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정진(精進), 참회 –
지광스님
(능인선원장)- 새출발은 언제나 신선하다.
각본도 리허설도 없이 단 한번의 공연만이 허용되는 가혹한 삶의 무대위에 올해도 예외없이 찾아든 새아침의 날들.
해마다 달력의 신선한 첫장을 바라보며 우리는 한없는 설레임속에 한해를 설계한다.
새해, 새아침, 새하늘의 문을 연 출발의 팡파레를 들으며 우리는 과연 어떤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 출발의 마음자세는 대단히 중요하다.
일회전의 엄격한 시합인 인생에서 시작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
올바른 시작은 올바른 결과에 도달하고, 그릇된 출발은 그릇된 결과에 도달한다.
백두산 천지의 물도 동으로 한한 것은 동해로 흘러들고, 서로 향한 것은 황해로 흘러든다.
출발할 때 지척의 차이가 필경에는 천리먼길의 차이로 둔갑한다.
그래서 [信心銘(신심명)]에서 승찬스님은 ‘처음 터럭만큼의 차이가 나중에는 천지간의 차이로 벌어 진다’하였다.
우리가 지혜로운 출발을 해야만 하고 올바른 시작을 해야만 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훌륭한 시작을 위해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기도하는 마음으로 새해를 열어야만 하겠다.
고금 이래로 정월이 되면 모든 佛子(불자)들은 한해의 문을 기도로 열고, 기도를 생활화해오고 있다.
[梵網經(범망경)] 菩薩戒本(보살계본)에 보면 ‘수행의 기틀은 기도를 통해 닦고, 지극한 정성으로 마음을 밝히며 지혜의 달빛을 가득히 하는 것이 戒定慧(계정혜) 삼학이라면 그 근본은 기도에 있다’고 했다.
또 [화엄경] 보현행원품에도 ‘모든 시작은 기도로서 시작 되고, 기도로서 수행하며, 기도로서 성불하라.
한 순간도 기도의 일념을 쉬지말라’ 했다.
기도하는 마음은 가슴속에 희망의 태양을 가지는 마음이다.
희망은 가능성에의 확신이요, 간절한 기도가 있는 한 희망이 있고 기쁨이 있다.
올 한해 우리 모두의 마음 밭에 기도의 나무, 희망의 나무를 심어야 하겠다.
둘째로 기도하는 자의 자세는 정진하는 마음으로 가득해야 한다.
그래서 기도라는 낱말과 정진이라는 낱말은 바늘과 실처럼 항시 붙어다닌다.
우리는 기도의 성취를 위해 成佛 (성불)의 실현을 위해 꾸준히 정진해야 한다.
노력하고 정진하지 않는 곳에 성공의 꽃이 필 수 없고 행복의 열매가 열릴 수 없다.
이 세상의 모든 위대한 것은 모두 피땀의 결과요, 정진의 산물이다.
우리는 적게 심고 많이 거두려는 어리석은 마음을 버려야 한다.
스코틀랜드 시인 윌리엄 브레이크(1757~1828)는 ‘부지런한 꿀벌은 슬퍼할 틈이 없다’고 했다.
한해의 새로운 출발, 보람된 출발을 계획하는 불자들은 모름지기 기도의 땀, 정진의 땀을 흘릴 각오를 단단히 해야한다.
이와같이 기도와 정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우리는 매일을 점검해야 한다.
한순간도 헛됨이 없는 삶을 이끌어나가기 위해 우리는 하루의 생활이 끝날 때 언제나 부처님 앞에 서야만 한다.
‘과연 오늘 하루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진의 땀을 흘렸는가?’ 참회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살찌워야 할 것이다.
기도와 정진, 참회야말로 불자로서의 삼박자라 할 것이다.
우리는 항상 부처님과의 만남을 감사하고 기도 정진 참회하는 가운데 영광과 축복의 자리를 부처님으로 부터 물려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