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바라문의 아내가 시어머니를 죽이려 한 인연
옛날 어떤 바라문이 있었다. 그의 아내는 한창 젊어 얼굴은 곱고 아름다우며, 정욕은 깊고 무거워 그 뜻은 음탕한 데만 있었다. 그러나 시어머니가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가만히 간악한 꾀를 내어 시어머니를 해치려 하였다. 거짓으로 효양하여 남편의 마음을 미혹시키면서 아침 저녁으로 정성껏 이바지하여 조금도 모자람이 없었다.
남편은 기뻐하여 아내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지금 어머니를 공양하는 것은 효도하는 며느리가 할 일이오. 우리 어머니가 늘그막에 의지할 곳은 당신 힘뿐이오.”
아내는 대답하였다.
“지금 제가 이 세상에서 받드는 공양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만일 하늘의 공양을 받는다면 제 소원은 만족할 것입니다. 혹 하늘에 날 어떤 묘한 법이 없습니까?”
남편은 대답하였다.
“바라문 법에 바위에서 떨어지거나 불 속으로 들어가거나 다섯 가지 뜨거움으로 몸을 지지는 등 이런 일을 행하면 곧 천상에 난다고 하였소.”
아내는 말하였다.
“만일 그런 법이 있다면 시어머님은 하늘에 나서 자연의 공양을 받으실 일이지 무엇하러 애써서 세상 공양을 받겠습니까?”
이렇게 말하자 남편은 그 말을 믿고, 곧 들밭에 큰 불구덩이를 파고는 나무섶을 많이 쌓아 아주 사납게 불을 붙였다. 그리고 그 위에 큰 연회를 베풀고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는 친족들을 불러 모았다. 바라문들은 모두 거기 모여 음악과 노래로 종일토록 즐겼다.
손님들은 모두 흩어지고 어머니만 혼자 남았다. 부부는 어머니를 데리고 불구덩이 있는 곳으로 가서 어머니를 불구덩에 밀어 넣고는 돌아보지도 않고 달아났다.
그 때 그 불구덩이 안에 마침 조그만 발판이 있었다. 어머니는 그 발판 위에 걸려 마침내 불에는 떨어지지 않았다.
어머니는 곧 그 구덩이에서 나왔다. 날이 이미 어두웠으므로 올 때의 자취를 더듬어 집으로 향하였다. 숲 속을 지나게 되었는데, 사방이 깜깜하였다. 호랑이와 나찰 귀신들이 두려워 노모는 낮은 나무를 더위잡고 올라가 그 두려움을 피하고 있었다.
그 때 마침 도적들이 많은 재보를 훔쳐 와서 떼를 지어 그 나무 밑에서 쉬고 있었다. 그는 겁이 나서 꼼짝도 않고 있다가, 나오는 기침을 누를 수 없어 그만 나무 위에서 기침을 하였다.
도적들은 그 기침 소리를 듣자 저것은 악귀라 생각하고, 그 재보를 버린 채 모두 흩어져 달아났다.
새벽녘이 되어 노모는 아무 두려움 없이 태연히 나무에서 내려왔다. 거기서 그 보물들을 가지어 향기로운 영락과 온갖 구슬과 금팔찌와 귀고리 등 여러 가지 진귀한 물건을 가득 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들 부부는 어머니를 보고 깜짝 놀라면서 저것은 기시귀(起尸鬼)라 생각하고 감히 가까이 가지 못하였다.
어머니는 그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죽어 하늘에 나서 이런 재보를 많이 얻었다.”
그리고 그 며느리에게 말하였다.
“이 향기로운 영락과 구슬·금팔찌·귀고리 등은 네 부모와 고모부·이모부·자매들이 가지고 와서 너에게 준 것이다. 나는 늙고 약하기 때문에 많이 가지고 오지 못하였다. 그리고 ‘너에게 말하여 오게 하면 얼마든지 주리라’라고 하였다.”
며느리는 이 말을 듣고 못내 기뻐하면서 시어머니가 한 법처럼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고자 하여 그 남편에게 아뢰었다.
“늙으신 시어머님은 불구덩이에 몸을 던졌기 때문에 이런 재보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힘이 약하여 많이 지고 오지 못하였다니 내가 가면 반드시 많이 얻어 올 수 있을 것입니다.”
남편은 그 말대로 불구덩이를 만들었다. 아내는 거기에 몸을 던져 몸이 타서 아주 죽고 말았다.
그 때 여러 하늘들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개 사람은 높은 이에게
부디 나쁜 생각 내지 말지니
며느리가 시어머니 해치려다가
도리어 제 몸 태워 죽는 것 같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