가까이 모시므로 가르침을 받고, 가르침을 받으므로 행하기 어려운 것을 용맹하게 정진하며, 정진하므로 선한 법으로써 나쁜 법을 없애고, 나쁜 법을 없애므로 선한 법들이 원만하고, 선한 법이 원만하므로 모든 장애와 의혹을 여의며, 장애를 여의므로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이 크게 깨끗하여 바른 행과 통하며, 바른 행이 깨끗하므로 모든 부처님과 보살과 선지식의 가르침을 존중히 여기며, 가르침을 존중하므로 모든 법이 공하고 고요한 줄을 관찰하며, 법이 공함을 깨달으면 마음이 가는 대로 걸림이 없고, 연기(緣起)를 깊이 통달하여 원인이 없다는 소견을 여의고 잘못된 소견을 없애며, 바른 도를 닦아 익히고, 바른 도에 들어가서는 진실한 지혜를 얻으며, 진실한 지혜를 얻으므로 이 해탈을 얻어 깊은 법계를 증득하느니라.”

선재가 다시 말했다.

“이 진실한 것은 무엇이라 하나이까?” “선남자여, 그 말하는 것을 진실이라 하느니라.”

선재가 다시 말했다.

“어찌하여 말하는 것을 진실이라 하나이까?” “허망하고 속이지 않는 말을 진실이라 하느니라.” “어찌하여 허망하고 속이지 않는 말이라 하나이까?” “그 말이 진실하여 자체가 항상 변하지 않고 늘 한 성품인 까닭이니라.” “어찌하여 변하지 않는 성품이라 하나이까?” “선남자여, 제 자신이 증득하여 법의 성품을 아는 까닭이니라.” “법의 성품은 모양이 어떠하오며, 능히 아는 것과 알아지는 법은 하나입니까, 둘입니까?” “선남자여, 이렇게 보살의 자신이 증득한 법은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니라. 이 힘으로 말미암아 평등하게 나와 남을 이익하게 하느니라. 마치 땅덩이가 온갖 것을 내면서도 능히 나와 남이 없는 것 같나니, 법의 성품은 모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양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그 자체가 허공과 같아 알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우니라.

선남자여, 이 법은 미묘하여 글자나 말로써 설명하기 어려우니라. 왜냐 하면 모든 글자의 경계를 뛰어난 까닭이며, 모든 말의 경계를 뛰어난 까닭이며, 모든 말[語業]로 이야기할 경계를 뛰어난 까닭이며, 모든 희롱거리 이야기[戱論]로 분별하고 생각할 경계를 뛰어난 까닭이며, 모든 살펴보고 헤아릴 경계를 뛰어난 까닭이며, 어리석은 중생들의 알 만한 경계를 뛰어난 까닭이며, 모든 번뇌와 통하는 마군의 경계를 뛰어난 까닭이며,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고 모양도 없고 모양을 여의어서 모든 허망한 경계를 뛰어난 까닭이며, 머물 수 없는 데 머무르는 고요한 성인의 경계인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저 성인들의 스스로 증득한 경계는 빛깔과 모양이 없으며, 더럽고 깨끗함이 없으며, 가질 수도 버릴 수도 없으며, 흐릴 수도 맑힐 수도 없으며, 가장 훌륭한 성품이어서 항상 깨뜨릴 수 없으며, 부처님이 세상에 나시거나 세상에 나시지 않거나, 법계의 성품은 언제나 하나인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보살이 이 법을 위하므로 여러 가지 행하기 어려운 일을 행하여, 이 법의 자체[體]를 얻어서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며,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이 법 가운데 끝까지 머물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이것이 진실이며, 이것이 다르지 아니한 모양이며, 이것이 진실한 짬[際]이며, 이것이 일체지의 자체며, 이것이 헤아릴 수 없는 법계며, 이것이 둘이 아닌 법계며, 이것이 선지중예원만구족보살해탈(善知衆藝圓滿具足菩薩解脫)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해탈문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이 모든 세간과 출세간의 공교한 법과 빼어난 기능과 신기한 예술과 문자와 산수를 모두 종합하여 알고 남음이 없으며, 또 의원의 방문[方]과 주문의 술법을 잘 알며, 어떤 중생이 도깨비에게 홀렸거나 원수의 방자를 만나거나 환술에 혼미하였거나, 송장에게 쫓기거나, 간질로 발광하거나, 여러 가지 독에 걸렸거나, 괴상한 병들을 모두 잘 구호하여 쾌차케 하며, 또 기이한 보배와 이상한 보물과 금·옥·진주·보배·산호·유리·마니·자거·파려·마노·구리·무쇠·아연·석·계살라(?薩羅) 따위의 보배가 나는 데와 종류와 값을 잘 알며, 도시와 촌락과 크고 작은 도성(都城)과 궁전과 동산과 바위와 샘물과 숲과 못 따위의 사람들 사는 데를 보살이 모두 거두어 보호하며, 또 그 몸에 6백 63가지 잘난 모양을 갖춘 것을 알고, 여러 잘난 모양이 낫고 못한 것을 비교하여 고통 받고 쾌락하는 줄을 알며, 길하고 흉함을 결정하고, 오래 살고 일찍 죽을 것을 판단하며, 비록 여러 가지 잘난 모양을 갖추었어도 음성이 좋은 것에는 미치지 못하고, 음성이 비록 좋더라도 복이 훌륭함만 같지 못한 줄을 알며, 이 복이나 지은 업을 옮길 수 없는 것과 과보가 결정되고 아니된 줄을 잘 알며, 또 천문·지리·참서(讖書)·비결·음양·관상·길흉·나쁜 별이나 변괴와 기후의 괴변과 새나 짐승의 소리 따위를 잘 알며, 물과 뭍으로 다니는 일과 상서롭고 흉한 징조와 흉년 들고 풍년 들고 세상이 태평하고 어지러울, 이런 따위의 세상 기능을 모두 알아 그 근원까지 익숙하며, 또 세간을 뛰어나는 법까지 잘 분별하여 이름을 바로하고 뜻을 분별하여, 자체와 모양을 관찰하여 깊고 세밀하게 결정하여 말하며, 따라서 닦아 행하여 지혜가 그 속에 들어가서 의심도 없고, 걸림도 없으며, 어리석음도 없고 우둔함도 없으며, 근심도 없고 빠지는 일도 없어, 모두 눈앞에 증득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의 공덕과 행을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마갈제국(摩竭提國)에 한 시골이 있으니 이름은 이치가 있음[有義]이요, 거기에 성이 있으니 이름은 파달나(婆?那)요, 거기 한 우바이가 있으니 이름이 최승현(最勝賢)이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물으라.”

이 때에 선재동자는 중예동자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공손히 우러러보면서 일심으로 사모하고 하직하여 물러갔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