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은 결코 우연히 오는 것이 아니다
-성전스님-
삼천 년의 생이란 얼마만큼 길고도 먼 시간일까요.
인간의 걸음으로 지구에서 태양까지 걸어가는 데 사천 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삼천 년의 생이란 참으로 멀고도 아득한 세월이기만 합니다.
그러나 저 광활한 우주의 시간으로 볼 때 삼천 년의 생이란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몹시도 긴 시간입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거쳐서 당신과 내가 만났다고 생각하면 만남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누구에게나 인연은 소중합니다.
인연은 결코 우연히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인연은 이미 우리 안에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대를 만나기 전 그대는 이미 내 안에 있었고 나 또한 이미 그대 안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인 것 같지만 우리의 만남은 삼천년의 생을 두고 우리 안에 익어 온 것입니다.
그러나 이 오랜 인연의 시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냥 지나치거나 차마 다 사랑하지 못하고 헤어지고야 맙니다.
그것은 우리의 시선이 영원을 보는 법을 잃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살아가며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향해 한 번쯤 물어보십시오.
당신과 나는 그 전에 무엇으로 만났었을까? 당신과 나는 또 얼마나 먼 시간이 지난 후에 만날 수 있는 것일까.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사람이 너무나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나는 다음 생에는 나무로 태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을 다 주는 나무, 그 한 그루 나무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당신이 나무 사이를 스쳐가는 바람으로 와 주시면 얼마나 반가울까요.
나무 위에 머무는 구름으로 빗물로 때로는 나무 아래 핀 꽃 한 송이로 와주신다면 얼마나 반갑고 고맙고 눈물이 날까요.
삼천 년의 생이 지나 다시 만날 당신께 이 글을 드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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