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인스님─밤낮으로 자라는 나무처럼 쉼없이 공부하고 수행하라

밤낮으로 자라는 나무처럼 쉼없이 공부하고 수행하라 제주 약천사 회주 혜인 스님 오늘 백중 날이라 이렇게 여러 불자님들이 모이셨는데, 사람은 자기 이름과 주소를 잘알아야 하듯 여러분도 왜 ‘백중’이고 혹은 왜 ‘백종’인지 그 말뜻부터 잘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살다보면 잘못할 수도 있고 미움을 살 수도 있고 원수를 지을 수도 있습니다.

생활하다가 말은 못하고 가슴에 품어두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쌓이면 의업이 되기도 하고 병이 되기도 하고 섭섭한 감정이 더 커지게 됩니다.

‘백중’은 본래 여러 무리를 뜻하는 말입니다.

백중이 되면 함께 살던 대중들이 식구들에게 서로 보고를 합니다.

“그 동안 내가 저지른 허물을 지적해 주고 내게 섭섭했던 것이 있으면 가슴에 쌓아 두지 말고 말해 주면 내가 고치겠다”고 말하는 날이 이 백중입니다.

식구들이 서로의 허물을 지적해 주고 서운했던 것을 마음에 쌓아 두지 않고 풀어버리는 날입니다.

백중은 섭섭한 마음 털어내는 날

‘백종’은 일백 백(百)자에 가지 종(種)자를 써서 과일이든 떡이든 꽃이든 등이든 차든 여러 가지 공양물을 정성껏 마련해서 여러 불보살에게 공양 올리고 예배하는 날을 뜻합니다.

백종은 목련존자가 죄를 많이 지어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를 구제한 날입니다.

목련존자가 출가를 해서 도를 닦은 후 신통으로 어머니가 아비지옥에서 고통 받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목련존자는 고통 받는 어머니를 지옥으로부터 구제하기 위해 백종 날 어머니와 선망조상들을 위해 스님들께 대중공양을 올리고 천도재를 했습니다.

그 공덕으로 목련존자의 어머니는 천상에 낳게 되었고 여기에서부터 백종 날의 대중공양이 유래됐습니다.

그 후 이 날을 기념해 수 천년동안 전국방방 곳곳에서 이 날이 되면 선망 부모를 위해 천도재를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대중공양을 올린 불자님은 아주 좋은 공덕을 쌓은 것입니다.

오늘은 여러분들이 조상님들을 위해 저승세계의 보물 창고를 열수 있는 열쇠를 하나씩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가장 쉽고 기억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법문을 준비했는데 바로 ‘요일 법문’입니다.

요일법문이란 요일에 따라 기억하고 행하는 법문입니다.

이 요일 속에 팔만대장경의 법문이 다 들어있습니다.

첫째 월요일 날은 달처럼 살아야 합니다.

달이란 캄캄한 어두운 밤을 비춰주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사람을 대할 때 돈 있고, 힘 있고, 권력 있고 해서 뭔가 좀 얻어먹을 것이 있어 보이는 사람한테 더 잘 대하고 가난하고 힘없고 별 볼일 없는 사람한테는 잘 안합니다.

그것은 불교의 대자대비 정신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늘 진 곳, 나보다 부족한 곳, 아픈 사람, 어리석고 모자란 사람, 장애인 이런 사람들한테 마음을 주고 어두운 곳을 비춰주는 행동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대자대비 사상입니다.

화요일에는 불을 조심해야 합니다.

수많은 공덕이라도 마음에 불을 한번 일으키게 되면 그동안 닦은 공덕은 모두 타버린다고 했습니다.

정말 보살행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마음에 불이 일지 않도록 노력하라고 했습니다.

한 번 성내는 마음을 낼 때 백만 가지 장애의 문이 성내는 마음을 통해 열린다고 했습니다.

마음도 불안하고 몸도 상처를 입는 다는 말입니다.

다음 수요일 날은 ‘나는 인생을 물처럼 살아가리라’고 다짐하는 날입니다.

물은 갈 길을 찾아서 쉬지 않고 흘러갑니다.

하지만 언제나 낮은 곳을 택해 가지 높은 곳으로 가는 법이 없습니다.

항상 사람은 물처럼 고개를 숙이고 남의 뜻을 존중하고 어질고 순한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또 모든 더러움을 씻어주는 것이 물이며 활활 타는 불을 꺼주는 것도 물입니다.

모든 사람의 갈증을 풀어주는 물처럼, 모든 만물의 단비가 되어주는 물처럼, 우리도 살아가는데 있어서 물처럼 인생을 살아가리라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달같이 물같이 흙같이 살아야

목요일 날은 한 그루 나무가 커서 큰 그늘이 되고 대들보가 되고 기둥이 되듯 그 집안의 기둥이 되고, 그 나라의 기둥이 되고 대들보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큰 느티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가 언제 이렇게 큰 나무가 되었나를 보려고 지켜보고 있으면 도저히 자라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나무는 밤에도 낮에도 쉬지 않고 자라서 그렇게 큰 나무가 된 것입니다.

우리는 공부를 한다면 대학을 다녔다 대학원을 다녔다 하지만 그것은 몇 푼어치도 되지 않습니다.

공부는 학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죽을 때 까지, 시도 때도 없이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한그루 나무가 끊임없이 성장하듯이 밤이나 낮이나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참선하는 이는 쉼 없이 참선하고 염불하는 이는 시도 때도 없이 지극히 염불하면서 이번 생이 아니면 언제 다시 사람 몸 받아서 극락을 갈 수 있을 것인가라는 생각으로 시도 때도 없이 열심히 수행해야 합니다.

금요일 날은 천금 같은 말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똑같은 말을 하더라도 가치 없고, 남에게 상처주고, 섭섭하고 괴로운 말, 죄짓는 말을 하지 말고 진솔하고 정직한 말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은 심보가 참 묘합니다.

했으면 했다고 사실대로 말해야 하는데 청문회를 봐도 그렇고 자신에게 불리하면 모른다고 하고 기억 안난다고 하면서 좋은 것만 다 제가 했다고 합니다.

그래선 안 됩니다.

장부일언이 중천금이라, 천금보다 더 소중한 말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말을 하되 정말로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할 수 있는 천금보다 소중한 말을 하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토요일 날 우리는 흙과 같이 마음을 써야 합니다.

참으로 고마운 것이 흙입니다.

흙에게 꽃씨를 뿌리면 많은 꽃이 나오고 곡식을 뿌려 놓으면 많은 곡식이 나옵니다.

우리도 남에게 은혜를 한 가지 입었으면 흙처럼 열배 백배는 못하더라도 곱배기 정도로는 갚을 줄 알아야 합니다.

참으로 고마운 것이 이 흙입니다.

아무리 더러운 똥오줌이라도 덮어주면 거름을 만들어 내는 것이 흙입니다.

너무도 훌륭한 것이 이 흙입니다.

우리도 잘못한 것을 덮어 주고 용서해 주는 흙과 같은 마음을 써야 된다는 것이 토요일 날 가져야할 마음가짐입니다.

일요일은 태양입니다.

저 밝은 태양은 두 가지 공덕을 가지고 있는데 그 하나가 만물을 비춰주는 밝은 빛이요 다른 하나는 만물을 성숙시켜주는 일입니다.

여름날 태양을 가리키며 덥다고 탓을 하지만 저 뜨거운 태양이 없으면 곡식이 익지를 않습니다.

냉혈 동물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따뜻한 기운과 밝은 태양의 모습처럼 항상 우리도 따뜻한 마음가짐과 밝은 표정으로 살아야 합니다.

여러분 모두 따라하세요.

면상무진공양구(面上無瞋供養具) 미소 짓는 그 얼굴이 가장 좋은 선물이요

구리무진토묘향(口裏無瞋吐妙香)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다.

심리무진시진보(心裏無瞋是珍寶) 자비롭고 착한 마음이 으뜸가는 보배이고

무념무구시진상(無染無垢是眞常) 분별심이 없는 것이 부처님의 모습이다.

문수보살님의 법문인데 이 내용이 너무 좋아서 여러분들이 모두 잊지 않고 기억하며 생활하셨으면 합니다.

선물 중에 가장 좋은 것은 미소 짓는 얼굴입니다.

돈도 들지 않으면서 가장 좋은 선물입니다.

또 좋은 말, 좋은 덕담은 두고두고 마음에 남습니다.

존경받고 사랑받는 것도 결국은 다 자신의 말에 달려 있습니다.

허물은 항상 내게서 찾아야 하고 남의 허물은 보지 말고 말하지 말며 분별시비를 따지지 말아야 합니다.

‘지극한 도는 어려운 것이 아닌데 오직 간택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했습니다.

이 가르침을 잊지 마시고 생활하십시오.

오늘 칠월 백중 법문을 마치겠습니다.

정리=남수연 기자 이 법문은 8월 8일 백중을 맞아 인천광역시 구월동 인천불교회관(주지 일지 스님)에서 제주 약천사 회주 혜인 스님이 대중들에게 설한 법문을 요약 게재한 것이다.

※혜인 스님은 1956년 13살의 어린 나이로 출가해 팔공산 동화사에서 일타(日陀)대화상을 은사로 사미계를 수지했으며 1962년 10월 해인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해인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제방 선원에서 수행했으며 1971년 해인사 팔만대장경각에서 매일 5,000배 절을 시작해 100만배 절 기도를 성취했다.

1980년 제주 불교 중흥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스님은 1981년 제주도에 약천사 대작불사의 원을 세운 후 1996년 9월 15일 약천사 낙성식을 봉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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