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구족지 거사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보살의 그지없이 장엄한 복덕 광 해탈문을 얻고, 그 복덕 바다를 따라 생각하며, 그 복덕 허공을 관찰하며, 그 복덕 더미를 향하며, 그 복덕 산에 오르며, 그 복덕 광을 성취하며, 복덕 샘을 마시며, 복덕 못에 헤엄치며, 복덕 마당을 깨끗이 하며, 복덕 광을 보며, 복덕의 가르침에 들어가 복덕 눈을 뜨고 복덕 길로 걸으며 복덕 종자를 심으면서, 점점 나아가다가 대유성에 이르러 두루 다니며, 명지(明智) 거사를 찾았다.
선지식에게 갈앙하는 마음을 내어, 선지식을 생각하는 마음이 끊이지 아니하고 선지식을 사모하는 뜻이 견고하고, 방편으로 선지식을 만나려는 마음이 만족할 줄 모르며, 선지식을 받들어 섬기려는 생각이 게으르지 아니하여 선지식을 의지하여 마음을 닦으려 하였다. 선지식을 의지하고야 온갖 선한 일을 만족할 줄을 알았고, 선지식을 의지하고야 모든 복을 내는 줄을 알았고, 선지식을 의지하고야 여러 행이 자라는 줄을 알았고, 선지식을 의지하면 다른 이의 가르침을 받지 않고도 모든 선지식을 섬기는 줄을 알았고, 선지식을 의지하므로 보살들의 여러 근을 깨끗이 하는 줄을 알았다. 이리하여 선근을 자라게 하고 뜻을 깊게 하고, 덕을 더하고, 자비를 넓히고, 일체지에 가까워지고, 보현의 도를 갖추고 모든 부처님의 바른 법을 밝히 알고, 보살의 행과 원을 자라게 하고 여래의 십력의 지혜 광명을 밝게 비칠 것을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선재동자는 그 거사가 성내의 네거리에 있는 칠보로 된 누대 위에서 보배로 장엄한 상좌에 앉은 것을 보았다. 그 보배 상좌는 대단히 훌륭하여 수없이 깨끗한 여의주로 몸체가 되었는데, 가지가지 금강 제청마니로 다리가 되고, 진주로 엮은 그물이 서로 얽었고, 때 없는 광마니보배로 아름답게 장식하였으며, 다시 5백의 보배 형상으로 장엄하고, 하늘의 보배 옷을 깔았고 하늘 짐대 깃발을 세웠는데, 보배 그물을 베풀고 보배 휘장을 치고, 염부단금으로 일산이 되었으며, 깨끗한 유리로 대를 삼아 사람이 받들어 상좌 위를 가리웠으며, 거위의 깃으로 부채를 만들고 이우(牛)의 흰 꼬리로 불자(拂子)를 만들었는데, 모두 깨끗한 보배로 장엄하여 하늘 동자들이 받들고 좌우에 모셨으며, 묘한 향기를 풍기고 하늘 꽃들을 내리며 밤낮으로 5백 풍류를 잡히니 소리가 아름다워 하늘 풍류보다 뛰어나 듣는 중생들이 모두 기뻐하였다.
또 십천의 권속들이 앞뒤에 호위하였으니 몸매가 아름다워 보는 이마다 즐거워하며, 천상의 장엄거리로 곱게 단장하여 천상 사람보다 더 아름다우며, 모두들 보살의 뜻을 이룩하였으니, 모두 거사와 함께 지난 세상에 선근을 닦은 이로서, 좌우에 모시면서 우러러보며 그 가르침을 받드는 이들이었다.
이 때에 성 안에 있는 중생들과 허공에 있는 하늘 대중들이 이 거사에게 순종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과 즐거워하는 마음을 내었고, 선지식을 지성으로 따르고 기뻐하고 사랑하는 뜻으로 구소마 보배 꽃 구름을 일으키고, 구소마 보배 꽃 비를 내리니, 이 사람들도 모두 거사와 함께 지난 세상에서 청정한 선근을 함께 심은 것이었다.
이 때에 선재동자는 이 광경을 보고 앞에 나아가 발에 절하고 오른쪽으로 수없이 돌고 나서 합장하고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 즐겁게 하기 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나이다. 모든 중생의 고통 근심을 소멸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을 끝끝내 안락케 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나고 죽는 바다에서 나오게 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들을 법보의 섬에 들어가게 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의 사랑의 물결을 말리기 위하여,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자비심을 일으키게 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탐욕을 버리게 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으로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게 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으로 나고 죽는 벌판을 건너가게 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으로 부처님의 공덕을 좋아하게 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으로 삼계의 성에서 나오게 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으로 일체지의 성에 들어가게 하기 위하여, 이렇게 여러 가지로 이익케 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었사오니,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아야, 모든 중생을 거두어 보호하고 중생들의 의지할 데가 되겠나이까?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는 잘 가르치고 지도하신다 하오니, 저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소서.”
거사가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이러한 이익을 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다 하니, 선남자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는 사람은 만나기 어려운 것이다. 만일 보리심을 내었으면 이 사람은 보살의 행을 구하는 마음이 흔들리지 아니하고, 선지식을 만나려는 마음이 싫증나지 아니하고,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려는 마음이 고달프지 아니하고, 선지식을 섬기려는 마음이 걱정되지 아니하고, 선지식을 공양하는 마음이 물러가지 아니하고, 선지식을 사랑하여 끝까지 버리지 아니하고, 선지식을 사모하여 잠깐도 게으르지 아니하고, 선지식을 구하여 잠깐도 쉬지 아니하고, 선지식의 가르친 대로 행하여 게으르지 아니하고, 선지식의 명령을 받들어 실수하지 아니하리라. 선지식은 큰 위력이 있으므로 가까이 모시고 섬겨 공양하기 어려우니, 만일 정성으로 받들어 모시고 예배하고 찬탄하며 마음에 근심하거나 뉘우치지 아니하면, 곧 모든 공덕을 구족하고 번뇌의 시끄러움을 받지 아니하리라.
선남자여, 그대는 나의 십천의 권속과 모인 대중을 보았는가?” “보았나이다.”
거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그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게 하였으니, 그들은 여래 가문에 태어나서 선한 법[白法]을 자라게 하며, 한량없는 바라밀에 머물러 부처님의 십력을 배우며, 세간의 종자를 여의고 여래의 종자에 머물며, 나고 죽는 수레를 깨뜨리고 깨끗한 법 수레를 운전하며, 삼악취(三惡趣)를 멸하고 바른 법에 머물며, 이러한 보살의 행을 모두 성취하여 모든 중생을 구제하고 보호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뜻을 따라 만들어 내는 복덕 광 해탈문을 얻어 모든 중생의 필요한 대로 그 소원을 만족케 하나니, 밥을 요구하는 이에겐 밥을 주고, 마실 것을 요구하는 이에겐 마실 것을 주며, 이와 같이 가지가지 의복과 영락과 화만과 채단과 사르는 향·바르는 향·가루향·금·은·진주·신기한 보배와 가지가지 짐대·깃발·일산·집 들과 깔고 덮고 할 것과 가지가지 등촉과 병에 필요한 약과 가지가지 수레와 배와 코끼리와 말과 종과 하인과 소와 양과 시중들 사람들을 필요한 대로 주기도 하고, 또 하늘의 보관과 보배 장식과 상투에 꽂는 동곳과 내지 사랑하는 아내와 첩과 아들과 딸과 눈·귀·코·혀·가죽·살·뼈·골수와 손과 발과 몸뚱이 들을, 잘 사는 이·가난뱅이·귀한 이·천한 이·잘난 이·못난 이를 가리지 않고, 오는 이의 뜻을 따라 보시하여 주고, 내지 진실하고 묘한 법문을 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닦아 증득하며 끝까지 원만케 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잠깐만 기다리면 스스로 보게 되리라.”
이렇게 말할 때에 한량없는 중생들이 가지가지 방면·가지가지 세계·가지가지 나라·가지가지 도시·가지가지 마을·가지가지 곳으로부터, 종류와 형상이 다르고 사랑하고 좋아함이 같지 아니한 이들이, 모두 보살의 지난 세상의 서원으로 함께 모여들었다.
그 때에 거사는 대중이 구름처럼 모여 온 줄을 알고, 두루 관찰하며 생각을 한 곳에 두고 잠깐 동안 허공을 살펴보니, 그네들의 요구하는 물건이 공중으로부터 꼬리를 물고 내려와서 거사의 손으로 들어오고, 거사는 많은 대중의 원하는 대로 베풀어 주어 욕망을 만족하게 하였다.
소원이 만족한 뒤에는 모두 환희심을 내고 몸매가 빛나고 마음이 기쁘며 뜻이 부드러워져서 교화를 받을 만하게 되었다. 그 뒤에는 또 가지가지 묘한 법을 말하여 주었다. 곧 아름답고 맛나는 먹을 것을 만족한 이에게는 가지가지 복덕을 닦는 문과 가난을 여의는 행과 감로와 재물이 넉넉하여지는 행과 높고 소중한 법 지혜의 행과 거룩한 모습을 장엄하는 행과 위덕을 성취하여 마군을 항복 받는 행과 법에 기쁘고 선정에 맛들이는 행과 굴복하기 어려운 행을 성취하는 일과 위없는 음식을 통달하는 행을 연설하여, 모두 항상한 몸과 목숨과 기운과 안락과 변재를 구족하는 법문을 얻게 하였으며, 맛 좋고 훌륭한 마실 것을 만족하게 얻은 이에게는 법문을 말하여 나고 죽는 데서 애착함을 버리고 부처님 법[佛乘]을 사랑하여 깊은 법의 맛에 들어가게 하며, 여러 가지 훌륭한 맛을 얻은 이에게는 법문을 말하여 법의 맛을 구족하고, 여래의 맛 중에서 가장 훌륭한 맛을 구족케 하며, 가지가지 배와 수레를 얻은 이에게는 세간에서 벗어나는 법을 말하여 나고 죽는 바다를 건너서 가장 훌륭한 위없는 대승에 오르게 하며, 모든 의복을 얻은 이에게는 법문을 말하여 깨끗하고 부끄러워하는 옷을 얻게 하며, 내지 여래의 청정하고 미묘한 금빛 가죽을 얻게 하며, 이와 같이 온갖 살아 가는 도구를 마음대로 보시하여 만족케 한 뒤에 다시 여러 중생의 자격에 맞추어 법문을 말하여, 자기에게 적당한 대로 위없고 깨끗한 지혜 법문에 깨달아 들어가게 하였다.
모든 중생이 법문을 듣고, 본래 있던 곳으로 헤어져 간 뒤 거사는 선재동자에게 보살의 불가사의한 해탈 경계를 나타내어 보이고,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뜻을 따라 만들어 내는 복덕 광 해탈문을 아는 것뿐이지마는, 저 보살마하살들은 보배 손을 성취하여 시방의 모든 세계를 손으로 덮고서, 부처님께 공양하고 중생들에게 보시하기 위하여, 자재한 힘으로써 가지가지 빛깔 있는 보배 구름을 일으키고 가지가지 빛깔 가진 보배 비를 내리나니, 이른바 가지각색 영락·가지각색 보관(寶冠)·가지각색 화만·가지각색 세간 의복·가지각색 법복·가지각색 장엄거리·가지각색 보배 꽃·가지각색 묘한 향·가지각색 바르는 향·가지각색 가루향·가지각색 누각·가지각색 일산·가지각색 깃발·가지각색 음악이 아름다운 음성과 묘한 노래로 불법을 찬탄하며, 내지 가지가지 살림하는 도구로 모든 중생의 사는 곳에 두루 퍼지고 모든 부처님 세계 도량에 가득하여, 부처님께 공양하고 중생들을 성취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과 자재한 신통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사자궁(師子宮)이란 큰 성(城)이 있고 거기 존법보계(尊法寶?) 장자가 있으니, 그대는 그 장자를 찾아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 때에 선재동자는 기뻐 뛰놀아 마음으로 대단히 경사롭게 여기며, 모든 선지식으로 인하여 공덕이 원만함을 알고, 선지식에 대하여 존중한 생각을 내고 제자의 겸손한 예절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거사가 나를 깨우쳐 주어 나로 하여금 희유한 법문을 듣게 하였구나.’
그러면서 선지식을 사랑하는 소견을 끊지 아니하고 선지식을 존중하는 마음을 버리지 아니하고, 선지식의 가르침 받기를 좋아하고, 선지식의 말을 결정적으로 믿고, 선지식의 훌륭한 일을 더욱 공경하고, 선지식 섬기려는 마음이 물러가지 아니하여, 거사의 발에 예배하고 수없이 돌고 조용히 우러러보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