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승열 바라문을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보살의 이길 이 없는 짐대 해탈문의 광명이 마음에 비치기 때문에 부처님들의 헤아릴 수 없는 경계와 가지가지 신통한 힘에 머무르고, 보살들의 헤아릴 수 없는 해탈의 가지가지 신통한 지혜를 증험하고,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삼매 지혜의 광명을 얻고, 어느 때나 항상 쪼이는 삼매 지혜의 광명을 얻고, 모든 경계가 생각을 의지하여 있는 줄을 아는 삼매 지혜의 광명을 얻고, 모든 세간에 들어가는 구족하고 훌륭한 지혜의 광명을 얻었다.
이러한 지혜 광명을 얻은 까닭으로 온갖 곳에 몸을 나타내고, 낱낱 몸이 끝까지 이르는 지혜로 필경에 평등하여 둘이 아니요 다르지도 아니하여 분별이 없는 법문을 연설하며, 밝고 깨끗한 지혜로 경계를 널리 비추어 한 번 들은 깊고 묘한 해탈과 깨끗한 법장을 모두 받아 지니어 믿음이 청정하며, 모든 법의 성품을 분명하게 알아 의심이 없으며, 마음으로 언제나 보살들의 묘한 수행을 익히며, 용맹하게 정진하여 일체지에 나아가 물러나지 아니하며, 십력의 차별한 지혜 광명을 얻고 깊은 법을 사랑하여 싫은 생각이 없으며, 바르게 수행하여 일체지에 머물며, 마음은 부처님 경계로 향하여 들어가 보살의 훌륭한 장엄을 내어 가이없는 깨끗한 서원을 원만히 하며, 걸림없는 지혜로 끝이 없는 세계를 모두 알고, 게으르지 아니한 마음으로 그지없는 중생을 제도하며, 그지없는 보살들의 수행하는 경계를 모두 통달하고, 그지없는 세계가 가지가지로 차별한 것을 널리 보며, 그지없이 크고 작고 거칠고 미묘한 모든 세계에 두루 들어가고, 그지없는 세계의 가지가지 생각을 모두 알며, 그지없는 모든 세계에 나란히 벌여 있는 이치[安立諦]를 모두 알고, 그지없는 모든 세계의 칭찬하는 말을 모두 통달하며, 그지없는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믿고 이해함을 모두 알고, 그지없는 모든 중생의 성숙하는 때를 모두 알며, 그지없는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로 생각하는 마음을 모두 알고, 그지없는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빛깔과 모양이 마땅함을 따라서 방편으로 성숙함을 모두 보았다.
선지식을 생각하면서 점점 가다가 이사나 마을에 이르러 승열 바라문이 닦고 있는 여러 가지 고행을 보았다. 내리쬐는 뙤약볕에 사면이 이글이글 타는 불더미가 있고, 큰 산 위에 칼날 봉우리[刀山]가 있어 높고 험하기 짝이 없는데, 일체지지를 구하려고 그 칼날 봉우리에 올라갔다가 몸을 던져 불구렁에 들어가는 것이다.
선재동자는 그 곳에 나아가 발에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나이다.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나이까.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쳐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저를 위하여 말씀해 주소서.” “선남자여, 그대가 지금 이 칼날 봉우리에 올라가서 불구렁에 몸을 던지면 모든 보살의 행이 다 깨끗하여지리라.”
이 때에 선재동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람의 몸을 얻기 어렵고, 여러 액난을 여의기 어렵고, 액난을 당하지 않기 어렵고, 나쁜 법을 여의기 어렵고, 깨끗한 법을 얻기 어렵고, 부처님 나시는 때를 만나기 어렵고, 이목구비가 구족하기 어렵고, 바른 법을 듣기 어렵고, 좋은 사람을 만나기 어렵고, 참 선지식을 만나기 어렵고, 진리의 바른 교법을 듣기 어렵고, 깨끗하게 살기 어렵고, 법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하더니, 이 사람은 악마거나 악마의 심부름꾼이 아닐까? 악마의 나쁜 무리들이 거짓으로 보살인 양 선지식인 양 탈을 쓰고 보살의 원수가 되어서, 나의 선근을 방해하고 나의 목숨을 방해하고 나의 깨끗한 행을 방해하고, 나의 일체지를 수행하는 길을 막고 나를 꾀어서 나쁜 갈래에 들어가게 하여 내가 증득하려는 해탈문을 막고 내가 구하는 부처님 법을 막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할 때에 십천 범천(梵天)들이 허공에서 이렇게 말했다.
“선남자여, 그런 생각을 하지 마시오. 그런 생각을 하지 마시오. 이 거룩한 이는 금강염(金剛) 삼매 광명을 얻고서, 크게 정진하여 물러가지 아니하며, 나고 죽는 데 들어가서 중생을 제도하려 하며, 온갖 탐욕 바다를 말리려 하며, 온갖 잘못된 소견을 깨뜨리려 하며, 온갖 번뇌의 숲을 태우려 하며, 험악한 여울을 건네주려 하며, 늙고 병들고 죽는 공포를 끊으려 하며, 무명의 산을 헐려고 하며, 널리 인도하여 번뇌 숲에서 헤어나게 하려 하며, 모든 미묘한 광명을 놓아서 삼세의 어리석고 캄캄함을 비치려 하는 것이오.
선남자여, 우리 범천들이 나쁜 소견을 고집하여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는 마음대로 하며, 나는 온갖 것을 만드는 이며, 나는 세간에서 가장 훌륭하다’ 하였더니, 이 바라문이 다섯 가지 뜨거운 것으로 몸을 구울 적에 그 불빛이 마침 우리의 궁전에 비치었소. 그래서 우리들은 즉시 깨닫고 우리가 살던 집과 닦던 선정을 좋아하던 생각이 없어져서 우리가 모두 이 바라문에게 온 것이오.
그랬더니 이 바라문이 신통한 힘으로 우리를 위하여 엄청난 고행을 보여 주어서 우리로 하여금 모든 나쁜 소견을 끊게 하였고, 우리에게 법을 말하여 우리로 하여금 모든 교만한 마음을 끊게 하였고, 모든 세간 중생들을 위하여 크게 사랑하는 데 머물러서 불쌍히 여기는 일을 행하게 하였으며, 넓고 큰 마음을 일으켜 보리심을 내었고, 견고한 서원에 머물러 해탈을 구하며, 항상 부처님을 뵈옵고 묘한 법문을 들으며, 온갖 곳에 마음이 고집하지 아니하고 원만한 법 수레를 운전하니, 그 소리가 막힘이 없어 온갖 것에 두루 퍼지었소.”
또 십천의 마군들이 허공에 있으면서 천상의 마니보배로 바라문의 머리 위에 뿌리고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바라문이 다섯 가지 뜨거운 것으로 몸을 태울 적에, 그 불의 광명이 우리가 살던 궁전과 몸에 있는 영락과 모든 장엄거리의 광명을 비쳐 없애 버리어서 먹장같이 캄캄해졌으므로, 우리는 다시 거기에 애착하지 않고 권속들과 함께 여기에 왔더니, 마침 바라문이 우리에게 법문을 연설하여 우리들과 한량없는 천자들과 천녀(天女)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였소.”
또 십천 타화자재천왕이 허공에서 각각 하늘 꽃을 흩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바라문이 다섯 가지 뜨거운 것으로 몸을 태울 적에, 그 불의 광명이 우리의 궁전과 영락과 장엄거리의 모든 것을 가리워 모두 먹장처럼 캄캄하여서 우리가 그것에 대한 애착을 버리고 권속들과 함께 이 곳에 왔더니, 바라문이 우리에게 법을 말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몸과 마음이 자재하게 하였소. 그리하여 번뇌 속에서 자재하였고, 태어나는 데 자재하였고, 오래 사는 데 자재하였고, 업의 장애에 자재하였고, 삼매에서 자재하였고, 장엄거리에서 자재하였고, 보리심에서 자재하였고, 내지 온갖 부처님 법에서 자재하였소.”
또 십천의 화락천왕이 공중에서 하늘 풍악을 잡히어 아름다운 소리로 공경하여 공양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바라문이 다섯 가지 뜨거운 것으로 몸을 태울 적에 그 불빛이 우리의 궁전과 장엄거리에 비치어 그 광명이 숨어 버리고 나타나지 못하였소. 그래서 우리들과 채녀(采女)들은 다섯 탐욕에 애착하지 않고 욕망도 내지 않고 몸과 마음이 부드러워져서 권속들과 함께 이 곳에 왔더니 바라문이 우리에게 법문을 말해 주어, 우리들로 하여금 마음이 깨끗하여지고 밝아지고 견딜 수 있게 되고 순일하여지고 부드러워지고 환희한 마음을 내게 하며, 내지 십력을 구족한 청정한 지혜를 얻고, 한량없이 청정한 색신을 내고, 한량없이 청정한 말을 연설하고, 한량없는 여래의 음성을 내며 한량없는 여래의 마음을 깨달아 일체지지를 구족하게 얻었소.”
또 십천의 도솔천왕과 천자 천녀들과 한량없는 권속들이 공중에서 향 구름을 일으키고 묘한 향을 내리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바라문이 다섯 가지 뜨거운 것으로 몸을 태울 적에 광명이 우리 궁전에 비치어 우리와 권속들이 우리의 궁전에 애착하지도 않고 즐거운 생각을 내지도 않고 여기에 왔더니, 마침 바라문이 우리에게 법문을 연설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모든 다섯 욕망에 애착을 끊고 욕심이 적어지고 만족함을 느끼며, 마음이 즐겁고 마음이 흐뭇하여 선근을 내며 보리심을 발하고, 내지 모든 부처님 법을 원만하게 하였소.”
또 십천의 야마천왕은 그 권속 천자와 천녀들에게 앞뒤로 호위되어, 공중에서 하늘의 만다라꽃·큰 만다라꽃·구소마꽃 들을 바라문에게 흩어 공경하면 공양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바라문이 다섯 가지 뜨거움으로 몸을 태울 적에 그 빛이 우리 궁전에 비치어 우리들로 하여금 모이는 곳에서 하늘 음악을 탐내지도 않고 자기의 몸과 권속들을 사랑하지도 않게 되어, 이 곳에 와서 법문을 듣고 모든 욕망과 쾌락을 모두 버리고 마음을 돌이켜 온갖 부처님 법을 구하게 되었소.”
또 십천의 33천 제석천왕들이 그 권속 천자 천녀들에게 둘러싸여 공중에서 하늘 의복과 보배 영락과 하늘 장엄과 구소마꽃을 내려서 공경하고 공양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바라문이 다섯 가지 뜨거움으로 몸을 태울 적에 그 빛이 우리 궁전에 비치어 우리들로 하여금 궁전과 모이는 곳과 유희하는 동산과 하늘 음악과 오락하던 처소에 좋아하는 마음이 없어, 권속들과 함께 그곳에 왔더니, 마침 바라문이 우리에게 법을 말하기를, 모든 물건은 모두 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변천하고 달라지고 부서지고 없어지는 것이라 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교만하고 방일한 마음을 버리고 위없는 보리를 사랑하게 하였소. 선남자여, 내가 이 바라문을 볼 때에 수미산 꼭대기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우리들은 이런 모양을 보고 두렵고 싫은 생각을 내어 즉시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고 일체지의 지혜를 구하려 하였소.”
또 십천의 용왕이 있으니, 이라발나용왕·난타용왕·우바난타용왕 들로 공중에서 큰 향 구름을 일으키어 한량없고 때에 알맞은 전단향 비를 내리고, 무수한 용녀들은 하늘 음악을 잡히며 하늘 꽃과 하늘 향수를 내리어 공경하고 공양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바라문이 다섯 가지 뜨거운 것으로 몸을 태울 적에 그 불빛이 우리 용궁에 비치어 우리 용들로 하여금 뜨거운 모래의 공포와 금시조(金翅鳥)의 공포를 여의고, 성내는 마음이 없어져서 몸은 서늘하고 마음은 깨끗하여 편안케 하였으며, 또 우리에게 적당한 법문을 말하여 법을 듣고 신심을 내며 용의 세상을 싫어하고 정성스런 마음으로 모든 나쁜 업장을 뉘우치어 소멸하고, 내지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어 필경에 일체지지에 머물게 하였소.”
또, 십천의 야차왕이 허공에서 가지가지 훌륭한 공양거리로 바라문과 선재동자에게 공경하며 공양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바라문이 다섯 가지 뜨거운 것으로 몸을 태울 적에 우리와 권속들로 하여금 모든 중생에게 자비심을 내게 하고, 모든 나찰과 구반다들로 하여금 자비심을 내게 하였으며, 자비심으로 말미암아 모든 중생을 시끄럽게 해치려는 일이 없어지고 안락을 베풀며, 제각기 권속들을 데리고 나에게 왔기에 내가 그들과 함께 바라문에게 왔더니, 바라문은 우리에게 법을 말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몸과 마음이 안락케 하고 위력이 더욱 성하게 하였으며, 또 한량없는 야차와 나찰의 구반다 따위도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게 하였소.”
또 십천의 건달바왕이 허공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바라문이 다섯 가지 뜨거운 것으로 몸을 태울 적에, 그 불빛이 나의 궁전과 권속에게 비치어, 우리들로 하여금 헤아릴 수 없는 쾌락을 받게 하였소. 그리하여 우리들이 그 곳에 나아갔더니 바라문은 우리에게 법을 말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였소.”
또 십천의 아수라왕이 바다에서 나와 허공에 있으면서 오른 무릎을 펴고 합장하여 예경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바라문이 다섯 가지 뜨거운 것으로 몸을 태울 적에, 우리 아수라의 궁전과 땅과 산들이 모두 진동하고, 바다에는 파도가 일고 물결이 끓어 올라 우리 권속들로 하여금 위력을 잃게 하여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게으른 생각을 여의게 하였으며, 싸우고 해치려는 마음을 쉬게 하므로 바라문에게 와서 법을 듣고는 속이고 아첨함을 아주 버리고 깊은 법인(法忍)에 들어갔으며, 삼매에 머물러 십력을 성취하고 견고하게 동요하지 아니하였소.”
또 십천의 가루라왕 중에 큰 힘으로 용맹하게 유지[大力勇持]하는 가루라왕이 으뜸이 되어 허공에서 광대한 동자의 형상으로 변화하니, 용모가 단정하고 몸매가 구족하여 허공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바라문이 다섯 가지 뜨거움으로 몸을 태울 적에, 그 불빛이 우리 궁전에 비치니 모든 것이 진동하였고, 우리들은 모두 무섭고 있던 곳을 좋아하지 아니하여 싫증을 내고 그가 있는 곳으로 왔더니, 바라문이 우리에게 알맞은 법을 말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큰 사랑을 닦아 익히고 크게 불쌍히 여김을 더하게 하였으며, 꾸준히 정진하여 선한 일을 버리지 아니하고, 다섯 욕락에서 중생을 구해 내어 큰 보리심을 발하게 하였고, 깊고 깨끗한 법계에 들어가 밝고 슬기로운 지혜를 얻어, 훌륭한 방편으로 중생을 조복하도록 하였소.”
또 십천의 긴나라왕이 허공 중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바라문이 다섯 가지 뜨거운 것으로 몸을 태울 적에, 불길 속에서 큰 바람이 일어나 나의 궁전에 불어오매, 동산의 숲과 못과 샘과 다라 나무와 보배 방울과 비단 깃발과 영락과 화만과 음악 나무와 보배 나무와 여러 악기와 모든 도구들이 한꺼번에 진동하며, 저절로 부처님 소리, 교법의 소리·물러나지 않는 보살의 소리를 자아내고, 큰 원력 보살의 도 닦는 소리를 일으키어 무상정등각(無上正等覺)의 소리에 머물러서 이렇게 말하였소.
‘어느 방위, 어느 세계, 아무 나라, 아무 곳에는 아무 보살이 있어 보리심을 발하고 큰 서원을 세웠으며, 어느 방위, 어느 세계, 아무 나라, 아무 곳에는 아무 보살이 고행을 닦으면서 몸과 목숨과 재산들을 버리었으며, 어느 방위, 어느 세계, 아무 나라, 아무 곳에는 아무 보살이 있어 일체지지를 원만하기 위하여 보살의 공덕과 묘한 행을 닦아 모았으며, 내지 하염없는[無作] 법문을 끝내었으며, 어느 방위, 어느 세계, 아무 나라, 아무 곳에는 아무 보살이 도량에 나아가 보리 나무 아래 앉아서 마군의 무리를 항복 받고 정각을 이루었으며, 내지 어느 방위, 어느 세계, 아무 나라, 아무 곳에는 아무 여래께서 계시어 부처님 일을 하여 마치고 열반에 드셨다.’
선남자여, 설사 어떤 사람이 염부제 땅과 초목과 모든 것을 모두 부수어 티끌을 만든다면, 그 티끌 수는 세어서 결말을 알 수 있겠지마는, 나의 궁전에 있는 보배 다라 나무와 내지 악기와 장엄거리 중에서 나오는 음성이 보살의 이름·여래 이름·법의 이름·스님들의 이름을 연설하는 것과 내는 서원과 닦는 수행과 부처님과 보살들의 다니는 데·계시는 데·말씀하는 것·교화하는 일 들은 그 끝을 알 수가 없는 것이오.
선남자여, 우리들이 부처님 소리, 교법의 소리, 보살들의 소리와 보살이 머무는 행과 원의 소리를 들었으므로, 환희한 마음을 내어 그 곳에 왔더니, 마침 바라문이 우리에게 알맞는 법을 말하여 우리와 한량없는 중생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않게 하였소.”
또 한량없는 욕계(欲界) 천자들이 크고 높은 몸으로 공중에 있으면서 여러 가지 훌륭한 공양거리로 공경하며 공양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바라문이 다섯 가지 뜨거운 것으로 몸을 태울 적에, 그 불빛이 아래로 아비지옥과 여러 지옥에 비치어 모든 고통 받는 것을 다 쉬게 하였고, 우리들도 그 광명이 비침으로 말미암아 깨끗한 신심을 내었고, 믿는 마음으로 말미암아 죄업이 소멸되고, 거기서 목숨이 마치자 천상에 태어났으며, 부끄러운 생각과 은혜를 잊지 못하여 모든 욕락을 버리고 이 곳에 와서 공경하며 앙모하기를 마지 아니하였는데, 바라문이 법을 말하여 우리와 한량없는 백천 중생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게 하였소.”
이 때에 선재동자는 이러한 가지가지의 법 이야기를 듣고 크게 즐거워하여 한량없이 뛰놀면서, 바라문에서 대하여 진실한 선지식이란 생각을 내었고,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공경하며 합장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저는 거룩하신 선지식에 대하여 믿지 않는 마음으로 의심을 품었사오니, 바라옵건대 저의 허물을 용서하시고 뉘우침을 살펴주소서.”
그 바라문은 선재동자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일 보살이 누구든지 선지식의 말을
믿고 모든 의심이 없어지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결정코 부처님의 자연한 지혜를
믿어 도량에서 마군을 항복 받고 끝없는
중생을 제도하리라.
선재동자는 이 게송을 듣고 칼날 봉우리에 올라가서 불구렁을 향하여 떨어졌다.
떨어지는 중간에서 보살이 머무는 견고하고청정한 삼매를 얻었고, 몸이 불길에 닿자마자 또 보살의 고요하고 즐거운 신통문 삼매를 얻었다.
선재는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신기하옵니다. 거룩하신 이여, 이러한 칼날 봉우리나 맹렬한 불길들도 제 몸이 닿을 적에는 편안하고 쾌락하여지나이다.”
때에 바라문이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두루 원만하고 끝나지 않는 해탈을 얻었을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의 공덕 불길이 모든 중생의 삿된 소견과 번뇌를 태워 버리고, 보살의 물러가지 않는 마음과 끝이 없는 마음과 게으르지 않는 마음과 겁나지 않는 마음에 머물러서, 나라연과 같은 금강장 마음으로 모든 행을 닦는 데 게으른 생각이 없고, 서원의 바람으로 여러 가지 용맹하고 견고한 서원을 유지하여 물러가지 않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사자빈신(師子頻申)성이 있고, 그 성중에 한 임금이 있으니 이름은 두려움 없는 별 짐대[無畏星宿幢]요, 그 임금에게 딸이 있으니 이름이 자행(慈行)이다. 그대는 그 아가씨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