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스님─마음은 죽지 않습니다

마음은 죽지 않습니다

-월호스님-

얼마 전 88고속도로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우리 일행이 탄 차에서 하나 건너 앞선 차가 심상치 않아 보였습니다.

좌우로 흔들리는 것이 졸음 운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느닷없이 중앙선을 침범하여 상대편에서 마주 오는 차와 충돌하고 말았습니다.

미처 손을 쓸 여지도 없었습니다.

중앙선을 넘어간 졸음운전 차는 제법 묵직한 차라서 운전자가 덜 다쳤으나, 마주 오던 소형차에 탑승했던 사람들은 제법 많이 다친 듯 보였습니다.

게다가 조수석에 있던 사람은 안전벨트조차 매지 않은 듯, 앞 유리창이 깨어지다시피 할 정도로 머리를 부딪친 흔적이 보였습니다.

다행이 차량들이 속도를 내지 않아 두 차량만 충돌하고 말았지, 자칫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운전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단지 황색실선 하나를 경계로 해서 서로 마주 보고 달린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입니까? 내가 아무리 조심해서 운전을 한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부주의 하거나 졸음운전을 하여 차선을 넘어오게 되면 그대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그러니 목숨을 남의 손에 맡기고 살아가는 세상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항상 죽음 곁에서 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게도 한때 경허 선사처럼 나고 죽는 커다란 일, 생사일대사(生死一大事)를 해결하고 싶을 때가 있었습니다.

마음이 몹시 불안하여서, 앉으면 땅이 커질까 일어서면 하늘이 무너질까 할 정도로 기우(杞憂)에 시달리던 때였습니다.

여기저기 방황하다 도달한 곳이 영주 부석사였습 니다.

며칠을 보내다가 마침내 떠나기 전날 밤 철야 기도하기로 마음먹고 저녁 예불 후에 혼자 남아 정근을 하였습니다.

때마침 겨울 한가한 철인지라 사람도 별로 없고, 무량수전은 국보라서 전깃불 조차 없이 달랑 촛불 두 자루만 켜져 있었습니다.

커다란 법당에서 혼자 밤늦게 기도하고 있자니 뒤에서 무언가 잡아당기는 것 같기도 하고 무서운 생각도 들었지만, ‘기도하다 죽은 귀신은 때깔 때 좋겠지.’ 하는 심정으로 마음을 다잡아 힘껏 ‘석가모니불’을 외쳐대었습니다.

당시는 불교에 관한 지식도 일천한지라 무량수전이 아미타불을 모신 전각인지 어떤 지도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두어 시간을 목청껏 외쳐대자 아랫배로부터 든든한 기운이 올라오면서 정근하는 목탁이 쩍쩍 달라붙는 느낌이 왔으며 염불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샤카무니불 샤카무니불 샤카무니불!’ 극심하던 불안감이 어느새 사라지고 자신감이 생겨나기 시작 했습니다.

또 한번은 기차를 타고 산간지방을 달린 적이 있었 습니다.

길은 구불구불하고 아래쪽으로는 까마득한 낭떠러지가 보이는 위험한 곳인데도 불구하고 기차는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급커브 구간에 이르러 기차는 궤도를 이탈해서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까! 이제는 죽었구나 생각되는 순간, 그저 ‘나무석가모니불!’하고 염불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몸뚱이가 기차에서 벗어나 허공 가운데 둥둥 떠서 안전한 곳으로 향해가고 있었습니다.

가부좌를 튼 자세였는데, 아래로 연화좌대가 놓여 있었으며 마음이 그리 편할 수가 없었습니다.

깨보니 한바탕 꿈이었습니다.

비록 꿈이었지만 참으로 생생한 일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그저 한 생각 돌이켜서 ‘나무석가모니불!’하면 되겠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꿈에서건 현실에서건 결국 이 마음자리 하나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죽는다는 것은 몸이 죽는 것이지 마음이 죽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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