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국스님─오직 주인이 될 때

***오직 주인이 될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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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국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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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명은 1초 1분도 쉬지 않고 광명을 발하는데, 왜 우리는 어제 저녁 깜깜한 밤을 재냈습니까? 태양광명 입장에선 밤이 있어서는 안 되는데 우리에게는 왜 밤 이 있습니까? 그것은 지구가 스스로 등을 돌려 앉아 밤이 생긴 것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 마음에도 부처 광명이 1초 1분도 쉬지 않고 빛을 발하는데 번뇌, 죄업, 망상이 왜 생깁니까? 그것은 우리가 본래 성불 해 있는데 우리 스스로 번뇌 망상을 지어서 성불자리 에서 돌아앉아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바로 ‘오직 내 마음 안에 모든 것이 갖추 어져 있다’는 말을 믿고 출가했습니다.

그렇다면 여 러분은 지금 행복합니까? 행복하지 않다면 이유는 무 엇입니까? 그것은 우리가 ‘본래 성불이다’하면 저멀리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현대사회가 지식을 쌓고 과학기술을 향유한다 해도 과거 우리 조 상들보다 행복하다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 다.

우리는 안에서 행복을 찾아야지 밖에서 찾아서는 찾을래야 찾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본래 성불도리 는 무엇입니까.

우리 몸을 옛날엔 ‘몸통’이라 불렀습니다.

이는 ‘몸’ 이라는 ‘그릇’을 말합니다.

이 그릇을 가지고 바닷물 에 담근다면, 각자 생긴 모양대로 바닷물이 담깁니다.

여기서 그릇이 깨지면 그릇 입장에선 생겼다 없어지는 것이 있지만, 바닷물 입장에선 온 적도 간 적도 없이 그대로입니다.

이것이 바로 본래 성불도리입니다.

우주법계도 이와같습니다.

내가 따로 있고 우주법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주법계의 차원에 서 보면 우리는 혼자 살아가는 길이 조금도 없습니다.

배추를 심으면 우리가 키웁니까.

대지가 품어주고 햇 볕이 내리쬐고 허공이 감싸 안고 비가 내려와 땅을 적시고 곧, 지수화풍 4대 요소의 보시공덕으로 이 우 주법계가 다 똑같이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렇듯 우주법계가 나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본래 성불도리는 마음 안에 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 도리를 알면 삭발염의한 하루하루가 부처의 삶 아닌 날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하루하루를 소중하 게 살고 있습니까.

저는 젊었을 적 연비를 하고 태백산 도솔암에 들어가 장좌불와를 시작했는데 번뇌 망상이 꼭 그대로여서 1년 2개월간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내 안의 번뇌 망상은 내가 만든 것이니 내가 책임져야 함을 알았습니다.

예를 들면, 그릇에 차가 꽉 차 있으 면 무엇도 채울 수 없습니다.

빈 그릇이 되는 것, 이는 허공입니다.

허공은 본래 있는 것이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본래 허공이었고 다만, 망상이 꽉 차 있어서 쓸모없는 것이지, 본래 부처라는 빈 그릇에는 죄업도, 망상도, 때도 묻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릇 속에 있는 차 있는 모양이 있으니 쏟아 부어 버리면 그만이지만, 우리 몸통 그릇에 꽉 차 있는 번뇌 망상은 모양이 없으니 쏟아 버릴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의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번뇌 망상을 싫어하지 말고, 화내는 마음, 우울한 마음, 성내는 마음, 그것자체를 불성으로 보아야 합니다.

일상생활을 떠나지 말아야 합 니다.

억지로 하지 말고 정성을 들여서 하루를 살아야 합니다.

한평생 가장 소중한 일은 오늘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그것보다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번뇌 망상을 텅 빈 허공이 되도록 의식 전환이 되면, 그것이 바로 완전한 행복을 성취하는 자리입니다.

“대나무 그림자가 댓돌을 쓸어도 먼지 하나 일지 않고, 저 밝은 보름달 천만 곳에 뚫고 들어가도 물결 하나 일어나지 않는구나”라는 야부 스님의 게송과 같이 나도 없고 남도 없는 상태입니다.

발심출가해서 어디에 가 수행하든 내 안에 번뇌 망상이 전환된 만큼 공부가 되지 바깥 조건에 따라 공부가 되 는 것이 아닙니다.

얼마만큼 발심이 됐는가 뒤돌아보는 마음으로 이번 결제에 들어가 보길 바랍니다.

번뇌 망상은 내 탓이지 누구 탓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주인 삼으십시오.

오직 주인이 될 때에만 도를 이룰 수 있습니다.

여러분 앞에는 ‘텅 빈 허공성’이라고 하는 조사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결코 물러나지 않겠다는 발심을 가 지고, 그런 마음 다지는 것을 ‘결제’라 생각하십시오.

날마다 날마다 깨어 있는 수행자 되어 스님들 어깨에서 부처님 광명이 빛나길 바랍니다.

-운문사 동안거 결제법문- 계간[운문]겨울호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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