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스님─강물은 머무르지 않고 흐른다

강물은 머무르지 않고 흐른다

-월호스님-

나와 남을 위한 일 착하다 해도 생사윤회의 원인이 되나니 솔바람 칡덩굴 달빛 아래서 길이 무루(無漏)의 조사선을 관할지어다.

– (자경문 8.

莫交世俗 令他憎嫉) – 마음속에 애착이 떠난 것을 ‘사문’이라 하고, 세속에 연연하지 않는 것을 ‘출가’라고 한다.

불교에서 출가자를 뜻하는 ‘사문’이란 본래 범어인 ‘슈라마나’를 음역한 것으로서, 마음이 쉰(息心) 사람을 의미한다.

마음이 쉬었다는 것은 애착심에서 벗어남을 말한다.

애착하게 되면 머무르게 된다.

마치 바닥에 강력접착제를 발라놓고 발을 디디면 그 자리에 달라붙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므로 애착은 머무름을 낳는다.

시간과 공간과 대상에 머무르는 것은 무언가 애착이 남아서이다.

이와 반대로 애착하지 않음은 머무르지 않는 것이다.

특정한 시간과 공간, 그리고 대상에 머무름 없이 항상 ‘바로 지금 여기’를 사는 것이다.

섬진강 물은 머무르지 않고 흐른다.

특정한 시간이나 특정한 장소 혹은 특정한 대상에 머무르는 바가 없다.

아니 특별히 중요한 시간이나 특별히 중요한 장소 혹은 특별히 밉거나 고운 대상 자체가 아예 없는 것이다.

항상 바로 지금 여기야말로 ‘영원의 지금’이다.

‘지금’을 떠나서 ‘영원’은 없다.

‘여기’를 떠나서 ‘천국’은 없다.

설혹 있다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했더라도 거기에 생각이 머무르게 되면 생사윤회의 원인이 된다.

머무르는 바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애착하고 있는 것이며, 애착은 윤회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대상에 애착하지 말고 ‘지금 여기’를 살아라 말하자면 좋은 일은 흰 구름이요, 나쁜 일은 먹구름이다.

구름이 일어나면 어디선가 모여져서 빗물이 되어 뿌려지고, 다시 하천으로 모여져서 증발하여 구름이 일어난다.

한마디로 돌고 도는 것이다.

난타비구는 출가하기 전에 아름다운 아내를 두고 있었다.

출가한 이후에도 아내생각에 수행이 되지 않았다.

하루는 부처님께서 정원으로 데려가 늙고 추한 원숭이를 보여주며 물었다.

“이 원숭이와 너의 출가 전 아내는 누가 더 아름다운가?” “제 아내는 이 지방에서도 최고의 미녀입니다.

하물며 늙고 병든 원숭이 따위와 비교가 되겠습니까?” 얼마 후 부처님께서 난타를 데리고 천상으로 올라가셨다.

한 천상에 가니 500명이나 되는 절세의 미녀들이 누군가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물어보니 “난타비구가 출가해 수행을 하고 있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는 것이었다.

다시 부처님이 물으셨다.

“너의 아내와 천상의 미녀들 중 누가 더 아름다운가?” “그것은 마치 원숭이와 나의 아내를 비교하는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난타가 수행을 열심히 한다면 그 천상에 태어남을 보증하셨고, 난타는 마침내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하지만 그는 윤회에서 초탈했기 때문에 천상에 태어나는 것조차 더 이상 관심사가 아니게 되었다.

수준이 바뀌면 관심사도 바뀌는 것이다.

-불교신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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