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국스님─인연법을 알고 향상의 길로

인연법을 알고 향상의 길로

-혜국스님-

인연법 속에서 존재하고 있는 인간은 어느 때나 수행의 길과 욕망의 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 습니다.

향상의 길과 타락의 길 중 하나를 선택 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수행의 길, 향상의 길로 나아가려면 경쟁상대를 남이 아닌 자신에게 두어야 합니다.

내가 싸워서 이겨야 할 적은 ‘나’속에 있습니다.

내안의 탐심, 진심, 치심이 바로 싸워서 이겨야 할 적입니다.

이 그릇된 마음을 먼저 제어하고 이겨내야 합니다.

다른 사람과 싸워 이기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기고 나면 원망 과 질투가 따라오고, 지면 분해서 밤을 지새우게 됩니다.

마음의 평화는 나에게 이기고 지는 것을 넘어서야 만 올 수 있습니다.

오히려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내 속에서 일어나는 탐진치심과 원망과 이기심과 싸워야 합니다.

“삼독심을 멸하면 구경 열반, 곧 적멸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적멸의 모습, 고요한 모습, 그것이 마음의 평화입니다.

실로 내면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내 마음이 그릇 을 키워야 합니다.

내 마음의 그릇을 키우는 작 업은 바로 인연을 아름답게 만드는 길입니다.

그릇이 커지면 남의 허물이 보일 때 스스로 깨닫 고 경책합니다.

“아, 아직도 남의 허물이 보이니 내 속에 남이 잘못 되기를 바라는 기운이 있구나.

저것은 보지 말자.

남의 허물보다 내 마음에 있는 허물부터 고 치자.

이는 내 안의 어리석은 욕망 때문이다.

이런 욕망으로 인해 남의 허물을 보고 원망한다면 결국 나만 초라해지고 망가질뿐이다.

소중한 나를 아껴 좋은 인연을 심어야 한다.” 이렇게 다가오는 연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因}을 길들이고 가꾸어 나가는 멋이야말로 인생과 생명 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 됩니다.

언젠가 요즘 젊은 아가씨들이 배꼽수술을 하기 위 해 병원에 간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얼굴성형이 나 지방흡입이 아니라 배꼽모양까지 바꾼다고 합 니다.

누구든 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 어머니와 연 결되어 있던 탯줄을 끊게 되고, 그 탯줄을 끊은 모양대로 생긴 것이 배꼽입니다.

그 배꼽을 보면 서 ‘우리 어머니나 할머니가 내 탯줄을 이렇게 잘 라줬구나’하면 되는데, 굳이 손을 대는 까닭이 무 엇입니까? 예쁜 배꼽 때문에? 과연 어떻게 생겨야 예쁜 배꼽입니까? 수술하여 배꼽모양까지 바꾸겠다는 발상이야말로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자기 몸의 생긴 모 양이 정 싫으면 금생에 꽃공양을 자주하고, 남에 게 좋은 말을 많이 하고, 마음을 넓게 써서 다시 태어날 때 잘 생기게 나면 됩니다.

그러면 칼을 대지 않아도 현생에서부터 인물이 변하고, 다시 태어날 때는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의 잘생긴 외모 를 갖출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음의 성형수술을 하지 않고 얼굴만 자꾸 뜯어고치고, 그 가짜 얼굴 로 교만해지니 이러한 인연을 심은 이가 내생에는 정녕 어떠한 모습을 띄게 될지 걱정입니다.

이 성 형수술은 내가 잘나지고 싶은 욕망에서 행하는 것 입니다.

그런데 나에 대한 그릇된 욕망과 착각이 어찌 성형수술뿐이겠습니까? 보통 사람들은 나라고 하면 몸뚱이를 많이 생각합 니다.

그래서 몸뚱이부터 챙기고 몸뚱이를 위해주 는 욕망을 즐겨 좇아갑니다.

그러나 몸뚱이는 언 젠가는 배신을 합니다.

아니, 지금 이 순간도 몸 뚱이에게 배신을 당하고 있습니다.

요즘 나는 아침에 일어나려고 하면 몸이 뻐근할 때가 많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벌떡 일어나지더니, 새벽 2시에 일어나려고 하면 몸이 찌뿌드드합니다.

‘아이고 이놈이 벌써 나를 배신하여 몸뚱이를 마 음대로 못쓰게 하는 구나’ 지금은 이 정도로 느끼고 있지만 언젠가는 몸져눕 게 만들고 마침내는 죽게 되겠지요.

그런데 죽을 때가 언제인지를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몸뚱이가 죽을 때 우리들에게, “주인님, 먹여주고 입혀주느 라고 애썼습니다.

언제 죽을까요?”하고 물어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그냥 죽어버립니다.

이처럼 몸뚱이는 언젠가는 틀림없이 배신을 합니다.

그럼 이렇게 몸이 나를 배신하고 흙으로 물로 불로 바람으로 돌아갈 때 우리는 누구를 의지해야 할까 요? 이럴 때 내 몸 안에 길들여 놓은 내 인연, 곧 내 마음에 의지해야 합니다.

주위의 인연을 가꾸고 스스로의 마음밭을 가꾸며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밭은 넓습니다.

한 생각에 미국을 갔다 올 수 있고 달나라까지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넓 습니다.

이 마음밭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주에 가 득차고도 남는다고 합니다.

부디 몸뚱이를 위해 마 음을 희생시키지 마십시오.

모든 인연, 그리고 우주법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인 마음법에 의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마 음이 먼저 가면 물질이 저절로 따라오고, 마음이 뒤에 있는 사람은 물질이 좇아오지 않게 되어 있 습니다.

그러므로 복업을 쌓으려면 마음을 잘 닦아 좋은 인 연으로 가꾸어야 합니다.

마음을 잘 닦으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마음이 평화로워지면 인연을 잘 가꿀 수 있게 되며, 인연을 잘 가꾸면 능히 복업이 깃들 기 마련인 것입니다.

부디 마음이 주인이라는 것을 알아서 마음을 위해 살고 마음 닦는 쪽으로 나아가십시오.

마음을 찾는 쪽으로 공부를 하다가 마음을 알게 되면 하루아침에 삼천대천세계를 알게 되고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 을 해결할 수 있게 됩니다.

인연의 삶 속에서 부디 마음을 잘 닦아, 능히 참생명을 살리고 기르는 멋진 삶을 성취하시기를 축원드립니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 월간 [법공양]10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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