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자성 부동신을 찾다

39. 자성 부동신을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대천신의 가르침을 받고, 차츰차츰 앞으로 향하여 동북방으로 가서, 마가다국 보리나무 도량에 이르러, 막 자성부동신(自性不動神)에게 나아가려 하였다. 십천의 땅차지신들이 거기 함께 있다가 서로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여기 오는 동자는 모든 여래의 보배 광이니, 반드시 모든 중생의 의지할 데가 될 것이며, 반드시 모든 중생의 무명 껍질을 깨뜨릴 것이다. 이 사람이 이미 법왕의 문중에 났으니 마땅히 법의 비단 관을 머리에 쓸 것이며, 지혜의 큰 보배 광을 열 것이며, 보살의 금강 같은 지혜 검을 들고 용맹하고 자재하게 두려움 없는 법을 얻어 모든 외도들의 잘못된 언론을 부술 것이며, 법의 배를 나고 죽는 바다에 띄우고 중생들을 건네어서 저 언덕에 이르게 할 것이며, 지혜와 이해가 원만하기 보름달 같아서 반드시 모든 중생의 뜨거운 번뇌를 쉬게 할 것이다.”

이 때에 자성부동 땅차지신[主地神]과 다른 일만의 땅차지신들이 신통의 힘으로 땅을 진동시켜 천둥 같은 소리를 내고, 큰 광명을 놓아 삼천대천세계를 비추니, 가지각색 보물이 간 데마다 장엄하여 깨끗한 그림자와 흐르는 광채가 서로서로 사무치고, 모든 나무와 잎새들이 일시에 자라나며, 모든 꽃나무는 한꺼번에 꽃이 피고, 온갖 과실들이 모두 무르익었고, 여러 강물은 서로 넘쳐 흐르고, 온갖 못은 모두 맑은 물이 가득하였다. 큰 구름이 하늘을 덮고 향기로운 비가 땅에 뿌려지며, 맑은 바람이 불 적마다 온갖 꽃들을 날려다가 땅 위에 흩으며, 수없는 풍류를 한꺼번에 잡히어 아름다운 소리가 들려오고, 여러 가지 장엄거리에서는 아름다운 소리를 내어 사람들을 기쁘게 하며, 하늘 사람·아수라 내지 사람 아닌 것·소·코끼리·사자들이 모두 즐거워 뛰놀며 크게 소리치니, 마치 큰 산이 서로 부딪치어 소리를 내는 듯, 땅속에 묻혔던 백천의 노다지[伏藏] 저절로 솟아 올라왔다.

이 때에 땅차지신은 선재에게 말하였다.

“잘 왔도다, 동자여. 그대가 여기에 선근을 심은 일이 있는 것을, 내가 지금 나타낼 터이니 보겠는가?”

선재동자는 땅차지신의 발에 예배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보고 싶나이다.”

이 때에 땅차지신이 발로 땅을 누르니, 백천억 아승지 마니보배 노다지가 저절로 솟아 올라서 뚜렷이 드러났다.

땅차지신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보배 노다지는 그대를 따라 다니는 것이다. 이것은 그대가 지난 세상에 지은 선근의 과보이며, 그대의 복력으로 보호하여 오는 것이니, 그대는 마음대로 가져다 쓰라.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은 꺾을 수 없는 지혜 광[難?伏智慧藏]이다. 법으로 항상 중생들을 원만하게 성취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연등부처님 때로부터 보살을 따라 다니면서 공경하고 호위하기를 형상을 따르는 그림자같이 한 줄을 기억하노라. 처음부터 지금까지 잠깐도 끊일 새 없이 보살의 마음과 행을 살펴보고 두루 구하며, 보살의 온갖 서원과 지혜의 경계에 들어갔으며, 보살의 닦는 온갖 깨끗한 행을 원만히 하였으며, 보살의 모든 삼매를 생각하여 분명하게 알았으며, 보살의 온갖 법문에 머물러 있으며, 끝끝내 온갖 성품을 알았으며, 모든 자재한 힘을 원만하고 온갖 부술 수 없는 법을 늘게 하였으며, 모든 부처님의 세계에 두루 다니면서 여러 부처님의 수기(授記)를 받았으며, 일체지의 성품을 기억하여 깨닫고 모든 여래의 법 수레를 운전하여 온갖 수다라 문을 연설하며, 법의 광명을 널리 비추어 모든 중생을 교화하고 조복하며, 모든 부처님의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순종하고, 알고 받아 가지고 기억하여 항상 잊어버리지 아니하였노라.

선남자여, 지나간 옛적 수미산 티끌 수처럼 많은 겁 전에 한 겁이 있었으니 이름은 장엄겁이고, 세계 이름은 월당(月幢)이며, 부처님 이름은 묘안(妙眼)이었다. 나는 그 부처님에게서 처음으로 이 해탈문을 얻었노라. 선남자여, 나는 그 때부터 이 법문에 들락날락 하면서 닦아 길렀고, 항상 부처님들을 뵈오며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노라. 처음 이 법문을 얻은 때부터 현겁(賢劫)에 이르도록 그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부처님들을 만나 모두 받들어 섬기며 공양하였고, 또 그 부처님들의 보리 나무 아래에 나아가 도량에 앉으실 적에 큰 신통을 나타내시는 가지가지 일을 뵈었으며, 또 그 부처님들이 가지신 모든 공덕도 뵈었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꺾을 수 없는 지혜 광 해탈문을 알 뿐이니, 저 모든 보살마하살이 모든 부처님을 항상 따라 모시며, 모든 부처님의 말씀하신 법문을 받아 가지며, 모든 부처님의 깊은 지혜에 들어가서, 생각생각마다 모든 세계에 두루 가득하여 여래의 몸과 평등하며, 부처님의 마음을 내며, 부처님의 법을 갖추며, 부처님의 일을 지으며, 마음마다 모든 부처님의 깨끗한 법광을 내어, 분별하는 마음을 여의고 항상 끊어지지 않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염부제 마가다국 항하의 북쪽 언덕에 가비라성이 있고, 거기 밤차지신[主夜神]이 있으니 이름은 춘화(春和)이다. 그대는 그이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땅차지신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공손히 우러러보고, 일심으로 사모하고 공경 하직하고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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