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여여하게 사는 법

여여하게 사는 법

-법륜스님-

어떤 비난이나 칭찬에도 걸림 없이 살고 싶다’면 그렇게 살면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안 된다면 그러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일어나고 싶은데, 일어나고 싶은데…’ 이 말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고 일어나기 싫다는 말입니다.

‘주고 싶은데, 주고 싶은데…’ 이 말을 반복하는 것은 아직 주지도 않았고 주기 싫다는 말입니다.

이미 일어났으면 일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이미 주었다면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

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칭찬이나 비난에도 걸림 없이 살고 싶은데…’ 하는 것은 그렇게 살기 싫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살고 싶으면 살면 되는데 왜 안 될까요.

사실은 그렇게 살기 싫어서 안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착각입니다.

‘남편하고 사랑하면서 살고 싶은데 안 된다’는 말은 착각입니다.

사랑하기 싫어서 안 되는 거지요.

정말 남편을 사랑하면서 살고 싶으면 사랑하면 됩니다.

사랑하고 싶은데 사랑하는 게 안 된다 이 말은 사랑하기 싫다는 거예요.

‘왜 나만 사랑해야 해? 왜 저런 인간을 사랑해야 해?’ 이렇게 속으로 생각하는 거지요.

사랑하면 ‘왜 나만, 왜 저런 인간을’이란 말은 성립이 안 됩니다.

랑하는 데는 아무 이유나 조건이 없어요.

그냥 사랑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사랑하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남편과의 관계가 좋지 않고 행복하지 않은 것입니다.

하고 싶은데 안 되는 것이 아니고 하기 싫어서 안 되는 것입니다.

이 착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아무것도 아닌 줄을또 내가 가진 것이 굉장히 많은 줄을 알아야 합니다.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는 것 내 의사를 표현하고 말할 수 있는 입이 있다는 것 사람들의 소리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귀가 있다는 것이 큰 복입니다.

두 눈 중에 한 개만 있어도 감사할 일이고 무릎에 관절염이 있어도 지팡이를 짚고 걸어 다닐 수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잖아요.

돈으로는 도저히 환산할 수가 없는 것을 우리가 가지고 있습니다.

나에게 이렇게 많은 재산이 있는데 남의 비난이나 칭찬에 연연할 필요가 뭐가 있겠습니까.

내 존재를 제대로 알면 칭찬에 우쭐댈 일도 없고 비난에 신경 쓸 일도 없습니다.

비난하고 칭찬하는 것이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지만 사실은 다 상대의 자기 감정표현일 뿐입니다.

그래서 상대가 나를 비난하고 칭찬하거든

나에게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들어주면 됩니다.

내가 아는 분 중에 실제로 이런 분이 있습니다.

이분은 남편이 “아이고, 못 생긴 게…” 하면 “아이고, 예쁜 우리 마누라” 이렇게 들린다고 합니다.

남편이 화가 나서 “너 또 절에 가려거든 아예 집에 들어오지 마라”하고 말하면“너 보고 싶으니 갔다가 빨리 오너라”라고 들리기 때문에 “예, 알겠습니다.

빨리 갔다 올게요”하고 웃으면서 대답한다는 거예요.

이렇게 들을 수 있으면 참 대단한 사람입니다.

칭찬이나 비난이 상대의 감정표현일 뿐이라는 것을 알면 내가 그 말에 끌려가지 않고 구애받지 않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감정이 다릅니다.

같은 꽃을 보고서도 어떤 사람은 예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안 예쁘다고 할 수 있는 거예요.

또 인생을 걸림 없이 살 수 있으려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면 됩니다.

내가 저 길거리에서 자라는 한 포기 잡초와 같다고 자신을 생각하면 사는 데 별 구애를 받지 않습니다.

내가 별 것 아닌 줄 알면 남이 비난하면 내가 별 것 아니니까 비난 받을 만하다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누가 칭찬을 하면 그건 나보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표현이라고 생각하세요.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면 상대방의 어떤 말이나 행동에도 내가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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