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내 탓이니 욕됨을 두려워말라
-지광스님-
인간이란 누구나 다 불완전한 존재다.
이 세상에 완전한 존재로 태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불완전한 말과 생각과 행동을 하며 살 수밖에 없다.
불완전한 말을 하면 상대방은 상처를 입고 우리는 그 대가로 질책과 꾸지람과 욕설을 듣게 된다.
그것이 바로 우리들의 피치 못할 숙명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이 혹 모자라는 말을 해도 ‘사람이란 본래 불완전해서 그러려니’ 하고 내가 먼저 이해를 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는 불완전하면서도 남들에게는 완전할 것을 요구한다.
이렇게 자신의 잘못은 보지 못하고 남의 잘못을 지적하는 데 익숙한 것이 우리의 습성이다.
남이 나에게 이러쿵저러쿵 할 때 원망하는 마음을 보이지 않고 ‘내가 완전하지 못해서 저러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참는 것이 바로 인욕(忍辱)바라밀이다.
불교에서는 인내라는 말 대신 인욕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인욕경]에 보면 ” 이 세상에 흘러 다니는 소리가 모두 욕설” 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내가 완벽하지 못하므로 상대방에게 부족한 말이나 행동을 하게 마련이다.
나와 친근한 한두 사람은 이해할지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로부터 불완전한 내 모습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비난과 욕설이 나에게 날아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자.
내 쪽에서 먼저 ‘내가 부족하니 날아오는 욕설을 참아 내지 않으면 안 된다’ 하고 받아들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문자 그대로 욕됨을 참는 인욕바라밀이 수행자가 갖추어야 할 근본적인 자세다.
누군가 나에게 욕을 할 때 똑같은 말로 되받아치면 원망의 마음은 그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다.
부처님은 “원한은 원한에 의해서 그치지 않는다” 라고 말씀하셨다.
인욕바라밀은 이 세상의 원한을 그치게 하는 비책이다.
부처님은 인욕에 대해 여러가지 말씀을 하셨다.
첫째, “인욕은 비(雨)가 되어야 한다” 라고 말씀하셨다.
누가 나에게 욕을 하면 사람들은 대개 화를 낸다.
그때 인욕이 비가 되어 마음 가운데 일어나는 화를 잠재워야 한다.
화의 불꽃은 억겁을 두고 쌓아 온 공덕을 한순간에 태워 버린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인욕은 묘고산과 같아야 한다” 라고 말씀하셨다.
묘고산은 수미산을 말한다.
수미산은 우주의 중심에 딱 버티고 서 있어 어떠한 비바람과 폭풍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인욕바라밀을 닦는 사람, 인욕바라밀을 성취한 사람은 누가 뭐라고 해도 수미산처럼 끄덕없어야 한다.
우리는 마음 한가운데에 인욕의 수미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셋째, “인욕은 갑옷이 되어야 한다” 라고 말씀하셨다.
부처님은 상대방이 망상의 활을 잡고 욕설의 화살을 날릴 때 인욕의 갑옷을 입고 대처하면 모든 화살은 연꽃이 되어 떨어진다고 가르치셨다.
중생들은 불완전한 존재인 만큼 비난과 욕을 아예 듣지 않고서 살아갈 수는 없다.
따라서 항상 인욕의 비로 끄고, 인욕의 갑옷으로 막고, 인욕의 수미산이 되어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누가 나를 욕한다고 덩달아 탁구공처럼 맞받아치면 절대로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