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4. 두 재상의 모함한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실 때 제바달다는 여러 가지 인연을 만들어 부처님을 해치려 하였으나 되지 못하였다.
그 때 남천축국에서 어떤 바라문이 왔는데, 그는 주술(呪術)을 잘 알고 독약을 잘 만들었다. 제바달다는 그 바라문에게서 독약을 만들어 부처님 몸에 흩었으나 바람은 그 독약을 불어, 그 약은 도로 제 머리 위에 떨어졌다. 그는 이내 까무러치면서 땅에 쓰러져 죽게 되었다.
그러나 어떤 의사도 고치지 못하였다.
“세존이시여, 제바달다가 독약을 입어 죽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그를 가엾이 여기시므로 진실한 말로 말씀하셨다.
“내가 보살 때부터 부처가 된 뒤로 저 제바달다에 대해서 언제나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고, 조금도 나쁜 마음이 없었다면 제바달다의 독은 스스로 사라질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시자, 그 독기는 곧 사라졌다.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제바달다는 한결같이 부처님께 대하여 나쁜 마음을 일으키는데 부처님께서 어찌하여 여전히 그를 살려 주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만 나쁜 마음으로 나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러하였느니라.”
비구들이 다시 아뢰었다.
“부처님께 나쁜 마음을 가졌던 그 일은 어떠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난 세상에 가시국에 바라내라는 성이 있었고, 거기에 두 재상이 있었는데, 한 사람 이름은 사나(斯那)요 한 사람 이름은 악의(惡意)였다. 사나는 항상 법을 따라 행하였고, 악의는 언제나 나쁜 행을 행하여 모함하기를 좋아하였다. 그래서 그는 왕에게 말하였다.
‘사나가 반역하려 합니다.’
왕이 곧 사나를 옥에 가두자, 하늘의 여러 선한 신들은 허공에서 소리를 내어 말하였다.
‘그 어진 사람은 실로 아무 죄가 없는데 어찌하여 구속합니까?’
그 때 여러 용들도 그렇게 말하고 신하들과 인민들도 그렇게 말하였다. 그래서 왕은 곧 놓아 주었다.
그 다음에 악의는 왕의 창고 물건을 훔쳐 사나의 집에 가져다 두었다. 그러나 왕은 믿지 않고 악의에게 말하였다.
‘네가 그를 미워하여 거짓으로 그런 일을 한 것이다.’
왕은 신하에게 말하였다.
‘이 악의를 붙잡아다 저 사나에게 넘겨 죄를 다스리게 하라.’
사나는 악의를 시켜 왕에게 참회하게 하였다. 그러나 악의는 스스로 죄가 있음을 알고 곧 비제혜왕(毘提醯王)에게로 달아나, 한 보배상자를 만들어 독을 가진 모진 뱀 두 마리를 그 안에 넣고, 비제혜왕으로 하여금 사신을 시켜 저 나라에 보내어, 그 국왕과 사나 두 사람만 같이 보고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못하게 하였다.
왕은 아주 잘 장식한 그 보배상자를 보고 매우 기뻐하여, 곧 사나를 불러 같이 열어 보려고 하였다.
그 때 사나는 말하였다.
‘멀리서 온 물건은 스스로 볼 것이 아니오, 멀리서 온 과실과 음식은 당장 먹을 것이 아닙니다. 왜냐 하면, 저기는 악한 사람이 있으므로 혹 악한 물건이 와서 사람을 해칠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왕은 말하였다.
‘나는 꼭 보고 싶다.’
세 번이나 간절히 왕에게 간하였으나, 왕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다시 왕에게 말하였다.
‘신의 말을 듣지 않으신다면 왕께서 스스로 보십시오. 신은 보지 않겠습니다.’
왕이 곧 상자를 열자 두 눈이 멀어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되었다. 사나는 근심과 괴로움으로 거의 죽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을 사방에 내어 보내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좋은 약을 구해 얻어, 그것으로 왕의 눈을 다스려 전과 같이 회복되었다.
비구들이여, 그 때의 그 왕은 바로 지금의 저 사리불이요, 그 사나는 바로 이 내 몸이며, 그 때의 그 악의는 바로 저 제바달다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