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경 76. 공주를 사모한 농부

76. 공주를 사모한 농부

옛날 어떤 농부가 도시를 거닐다가 그 나라 공주의 얼굴을 보았다. 그래서 밤낮으로 사모하여 쌓이는 그리운 정을 막을 수가 없었다. 서로 정을 통할 것을 생각하였으나 어 떻게 할 길이 없어 결국은 얼굴빛이 노래지면서 중한 병이 들었다.

여러 친척들은 그것을 보고 물었다.

“왜 그렇게 됐느냐?”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지난번에 공주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서로 정을 통할 것을 생각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그만 병이 되었습니다. 만일 내가 이 뜻을 이루지 못하면 틀림없이 죽을 것입니다.”

친척들은 말하였다.

“우리가 너를 위해 좋은 방법을 써서 그를 얻도록 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

그 뒤에 그들은 다시 와서 그에게 말하였다.

“우리가 너를 위해 일을 되게끔 하였다. 다만 공주가 정을 통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는 이 말을 듣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틀림없이 될 것이다”고.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다.

춘, 하, 추, 동 시절을 분별하지 않고, 겨울에 종자를 뿌려 그 열매를 얻고자 한다면, 온갖 공만 헛되고 아무 소득이 없을 것이니, 싹이나 줄기나 가지나 잎을 모두 잃게 될 것이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은 조그만 복을 짓고, 모든 것을 갖추었다고 생각하며, 또 깨달음을 이미 증득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농부가 공주를 바라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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