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악생왕이 오백 개의 발우를 얻은 인연
옛날 악생왕이 울선연성(鬱禪延城)에 살 때 문지기가 이른 아침에 성문을 열었더니, 문 밖에 갑자기 5백 대 수레가 있었고, 그 수레에는 각각 보배 발우가 실려 있었는데, 거기에는 금좁쌀이 가득가득 담겨 있었다. 발우에는 모두 인(因)을 찍어 봉하고, 글이 쓰여 있었는데, 이 발우를 악생왕에게 주노라’라고 되어 있었다.
그래서 문지기는 왕에게 아뢰었다.
“성문 밖에 보배 발우가 있는데, 그 발우에 글이 쓰여 있기를, ‘왕에게 준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상합니다. 지금 그것을 가져야 합니까?”
왕은 가만히 생각하였다.
‘저 보물이 갑자기 온 것은 혹 불길한 일이 아닌가? 만일 내가 저것을 가진다면 장차 우리 집이나 나라에 재화가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고는 존자 가전연에게 나아가 물었다.
“오늘 새벽에 성문을 열었더니 갑자기 보배 발우가 나타났는데, 거기에 인이 찍혀 있고, ‘악생왕에게 준다’는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그 길흉을 알 수 없는데, 그것을 가져야 합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그것은 왕이 전생에 지은 복의 갚음입니다. 그저 의심 말고 가지십시오.”
왕은 다시 물었다.
“내가 과거에 어떤 공덕을 닦았기에 이런 과보가 왔습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옛날 91겁 전에 선인산에 어떤 벽지불이 있었습니다. 그는 비를 만나 발이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사기 발우를 깨뜨렸습니다. 그래서 곧 옹기집으로 가서 사기 발우를 구걸하였습니다. 옹기장이는 못내 기뻐하면서 곧 다섯 개 발우에 물을 가득 담아 그에게 주었습니다.
그가 얻은 발우를 공중에 던지고, 몸을 솟구어 허공에 올라가 열여덟 가지 변화를 보이니, 모두들 한량없이 기뻐하였습니다.
그 때의 옹기장이는 바로 지금의 왕이요, 그 부인은 바로 저 시바구사 부인이며, 아이는 교바라 태자요, 옹기를 산 이는 재상 부로규(富盧?)이며, 그 때 그 옹기를 산 이의 부인은 바로 지금의 저 재상 부인입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알 수 없습니다. 지금 저 발우들은 저절로 생긴 것입니까? 어디서 온 곳이 있습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저 발우들은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요, 항하(恒河)의 용궁에서 온 것입니다. 이제 그 내력을 말하면, 옛날 라마왕(羅摩王)의 장인되는 바라문이 저 항하 곁에서 청정한 행을 닦고 있었습니다. 그 때 라마왕은 날마다 보배 발우에 음식을 담아 그 장인에게 보내 주었습니다.
그런데 바라문 법에는 그릇을 두 번 쓰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바라문은 음식을 먹고는, 발우를 항하에 버렸습니다. 장님인 용은 그 보배 발우를 주워 금좁쌀을 가득 담아 궁중에 두었습니다.
이렇게 버린 발우가 날마다 자꾸 많아졌는데 그래서 5백 수레의 발우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장님인 용이 목숨을 마친 뒤에 그 발우들을 관리할 아들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천제(天帝)가 왕이 옛날에 발우를 보시한 인연을 알고 지금 왕에게 낸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그 보배 발우를 가져다 복을 짓되, 두루 보시를 향하고 삼보를 공양하였다.
그 인연으로 후생에는 좋은 곳에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