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자동녀(慈童女)의 인연

007. 자동녀(慈童女)의 인연

옛날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부모에게 조금만 공양하여도 한량없는 복을 얻고,

조금만 불효하여도 한량없는 죄를 받느니라.”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죄와 복의 갚음은 어떠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먼 옛날 바라내국에 장자의 아들이 있었는데 이름을 자동녀(慈童女)라 하였다.

그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 재물이 모두 바닥이 나자, 땔나무를 해다 파는데,

하루 2전을 벌어 늙은 어머니를 봉양하였다.

점차 생계가 조금씩 나아져 하루 4전을 벌어 어머니를 공양하고,

다시 하루 8전을 벌어 어머니를 공양하였다. 그리하여 차츰 여러 사람들의 신용을 얻었으니,

어디서나 일하면 얻는 이익은 갈수록 많아져 하루 16전으로 어머니를 받들었다.

여러 사람들은 그의 총명과 복덕을 보고 권하였다.

‘너의 아버지가 세상에 계실 때에는 항상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캐었다.

그런데 너는 왜 바다에 들어가지 않는가?’

그는 이 말을 듣고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우리 아버지는 살아 계실 때 늘 어떤 일을 하셨습니까?’

어머니는 말하였다.

‘너의 아버지는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캐었다.’

그는 곧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아버지가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캤다면, 제가 지금 어찌 바다에 들어가지 못하겠습니까.’

어머니는 그 아들의 인자하고 효순한 것을 보고, 떠나보내지 않으리라 생각하였으나,

장난삼아 말하였다.

‘너도 가야 할 것이다.’

그는 어머니의 이 말을 듣고, ‘아아, 이제 되었다’ 하고,

곧 동행들과 의논한 뒤 바다에 들어가려 하였다. 여장을 마치고 어머니에게 하직하고

떠나려 하였다.

어머니는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내 외아들로서 내가 죽기를 기다려야 하거늘, 내 어떻게 너를 놓아 보내겠느냐?’

아들은 대답하였다.

‘만일 전날에 허락하시지 않으셨더라면 저는 감히 마음을 결정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머님은 이미 허락하셨는데 어찌 다시 막으려 하십니까?

저는 이 몸으로써 믿음을 세우고 죽으려 합니다.

남에게 약속하여 이미 결정하였습니다. 도로 여기 머물 수 없습니다.’

어머니는 그 아들의 뜻이 결정된 것을 보고, 앞으로 나가 다리를 안고 울면서 말하였다.

‘내가 죽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어떻게 떠날 수 있느냐?’

그러자 아들은 곧 결심하고, 손으로 말리면서 다리를 빼내다가 어머니 머리털을

수십 개 끊었다. 어머니는 그 아들이 죄를 받을까 두려워하여, 곧 놓아주어 떠나게 하였다.

그는 드디어 여러 상인들과 함께 바다로 들어가, 보물섬에 이르러 보물을 많이 캤다.

그리하여 다시 여러 동행들과 함께 돌아오려고 길을 떠났다.

그런데 거기에는 두 가지 길이 있었으니, 하나는 물길이요 하나는 육지길이었다.

여러 사람들은 모두 육지길로 가자고 하여 육지길을 따라 떠났다.

그 나라 법에는 도적이 와서 탈취할 때에, 만일 그들이 상주(商主)를 잡으면,

여러 상인들의 재물이 모두 도적에게 들어가지마는 상주를 잡지 못하면

비록 재물을 얻었더라도, 상주가 돌아오면 재물을 그에게 돌려주게 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그 자동녀가 항상 따로 나와 자면 상인들은 일찍 일어나 맞이하여

그를 보호하였다.

하루는 밤에 큰 바람이 불어 상인들이 갑짜기 일어나 그만 상주를 보호하기를 잊었으므로,

상주는 뒤에 떨어져 같이 가지 못하였다.

그는 길을 잘 알지 못하였다. 어떤 산이 있는 것을 바라보고 곧 가서 올라가,

멀리서 감유리 빛 성이 있는 것을 보고는 굶주리고 목마르고 피곤하여

성을 향해 빨리 달려갔다.

그 때 성 안에서 네 명의 미녀가 네 개의 여의주를 받쳐 들고

풍류를 잡히면서 나와 맞이하였다. 그는 거기서 4만 년 동안 큰 쾌락을 누리다가

싫증이 나자, 그들을 버리고 떠나려 하였다. 여러 미녀들은 말하였다.

‘염부제 사람들은 너무 무정합니다. 우리들과 4만 년이나 함께 살아왔는데

어떻게 하루 아침에 우리들을 버리고 떠나려 하십니까?’

그러나 자동녀는 그 말을 귀에 담지 않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파리성(頗梨城)을 보았다.

거기에서는 여덟 명의 미녀가 여덟 개의 여의주를 받쳐 들고

풍류를 잡히면서 나와 맞이하였다.

거기에 8만 년 동안 환락을 누리다가 싫증이 나자 또 그들을 버리고 떠나

백은성(白銀城)에 이르렀다.

거기에서는 열 여섯 명 미녀가 열 여섯 개의 여의주를 받쳐 들고

앞에서와 같이 나와 맞이하였다.

거기서 16만 년 동안 큰 쾌락을 누리다가 다시 그들을 버리고 떠나

황금성(黃金城)에 이르렀다. 거기에서는 서른 두 명의 미녀들이

서른 두 개의 여의주를 받쳐 들고 나와 맞이하였다.

거기서 32만 년 동안 큰 쾌락을 누리다가 또 그들을 버리고 떠나려 하였다.

미녀들은 말하였다.

‘당신은 지금까지 늘 좋은 곳만 얻었습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좋은 곳이 없습니다.

여기서 사시는 것만 못합니다.’

그는 이 말을 듣고 생각하였다.

‘이 미녀들은 나를 연모하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한다.

앞으로 더 나아가면 반드시 더 좋은 곳이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을 버리고 떠나 멀리 쇠성[鐵城]을 바라보았다.

그는 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바깥은 쇠지만 안은 매우 좋으리라.’

점점 앞으로 나아가 성에 가까이 갔으나 와서 맞이하는 미녀가 없었다.

그는 다시 생각하였다.

‘저 성 안은 매우 즐거운 것 같다. 그래서 나와서 나를 맞이하지 않는 것이다.’

차츰 앞으로 나아가 드디어 성 안으로 들어가자 성문 빗장이 내려졌다.

그 안에 있던 어떤 사람이 머리에 불수레 바퀴를 쓰고 있다가,

그것을 벗어 자동녀 머리 위에 씌우고는 곧 나가버렸다.

자동녀는 옥졸에게 물었다.

‘내가 쓴 이 바퀴는 언제 벗을 수 있는가?’

그가 대답하였다.

‘세상 사람으로서 죄와 복을 짓되, 네가 지은 것처럼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캐고,

너처럼 오랫동안 여러 성을 지낸 뒤에 여기 와서 너를 대신해 죄를 받기 전에

그 쇠바퀴는 결코 땅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자동녀가 물었다.

‘나는 어떤 복을 지었으며, 또 어떤 죄를 지었는가?’

‘너는 옛날 염부제에서 날마다 2전으로 어머니를 공양하였기 때문에,

유리성과 네 개의 여의주와 네 명의 미녀를 얻어, 4만 년 동안 그런 쾌락을 누렸다.

또 4전으로 어머니를 공양하였기 때문에, 파리성과 여덟 개의 여의주와

여덟 명의 미녀를 얻어, 8만 년 동안 온갖 쾌락을 누렸다.

또 8전으로 어머니를 공양하였기 때문에, 백은성과 열 여섯 개의 여의주와

열 여섯 명의 미녀를 얻어, 16만 년 동안 쾌락을 누렸다.

또 16전으로 어머니를 공양하였기 때문에, 황금성과 서른두 개의 여의주와

서른 두 명의 미녀를 얻어, 32만 년 동안 큰 쾌락을 누렸다.

그리고 어머니 머리털을 끊었기 때문에 지금 쇠불바퀴가 씌워지고 땅에 떨어지지 않으니,

너를 대신할 사람이 있은 뒤에라야 그것을 벗게 될 것이다.’

‘이 옥 중에는 혹 나처럼 죄를 받는 이가 있는가?’

‘백천이나 한량없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자동녀는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끝내 면하지 못하겠구나. 원컨대 일체 중생들의 받는 고통이 모두 내 몸에 모여라.’

이렇게 생각하자 쇠바퀴는 곧 땅에 떨어졌다.

자동녀는 옥졸에게 말하였다.

‘너는 말하기를 이 바퀴는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더니, 어찌하여 지금 떨어졌는가?’

옥졸은 화를 내며 곧 쇠꼬챙이로 자동녀의 머리를 쳤다.

그는 목숨을 마치고 도솔천에 났다.

비구들이여, 알고 싶은가? 그 때의 자동녀는 바로 지금의 이 나이니라. 비구들이여,

명심하라. 조금이라도 부모에게 선하지 않은 일을 행하면 큰 고통의 갚음을 받고,

조금이라도 공양하면 한량없는 복을 얻는다.

그러므로 그런 줄 알고 부디 힘써 마음을 다하여 부모를 봉양하여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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