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보며 삶을 비춰본다
창밖을 바라보시지요. 거기 어디쯤 서 있는 나무에서 마악 떨어지고 있는 나뭇잎이 있을 것입니다.
마른 나뭇잎이 지금 나무를 떠나고 있습니다.
더 머물게 해달라는 애원도 없이 초연히 떨어져 땅에 눕고 있습니다.
봄날에는 그처럼 싱싱하게 움트던 것들이 아니었습니까. 오뉴월에는 꽃보다도 찬란하다고 한 신록이 아니었습니까. 그 동안 저들은 나무를 위하여 한시도 쉬지 않고 바람과 햇빛과 비의 영양분을 거두어들였습니다.
벌레들에게 제 몸을 뜯기기도 하였습니다만 그러나 남은 초록만으로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은 삶입니다.
생의 희열을 푸르게 푸르게 희구하였으며 아무리 작은 바람에도 춤을 추며 살아온 나날이었습니다.
어떠한 감수성도 저 나뭇잎만큼은 따를 수 없었을 것입니다.
바람의 파장마다 음표처럼 나부꼈고 달마다의 움직임이 꼭 그만큼씩 이행되었습니다.
어떠한 가뭄에도 나무를 지키며 어떠한 큰물에도 나무를 지키고자 혼자 처연히 버티었던 저들. 한여름에는 바람을 되받아 선들바람을 키웠으며 그늘을 드리워 땀에 젖은 길손들을 쉬어가게 하였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제 지는 마당에서 한 점 자신의 공을 드러내려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희생되었다고 원통해 하는 사람은 저 나뭇잎을 보십시오. 나무를 위하여 한시도 쉬지 않았던 저들은 ‘줌’자체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상대를 향해 미운 얼굴을 보이는 사람은 저 나뭇잎을 보십시오. 떠나면서 오히려 단풍으로 치장을 하는 저들이 아닙니까. 이제 저들이 집니다.
그러나 저들은 지는 것으로 생을 마무리하지 않습니다.
마른 몸이나마 흙으로 묻혀들어 한 줌 거름으로 나무 밑에 마저 가길 원합니다.
가을은 모두가 비우는 계절입니다.
과일나무는 주저리주저리 매달았던 열매와 잎새마저 떨구고 빈 몸이 되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들판은 머리를 파르라니 깎은 것처럼 단정하면서 텅 빈 쓸쓸함으로 가을날을 마무리 합니다.
가을과 겨울의 갈림길에서 산길을 걸으며 가을을 밟습니다.
발밑에서 부스럭부스럭 가을이 지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지나갔을 텐데 이 낙엽은 왜 하필이면 내 발에 밟혔을까. 이 낙엽과 나는 어떤 인연일까. 낙엽이 조금 일찍 떨어졌거나 조금 늦게 떨어졌더라면 내 발에 밟히지 않았을 텐데……. 바람이 불고, 나무들은 간신히 매달고 있던 늙은 잎새마저 훌훌 떨굽니다.
떨어진 낙엽들은 바람을 타고 정처 없이 뒹굴고, 눈에 보이는 공허하고 집착하지 않는 가을의 정경입니다.
이렇게 가을은 우리의 곁을 떠나고 있습니다.
하늘은 여전히 맑고 푸릅니다.
연운사, 일요법회, 법회, 초하루,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