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보장경(雜寶藏經) 제06권
073. 제석이 일을 물은 인연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갈제국(摩竭提國)의 왕사성 남쪽에 있는 암바라림(庵婆羅林) 바라문촌의 북쪽 비제혜산(毘提醯山) 석굴 안에 계셨다.
그 때 제석은 부처님께서 거기 계신다는 말을 듣고 반사식기(槃?識企)라는 건달바(??婆) 왕자에게 말하였다.
“마갈제국의 암바라숲 바라문촌의 북쪽에 있는 비제혜산에 부처님께서 계신다. 나는 지금 너희들과 함께 거기 가고 싶다.”
반사식기는 대답하였다.
“예, 그것은 매우 좋은 일입니다. 즐거이 듣겠습니다.”
그는 곧 유리 거문고를 끼고 제석을 따라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다.
그 때 여러 하늘들은 제석이 건달바 왕자와 함께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려 한다는 말을 듣고 제각기 장엄하게 하고는, 제석을 따라 하늘에서 사라져 곧 비제혜산으로 갔다.
그 때 그 산에는 광명이 환히 비치어 거기 가까이 사는 선인들은 모두 불빛이라고 생각하였다.
제석은 건달바 왕자에게 말하였다.
“여기는 청정하여 모든 악을 멀리 떠난 아련야다. 편안히 좌선하라. 지금 부처님 곁에는 여러 높고 훌륭한 하늘들이 그 좌우를 꽉 막아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부처님을 뵈올 수 있겠는가?”
제석은 다시 건달바 왕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나를 위해 부처님께 가서 내 뜻을 전하고 문안 드려라.”
건달바 왕자는 분부를 받고 가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서 부처님의 거룩한 모습을 바라보며, 부처님께 들리도록 거문고를 타면서 게송을 읊었다.
욕심은 곧 집착을 내나니
코끼리가 진창에 빠져드는 것 같고
또 코끼리가 취하고 미쳐
갈고리로 막을 수 없는 것 같네.
비유하면 저 아라한들이
묘한 법을 사모하는 것처럼
또 내가 그녀의 색을 탐하여
아버지를 공경하고 예배하는 것처럼
귀하고 훌륭한 것을 내기 때문에
내 마음 더욱더 사랑하고 즐기네.
못 견디게 내 애욕은 자라나
더운 땀이 시원한 바람을 만난 것 같고
극히 목마를 때 찬물을 얻은 듯
너의 모습 참으로 즐길 만하구나.
아라한이 묘한 법을 즐기는 것처럼
병자가 좋은 약을 얻은 것처럼
주린 이가 좋은 음식 얻은 것처럼
빨리 그 시원함으로 내 더위를 없애자.
아직도 내 탐욕은 달리고 달리나니
내 마음 붙들어 떠나지 못하게 하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다. 반사식기여, 지금 너의 그 노랫소리는 거문고 곡조와 어울리는구나. 너는 멀리서 그 노래를 지어 부르는구나.”
그는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옛날 건달바왕(??婆王) 진부루(珍浮樓)의 딸 수리바절사(修利婆折斯)라는 여자를 만났는데, 식건치(識騫稚)라는 마다라(摩多羅) 천자(天子)가 먼저 그 여자를 사랑하였지마는 저도 그 때 그 여자를 몹시 사랑하여 거기서 위의 게송을 읊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는 부처님 앞에서 다시 이 게송을 읊은 것입니다.”
그 때 제석은 지금 부처님께서는 선정에서 깨어나 반사식기와 말씀하신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다시 반사식기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내 이름을 말한 뒤에 땅에 엎드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병이나 괴로움이 없으시어 기거가 가뿐하시고 음식은 입에 맞으시며, 기력은 편안하시고 아무 나쁜 일이 없이 즐겁게 지내십니까?’ 하고 문안드려라.”
그는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고, 제석이 시키는 대로 다시 부처님께 나아가 제석의 이름으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제석의 말로 문안드렸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제석과 여러 하늘들은 모두 편안한가?”
그는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석과 33천이 부처님을 뵙고자 하는데 허락하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라.”
제석과 33천들은 부처님의 허락을 받고, 곧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 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디 앉으리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자리에 앉아라.”
“대중이 이렇게 많은데 이 굴이 너무 비좁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석굴을 보니, 놀랍게도 석굴은 아주 넓어졌다. 그것은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많이 수용하게 된 것이다.
제석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그 앞에 앉아 아뢰었다.
“저는 항상 부처님을 뵙고 법을 듣고자 하였습니다. 옛날 부처님께서 사위국에서 화광삼매(火光三昧)에 들어 계실 때, 사위의 시녀(侍女) 보사발제(步?拔提)가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였습니다. 저는 그 때 그 여자에게 말하였습니다.
‘지금 부처님께서는 선정에 들어 계시기 때문에 나는 감히 어지럽힐 수가 없다. 너는 나를 위해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나를 일컫고 문안해 다오.’
그 여자는 저의 말로 부처님께 예배하고 문안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그 때 너희들의 말하는 소리를 듣고 곧 선정에서 일어났다.”
제석은 아뢰었다.
“저는 옛날 노인에게 들으니, 여래·아라한·삼약삼불타께서 세상에 나타나시면 하늘 무리는 늘어나고 아수라 무리는 줄어든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지금 하늘에 나자 하늘 무리는 늘어나고 아수라 무리는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보니, 부처님 제자로서 하늘에 나는 이는 수명과 광명과 이름, 이 세 가지가 다 하늘보다 훌륭합니다.”
그 때 구비야보(具毘耶寶)의 딸이 도리천에 났다. 그는 본래 부처님 제자로 제석의 아들이었고 이름은 거혹(渠或) 천자였다.
또 세 사람의 비구는 부처님 앞에서 범행(梵行)을 닦았지마는 마음이 욕심을 떠나지 못하였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건달바(乾?婆) 집에 태어나 날마다 세 때로 여러 하늘들을 위하여 심부름하였다.
거혹 천자는, 세 사람이 심부름하는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내 마음은 기쁘지 않고 차마 볼 수 없다. 내가 전생에 인간에 있을 때 저 세 사람은 항상 우리 집에 와서 내 공양을 받았는데, 지금은 여러 하늘들의 심부름꾼이 되었으니 나는 차마 볼 수 없다. 저 세 하늘은 본래 부처님의 성문 제자들이다. 내가 본래 인간에 있을 때 저들은 내게서 공경과 공양과 의복과 음식을 받았는데, 지금은 하천하게 되었구나.’
그리하여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부처님의 입에서 법을 듣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았는데, 어찌하여 이런 비루한 곳에 나게 되었는가? 전에는 내가 너희들을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였지마는 다른 부처님에게서 법을 듣고는 보시를 행하고 믿었기 때문에 지금은 제석의 아들이 되어 큰 위덕이 있고 세력이 자재(自在)롭다. 여러 하늘들은 나를 거혹이라 부른다.
너희들은 부처님의 훌륭한 법을 얻고도 왜 부지런히 수행하지 않고 이런 천한 곳에 났는가? 나는 이런 나쁜 일은 차마 볼 수가 없다. 어찌하여 꼭 같은 법 안에서 이런 하천한 사람이 생겼는가? 여기는 부처님의 제자로서는 나지 않아야 할 곳이다.”
거혹 천자는 이렇게 조롱하였다. 그 세 사람은 매우 부끄러워하고 자신이 싫어져 합장하고 거혹에게 말하였다.
“천자의 말과 같다면 그것은 실로 우리들의 허물입니다. 이제 그런 나쁜 욕심은 끊어 버리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곧 부지런히 노력하여 선정과 지혜를 닦았다.
그들은 곧 구담(瞿曇)의 법을 생각하면서 욕심의 근심됨을 보고 곧 번뇌를 끊었다. 마치 큰 코끼리가 굴레를 끊는 것처럼 그들의 탐욕을 끊는 것도 그와 같았다.
제석과 상나천(商那天)과 세상을 보호하는 사천왕(四天王)과 또 다른 여러 하늘들이 모두 와서 그 자리에 앉았는데, 탐욕을 끊은 그들은 여러 하늘 앞에서 허공으로 날아 올라갔다.
제석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세 사람은 어떤 법을 얻었기에 능히 저런 여러 가지 신변을 부리며 부처님을 와서 뵙습니까? 저들이 얻은 바를 듣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저 사람은 이미 그곳을 버리고 범천 세계에 났느니라.”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위하여 범천에 나는 법을 말씀하여 주소서.”
“착하다. 어진 제석이여, 의심되는 것을 분별하여 묻는구나.”
그 때 부처님께서는 생각하셨다.
‘제석은 아첨이나 거짓이 없다. 진실로 의심되는 바를 묻고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그리하여 말씀하셨다.
“만일 네가 물으면 나는 분별하여 설명하리라.”
제석은 여쭈었다.
“어떤 결사(結使)가 사람과 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마후라가들을 결박합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탐욕과 질투의 두 결사가 사람과 하늘·아수라·건달바의 일체 무리들을 결박한다. 그들은 모두 탐욕과 질투 때문에 스스로 결박하는 것이다.”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탐욕과 질투의 인연은 능히 일체를 결박합니다. 저는 지금 부처님께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곧 없어졌습니다.”
제석은 큰 기쁨이 생겼다. 그리하여 다시 다른 이치를 여쭈었다.
“탐욕과 질투는 무엇으로 인해 생깁니까? 어떤 인연으로 탐욕과 질투가 생기게 되며, 어떤 인연으로 그것은 사라지게 됩니까?”
“교시가(?尸迦)여, 탐욕과 질투는 미움과 사랑으로 인해 생기고 미움과 사랑이 인연이 된다. 미움과 사랑이 있으면 반드시 탐욕과 질투가 있고, 미움과 사랑이 없으면 탐욕과 질투는 곧 사라지느니라.”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께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없어졌습니다.”
제석은 큰 기쁨이 생겼다. 그리하여 다시 다른 이치를 여쭈었다.
“사랑과 미움은 무슨 인연으로 생기며, 무슨 인연으로 사라집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사랑과 미움은 욕심에서 생기고, 욕심이 없으면 그것은 사라지느니라.”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께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없어졌습니다.”
제석은 큰 기쁨이 생겼다. 그리하여 다시 다른 이치를 여쭈었다.
“욕심은 무슨 인(因)으로 생기고 무슨 연(緣)으로 자라며,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욕심은 각(覺)으로 인해 생기고, 각관(覺觀)으로 반연해 자란다. 각(覺)이 있으면 욕심이 있고, 각관(覺觀)이 없으면 욕심은 곧 사라지느니라.”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께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없어졌습니다.”
제석은 큰 기쁨이 생겼다. 그리하여 다시 다른 이치를 여쭈었다.
“각관은 무엇을 인해 생기고 무슨 연으로 자라며,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습니까?”
“각관은 들뜸에서 생기고 들뜸을 연하여 자란다. 들뜸이 없으면 각관이 사라지느니라.”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께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없어졌습니다.”
제석은 큰 기쁨이 생겼다. 그리하여 다시 다른 이치를 여쭈었다.
“들뜸은 무엇을 인연하여 나서 자라며, 어떻게 하면 그것을 없앨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교시가여, 들뜸을 없애려면 8정도(正道)를 닦아야 한다. 즉, 바른 소견[正見]·바른 업[正業]·바른 말[正語]·바른 생활[正命]·바른 방편[正方便]·바른 뜻[正思惟]·바른 생각[正念]·바른 선정[正定]이니라.”
제석은 이 말씀을 듣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진실로 들뜸은 8정도로 말미암아 사라집니다. 저는 지금 부처님께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없어졌습니다.”
제석은 기뻐하였다. 그리하여 다시 다른 이치를 여쭈었다.
“들뜸을 없애려고 하면 8정도를 닦아야 하겠습니다. 비구는 어떤 법으로 인하여 그 8정도를 더욱 자라게 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거기에는 세 가지 법이 있다. 첫째는 하고자 하는 마음[欲]이요, 둘째는 바른 노력[正懃]이며, 셋째는 마음 껴잡기[攝心]를 많이 익히는 것이다.”
제석은 말하였다.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저는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없어졌습니다.”
비구가 수행할 그 정도(正道)는 이 세 가지 법으로 인하여 더욱 자라게 할 수 있다는 이 말을 듣고 다시 여쭈었다.
“비구가 들뜸을 없애려면 몇 가지 법을 배워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세 가지 법을 배워야 하나니, 즉 보다 왕성한 계율의 마음과 보다 왕성한 선정의 마음과 보다 왕성한 지혜의 마음을 배워야 하느니라.”
제석은 이 말씀을 듣고 말하였다.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저는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없어졌습니다.”
그리고는 뛰고 기뻐하였다. 그리하여 다시 다른 뜻을 여쭈었다.
“들뜸을 없애려면 몇 가지 이치를 알아야 합니까? 저는 듣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섯 가지 이치를 알아야 한다. 즉, 첫째로는 눈으로 빛깔을 보는 것과 둘째는 귀로 소리를 듣는 것과 셋째는 코로 냄새를 맡는 것과 넷째는 혀로 맛을 보는 것과 다섯째는 몸으로 닿임을 아는 것과 여섯째는 뜻으로 여러 가지 법을 분별하는 것이니라.”
제석은 이 말씀을 듣고 말하였다.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저는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없어졌습니다.”
그리고는 기뻐 뛰었다. 그리하여 다시 다른 이치를 여쭈었다.
“일체 중생들이 탐하는 것과 하고 싶어하는 것과 향하는 곳과 나아가는 곳은 다 꼭 같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일체 중생이 탐하는 것과 하고 싶어하는 것과 향하는 곳과 나아가는 곳은 꼭 같지 않다.
중생은 한량이 없고 세계 또한 한량이 없어 그 하고 싶어하는 것과 향해 나아가는 곳은 각기 달라 같지 않고, 제각기 제 소견을 가지고 있느니라.”
제석은 이 말씀을 듣고 말하였다.
“진실로 그러합니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저는 그 이치를 듣고 의심 그물이 없어졌습니다.”
그리고는 기뻐 뛰었다. 그리하여 다시 다른 이치를 여쭈었다.
“모든 사문과 바라문들은 모두 꼭 같은 마지막과 번뇌 없음과 마지막 범행(梵行)을 얻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사문과 바라문들은 모두 꼭 같은 마지막과 번뇌 없음과 마지막 범행을 얻지 못한다. 그러나 만일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위없이 끊고 애욕의 결박에서 벗어나게 되어 바르게 해탈하면, 그들은 모두 꼭 같은 마지막과 번뇌 없음과 마지막 범행을 얻을 수 있느니라.”
“부처님 말씀과 같이 위없이 끊고 사랑의 결박에서 벗어나 바르게 해탈하게 되면, 그들은 모두 꼭 같은 마지막과 번뇌 없음과 마지막 범행을 얻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그 이치를 이해하고 그 법을 알게 되어 의심의 저쪽 언덕을 건너고 온갖 소견의 독한 화살을 뽑아 나[我]라는 소견을 버리고 마음이 물러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법을 말씀하실 때 제석과 8만 4천의 여러 하늘들은 티끌과 때를 멀리 떠나 법안이 깨끗하게 되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교시가여, 너는 혹 과거에 저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이런 이치를 물은 적이 있는가?”
“세존이시여, 저는 기억합니다. 저는 옛날 여러 하늘들과 함께 선법당에 모였을 때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실 것인지’ 하늘들에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 하늘들은 제각기 ‘아직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지 않으실 것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여러 하늘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흩어졌습니다.
그 뒤에 큰 위엄과 덕이 있는 하늘들이 복이 다해 목숨을 마쳤습니다. 그 때 저는 그것을 보고 두려워하여, 어떤 사문과 바라문이 한적한 곳에 있는 것을 보고 곧 거기 갔더니, 그들은 저에게 ‘너는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나는 제석이다’ 하고, 그들에게 예배하지 않았더니, 그들이 도로 저에게 예배하였고, 저는 그들에게 묻지 않았는데, 그들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의 무지함을 알았으므로 그들에게 귀의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부처님께 귀의하여 부처님 제자가 되겠습니다.”
그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전에 언제나 의심을 가져
마음이 항상 만족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지혜로운 사람을 구해
내가 가진 의심을 풀려 하였다.
그래서 부처님을 두루 찾다가
저 한적한 여러 곳에서
사문과 바라문들을 보고
저이가 부처님이라 생각하였다.
나는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예배하고 공경하고 문안하고는
어떤 것이 바른 도를 닦는 것인가?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러나 그 여러 사문들은
도와 도 아님을 알지 못했네.
그러다가 나는 이제 부처님을 뵙고
의심 그물이 모두 다 끊어졌네.
지금 이 세상에 부처님 나셨나니
그는 이 세상의 큰 논사(論師)로
원수의 악마를 부수어 항복받고
번뇌를 모두 없앤 훌륭한 이네.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나오심은
가장 드문 일로서 짝할 이 없어
어떤 하늘도 범(梵)의 무리도
그 부처님과 같은 이 없네.
“세존이시여, 저는 수다원을 얻었습니다. 바가바(婆伽婆)여, 저는 수다원을 얻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교시가여. 네가 만일 방일하지 않으면 반드시 수다원을 얻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너는 어디서 그런 무너지지 않는 믿음을 얻었는가?”
제석은 아뢰었다.
“저는 부처님 곁에서 그 믿음을 얻었습니다. 또 저는 여기서 하늘의 수명을 얻을 것입니다. 원컨대 이 일을 기억하시고 이해하여 주소서.”
제석은 이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인간의 고귀한 집에 태어나 온갖 일을 두루 갖추게 되고, 거기서 다시 속세를 버리고 집을 떠나 거룩한 길로 향해 나아가서, 만일 열반을 얻으면 매우 좋고, 열반을 얻지 못하면 정거천(淨居天)에 나리라.'”
그 때 제석은 여러 하늘을 모아 말하였다.
“나는 하루 세 때로 범천을 공양하였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그것을 그만두고 하루 세 때로 부처님을 공양하리라.”
그 때 제석은 반사식기(般?識企) 건달바(乾?婆) 왕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내게 은혜가 매우 중하다. 네가 능히 부처님을 깨웠기 때문에 나로 하여금 그 깊은 법을 보고 듣게 하였다. 내가 천상에 돌아가면 진부루의 딸 수리바절사를 너의 아내로 주고, 또 그 아버지를 대신하여 너를 건달바의 왕이 되게 하리라.”
그리하여 제석은 하늘 무리들을 거느리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는 물러나 고요한 곳에 이르러 모두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하고, 세 번 일컫고 천상으로 돌아갔다.
제석이 떠난 지 오래지 않아 범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제석이 이미 떠났다. 이제 내가 부처님께 가리라.’
마치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사이에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범천의 광명이 비제혜산(毘提醯山)을 두루 비췄다.
그 때 범천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런 이치를 나타내시어
많은 이익을 주셨구나.
사지(舍脂)의 그 땅인
마가바(磨伽婆)를
둘러싼 이는 모두 어진 이
능히 어려운 것을 잘 물었나니
사사바(娑婆)여.
그는 제석의 물음을 거듭 말하고 곧 천상으로 돌아갔다.
부처님께서는 이른 아침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제 범천왕이 내게 와서 위의 게송을 읊고 곧 천상으로 돌아갔느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비구들은 기뻐하면서 부처님 발에 경례하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